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방문
2019 준탯
새해가 된 지 고작 6일밖에 안 된 어느 주말.
집안일로 인해 잠시 서울로 올라온 준수. 대학 합격도 무사히 했고, 지금 당장 서울로 올라와도 되지만 2월 중순까지는 지상에서 연습하고 싶어 저녁에 부산으로 다시 내려갈 예정이었다.
쌍용기 우승 후 태성과 연애를 시작한 준수는 서울 올라와서 틈틈이 태성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두어 시간 동안 연락이 없는 태성에 연습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NBA 농구 경기를 보고 있을 무렵 카X! 알람이 울렸다.
태성의 카X에 준수는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었다. 이 새끼는 그걸 왜 이제 말하고, 지랄이야! 간죽간살 준수는 멋지게 차키를 들고... 가 아니라 어머니 카드를 챙겨서 당장 택시를 불러 서울역으로 갔다. 강남에서 서울역까지.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택시비는 생각에서 지워버린 채 태성이 왜 올라왔을까, 그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어차피 오늘 저녁에 내려갈 일정인데 말이다.
급하게 결제를 끝내고 택시에서 내리니 서울역 입구 쪽에 서 있는 커다란 한 남자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요즈음 서울 날씨가 따뜻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코트 입은 저놈 분명 감기에 걸렸을 거라고 확신한다.
"공태성!"
"어! 햄아."
무심하게 핸드폰을 내려보고 있던 태성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든다. 준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환하게 피어나는 얼굴에 준수는 알 수 없는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이러나저러나 귀여운 새끼. 곧장 태성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잔소리부터 한다. 얼굴 봐서 좋은 건 좋은 거고.
"다 도착해서 연락하면 어떡하냐, 태성아. 그리고 안에서 기다리지 왜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 몸 관리 안 해?"
"아, 알았다! 부산에서 올라온 애인 보자마자 이리 구박하는 게 맞는 기가."
흥, 작게 콧바람을 내쉬며 입술을 삐죽인다. 내가 와 서울까지 올라왔는지도 모리면서. 투덜투덜거리지만 준수의 목을 끌어안고 있는 손은 그대로다. 더 잔소리할까 하다 싶다가도 매일 보던 태성을 고작 며칠 못 봤다고 보고 싶었던 건 준수도 마찬가지라 픽, 웃음을 흘린다.
"그래서, 서울까지는 왜. 나 오늘 저녁에 내려가는 거 알잖아."
턱을 들어 찬바람에 발갛게 변한 태성의 볼에 입술을 한 번 눌러주며 물었다. 파드득, 몸을 떤 태성은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하면서도 갈 곳이 있다며 준수를 이끈다.
어디 가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태성의 발걸음에 맞춰 따라 걷는다. 서울역에서 합정역까지. 너무 뜬금없는 장소라 전혀 감이 오지 않은 준수는 그저 태성의 손만 잘 쥐고 있다.
"어, 다 왔는갑다."
푸른색 창문에 붙어있는 그림들에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카페 찾아 가보니 보이는 배너.
푸핫,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늘 날카롭다는 소리를 듣던 준수의 눈매가 부드럽게 내려간 채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에 태성은 잠시 홀린 듯 보다가 흠흠, 목을 다듬는 척 준수를 카페 안으로 데리고 간다.
"이것 때문에 서울까지 온 거냐?"
"와, 헛짓 같나."
"아니, 존나 귀여워서. 이런 것도 좋네."
카페의 메뉴 이름들에 서로 놀리기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꾸며진 장소를 눈에 가만히 담는다. 방명록에 글을 남길까, 하다가도 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하는 것이 괜히 오점으로 남을까 써준 말들을 눈으로 담고, 사진만 찍었다.
카페까지만 생각해 온 태성을 위해 저녁은 준수네가 자주 가는 곳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같이 부산행 기차에 올라탔다. 올라올 때만 해도 분명 혼자였는데 내려갈 땐 둘이어서 조금은 외로웠던 마음이 가득 채워진다.
"전하, 재미있었나."
"어. 가끔은 그런 것도 좋더라. 넌 그걸 어떻게 알았냐?"
"그냥... 인터넷에 떴다."
사실은 상호가 알려줘서 부랴부랴 기차표를 예약해 올라온 거지만, 상호한텐 미안하게도 그건 알려줄 생각이 없다. 준수의 얼굴에서 부드러움이 느껴지는데 괜히 그 부드러움을 없애고 싶지 않았달까.
"고맙다. 서울까지 와서 몇 시간 있지도 못했네."
"아이다."
잠시 우물쭈물하던 태성이 고개를 숙여 준수의 귓가에 속삭인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가 그랬다..."
하, 이 미친 새끼. 키스하고 싶게.
준탯 카페 다녀와서 글을 쓰는 걸 멈출 수 없었습니다...
비록 이런 카페를 처음 가봐서 음료도 못 시키고 조용히 무나 굿즈만 슬쩍했네요. (파워 I)
급하게 쓰느라 볼품없는 글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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