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삼
몰라도 삶에 지장 없는 것들
이곳의 겨울은 일 년의 매듭 같습니다 나이 들어감에 맞이하는 모든 한 해가 겨울로 시작하여 겨울로 끝이 납니다 언제나 지난 어리석음을 덮어 두고 텔레비전으로 한 번 걸러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단단히 묶인 새해를 풀어 보는 일 눈 녹는 어느 봄 날엔 잉어 사료 두 봉지를 들고 모 대학의 연못에 갑니다 검은 잉어가 가득한 그 연못에는 단 세 마리의
하루의 끝에 두 눈을 감으면 낮 동안 기억하던 나의 얼굴이 흐릿해지며 잠이 든다 언젠가 나의 얼굴을 까먹을 것만 같아 거울을 세워 놓고 밥을 먹으며 아이고 고 년 참 못났다 생각한다 내 이름은 뭐더라 이젠 목소리도 잘 기억나지 않는 작은할아버지 철학관을 하던 당신께선 내 이름 석 자 참 재미없게도 지어 주셨다 쇄골 밑 쓸모없는 살덩이, 달에 한 번
나는 캔음료가 싫다. 한 번 따면 남기지도 못 하고 다 마셔야 하는 그 부담감이 참 별로였다. 용기에 틈이 없어서 그런가 따갑기는 또 얼마나 따가운지 탄산도 너무 과하다. 입구의 테두리에 고이는 음료를 후읍 빨아들이는 것도 어쩐지 추접스럽단 말이지. 한 번 열면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은 다 그런가보다. 첫 모금 들이킬 때처럼 시원하지도 않고 불쾌하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성과의 연애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옆 학교 남자애들이랑 사귀고 그럴 때도 나는 저걸 왜 하는 거지 싶은 마음을 속으로 삼키며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어릴 때는 이걸 문제 삼는 이가 전혀 없었다.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라며 오히려 기특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 10대에서 20대가
※ 비속어 많음 ※ 타인의 시선에서 나는 자존심과 수치심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떤 대가를 받아야 내 가치가 오르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내 몸을 지켜야 할지도 모르겠다. 처먹지도 말고 새끼만 까다 뒤지라고 아가리 퇴화한 하루살이마냥. 타오르는 빛을 쫓다가 가로등 전구 안에 수북하게 죽어있는 그것들 말이다. 몇몇 조류나 육식 곤충의 끼니 쯤의 가치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내가 제일 답하기 어려워하는 질문 중 하나다. 이상형이라… 다들 어떤 대답을 할까? 보통 사람들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심 있는 다정한 그런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듯한데… 외모는 어떤 외모가 인기 있을까? 준수한 얼굴에 키가 큰 사람? 모르겠다. 나는 그냥 봤을 때 느낌이 오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거나 대답을 아예 피한다.
나는 최근 살을 많이 뺐다. 현재 22kg 정도 뺐다. 수치로만 보면 엄청난 노력이 들었을 것 같겠지만 그냥 입맛이 돌지 않는 시기가 온 것을 기회 삼아서 뺐기 때문에 살을 빼는 데 큰 노력이 들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자기관리 하면 다들 흔히 떠올리는 게 다이어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걸 성의 없게 해냈다. 매일 하루에 2시간 이상 걷긴 했으나
드디어 마지막 글이다. 원래는 상, 하 두 편으로 쓰려고 했는데 분량 조절을 개같이 실패해버렸다… 오늘은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자.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여유롭게 입장하려면 그래도 9시 전까진 가야 했으니까. 가발과 의상이 워낙 튀기 때문에 화장을 거의 성형 수준으로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가발과 의상에 묻혀서 얼굴이 엄청 밋밋해지는데
코믹월드. 이것은 대체 무엇을 하는 행사인가? 간단히 설명을 하고 넘어가겠다. 코믹월드는 (주) 코믹월드에서 주최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동인* 행사다. 한국에선 제법 규모가 큰 서브컬쳐** 행사인 편이다. 행사 참가자는 동인지, 각종 팬시 굿즈(키링, 스티커, 족자봉, 엽서 등 다양하다), 코스프레 사진, 직접 제작한 음반이나 게임 등을 판매하는 동아리 부
나랑 조금이라도 대화를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오타쿠다. 나는 내가 일반인이라기엔 너무 멀리 왔고 오타쿠라기엔 모자란 그 정도 인간이라 생각하는데 사람들 눈엔 결국 씹덕이니까 그냥 오타쿠 하기로 했다. 오타쿠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피규어를 사서 모으고 다키마쿠라*를 껴안은 채 애니를 정주행할까? 이런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오타쿠들도 나름대로
동물을 좋아하냐는 질문. 아기를 좋아하냐는 질문과 함께 곧잘 따라오는 질문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스몰토크 하기에도 무난한 주제고 사람들은 이 질문의 대답에 따라 상대방이 어느 정도로 온정적인 사람인지 가늠해 보는 듯하다. 손이 많이 가는 연약한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관용을 베푸는지 알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조금 수월할 순 있으니까. 사람들도 내게 묻
삼미는 X가 나를 부르는 애칭이다. X는 내 인생의 분기점과도 같은 친구다. 나의 일부라고 해도 좋다. 삼미를 줄여서 삼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쓸 글들은 대부분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썼던 조각글이나 X와 나눈 대화에서 발췌된 것으로 구성될 것이다. 사방에 흩어진 사념을 한 곳에 모아 붙여두는 작업은 언젠가 꼭 하고 싶었고 그게 지금이 되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