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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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날씨는 늘 우중충하지만 그날은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여름하늘이 7월의 런던에서 보이다니. 스텔라 클레프 밀러는 웃었다. 밤에 있을 연주회가 잘 풀릴 모양이다. 신예 연주자는 기분 좋게 웃으며 연주홀로 들어갔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작년 벨기에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을 전부 연주하기로 되어있었다. 관객석을 가득 채울 사람들을 떠올리니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연소 국가대표, 에일린 포르테가 25m권총 사격 정상에 올라섭니다!" 아스트라의 국영 방송사, ANN은 환호했다. 주니어의 최강자, 에일린 포르테는 성인 무대 데뷔 시즌부터 올림픽 무대에 발을 들였다. "아스트라 사격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로! 올림픽 사격 삼관왕이 탄생했습니다! 10m 공기권총, 25m 혼성 사격,
교장이 무언가 말한 뒤 통신이 끊어졌다. 심부름이 목적이었구나. 브로치에서 손을 떼어냈다. 이번에는 교통수단을 타고 가도 되려나? 지도를 펼쳐 동선을 가늠해 보았다. 말은 못 타겠다. 숲 입구를 지나가야 해. 상점가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으니 빌릴까? 자전거 정도는 타고 가도 괜찮겠지? 상점가에서 자전거를 빌려 숲을 향해 달렸다. 큰길을 따라 달리다 숲으
현 바이올린과 1등, 한재현이 한국에 오기 전의 일이었다. 첫 콩쿠르부터 세현예고 입학 실기 시험날까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세기의 천재, 이유현과 얼굴을 맞대곤 했다. "또 같은 결과야?" "언제나처럼." 처음 만난 대회장에서부터 마지막으로 봤던 세현예고 실기장까지. 유현이는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결과는 늘 뻔했다. 부모님도 나도 갑
가끔 그런 날이 있다. 갑자기 추워지고 아침 바람이 시린 날. 본능적으로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은 날. 그래서 알람 다섯개를 모두 놓치는... 내가 미쳤구나. 책을 챙겨 전공관까지 달렸다. 20분 거리를 10분만에 내달려 건물 삼층까지 뛰어올랐다. 강의실 근처까지 발을 내딛은 순간 내 이름이 들렸다. "서유진!" "네!!" 혹시라도 안 들릴까 목청
경기가 열리는 빙상장에는 상반되는 온도가 공존한다. 얼음을 얼리기 위해 차갑게 유지되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의 열정은 그 온도를 높인다.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관중석 천장에 자리 잡은 스피커의 음량이 생각보다도 더 크다. "역시 신축이야." "오늘도 기대를 안 배신하네." 음향을
눈꺼풀을 간지럽히는 햇살에 눈을 떴다. 덮고 있던 것을 치우니 한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주변의 초목이 빛을 잃기 시작한 지도 꽤 되었다. 건물 안까지 한기가 점령한 걸 보면 이제는 완전한 겨울인 모양이다. 추위를 조금이나마 떨치고 주변을 살필 생각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태양이 남동쪽 하늘에 떠 있다. 아침 열 시쯤 되었을까. 주변에 별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