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계
일 년 짓기
헴프혁명 by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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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겨울은 일 년의 매듭 같습니다
나이 들어감에 맞이하는 모든 한 해가
겨울로 시작하여 겨울로 끝이 납니다
언제나 지난 어리석음을 덮어 두고
텔레비전으로 한 번 걸러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단단히 묶인 새해를 풀어 보는 일
눈 녹는 어느 봄 날엔 잉어 사료 두 봉지를 들고
모 대학의 연못에 갑니다
검은 잉어가 가득한 그 연못에는
단 세 마리의 비단잉어가 있었습니다
잉어들의 입김으로 끓어오르는 연못
늘 비단잉어의 마릿수를 셉니다
작년부터 보이지 않는 한 마리를 생각하며
남은 두 마리의 앞날을 가늠하며
그렇게 세월을 비수처럼 스칩니다
삶에 대한 내 전의는 비루하여
꽃 지는 봄에 푸르러지는 잎새
여름은 습기에 불어, 가을은 볕기에 말라
이상하게 찌그러진 낙엽처럼
나는 그대로 얼어 붙어
다시 일 년을 묶습니다
일 년을 짓기란 참 어렵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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