떠나기 전에는 굿모닝 키스를
미나천
“천아. 류천.”
어디에선가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와 류천의 귀에 닿았다.
“특산품 사 올게요. 닷새 후에 봐요.”
‘으응, 미나 씨…’ 하는 중얼거림이 류천 본인도 모르게 튀어 나갔다. 반도 못 뜬 눈으로 바라본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미나가 선거운동을 위해 대구로 떠나는 날이었다. 물론 대구에만 머무르지는 않고, 5일 짜리 여정의 끝은 부산이 될 예정이었다. 처음 며칠은 북상했다가 이후에는 남하하는, 8자 모양으로 생긴 동선이 그려진 지도를 류천도 본 적이 있다.
‘늘 같이 못 가서 아쉽지 않아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일주일 전쯤 그런 대화를 한 기억이 났다. 그때도 이미나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는 조심조심 나가던 중이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이나 전화를 하루에 한 번쯤 10초가량 받아주고 말았다. 당분간 못 보고, 못 듣고, 못 닿는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인사하려는 류천을, 이미나는 지그시 누르며 다시 눕혔다.
“아직 새벽 세 시예요. 나오지 말고 더 자요.”
“그치만요….”
끝이 쭉 늘어지는 말투, 평소에는 좀체 보여주지 않는 노골적인 응석. 반쯤 잠든 상태가 아니라면 보기 어려운 그 모습에 이미나는 작게 웃으며 상대의 뺨을 쓰다듬었다. 이미 나갈 채비를 끝냈고, 시간도 다가오고 있지만 제 애인을 달래려 침대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았다. 그정도 짬은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니잖아요, 그쵸? 한동안 바쁘다는 것도 미리 얘기했고.”
그래도요, 하는 말은 방금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류천은 여전히 몽중인지도 몰랐다. 후보자 등록일로부터 수 개월 전에 예고한 일인데도 이리 굴어버리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미나는 방금까지 쓰다듬던 류천의 볼에 촉, 하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짙은 애정이 섞인 인사다. 류천의 입가가 희미하게 씰룩거렸다. 그걸 본 이미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 두고 얼마나 잘 지내는지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줘요. 적어도 하루에 세 번씩.”
“그럼 미나 씨도… 전화 잘 받아주는 거예요.”
여전히 자모가 뒤엉켜 웅얼거리는 문장. 이미나는 대답하는 대신 소리 내어 웃었다. 무리한 부탁이라며 하지 않았던 말들을 지금은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다. 종종 잠결에 말을 걸어봐야겠는걸, 하고 생각하는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그럼요.”
입술만을 부딪히는 짧은 키스가 두 번 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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