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염소
Iä... Iä...아니, 아니야.
그 책을 넘겨서는 안 되었다.
그 책을 넘겼더라도 읽어서는 안 되었다.
그 책을 넘겨서 읽었더라도 이해해서는 안 되었다.
몇 번이나 멈출 기회는 수도 없이 있었을 거다. 스스로의 욕심은 그걸 전부 무시하였다. 알고 있다. 스스로 한 번 결심한 것을 멈추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발을 들였다. 단지 원했던 것은 나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그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한 힘이었다. 처음 설우도에서 그런 존재를 마주했을 때 온 몸을 관통하는 기쁨을 느꼈다. 거대한 눈과 눈이 마주했을 때 내 몸은 환희를 했지. 그 힘을 가질 수 있다면 내 사랑을 위한 광대한 새장을, 그가 눈치채지 못할 튼튼한 새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너의 둘만의 행복을 꾸리면서 즐겁게 타인의 절망과 파멸을 보고, 군상극을 할 수 있을 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탐구했다. 관련 지식이 적힌 책이 있다면, 읽었다. 그 부산물로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몇번 시도했고, 그 인물이 과거 같은 힘을 경험했던 걸 생각하면 꽤나 잘 먹혀들었다고 봤다.
그래서 더욱 자신만만 했던 모양이다. 성혜상가에서 칠흑과 같은 검은 책을 발견했을 때, 내 마음은 설레었다. 대충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이전과 다른 시각이 보였다. 분명 이 책을 완전히 읽어내는 것으로 더 많은 걸 알 수 있으리라.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리라. 더 행복을, 사랑을, 즐거움을, 쾌락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러가지 일이 겹치지만 틈틈이 진행했고, 마지막장을 넘겨 온전히 해독했을 때, 천지가 뒤집혔다.
거대한시선이자신을짓누르고나를보고있어더할나위없는압박감그것이그분이나를보고있어검은염소만물의어머니풍요의신천마리아이를거느린숲속의검은염소가나를보고있어위에서옆에서어디서든그시선이나를향하고있어아제발그만눈을감아도귀를가려도어디서든그시선이느껴지고있어애초에피할수없어사람도나도그들에게는티클과같은존재이니한번이별을향한시선을내가이별의작은존재인내가피할수있을리없어그의손길이시선이모든것이나를끌어당겨서아니야아니야난당신을부르지않을거야아니야당신을부르면안되아니야어머니ㅡ나의풍양난당신을….
모든 건 티끌과 같다. 내가 본 그 눈의 가지신 분과, 검은 염소에 비하면. 별보다 크고 우주와 같은 존재인 그들에게 나는, 우리는 단지 숨결만으로도 죽이는 거 가능한 나약한 존재.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저항을 포기하고 경배하는 것. 시선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번제를 바쳐 그들이 이 별을 보고 오는 걸 고대하는 것. 내가 물린 나의 신이여. 다시금 내가 부르니. 나의 부름에 그 발굽을 움직여 부디 오소서.
안돼안돼오지마부르면안돼그것은모든걸망칠거야내사랑준이를안돼부르면안돼준이를위해서라도부르면안돼메아리가들려와준아제발나에손을내밀어줘내가말라가던나를구해주었듯이다시한번나에게손을안돼내밀지마그시선이너에게도옮게되면난나를죽여버리고싶을거야준아제발날버려줘나를죽여줘네손에내가죽는다면그게내마지막행복일테니까제발나를잊어도좋아나를버려도좋아나를죽여도좋아내가너까지물들지않게그시선이너에게닿지않게해줘아니시선은별을향하니까준이도볼거야어떻게해야어떻게해야아아미안해잘못했어
나를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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