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ss

시선의 궤적을 따라 그 끝에

Darku Castle by Dar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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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 - Close to the flame https://youtu.be/c8V0kl1Nd30

The kiss, sweetest

And touch, so warm

The smile, kindest

In this world, so cold and strong

So close to the flame

Burning brightly

It won't fade away and leave us lonely

The arms, safest

And words, so good

The faith, deepest

In this world, so cold and cruel

So close to the flame

Burning brightly

It won't fade away and leave us lonely

So close to the flame

Burning brightly

It won't fade away and leave us lonely


"경외의 의미를 담아 인사 올리는 법을 가르쳐주마."

무자비한 캄파넬라 패밀리의 보스는 혈관에 흐르는 피조차 싸늘한 냉혈한이더라. 하는 식의 평판이 자자한 자였다. 누가 뭐라 하건, 맞닿은 손에서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가죽 장갑 탓이겠지. 그의 보스는 앞으로 내게 예의를 지키려거든 이렇게 하라며 레인의 손을 끌어갔다. 한 손으로 가볍게 감아쥔 손가락 끄트머리에 내려앉는 부드럽고 서늘한 감촉. 마주한 시선의 색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속을 알 수 없는 거울 같은 눈동자가 느른하게 그를 깔아본다. 아주 틀린 방법은 아니었다. 복종과 존경, 기저에 깔린 두려움을 표하는 암묵적인 예법. 다만 손등에 올리는 입맞춤 그보다는 조금 더 간지럽고 장난스러운 방식. 명백한 놀림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면 필시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치렀으리라. 이렇듯 처음엔 가벼운 장난이었다. 발라리아는 유들유들한 녀석이 제 앞에서만 유독 고지식하게 구는 꼴이 우습고 재미있어서. 단지 조금 놀려줄 생각일 뿐이었다.


"왜 그러지?"

모두가 물러간 방 안에서, 얼굴이 따갑도록 차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레인의 시선은 그를 거둔 지 몇 년 만에 가히 처음이라 할만하다. 방금 무얼 했더라. 소파에 깊게 기대어 다리를 꼬고 앉아 짧은 과거를 돌이켜본다. 톡, 톡- 길고 곧은 손가락 끝이 팔걸이를 두드리며 규칙적인 리듬을 자아낸다. 거래처에서 신상품이 나왔다며 선물을 가져왔고, 에녹이 인사시킬 녀석이 있다며 신입 하나를 데려왔지. 간단한 인사뿐이었던 지라 달리 그의 유려한 화술로 말을 얹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오전부터 사람의 방문이 이어져 아직 술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고, 식사 시간은 아직이며, 마침 담배마저 거의 동이 나 아껴 피우던 참이다. 이 정도면 혼날만한 일도 없고 특별한 것도 없는 평범한 스케줄이지 않나? 흐음. 인사…. 그야말로 인사뿐인 하루였다. 그러고 보면 제법 단단히 준비시켰는지 신입이라던 녀석은 무릎도 꿇고 양손으로 공손하게 손을 잡아 입 맞추는 게 인사 예절도 완벽했지. 강한 의문을 담아 그의 시선이 향하는 궤적을 곰곰이 좇다 보면, 불현듯 한 가지 힌트가 떠오른다. 설마. 그 긴 시간 동안 의심 한 번을 안 하더니 이제 와서? 아직은 짐작일 뿐이지만 부러 자신만만하게 한쪽 입꼬리를 당겨 올리며 맥락도 없이 툭 던져본다.

"아아- 이제야 무례를 알아차렸나? 훗, 특별히 자네만 용서해주는 거라네."

그러자 기다렸단 듯 불쑥 튀어나오는 한마디.

"제가 정말 큰 무.례.를 범하고 있었군요."

짐작은 확신으로 굳게 매김 한다. 생긋생긋 웃는 낯이지만 불만스레 툴툴대는 내용은, 신뢰가 깃들었기에 가능한 투정이란 것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처음 놀려준 때를 이래로 후계나 다름없는 인식을 차지하기까지 이어져 온 야릇한 인사법. 전투에 나서지도 않는 신분으로 아랫것들의 아니꼬운 비난과 쑥덕임을 표면적으로나마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그가 보스의 총애를 받기 때문은 아니었을 테다. 온화하지만 칼 같은 성정을 지닌 그가 보스의 유흥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 몇 해가 지나도록 예법을 어기는 모습을 지켜보기란, 퍽 즐거운 오락거리임을 부정할 수 없던 것이겠지. 그리고 그런 그의 인사에 담긴 깊은 경애를 눈치채지 못하는 이도 없었기에. 하지만 이제 이 장난도 그만둘 때가 되었나.

"이미 익숙해진 거 앞으로도 용서해 주시던가요."

충분히 놀려줬으니 순순히 인정하고 하루 이틀 기분이나 맞춰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불퉁하게 이어지는 대꾸에 반 즈음 몸을 일으키던 자세대로 굳은 채, 언제나 내려보기만 할 줄 알던 눈이 둥그렇게 커져서는 그를 향한다. 끝내 모든 상황을 간파했음에도 오롯이 저를 향해 맹세하는 것은 충직을 넘어선 애정. 제가 먼저 섣불리 내비칠 수 없는 그 무언가. 악취미라 할지라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누려도, 괜찮겠지. 그래. 앞으로도 내가 같은 무례를 허용할 존재는 오직 너뿐이기에.

저 양반이 또 무슨 장난을 치려나 경계하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곱단한 얼굴을 가늘게 휘어진 눈초리가 찬찬히 살핀다. 그 뒤의 모든 것은 불시에 일어난 일이다. 레인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 발라리아는 흡사 맹수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그의 뒷덜미를 거머쥔다. 키 차이는 크지 않지만 제법 체격차가 나는 품으로 그를 확 끌어당겨 안으며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에게는 익숙할지도 모를 부드럽고도 서늘한 체온이 잠시간 머물다 떨어지면, 예의 그 속삭이듯 읊조리는 어조로 웃음기인지 모를 것이 어려 장난스럽지만 충분한 엄숙함이 묻어나는 선언이 귓가에 흐른다.

"지금까지 그대가 저지른 잘못과, 앞으로 그대가 저지를 모든 잘못을 사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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