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ecrétum (2) (23.11.20 재업)
만남|현판AU
오, 베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래 몸이었다면 덩치 크고 잘생긴 놈이 웬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느냔 얘기를 들을 것 같아서 자제했겠지만 칼리안의 몸으로는 마냥 아름답기만 하니 내보인 솔직한 반응이었다. 칼리안도 우와, 하고 감탄하고 있었으니 별로 문제 될 것은 아닌 듯했다.
“여기 엄청나네요. 정부에서 여기 압니까?”
“압니다. 마법사는 귀한 인력이니까요. 왕자님은 이쪽으로.”
오는 길에 부르기 까다로우니 왕자님이라고 부르겠다며 자체적으로 호칭을 정리했던 아르센 헤르츠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퉁명스러움이 여러모로 급하게 움직이다가 섬세하게 대답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는 것을 아는 베른은 길게 웃으며 이번만 넘어가리라 다짐했다.
그런 베른의 생각을 모르는 칼리안은 계속해서 감탄했다. 원리를 알 수 없는-아마 마법이겠지- 방식으로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온 신기한 건물. 지부라길래 삼☆같은 건물일 줄 알았는데 SF에 나오는 전문 연구실에 가까워 보였다. 동그란 돔 안에 새하얀 복도, 밖에서 본 건물의 크기와 맞지 않는 끝없는 공간……
칼리안이 신기해하는 이 공간을 잘 둘러보라고 이리저리 갸웃거리던 베른이 앞에 멈춘 아르센의 바로 뒤에서 멈췄다. 삑, 웬 카드를 인식기에 그은 아르센이 외쳤다.
“잠깐 국장이었다가 이제는 부국장으로 돌아가서 휴직서를 가장한 퇴직서를 내고 튀어버린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소중하신 분을 찾습니다! ……어디가 사랑스러운 건지.”
-삑.
아르센은 굳었다. 칼리안도 거창한 암호-아마도-에 다른 의미로 우와..하고 굳었다. 소리 없이 괴성을 지르는 아르센을 표정 없이 보던 베른은 인식기에 녹색 빛이 들어오다가 갑자기 확 붉은 빛으로 바뀐 것을 보았다.
틀린 건지, 쓸데없는 말을 덧붙여서 안에서 닫아버린 건지… 혀를 찬 베른이 팔짱을 낀 손을 풀고 허리를 짚었다.
“뭐해요?”
“아닙니다. 저- 극성 팬덤이 진짜… 아 알았네. 다시 함세. 큼, 크흠… 잠깐 국장이었다가 이제는 부국장으로 돌아가서 휴직서를 가장한 퇴직서를 내지도 않고 책상 위에 그냥 휙 던져두고 튀어버린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소중하신 분을 찾습니다!”
-띠로리로
빨간 빛이 들어와 있던 인식기에 그제야 녹색 불이 들어왔다. 저거 분명히 '튀어버린'이라는 말에 감정 실렸다고 몰래 혀를 내두르던 베른은 놀란 눈으로 열리는 문을 보았다. 아까랑 암호 다른데 열렸어. …자동 맞아?
“이제야 열렸군… 들어오시죠.”
“뭔 암호인가요? 길고 주접스럽네요.”
“놀랍게도 수동입니다. 그리고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악성 팬덤이 가득해서 추잡하다는 말은 위험하거든요.”
“주접스럽다고 했는데 어조가 바뀌었네.”
“부국장님께서 그러시니까 종종 출입 금지당하시는 거라니까요.”
보랏빛이 감도는 분홍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싱글싱글 웃으며 끼어들었다. 직전까지 아무런 인기척도 없던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을 홱 돌린 베른이 경계하듯 한쪽 발을 뒤로 빼고 몰래 오러를 준비했다.
아르센 헤르츠의 웃긴 모습은 재밌긴 하지만 그래서 마법사 맞나, 아니 그러니까 오히려 마법사인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체 어디에서. 기척도 내지 않고 옆으로.
경계하는 기색을 알아차린 여자가 눈을 크게 깜빡이다가 밝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전 니들렌 제이아라고 해요. 발칸의 유라시아 총관을 맡고 있어요. 칼리안 왕자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과연…! 반가워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 맞아, 이상할 정도로 기척 없으시긴 한데 여기 사람 돌아다니는 거 방해된다고 지, 아니 역정 내는 미친 놈들 많으니까 이 기척 지워주는 아티팩트 착용하시고요. 회의실 가실 거죠? 모셔다드릴게요!”
기척을 지워주는 아티팩트, 경계하는 눈빛을 감춰내던 베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다가오는 걸 알아차릴 수 없었나 했더니… 칼리안이 ‘아, 그래서…!’라고 깨닫는 소리를 들으며 베른은 니들렌 제이아가 건넨 아티팩트를 들었다. 확실히 뭔가에 덮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이아 경, 왜 마음대로 모셔가나?”
“예? 아직 학생 신분이신 왕자님을 회의실 말고 다른 곳으로 모실 생각이신 겁니까? 부국장님께서 노하실 겁니다.”
“그 부국장님 당분간 오실 일 없으니 굳이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되네. 왕자님 오신 건 기밀이니 그냥 넘어가게나.”
“…? 한국에 계신 왕자님께서 한국 발칸 지부에 오신 게 왜 기밀입니까?”
당연한 의문이다. 베른은 그리 생각하며 니들렌과 아르센의 설전을 지켜보았다. 보니까 만난 적은 없어도 왕자를 애지중지하는 모양인데, 그 왕자 안에 웬 영혼이 빙의했다는 걸 말할 수 없는 아르센은 설명하기 곤란하겠지. 그러니 니들렌은 납득하지 못할 테고.
‘싸우시는 거 아니겠죠…?’
착한 칼리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베른이 아니라고 대답해주려는 순간, 아르센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중 명령이네, 제이아 경. 왕자님께서 오신 것을 함구하고 부국장님에 대한 정보는 제한하도록.”
“…알겠습니다. 부국장님께서 모실 겁니까?”
“그럴 것이네.”
“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왕자님,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내키지 않는 듯 찌푸린 얼굴을 거두고 시원하게 웃은 니들렌이 경례하듯 한쪽 손을 이마에 대고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아르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 개인 집무실로 갑시다.”
“그래요. 근데 개인 집무실이 있습니까? 한국에 안 살잖아요.”
“부국장이니까요. 총관 이상의 직위를 가진 자는 머물지 않아도 집무실을 마련해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 그럼 헤르츠 경이 부국장인 게 맞는 거죠? 근데 경이 부국장님이라고 부르는 건 누굽니까? 아까 제이아 경과 말하는 걸 들어보니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암호의 그 인물인가요?”
베른은 명함에서 본 아르센 헤르츠의 신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법 관리국 발칸 부국장, 아르센 헤르츠. 명함 디자인부터 예사롭지 않았지만 절대 낮은 직위라고는 볼 수 없는 직함.
발칸이라는 조직이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는 불명이나, '경'이라는 호칭이나 부국장 아르센과 총관 니들렌 사이의 상명하복이 엄격한 것을 보면 군대에 가까운 조직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명령 체계가 꼬일 수도 있는 부국장이라는 높고 예민한 지위를 공유하는 인물이라니.
‘발칸은 정확히 어떤 조직이야, 칼리안?’
‘저도 잘 몰라요. 제가 카이리스에 있을 땐 없던 조직이기도 하고… 헤르츠 경이 부국장이고 마나실 경이 국장이시라는 것 정도만 전해 들었어요.’
‘과연……’
칼리안조차도 발칸의 또 다른 부국장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서 지낸 칼리안이 창립 멤버만 알고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지만, 지부에 찾아오기까지 한 칼리안에게 알리지 못한다는 것은 이상했다. 이건 꼭 알아둬야 하는 정보라는 감이 온다.
칼리안이 긴장해서 아르센을 보았다. 베른은 날카롭게 그의 반응을 살폈다.
“…하아…”
아르센이 곤란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꼭 들으셔야겠습니까?”
“숨기려 드니까 더 궁금해져서 말이죠.”
“그렇습니까. 죄송하게 됐습니다.”
“말 안 해줄 건가요?”
“제 재량으로 명령한 건 왕자님에 대해 함구하라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이 말은.
“부국장님의 정체를 발칸 외 인물에게 알리지 말라는 건 발칸 창설 때부터 있던 국왕 직속 명령입니다. 왕자님께까지 제한하라는 건… 뭐, 그분께서 직접 명령하시기도 했고요.”
“그분이 저보다 직위가 높은 분이십니까?”
“발칸의 국장은 왕세자와 동일한 권한을 인정받고 부국장은 왕자와 동일한 권한을 인정받습니다. 왕위계승권은 없지만요.”
“…계승권이야 발칸은 군대일 뿐이니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권한이 큰 조직이 창설되는데 왕자에게 안 알려도 되는 거였습니까?”
“왕자님 그때 여덟 살이셨습니다.”
“아.”
“거기다 왕비님께서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은 카이리스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하시기도 했고요. 국장님이나 저만 이따금 와서 왕비님께 전하의 전언을 전달해 드렸을 뿐, 왕자님께선 일곱 살 이후로 카이리스의 정보와 접촉하신 적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선요.”
발칸이 창설된 시기를 알아내고 발칸이 군대가 맞다는 것을 확인 받은-물론 아르센은 알리려고 하지 않았겠지만- 베른은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 헤르츠는 어수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잘만 하면 그 부국장이라는 사람의 범위를 두 명으로 좁힐 수 있었을 텐데, 부국장이라는 직위 자체가 그 정도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교묘하게 빠져나갔으니.
“다 왔습니다.”
아르센은 어느덧 가까워진 제법 고급스러운 하얀 문 앞에 섰다. 빙빙 돌아온 것으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건물의 최중심부인 것 같고… 이제껏 지나온 회색 문들과 벽의 흰색과는 다르게 진주를 갈아서 뿌린 듯한 오묘한 광택이 서려 있는 문에 베른은 천천히 주변을 보았다. 베른이 묻기 전에 아르센이 먼저 패드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좌쪽의 두 방은 부국장님과 국장님의 개인 집무실이고 우측의 방들은 순서대로 회의실, 격리실, 발표실입니다.”
평범한 곳에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름이 섞여 있다.
“격리요?”
“마법사니까요. 됐습니다. 들어오시죠.”
“…비밀번호인 겁니까?”
“지문입니다.”
근데 뭘 툭툭 누른 거야. 아르센은 베른의 눈빛을 무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베른은 미심쩍은 얼굴로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집무실은, 놀랍게도- 건물 안의 풍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니 건물 안인 건 맞지만, 창문이 있고 창밖엔 푸른 하늘과 초록빛 생생한 잎사귀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정원이 보이는 외부와 연결된 내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돔 모양 건물의 최중심부에서 볼 수 있는 방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이게 무슨… 여기 건물 안이잖아요? 근데 어떻게 밖이랑 연결돼있어요?! 아니, 그, 저런 것도 밖에서 들어올 땐 못 봤는데.’
칼리안이 놀라서 횡설수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마법이랑 연 없는 생활을 해왔던 것이 분명한 반응이다. 마법사라면 특별하게 이상할 것은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렇게 시설이 좋은 건 예상외였지만.
아르센 헤르츠는 태연하게 선반에 있던 차 통을 들어서 테이블로 가져갔다. 베른은 엉거주춤 그를 따라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뭐로 드시겠습니까? 어릴 때 좋아하셨다던 민트 차로 드릴까요?”
“편한 대로요.”
“네. 그럼 굳이 여기까지 장소를 옮긴 이유로 바로 들어가죠. 아, 맛 없어도 뭐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원래 연료용 커피만 타봐서.”
민트 찻잎이 왜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베른은 진중한 얼굴로 금방 끓은 물을 따르는 아르센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아마 공개된 카페에서 할 수는 없을- 카이리스의 내부 사정과 관련 있을 대화. 본인은 좀 급해서 왔다고 하지만, 분명히 소수만 알고 있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데려왔을 것이다. 아르센은 불쑥 입을 열었다.
“시스파니안을 만나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시스파니안이 살아있습니까?”
‘조상님 아니에요?’
“모르셨습니까? 아, 왕자님께서도 아직 열넷이시긴 하죠.”
열다섯 아니었나, 하는 생각은 칼리안이 한국식 나이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칼리안은 카이리스식이면 열넷이라고 베른에게 속삭였다.
“원래 왕족은 열다섯 번째 생일에 시스파니안을 뵈러 가는 것이 관습입니다. 그 이후로 신비한 능력을 각성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예시로 지금 전하께선 딱 한 번 마법을 쓰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서클도 없으시면서요.”
“대단하네요. 그 축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용의 피라서 그런가?”
“시스파니안께서 주신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면서. 뭐, 열다섯 전에 각성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베른은 뒤의 작은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히 들었지만, 굳이 지금 추궁해서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묻지 않았다. 조금 식은 민트 차를 마시며 평정을 유지했다.
“어쨌든, 시스파니안을 만나면 지금 그- 빙의라고 할까요. 그 상황도 해결할 수 있겠지요.”
“…가능성 있네요.”
용이니까. 베른은 그런 말을 속으로 삼켰다. 이쪽 세상에 반쯤 발을 걸쳐둔 입장으로서, 카이리스 왕실의 선조인 지그문트 칸 시스파니안은 모를 수 없었다. 전설 속의 드래곤 아닌가! 카이리스 직계 왕족에게 이어지는 그 회복력은 용의 후손이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였다. 물론 베른은 케르노가 아니니, 그 존재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지 사실 살아있다는 것까진 몰랐지만.
“그럼 시스파니안이 있는 곳까지 데려가 주시겠습니까.”
“아-… 죄송한데, 지금 시스파니안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부, 플란츠 왕자님 뿐이라서요.”
“플란츠라면…”
‘형님이요?!’
베른은 칼리안의 반응에 '플란츠'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두 명 있다는 형님들을 모두 좋아하기는 하지만, 칼리안이 저렇게 곧바로 형님이라 부르고 좋아하는 형은 계속 찾았다던 그 작은 형이었다.
…그리고 베른은 그 작은 형이 3월부터 모든 연락 수단을 끊어버리고 소식 두절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3월부터 실종되었다는 그…”
“왕자님께서 어떻게- 아, 두 분이 미래에서 오셨댔죠.”
“왜 플란츠-형님만 시스파니안의 행방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가장 최근에 로젤리타를 거치신 분이니까요. 왕족 간의 불화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그런 방식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왜?”
“동생이나 자식의 성인식을 방해하려고 할 정도로 성격 나쁘면 혼내주려고요.”
“아.”
“다행히 최근에 연락은 닿았습니다만… 지금 플란츠 왕자님 상태가,”
아르센 헤르츠는 말을 멈췄다. 뭔가 알아차린 듯, 혹은 느낀 듯, 얼굴을 와락 찌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르센이 본인 몫으로 내려뒀던 민트 차가 출렁이며 테이블에 조금 흘렀다.
“…이 미친 놈이.”
“헤르츠 경?”
“죄송합니다, 왕자님.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아르센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문을 벌컥 열고 나간 바깥쪽은 이상하게도- 하얀 금속 벽이 아니었다. 베른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칼리안, 이상하지.”
‘이상해요. 금색 벽이에요. 들어올 땐 무광 흰색이었는데.’
“그치… 가볼까?”
장난스러운 말투에 칼리안이 놀랐다.
‘네?! 어… 헤르츠 경이 당황하지 않을까요?’
“오기 전에 돌아오면 별일 없지 않을까?”
‘……’
“몰래 보고만 오자.”
‘…좋아요.’
비행은 빨리 물드는 법이다.
나쁜 것을 가르쳤다는 자각 없이 베른은 조심스레 발소리를 없애며 문밖으로 나섰다. 누가 봐도 연구실처럼 보이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하얀 통로일 뿐이었는데.
베이지색 금속으로 된 벽. 정신없이 연결된 전선. 중심적으로 있는 것은- 각종 기계. 마법으로 뭔가를 한 듯 마력이 잔뜩 뭉쳐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
칼리안이 숨을 죽였다. 베른 역시 조용히 움직였다.
그러다가,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로봇 앞에 멈추어 섰다.
“…마법사 방에서 나온 곳에 로봇?”
굳이 비유하자면, 애x리 같은 곳에서 다 먹은 그릇을 받아 가는 기계…의 축소판. 아니, 그보다 조금 더 귀엽게 생긴 로봇이었다. 겉은 희고, 검은 패드가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에 달려있고, 많은 전선이 달려있는. 고양이만 한 크기의 로봇.
이건 뭐 하는 용도야? 베른은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로봇을 살폈다. 전원도 없고, 건전지 넣는 것도 없고… 아, 요샌 건전지 잘 안 넣던가? 그래도 기계에 전원 버튼이 없을 수가 있나.
“……카이리스에선 대체 뭐를-”
-넌 뭐야.
검은 패드에 녹색 얼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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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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