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악보와 딸기 파이

봄에는 봉사활동 어떠세요?

제발 고등학생답게 놀자 얘들아 평화가 제일이라고

봄이니까 K-고딩답게 봉사활동시간 채우는 금우

날도 좋은데 꽃구경도 겸사겸사 할 수 있다고 반친구한테 유혹당해서 한강산책로에서 쓰레기줍기 봉사하기 

쓰레기 봉투를 가득채우던가 / 3시간 채우던가의 선택지라 열심히 쓰레기 스캔하고 다니는데

웬걸 사람들 시민의식이 언제부터 이렇게 뛰어났던가…어딜봐도 쓰레기가 없음. 예년보다 이르게 핀 벚꽃잎이 바람에 비처럼 날리는 걸 보면서, 저것도 치울 땐 쓰레기일텐데 담아볼까? 하는 금남이한테 헛소리하지 말라고 대답해주는 현우. 담배꽁초 주워서 담으면서 언제 다 채우나 한숨쉬고…

그런데 저 반대편에서 오는 빵파는 이미 빵빵한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는 거임. 이게 어찌된 일인가 보니까 쓰레기봉투도, 영기의 볼도 빵빵함. 알고보니 산책로 근처에 주전부리를 파는 푸드트럭이 와 있었는데. 거기서 사먹는 사람들에게 쓰레기 좀 나눠주십사 부탁하고 다닌거임.

마음만 먹으면 그 자리의 모든 사람에게 연락처를 받아낼 수 있을 박영기……쓰레기만이 아니라 먹을 것도 잔뜩 받아서 우물대며 오고있었음. 옆에 있던 주율이도 얼결에 뭔갈 먹고 있었고. 너희도 가보라고 권유하며 봉투 제출하러가는 빵파랑 얼른 가자고 재촉하는 금남이

현우는 이 봉사의 취지는 산책로 청소일텐데 이런 꼼수를 써도 되는 걸까 고민하다가 거의 1시간 가까이 모았는데 담배꽁초랑 종이조각 좀 모은게 다인 자기 쓰레기 봉투를 보면서, 그래 길에 버리기 전에 수거하는게 진정한 청소다. 이러고 자기합리화하고……

넉살 좋고 잘생긴 웬수 겸 친구 덕에 빵빵하게 봉투를 채운 현우는 좀 마음 놓고 봄 벚꽃이 만개한 산책로를 감상할 수 있었음. 아까까진 바닥에 떨어지면 쓰레기가 될 뿐이었던 꽃비도 어쩐지 아름답게 느껴짐. 그래서 꽃잎을 잡아보려고 허공에 헤작대는데 아시다시피 꽃잎은 잡으려들면 잡히지않음

허공에 손을 휘적대는 현우를 실컷 비웃은 금남이가 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하고 물어볼 거임 그럼 이제 현우는 얘가 갑자기 왜 뜬금없는 소릴하나 싶어서 뭔 개소리냐고 대답해줄거고……왜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잖아. 그래서 잡으려는거 아냐? 하고 아닌거 알면서 괜히 여러 사람 이름대면서 놀리고……

대신 잡아주려는 듯이 자기 봉투 현우한테 휙 던져주고(현우는 물론 던지지말라고 소리쳤음) 나무 쪽으로 가까이 가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확 불어서 눈도 뜨기 어려울만큼 꽃잎이 날려서 금남이를 가리고…바람이 지나가고 질끈 감았던 눈을 뜬 현우는 여전히 잔바람에 흩날리는 옅은 분홍색 꽃잎 사이에서 환하게 웃는 금남이를 볼 수 있었음. "양현! 봤냐? 잡았다!" 그 손에는 너무 작고 하얀 꽃잎을 살살 흔들면서 신난 어린애처럼 웃는 꼴이 너무……

현우는 도리질을 치면서 방금 떠올린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했고, 그런 현우의 마음은 모르는 채 자기가 잡은 꽃잎을 자랑하느라 바쁜 금남이……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가 고생해서 잡은 거긴하지만 양현우의 첫사랑을 위해 특별히! 양보하도록 하겠습니다~하고 꽃잎을 건네주는데……

현우는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더 안하기 위해서, 아까 금남이가 던져줬던 쓰레기 봉투 다시 금남이한테 던져버리고 ("아 양현우 은혜도 모르죠!") 앞서서 척척 걸어가버리는데, 머리카락에 가려진 귀 끝이 빨갛게 달아올라있고……받은 꽃잎은 왠지 버리질 못하고 책 사이에 끼워뒀다고 한다.

+

꽃잎 좀 잡는게 뭐 어렵다고 허공에 팔을 휘적대는 현우를 놀려줄 생각으로, 그리고 자기는 금방 잡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도전했는데 생각했던 것처럼 잘 잡히지 않아서 살짝 당황하고 오기가 생긴 금남이가 고군분투 끝에 꽃잎을 잡고 신나서 활짝 웃었다가…그런 자신이 민망해져서 좀 과장된 수여식을 진행했다는 비하인드는 필요한 정보값이라고 들었기때문에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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