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Vidar] 과거 - 1

※비에라 종족 관련하여 날조 많음

※이런저런 설정 찾아보고 날조한거긴 한데.... 개인해석과 안맞을 수 있음!

※본인 만족글

아이는 숲에서의 생활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이의 관심은 자신들이 사는 마을과 그 일대의 숲이 아니라. 조금 더 먼 곳을 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마을의 안전과 숲의 수호보다. 아이는 세상이 궁금했다. 이 숲 밖의 생활이 궁금했다. 그러나 아이의 세상은 지극히도 작았기에, 그 밖의 생활에 두려움이 있었다. 어둠으로 가득 찬 세상. 미지에 대한 두려움. 호기심과 두려움은 비례했었으니. 아이가 세상을 동경하면서도 섣불리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였다.

"───. 이제 슬슬 가야지."

"네, 곧 가요."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수호자를 뒤따라갔다. 2차 성장이 나오면서 '성별'이 정해졌고, 아이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으로 확정되었으니까. 아이의 세상은 조금 더 확장되었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마을, 이제부터 자신이 살게 된 숲속, 그리고 그 숲에서 이뤄지는 마물과의 싸움.

여타 다른 마을과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자신을 데리러 온 이 수호자가 어느 마을 출신인지는 몰랐다. 그저 자신을 데리러 왔고, 이제부터 그가 자신의 스승이라는 것만 알 뿐. 그리고 아이도, 스승도. 구태여 서로가 어디 출신이고 하는 것들을 말하기엔 하루하루 생존이 더 급급했다.

거처에서 기본적인 사냥술과 치료술 생존술들을 배우고 나면 곧장 실전이었다. 숲 주변 유적에 늘어난 마물들의 개체 수를 줄여서 너무 늘어나지 않게 하고, 숲에 부정한 것이 들어오면 처리하고, 처음엔 거북했던 시체들도 점차 익숙해져 나갔다. 열에 열은 보고 토했던 아이는 이젠 열에 다섯 정도만 하곤 했으니까.

아이는 주변의 자극에 익숙해졌다 뿐이지. 능숙해지진 못했다. 마물 사냥은 곧잘 하곤 했었지만, 아이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던 날에는 스스로 안쪽의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만큼은 남겨두고 싶었으나 결국 깨져버린 것 같은 느낌에 아이는 가만히 제 가슴께를 쓸어내렸다. 숲 안쪽에 위치했던 유적의 침입자를 없애는 일이었으니 '수호자'가 된 아이 입장에서는 옳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스승'이 잘했다 칭찬을 해주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조심해!"

"..! 아."

그리고 사건은 소리소문없이 찾아왔다. 어김없는 하루가 지나가던 중, 늘어난 개체수를 잡기 위해 아이는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마물이 이전보다 강해진 걸까? 아니면 아이가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걸까. 급소를 맞았음에도 자신에게 달려오는 마물을 아이는 피하지 못했다. 그대로 허리가 마물에 물리고 짐짝 던져지듯 던져졌다.

바위에 부딪힌 등에서 통증이 올라오고, 마물의 이빨에 찢긴 옆구리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자신을 먹으려 달려드는 마물의 머리를 스승이 베어내고, 자신을 살펴보지만.

"쯧.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 살아남긴 힘들겠군. 네 운명도 여기까진가 보다."

그것이 아이가 스승을 마지막으로 보고, 들은 이야기였다. 저벅, 저벅. 멀어지는 발소리에 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으나, 이미 저 멀리 떠난 스승을 찾기엔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움직이지도 않는 몸이니 찾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

.

.

그리고 아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한 여관이었다. 눈 속에서 얼어붙어 가던 몸은 따뜻한 실내에서 녹아 다시 본래의 혈색을 되찾았고, 마물에 당한 상처는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 붕대로 매여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눈밭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집 안에 있다는 점에서 아이는 자신이 살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의식이 완전히 끊기기 전, 누군가가 오는 것을 봤는데 정말 찰나였으나 그것이 '스승'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멍청하다 느껴졌다.

"아, 깨어났구나. 그래 몸은 좀 어떠니?"

끼익.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몸이 어떠냐 묻는 것을 보면 자신을 구해준 사람일까? 세상엔 자신과 같은 비에라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나 보다. 새삼 자신이 마을에서 정말 한정적인 정보만 알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눈앞의 귀가 뾰족하고 긴 남자를 쳐다보았다.

"말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좋단다."

".... .... 몸은 괜찮아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퍽, 다정한 목소리에 아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아이는 조용히 남자에게 말했다.

"눈밭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길래 일단 데려왔다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

"마물에게 공격받았어요. 옆구리가 물려서 그대로 던져져서. 죽는 줄 알았는데..."

남자의 눈빛이 충격으로 물들여졌다. 왜 저렇게 보지? 아이가 생각했다.

"아직 성인도 안되어 보이는데, 마물이랑 마주했다고 집이 어디니?"

"제가 쓰러져있던 숲이요."

"뭐?"

남자가 의문을 표했다. 아이는 뭐가 문제냐는 듯 바라보았다.

"숲이 집이라고? 그럼, 부모님은?"

"있긴한데, 같이 안살아요. 숲이 집이라 한 건, 내가 지켜야 하는 곳이니까."

"뭐? 아니..."

남자의 반응에 아이는 그저 고개만 기울일 뿐이었다. 세상을 알고 싶어 했으나 아이가 사는 곳은 바깥세상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었다. 그나마 알 수 있었던 건 마을에서 지냈을 때 봤던 세계지도와 자신이 사는 산맥의 역사 정도가 전부였으니. 다른 종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무지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비에라'들은 숲 밖으로 나간 이들을 제외하면 생활양식이 크게 알려진 것도 아니었으니, 아이는 눈앞의 남자의 대답에 아는 그대로 말해줄 수밖에 없었고, 그 대답을 남자가 황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가 아는 것이 한정적일 터인데 이해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으니까.

"전 ───에요. 아저씨는요?"

아이는 그래도 무지할 뿐이었지, 상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 나는 클레망이란다. 저 멀리 샬레이안에서 찾아왔지"

"샬레이안..."

"에테르 관련으로 연구를 하고 있어서, 여기까지 찾아왔단다. 그러다가 눈밭에 쓰러져있는 너를 데리고 온 거고."

아이는 자신이 구해진 과정을 듣고는 헤에 하는 소리를 내며 클레망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의 눈에 띄어서 살아난 것이 운이 좋았다 해야 할지. 나쁘다 해야 할지. 일찍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점은 운이 좋다 할 수 있었으나. 아이는 이제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수호자 생활로 돌아가기엔 이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버리고 간 스승을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것이 두려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숲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차피 버림받았고, 어차피 돌아가봤자 이전의 그 삶은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아이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비에라들이 수호자 생활을 한다는 건 알죠?"

"알지."

"그럼 거기서 수호자 일을 못 해서 도태되는 애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겠네요."

"뭐?"

아이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도태됐다구요."

아이의 말에 남자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는 뭐가 문제냐는 듯 바라보았다. 우리들이 무슨 생활을 하는지 안다면, 이런 상황이 저런 상황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하지 않아? 아이의 의문은 목 밖으로 나오진 않았으나 표정에서 티가 났는지 클레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야 넌 뭔 애가 말을..."

"우린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사실 저도 거기서 죽겠다- 싶었는데, 아저씨가 살려준 거잖아요."

"애가 진짜 귀염성이 없어 귀염성이... 야 너 몇 살이냐?"

"열여덟?"

"열여덟?!"

아이는 뭐가 문제냐는 듯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에라들은 2차 성장이 나타나면 남자와 여자에 따라서 생활이 달라지는데, 개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대 중반에 나타나곤 했으니까. 아이의 성별이 정해진 것은 어찌보면 평균에 가까운 나이였다.

"아이고 골이야.... 이걸 어쩌냐...."

"왜요?"

"내가 주운게 이제 갓 성인된 핏덩이니까!"

"내가 왜 핏덩이야?"

"그럼 아니냐? 아니 무슨 열여덟밖에 안 된 놈이 무슨 도태됐네, 죽네 마네 해?!"

클레망이 하는 말에 아이는 그저 여전한 얼굴로 바라보았을 뿐이었으나, 눈앞의 남자는 이 꼬맹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연고도 없어(사실 있었으나, 아이가 제대로 답하지 않은 게 컸다.) 갈 곳도 없어. 지금 한 조치는 응급처치 정도라 치료를 받으려면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 클레망은 자신이 뭔가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생각했지만,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이런 어린애들 여기다 덜렁 두고 돌아갈 어른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야 꼬마야, 그럼 너, 나랑 갈래?"

"네?"

"아니 너 이제 갈 곳도 없고, 여기다 혼자 두고 본국으로 돌아가자니 내가 찝찝하고, 네가 여기 있고 싶어 하면 어쩔 수 없긴 한데, 차라리 그런 상황이면 나랑 같이 가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고..."

"...아저씨랑 같이 가면 아저씨가 하고 있는 일 배울 수 있어요?"

"내가 하는 일? 아- 그럼 물론이지. 그 외에도 네가 배우고 싶은 건 다 배울 수 있어."

아이는 클레망의 말에 짧게 생각했다. 결론을 내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이 사는 이곳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었으니까.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스스로가 버려졌음을 자각하고 난 이후에는 큰 미련은 없었다. 그러니 결론은 빨랐고, 행동 역시 빨랐다.

"그럼 갈래요. 아저씨 따라서"

"그래 좀 고민ㅎ... 엉?"

"간다구요."

"야 아무리 그래도 고민하는 척이라도 좀 해봐라;"

아이의 즉답에 클레망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엉?"

"저희는 숲 밖으로 나가면 원래 쓰던 이름 안써요."

"... 그래서?"

"아저씨가 새로 지어주세요. 제 이름."

"이름을?"

아이가 클레망을 바라봤고, 클레망은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할 줄은 몰랐다는 당황하며 쳐다보다 이내 고민하듯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으음.... ..... 음..... "

"뭘 그렇게 고민해요"

"아잇, 얌마 좀 기다려 봐. 앞으로 불릴 이름인데 좀 신중해야지."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럼 아니냐?"

아이가 무언가 짜게 식은 듯 클레망을 바라보고 있으면, 클레망은 신중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클레망이 씩 웃더니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 비다르(Vidar)로 부르마."

"비다르?"

"그래 임마. 이제부터 네 이름은 비다르야."

아이는, 비다르는 클레망이 지어준 제 이름을 입안에서 몇 번 굴려보더니 일어나고서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마음에 들어요. 잘 부탁해요. 클레망 아저씨."

"야 나 그래도 30대 초반인데 아저씨가.... 맞구나. 그래. 양심 없을 수 없지."

"갑자기 자아 성찰?"

아잇, 뭐라는 거야 이 꼬맹이가. 클레망이 그리 덧붙이며 비다르의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었다. 샬레이안으로 돌아가는 비공정은 며칠 뒤었으니, 이곳에서 상처를 돌보고, 휴식을 취하다 가면 되는 일이었다. 어쩌면 지금 상황이 비다르에게 있어서 첫 번째 행운이었을 거라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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