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KAMOTO DAYZ

HAZE(1)

아지랑이

폐허 by 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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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다마 나기사의 사망으로부터 3년. 나구모 요이치는 킬러를 그만뒀다.

싸구려 비극처럼 엉망진창이었던 그 삶은 마지막 역시 보잘것 없고 허무해서, 코토다마 나기사의 죽음은 어떤 절벽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벼랑 끝에서 떨어졌고 그대로 깊은 바다에 떨어져 다시 되찾지 못했다. 나구모 요이치가 알게 된 것은 그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난 후였다. 그는 시체를 찾기 전까진 납득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렸지만 그것은 장례식 절차도 없이 곧바로 사망 처리되었다. 변변치 못한 장례식이 열린 건 그로부터 4개월 후였다. 그는 사방으로 코토다마 나기사의 최후에 대해 수소문하고 모든 일을 그만두고 그것을 찾는 일에 열중했지만 바다로 떨어진 몸은 이렇다 할 정보도 흔적도 없었다. 결국 더는 그것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됐던 때에, 그는 멋대로 그것의 장례식을 준비했다.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던 초라한 장례식을 밤낮없이 지키다가 성이 풀릴 쯤에 스스로 가서 사망 신고서를 냈다. 그 역시 제법 황당하고 허탈한 일이었다. 그것은 출생 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고 그 신분을 증명해 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쯤 되니 그것과 지냈던 모든 시간들이 전부 다 허상처럼 느껴졌다. 그냥,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라고. 그 후의 시간은 전부 보복에 썼다. 코토다마 나기사를 죽게 만든 모든 것에 대한 복수였다. 그 ‘모든 것’에는 자신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그는 제 자신이 그것을 죽게 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3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모든 일을 그만두고 골방에 처박혀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것이 제 나름대로의 벌이었다.

눈을 감으면 반드시 꿈을 꿨다. 그 꿈에는 항상 코토다마 나기사가 있었다. 난장판이 된 낡은 방에 처박혀 있는 이유는 오로지 그 뿐이었다. 그는 가능하다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는데 썼다. 제대로 일어나 생활하는 시간이 힘겹기도 했고 잠에 들면 그것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 대부분이 악몽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그렇게도 좋았다. 그는 그것의 얼굴과 이름,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김새도 행동거지와 말투도 이름 몇 자도, 모든 게 다 흐려졌다. 그렇기에 그가 처음으로 꿨던 꿈과 요즈음 꾸는 꿈에서의 모습은 제법 차이가 좀 있겠지만 대체로 그것은 건조하고 차갑지만 헌신적이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가끔 운이 좋으면 행복한 꿈을 꾸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나 보낼 법한, 그런 별 볼일 없는 하루. 그러고 나면 한없이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킬러를 그만두고 방에 처박혔지만 그 시간들이 다 무탈했던 것은 아니었다.

“…뭐야? 용건 없어.”

“그런 얘기를 하려고 찾아온 게 아니야.”

“그냥 내버려둬. 날 도와주고 싶으면 수면제나 한 통 사와.”

찾아온 사람들이 복귀를 권유하는 살연 인사들이거나 벗을 걱정하는 마음에 문을 두드리는 친구였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는 모르는 사이에 현상금도 걸렸고 개인적인 원한을 가졌던 사람들 역시 수소문하여 그가 있는 작은 방에 찾아왔었다. 그는 절망했을지언정 약해지진 않았기에 그의 방은 갈수록 치우기 힘든 시체들과 썩은 피냄새로 가득해졌다. 그게 견디기 힘들어질 쯤엔 집을 옮겼다. 그는 아무데로나 발닿는 대로 떠났고 가능한 오랫동안 잠을 잤다. 지난 3년은 그것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돌아온 여름, 나구모 요이치는 ‘어떤’ 코토다마 나기사를 만났다.

그것이 허상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몇 사람 외엔 아무도 오지 않았던 장례식을 억지로 연 것은 나구모 요이치였다. 그 손으로 직접 사망 신고서를 썼던 것도 그였다. 그렇게 이 잡듯이 온 세계를 다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모르지는 않았다’.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오는 일은 없다는 걸. 그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게 환상이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붙잡지 않을 수 없었다. 나구모 요이치는 그 뒤로 망가졌고 바로 앞에 틀림없는 코토다마 나기사가 있었다. 계기는 잘 기억나지 않는 우연이었다. 하지만 마치 운명처럼,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기사!”

그리고 그는 그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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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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