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필멸
살얼음판 같은 인생에게도 가끔은 일상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날은 보기 드문 조합으로 동네 오락실을 찾았었다. 말하자면 사카모토 하나가 가게에만 있기 싫다며 투덜거려서인데, 마침 레몬 사워 사탕을 사러 사카모토 가게를 찾은 손님이 있었던 탓에 일행이 많아졌다. 들뜬 채로 밖으로 나선 것은 좋았으나 하늘이 무심하게 내린 비에 일행은 쫓기듯 눈앞에 보이는 오락실
月乃-지구 최후의 고백을 도쿄는 한 번 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는데 필사적이었다. 도쿄가 통째로 무너져도 사람들은 수도를 새로 정하는 것이 아닌, 모든 지역의 자원을 총동원하여 도쿄를 재건하는데 힘을 썼다. 어쨌든 인간이라고 하는 하잘 것 없는 종은 그 느슨하고 얇은 명을 어떻게든 태워내서 또 다시, 눈부신 도쿄를 세워냈다. 모든 게
처음 만나고 몇 개월, 그것은 어느 날엔가 나구모 요이치의 일상에 침투했다. 갑작스러운 호출이 있고 난 며칠 후부터 그것은 본격적으로 나구모가 있는 장면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다른 날은 차치해도 임무가 있는 날이면 꼭 그랬다. 그것은 항상 나구모 요이치를 비롯한 ORDER들 보다 훨씬 빨리 현장에 나타나 밑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은 귀찮은
스스로가 우습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그게 시덥잖은 질투라는 것도. 하지만 알았을 땐 모든 게 너무 늦어 있었다. 나구모 요이치는 자신이 지독한 늪에 빠져 있음을 몰랐다. 코토다마 나기사라고 하는 그 불쾌한 늪지대 심핵에는 오래 전 그의 이름에 새겨진 죄가 있었고 죄책감이 여지껏 그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지 나가려고 하면 그 바깥으로 나
그것은 도쿄의 여름 거리에 서 있었다. 다만 나구모 요이치와 만나기 전의 긴 곱슬 머리를 하고 있었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늘 가지고 다녔던 장도도 없었고 눈밑 짙은 그림자도 없었다. 그것은 그냥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여름날의 소녀였다. 얌전하고 차분한, 그리고 다정한. 코토다마 나기사가 만약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었다면 꼭 그런 모습이었을 것
코토다마 나기사의 사망으로부터 3년. 나구모 요이치는 킬러를 그만뒀다. 싸구려 비극처럼 엉망진창이었던 그 삶은 마지막 역시 보잘것 없고 허무해서, 코토다마 나기사의 죽음은 어떤 절벽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벼랑 끝에서 떨어졌고 그대로 깊은 바다에 떨어져 다시 되찾지 못했다. 나구모 요이치가 알게 된 것은 그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난 후였다. 그는 시체를 찾기
지금이라면 알 수 있었다. 그날 왠지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갔다는 것을. 코토다마 신코우는 구태여 항상 데리고 다녔던 사용인에게 이상한 잔심부름을 시켰다. “나기사. 여기 있는 물건들을 구해 오면 좋겠는데. 급하게 좀 필요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내민 얇은 종이에는 날린 글씨가 빼곡했다. 한자어와 가타가나가 가득했는데 한자를 잘 읽지 못하는 코
일본 살인청부업자 연맹 ‘살연’ 직속 특무부대 ‘ORDER’. (앞) 이미지 출처↓ 일반적인 정보 잘 벼려낸 장도를 쓰는 검사. 정돈되지 않은 검은색 샤기컷에 그림자 진 검은 눈, 이따금씩 나타나는 특수동공이 특징적이다. 발끝까지 덮는 기다란 메이드복 위에 케이프를 입고 있다. 체구가 왜소하다.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말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