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학교 셀레스티스 시리즈 22화 중 일부

2023. 11. 20 (1447자)

교장이 무언가 말한 뒤 통신이 끊어졌다. 심부름이 목적이었구나. 브로치에서 손을 떼어냈다. 이번에는 교통수단을 타고 가도 되려나? 지도를 펼쳐 동선을 가늠해 보았다. 말은 못 타겠다. 숲 입구를 지나가야 해. 상점가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으니 빌릴까? 자전거 정도는 타고 가도 괜찮겠지?

 

상점가에서 자전거를 빌려 숲을 향해 달렸다. 큰길을 따라 달리다 숲으로 들어섰다. 쌓인 장작이 보이기 전에 길이 갈라졌다. 위쪽으로 난 길을 향해 자전거 앞바퀴를 돌렸다.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왔다. 십 분 정도 달리자 길이 가팔라졌다.

 

자전거는 여기까지. 왼쪽 페달에 오른발을 딛고 내렸다. 가파른 길을 오 분 정도 걷자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다. 거의 다 왔다. 자전거를 끌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자전거 옆으로 강물이 흘렀다. 물 아래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강물 중간에서 끊어진 건축물이 나를 반겼다.

 

무너저내린 파편은 그 흔적만을 남기고 폭파 당시 흩어진 조각들이 길 곳곳에 박혀 바위가 되었다. 물속에 가라앉은 폭파 흔적은 물길을 따라 흘러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물길 옆으로 세워둔 건축물만이 남아 이곳이 어떤 곳이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셀레스티스 학생들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이런 곳을 돌아다닐까? 부럽다. 학교생활 하면서 훌쩍 모험을 떠날 수 있다니.

 

시원한 강바람을 따라 한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자전거를 끌고 발이 닿는 대로 걸었다. 풀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강 주변을 돌아다니는 몬스터는 없었다. 이상 현상이라 부를만한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동물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아,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남은 댐 건축물 위에 있는 물건을 가져다주시겠습니까?’

 

물 위에 떠 있는 반쯤 남은 다리 같은 건축물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었다. 곳곳에 금이 간 모습에 비해 건축물은 견고해 보였다. 그래도 붕괴 조짐을 보이는 건축물이다. 조심조심 발밑을 확인하며 건축물 끝까지 걸었다. 나무상자가 놓여있었다. 상자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파인 곳에 부딪혀 휘청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상자를 열어보려 했으나 뚜껑은 꼼짝도 안 했다.

 

상자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재료가 필요하다며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게임세계 여기저기를 쏘다녔던 기억이 이제야 떠올랐다. 이쯤에서 누군가 나타나서 열어보자고 꼬셨던가?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사양이다. 어서 돌아가자.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지지대를 올렸다. 무심코 본 손목시계가 벌써 오후 다섯 시를 알리고 있었다.

 

 

숲에서는 해가 빨리 진다. 어두운 숲에 혼자 남는 경험은 싫다. 빨리 가자. 안 그래도 학교까지 가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 왼 다리를 오른쪽 페달에 올리고, 오른 다리로 바닥을 박찼다. 자전거 위로 올라타 페달을 밟고 급격한 내리막길로 바로 진입했다. 속도를 올린 바퀴가 빠른 속도로 경사진 길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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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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