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240717 하타케 카카시 드림
나오하라 아야카는 끓여둔 물을 찻잎이 든 잔에 조금 부었다. 찻잔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하루 한 번, 그녀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차를 우리곤 했다. 그것은 주로 하타케 카카시를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이번에도 여자는 그를 처음 마주했던 때를 떠올렸다.
제3차 닌자대전, 3번째 전쟁. 연달아 발생한 긴 전쟁으로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다. 전면전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어느새 닌자들의 싸움은 상대의 보급을 끊으려는 자들과 그것을 막으려는 자들의 대치로 변모했다. 나오하라 아야카가 어머니를 떠나보낸 것도 그 흔하디흔한 전투 중 하나 때문이었다. 나뭇잎 마을을 위한 보급품들을 실은 나오하라 상단의 마차가 소리 마을의 닌자에게 피습당했다. 그 안에 함께 타고 있던 쿠스유키 토미코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나뭇잎 마을의 닌자들에게는 해당 사건이 ‘호위 임무 실패’라는 한 줄로 남았을 테지만 나오하라 부녀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토미코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은 나오하라 아야카의 10번째 생일을 고작 2주 앞둔 날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도 불구하고, 상단주인 나오하라 쥰세이는 나뭇잎 마을을 위한 지원을 끊지 않았다. 당시 나오하라 아야카는 아버지의 결정을 쉬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았을 때는 그에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하타케 카카시를 만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날은 나오하라 상단의 호위를 위해 미나토 반이 파견되었다. 보급품을 실은 마차가 구부러진 산길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쥰세이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어린 닌자들에게 이것저것 말을 붙이고 있었다.
“혹시 몇 살인지 물어도 되겠니?”
“열한 살입니다. 이쪽은 열둘이고요.”
“어이쿠, 그러면 우리 딸 또래인데, 닌자라니…. 셋 다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구나.”
“임무니까요.”
“우리 아야카는 며칠 전에 열 살이 됐거든.”
쥰세이는 그리 말하며 곁에 있는 제 딸에게 무언가 말해보라는 듯 눈짓을 했다. 그를 따라 카카시도 그녀를 흘긋 바라보았으나, 나오하라 아야카는 음울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아주 잠시 맞붙었다가, 아야카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끊어졌다.
“미안하구나. 이 애가 얼마 전 제 어미를 잃고서부터….”
“…….”
쥰세이가 멋쩍은 듯 웃어 보이자, 카카시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그때 미나토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매복입니다.”
쥰세이가 요령 없이 주위를 둘러보는 바람에 발각되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린 적 측에서 기폭찰이 붙은 수리검을 날렸다. 미나토는 단번에 마차를 뛰쳐나가 수리검을 빗겨 쳐냈다. 나오하라 부녀가 탄 마차 바로 옆에서 폭발이 일어나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나뭇잎 마을의 금빛 섬광은 쉽사리 일행들의 목숨을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침착하고 정확하게, 한 명 한 명을 기절시켜나갔다. 그렇게 상황은 쉽게 정리되는 듯했다.
순간이었다. 적의 수리검이 미나토나 오비토, 린, 카카시도 아닌 마차 안의 나오하라 아야카를 겨냥한 것은. 아야카는 눈을 감았고, 살갗을 베어내는 고통이 따르리라 예상했으나… 이상하게도 무사히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렇게 뜬 눈앞에는 하타케 카카시가 있었다. 쳐내는 것이 늦어 수리검이 얕게 긋고 지나간 그의 왼팔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윽. …괜찮아?”
“어, 어떻게…….”
아야카는 어물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지만, 카카시는 대답 대신 검을 고쳐잡은 채로 주위를 경계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아야카의 마음이 미어졌다. 실은 아야카 역시 일찍부터 무언가가 제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나오하라 아야카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는 대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피하려고 하지 않은 탓에 다른 사람이 다치고 말았다. 아야카는 카카시가 그것을 알아차렸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오하라 아야카가 숨죽여 훌쩍이는 동안 미나토가 마지막 적을 기절시키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제야 카카시도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물기 어린 나오하라의 눈을 바라본 카카시는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나오하라 아야카는 깨닫는다. 그가 제게 피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필시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
“저… 죄송해요.”
아야카는 린의 도움을 받아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카카시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임무 중에 다치는 건 당연한 거야.”
“맞아, 카카시도 사과보다는 감사 인사를 듣는 게 더 기쁠걸?”
린이 작게 웃으며 말을 얹었다. 그녀의 말에 따라 아야카가 뒤늦게 감사를 전했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카카시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아야카는 카카시가 제게 무슨 말을 덧붙일지 잠시 긴장했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야카는 그에 고맙게 생각했다.
나오하라 아야카는 한 번 더 뜨거운 물을 잔에 부었다. 이것처럼 잎이 가늘고 부드러운 녹차는 팔팔 끓는 물보다는 어느 정도 식은 물에 우려내어야 한다. 찻잔에 손을 올리니 딱 알맞게 뜨거워진 상태였고, 수색 역시 고왔다. 잔을 천천히 들어 올려 한 모금 머금자 부드러운 차향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고작 아홉 내지 열 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알량한 생각을 품고 있던 자신 대신 기꺼이 피를 흘려준 하타케 카카시가 있었고, 나도 누군가가 지키려고 애쓰는 존재임을 실감하고 나서야 다시 삶을 다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를 지키는 사람들을, 닌자들을 지원해야겠다. 그것이 아버지가 따르고자 했던 어머니의 뜻이기도 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그래서 한참 전에 전쟁이 끝난 지금도 부러 나뭇잎 마을에 임무를 의뢰하고 있지 않은가. 의뢰의 목적은 카카시를 만나기 위함이기도 했으나, 어찌 되었든 자신을 바로 세워준 그를 위하는 차원에서 임무의 부대 비용까지 넉넉하게 지불하고 있었다. 그러니 카카시도 군말 없이 제 다과 시간에 응해주는 것일 테다.
언제까지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혼자 차를 마시다 보면 수도 없이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매번 그랬듯이, 나오하라 아야카는 그것을 오래 생각하는 대신 잔을 비웠다. 조용히 다기를 내려놓는 소리만이 방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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