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5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다른 모험가들과 대화하다가, 머리를 든다.)
샤르자드: 아! 오셨어요?
아르네: (작게 끄덕인다.) 푹 쉬었니. 이제 그만 움직여야겠는데.
샤르자드: 네, 움직일까요?
아르네: 가자.
샤르자드: 나중에 다시 만나요, 또 기회가 된다면. (가볍게 인사하고 일어난다.)
아르네: (다른 모험가들에게는 눈짓으로만 인사하고서 먼저 걸음을 뗀다.)
샤르자드: (그새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듯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쫓아간다.)
아르네: 누구랑 대화 중인 거 아니었니.
샤르자드: 괜찮아요. 고민이 많다기에, 점을 좀 봐 준 것 뿐이에요.
아르네: 들을수록 더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샤르자드: 하하! 아니에요.
샤르자드: 이미 점사는 다 나온 상태라.
아르네: 그래…….
아르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괜찮다니 됐다.
민필리아: 불과 얼마 전까지 당신은 평범한 한 사람의 모험가였어요.
민필리아: 그런데 순식간에 한 나라의 사절이 되고 우리 '새벽의 혈맹'과 손을 잡았으며 야만신 '이프리트'를 물리치기까지 했죠.
민필리아: 당신의 이런 활약이 에오르제아 각국에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왔는지 알고 있나요?
민필리아: …… 빠르기도 하지. 보세요, 왔어요. 이제부터 큰 소동이 시작될 거예요.
???: 계십니까!!
불멸대 장교: 아니, 민필리아 님 아니십니까! 정말 언제 봐도 아름다우시군요!
쌍사당 장교: 하하, 이 '새벽의 혈맹'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는 소문이 들리지 뭡니까!
흑와단 장교: 그 영웅을 우리 총사령부로 모시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온 겁니다!!
민필리아: 그래요……. 에오르제아의 각국이 이미 당신을 주목하고 있어요. '빛의 전사들'의 재림이라고 하면서요.
민필리아: 야만신을 물리칠 정도로 강하고 유능한 모험가……. 그런 '영웅 후보생'이 총사령부에 가입하면 전력은 물론 사기까지 눈에 띄게 올라가겠죠.
민필리아: 그래서 소문이 퍼지자마자 이렇게 앞을 다투어 몰려오는 거예요.
민필리아: 그나저나…… 함께 작전을 펼쳤던 '불멸대'는 그렇다 쳐도 다른 나라에까지 소문을 퍼뜨린 게 도대체 누구일지 궁금하네요.
타타루: 히익!? 으아아아…….
쌍사당 장교: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야만신 '이프리트'를 물리치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당신은 정말이지 대단한 모험가입니다!
쌍사당 장교: 자, 우리 그리다니아 '쌍사당'에 가입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함께 카느 에 센나 님을 모십시다!
불멸대 장교: 자네가 소문의 주인공이로군! 그래그래, 말 안 해도 다 알아! 우리는 생사를 함께한 전우 아닌가!
불멸대 장교: 우리 울다하에서 자네가 펼친 활약도 아직 선명하게 기억나는군……. 이건 그야말로 운명 아니겠나!
불멸대 장교: 자, 울다하의 '불멸대'에 가입하지 않겠나? 우리 라우반 국장님께서도 자네를 기다리신다네!
흑와단 장교: 소문대로 늠름한 자태로군! 멜위브 제독님께서도 자네 이야기를 하셨네. 그 녀석은 장차 영웅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흑와단 장교: 자, 우리 림사 로민사 '흑와단'에 가입하지 않겠나? 멜위브 제독님과 함께 드넓은 바다를 제패하세!
각국의 장교들: 민필리아 님!!
민필리아: 알았어요, 알았어…….
민필리아: 이미 당신도 알겠지만, 총사령부라는 건 이 세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에오르제아의 도시국가들이 설립한 조직이에요.
민필리아: 림사 로민사의 '흑와단', 그리다니아의 '쌍사당', 그리고 울다하의 '불멸대'까지 모두 세 곳이 있죠.
민필리아: 총사령부에 가입한다는 것은 그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뜻이에요. 그 나라를 지키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임무'가 주어지죠.
민필리아: 그 '임무'를 해결하다 보면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그게 모험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요.
민필리아: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처음 가입한 총사령부가 당신이랑 맞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으니까요.
민필리아: 아, 그렇지. 좋은 방법이 있어요! 마침 '카르테노 전투 희생자 추모식'이 각국에서 열리거든요.
민필리아: 추모식에서 각국 총사령부 수장이 연설을 할 예정이에요.
민필리아: 지금 당장 결정하긴 어려울 테니, 그 연설을 다 듣고 나서 어느 나라의 총사령부에 가입할지 정하는 건 어때요?
아르네: …… 이걸 어쩐다. 내가 이미 소속된 곳이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안 하는군.
쌍사당 장교: 아니,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군요! 흥분이 앞서서 제가 너무 서두른 것 같습니다!
불멸대 장교: 역시 현명하십니다, 민필리아 님! 빨리 선택의 날이 오면 좋겠군요!
흑와단 장교: 그럼 '카르테노 전투 희생자 추모식'이 끝난 다음 우리 중 한 사람에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각국의 장교들: 그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민필리아: 조직에 얽매이는 게 싫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나라건 상관없으니 나는 당신들이 총사령부에 가입했으면 해요.
민필리아: …… 큰 힘을 가진 사람이 개인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법이거든요. 그리고 그 대부분이 '나쁜 일'이죠.
민필리아: 당신들처럼 능력 있는 사람은 큰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게 좋아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요.
민필리아: 그리고 총사령부에 가입하더라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우리 '새벽의 혈맹'에 힘을 빌려주면 정말 기쁠 거예요.
샤르자드: 으음.
민필리아: 총사령부는 자기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우리 '새벽'은 평화로운 에오르제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잖아요?
민필리아: 참. 당신들에게 이걸 줘야겠네요. 이건 '링크펄'이라는 거예요.
민필리아: 이걸 쓰면 당신들이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나거나 총사령부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라도 언제든지 내가 연락할 수 있어요.
민필리아: 당신들을 중심으로 에오르제아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어요. …… 에오르제아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 기대가 되는 한편 조금 두렵기도 하네요.
민필리아: 그래서 나는 당신들 곁에 있으려고 해요. 세계의 진실을 지켜보기 위해서요.
민필리아: 총사령부에 대한 정보와 연설 장소는 타타루 씨가 파악하고 있을 거예요. 가서 물어보세요.
샤르자드: …… 저한테도…… 가입하라고 하시는 걸까요? 저는 별 거 없는 사람인데.
아르네: 너는 좋은 치유사야, 샤르자드.
아르네: 어쩌면…… 아마도, 그래. 하지만 거절해도 괜찮을 거다.
샤르자드: 당신이라서 그렇게 느끼시는 건 아니고요?
아르네: 그건 아냐.
샤르자드: 으-음…….
아르네: …… 다른 곳도 아니고 군인데 이중으로 적을 둘 수도 없고.
샤르자드: (뭔가 생각하다가.) …… 제가 총사령부에 들어가는 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까요?
아르네: (잠깐 눈을 깜빡인다.)
아르네: 물론 그럴 거다. 하지만…… 너 괜찮겠니.
샤르자드: 괜찮아요. 이제 누군가에게 '기억되기로' 했으니까…….
샤르자드: (가면을 벗던 때를 떠올린다.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감돈다.)
아르네: …….
아르네: 하지만 이건 군대야, 샤르자드.
아르네: 네가 원치 않아도 그들이 부른다면 전쟁터에 가야만 하게 된다.
샤르자드: …… 저 같은 사람까지 불러야 할 정도라면, 저에게도 화마가 닥치기 직전인 거겠죠.
샤르자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생각해 볼 뿐이에요.
샤르자드: 제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르네: …….
아르네: …… 나는 네가 내 삶을 답습할까 걱정이 돼. (꺼질 듯한 목소리다.)
샤르자드: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꺼질 듯한 목소리를 뱉는 그의 뺨을 자신도 모르게 어루만진다.)
아르네: 하지만 죽어가는 이들을 뻔히 알면서도 외면하라고 하는 일도 네게 고문이 되겠구나.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아르네: (손길이 닿자 그대로 말이 멈춘다.)
샤르자드: 제 옆엔 당신이 계실 텐데도요.
아르네: …….
아르네: …… 그래.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조용한 목소리가 내려앉는다.) 네 원하는 대로 해라.
샤르자드: (머리 젓는다.) 바라는 게 없어요. 그냥 생각할 뿐이니까…….
아르네: …….
아르네: 그러면…… 그래. 그러면……. (이마를 문지른다. 생각이 복잡하다.)
샤르자드: 그러면, 민필리아 씨의 말대로, 일단 연설을 들어 보는 건 어때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그래…… 그러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혀끝을 살짝 물었다 놓는다.) 동행하마.
쌍사당 장교: 카느 에 님의 연설만큼 심금을 울리는 건 없습니다……. 당신도 분명 그분의 숭고한 의지를 이해하게 될 겁니다!
불멸대 장교: 라우반 국장님의 연설은 사람을 들끓게 하는 뭔가가 있어! 이번 연설을 들으면 자네의 가슴도 불이 붙은 듯 뜨거워질 걸세!
흑와단 장교: 멜위브 제독님의 연설은 설득력이 어마어마하지. 자네도 어느새 제독님을 누님처럼 따르게 될 거라고!
샤르자드: 네, 가요. (그에게 손을 내민다. 잡아 줄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민필리아: 타타루 씨는 입이 가벼워서 탈이지만, 그래요. 마침 좋은 기회네요.
민필리아: 총사령부에 들어가면 '새벽의 혈맹' 일원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마음껏 활약할 수 있겠죠!
아르네: (그 손을 부드럽게 맞잡는다. 마치 숨을 쉬듯 당연한 일처럼.)
샤르자드: (그의 손을 잡고 모래의 집 1층으로 나오다가, 슬쩍 속삭인다.) 아르네, 뜻밖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샤르자드: 저, 별로 생각 많이 안 해요. 바라는 것도 별로 없어요. 당신이 하자고 하면 그게 제가 바라는 거고, 당신이 괜찮다고 하면 그게 제 생각이 돼요.
샤르자드: 제 생각을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결국 당신 생각이 전부니까.
아르네: …….
아르네: 그건…… 좋지 않아.
샤르자드: 저에겐 이게 제일 좋은 일인데요.
아르네: (다시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샌다. 잠시 침묵한다.)
아르네: ……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샤르자드.
아르네: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내게 맡겨서는 안 돼.
타타루: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용. 입이 방정이라니깐요…….
타타루: 전 얌전히 제 할 일이나 해야겠네용. 총사령부 연설 정보가 필요하시죠?
타타루: 먼저 림사 로민사의 '흑와단'은 사령함교에 있는 '작전지휘실'에서 멜위브 제독님이 연설을 하실 겁니당.
타타루: 제독실 승강기 앞에 가면 '흑와단 중사 잔트헤일' 님이 계셔용. 그분께 말씀하시면 회장으로 안내해주실 거예용.
타타루: 다음으로 그리다니아의 '쌍사당'은 '미 케토 음악당'에서 카느 에 센나 님의 연설이 있다고 합니당.
타타루: 마지막으로 울다하의 '불멸대'는 '왕의 산책로'에서 라우반 국장님과 함께…… 듣자하니 특별한 분께서 등장하신다고 하네용.
타타루: 모든 연설 장소에 다 들어가실 수 있도록 해놨으니 원하시는 순서대로 돌아보시겠어용?
타타루: 인기가 많으니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큰일이네용.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셔용!
샤르자드: 생각의 근거가 되는 건 결국 앎이고 지식이지만……
샤르자드: 제가 아는 건 파편뿐인걸요.
아르네: 파편도 긁어모으면 거대한 조각상이 된다.
샤르자드: 긁어모아지지 않는 파편이어도요?
아르네: 그러면 언젠가 들어맞는 다른 파편을 찾겠지.
아르네: …… 내가 길잡이를 해 줄 수는 있겠지만 길을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제겐 그 길잡이가 당신이고, 들어맞는 다른 파편이 당신이에요.
샤르자드: 제가 더 생각하길 바라신다면, 더 키워 주세요. 더 자라고 나면, 그 때.
아르네: …….
아르네: ……. (오래도록 말이 없다. 한참 뒤에야 억눌린 답이 샌다.) 그래.
아르네: …… 가자.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연설이든 뭐든 들어보는 편이 좋겠다.
샤르자드: (물끄러미 보다가, 그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 준다.)
아르네: ……?
아르네: (머뭇거리다가 받는다.)
샤르자드: 아까 여관에서 사 왔어요. 당신은 2인분 드셔야 해요.
아르네: …… 왜?
샤르자드: 배가 고프고 뭘 마시지도 않으니까 불안해지는 거라고요.
아르네: …….
샤르자드: 매번 수통도 전부 저 주시고. 당신은 선인장이 아니잖아요.
아르네: 내 몫은 잘 챙기고 있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그러니까 이번엔 제 앞에서 챙기세요.
아르네: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샤르자드: 어어? 제자가 처음으로 생각이란 걸 했는데 안 받아주실 거예요?
아르네: …….
샤르자드: (대단히 자조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그렇지만 분명히 농담조인 말이다.)
아르네: 이게 무슨, …….
아르네: …… 알았다, 알았어.
샤르자드: 헤헤.
아르네: (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크럼펫을 물끄러미 보다가 결국 먹기 시작한다. 표정은 담담하다.)
샤르자드: 드실 만 하세요?
아르네: …… 그래. 이런 단 음식은 오랜만에 먹는구나.
샤르자드: …… 여관 명물이라길래 사 왔는데. 너무 단가요? 참고할게요.
아르네: 아니…… 어려울 정도는 아니야. 너는 좋아할 것 같구나.
샤르자드: (살짝 충격.) 저 단 거 좋아해요?
아르네: (향차로 입 안에 남은 단맛을 넘긴다.) …… 몰랐어?
아르네: 너 단 거 좋아하잖니.
샤르자드: …… 그렇구나.
아르네: 매운 건 싫어하고.
샤르자드: 어어! 맞아요.
샤르자드: 그렇네! 저 매운 건 잘 안 먹는군요.
아르네: 잘 기억할 수 있게 예쁘게 적어두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그렇네요. 일전에 주신 책 그대로 있어요…….
아르네: 이런. 쓰라고 준 건데…….
샤르자드: (이미 몇 장 쓴 책을 가장 가슴 가까운 데서 꺼내더니, 거기에 꾹꾹 눌러 적는다. 나는 매운 건 안 먹는다, 단 건 좋아한다.)
아르네: …….
아르네: …… 다 적었으면 이만 가자. 갈 길이 멀다.
샤르자드: (그리고 아래에 적는다. 아르네는 단 걸 안 좋아한다.)
샤르자드: 네! 가요.
아르네: (아래쪽을 가만히 본다.)
아르네: 매운 건 어떨 것 같니.
샤르자드: 음…….
샤르자드: …… 당신은 매운 걸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매운 걸 안 좋아한다는 걸 아셨겠죠?
아르네: 그거 꽤 논리적인 추론이구나.
아르네: 맞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샤르자드: 헤헤.
아르네: 자…… 어디부터 가 볼까. 누구의 연설이 가장 궁금하니.
샤르자드: 음……. 라우반 씨의 연설?
아르네: 그러면 울다하부터 가자.
아르네: 자……. (손을 다시 내민다.)
샤르자드: (손 꼭 잡는다.)
라우반: 황금빛 모랫바람이 부는 여기 울다하에 모인 뜨거운 영혼의 소유자들이여!
라우반: 그 옛날 '울씨 왕조'가 나라를 세운 이후, 우리 울다하는 교역도시로 발전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다.
라우반: 지하와 상인의 신 날달의 가호 아래 '황금의 수도'라 불릴 만한 번영을 이루어냈지.
???: 라우반 국장님 뒤에 걸린…… 울다하 국기를 봐.
???: 검은 바탕에 그린 금빛 양팔 저울이지. 저울 왼쪽에는 '부를 상징하는 보석', 오른쪽에는 '힘을 상징하는 불꽃'이 놓여있어.
라우반: 울다하의 번영은 우리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으며!
라우반: 5년 전 '카르테노 전투'에서도 모든 이들이 재산과 재능을 바쳐, 에오르제아 동맹 세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제공했다!
라우반: 그 결과, 우리는 제국군 제VII군단을 쳐부술 수 있었던 것이다!
???: 아니 뭐야, 쳐부쉈다고……? 누구 덕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줄 알고…….
라우반: 그러나 수많은 병사들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라우반: 그들의 영혼을 날달 신께서 거두사 내세에 큰 행복을 얻기를.
라우반: 그 전쟁은 결과적으론 승리라 부를 만한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라우반: 그리고 제7재해 이후 찾아온 이 고난의 시대에는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라우반: 눈을 떠 울다하가 처한 현실을 똑똑히 보라. 어디를 봐도 궁핍한 자들이 손을 벌리고 있다.
아르네: (쌍둥이에게 흘깃 눈길을 준다.)
라우반: 이런데도 부유한 자들은 재산을 거머쥐고 등을 돌릴 뿐이다! 무용을 자랑하던 자들도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샤르자드: …… (소근거린다.) 뭐랄까. 상업도시에서 부유한 이들을 적대하는 건 위험한 방향성 아닌가요?
라우반: 작금의 울다하를 보며 그대들은 카르테노의 옛 전우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가!?
라우반: 울다하를 믿고, 불멸대를 믿고 전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들에게 당신들의 희생이 있어 세상이 이토록 평화롭다고 가슴 펴고 말할 수 있는가!?
라우반: 우리 영토를 호시탐탐 노리는 아말쟈족의 세력도 여전히 울다하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교역로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
라우반: 더구나 '갈레말 제국'은 한술 더 떠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청린수 등의 자원을 강탈해가고 있다.
라우반: 울다하의 국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우반: 허나. 상인에 의한 자치를 원하는 공화파도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왕당파도 울다하의 번영을 바라는 마음만은 하나가 아닌가!
라우반: 우리가 겪는 이 고통은 승리와 부흥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르네: …… 뭐, 적대할 자신이 있는 거겠지.
라우반: 부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이여! 무용을 자랑하는 모든 이들이여! 황금의 수도 울다하를 찾는 여행자와 기술자와 모험가들이여!
라우반: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나라를, 그리고 세계를 보라!
샤르자드: 왕당파……는 입지가 난감할 텐데. (왕관…… 을 떠올린다.)
라우반: 다시 한번 나나모 여왕 폐하 아래 하나로 모일 때가 왔다.
아르네: …….
라우반: 울다하를 지키는 총사령부 '불멸대'를 믿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대신 불멸대에 투자하라!
라우반: 에오르제아의 번영이 곧 울다하의 번영이며 울다하의 번영은 곧 울다하 국민의 번영이다!
아르네: 여왕에게 사전에 허가받은 연설문일 테니 뭔가 생각이 있겠지. 하지만…….
라우반: 나나모 님.
나나모 울 나모: 수고 많다.
아르네: 국가의 번영이 국민의 번영이라…….
아르네: (웃기는군, 하고 짧게 웃는다.)
나나모 울 나모: 짐은 울다하 제17대 국왕 나나모 울 나모이니라.
나나모 울 나모: 짐이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
나나모 울 나모: 울다하의 진정한 보물은 금은보화가 아니다, 그대들, 백성이니라!
나나모 울 나모: 백성의 지혜, 백성의 용기, 백성의 행복. 무엇보다 백성들의 생명이 울다하의 가장 값진 보물이니라.
나나모 울 나모: 울다하의 백성들이여! 짐과 함께 에오르제아의 모든 땅을 울다하에 버금가는 번영으로 이끌라!
라우반: 더 일찍, 더 빨리 움직여야만 이기리라! 우리 여왕 폐하와 울다하의 번영을 위하여!
알피노: 나는 알피노라고 하네.
알피노: 이쪽은 알리제.
샤르자드: 아, 안녕하세요……
샤르자드: (알피노와 알리제에게 인사한다)
알피노: 우리 남매는 '카르테노 전투 희생자 추모식'을 돌아보고 있지.
알피노: 각국 총사령부의 수장들이 뭐라고 연설을 할지 궁금해서 말일세.
알피노: 여기 울다하는 야만신 '이프리트'를 숭상하는 야만족, 아말쟈족과 오래도록 대립하고 있다네.
알피노: 음?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이로군.
알피노: 울다하 사람들은 본래 호전적인 민족이다.
알피노: 야만신 '이프리트'가 소환될 때마다 즉시 달려가 물리쳤지. 상당히 잘 막고 있다고 할 수 있어.
알피노: 참고로 말하자면, 아말쟈족을 공화파와 왕당파의 대립으로 흔들리는 국내를 단합시키기 위한 '공공의 적'으로 이용하기도 했을 정도야.
알피노: 하지만 제7재해를 계기로 상황은 변했네. 북방에서는 '갈레말 제국'이 침략을 시도하고 나날이 난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알피노: 이런 상황에 섣불리 전면전에 나설 수는 없지. 지금은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알피노: 게다가 야만신 대책도 이제 한계에 부딪혔어. 야만신을 토벌하는 데는 희생이 필요하니 말일세.
알피노: 아말쟈족이 이제 눈에 띌 정도로 빈번히 야만신 '이프리트'를 소환하고 있다네. 이대로는 소모전만 이어질 뿐이지.
알피노: 그래서 불멸대의 힘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일 거야.
알피노: 그러니 자네처럼 뛰어난 모험가가 총사령부 '불멸대'에 들어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걸세.
알피노: 어쩌면 이 연설은…… 자네들을 향한 것인지도 몰라.
아르네: …… 귀한 집 자제들인 모양이군, 여러모로.
아르네: 어리고, 총명하고…… 자기 일이 아니야.
샤르자드: 아, 무슨 소린지 알 것 같아요…….
아르네: …….
아르네: (미약하게 웃는다.)
아르네: 이런 냉소적인 것들은 배우지 않아도 좋다. 다음은 어디로 가고 싶니.
샤르자드: …… 으음. 숲으로 갈까요?
아르네: 그러자.
카느 에 센나: 그 옛날,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카느 에 센나: 정령을 두려워하며 어두운 동굴 속에 살던 사람들이 오랜 대화 끝에 정령의 허락을 얻어 숲에 도시를 세웠습니다.
아르네: …… 전에도 느꼈는데, 그리다니아의 지도자는…… 상당히 젊구나.
카느 에 센나: 그것이 바로 우리의 도시 '그리다니아'. 휴런과 엘레젠이 이 도시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왔고,
카느 에 센나: 지금은 달의 수호자 부족 분들도 적게나마 도시에 모여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느 에 센나: 우리의 조화와 협력이 싹을 틔우고 대지와 풍요의 여신 노피카 님께서 빛을 내리시어 그리다니아는 이제 잎이 무성한 거목이 되었습니다.
알피노: 카느 에 님 뒤에 걸린…… 그리다니아 국기를 봐.
알피노: 서로 뒤엉킨 두 마리의 흰 뱀은 휴런과 엘레젠 두 종족의 협력을 뜻하지. 지금 했던 이야기를 상징하고 있어.
카느 에 센나: 그러나 이 자랑스러운 그리다니아를…… 아니, 우리의 소중한 에오르제아를 북방의 '갈레말 제국'이 침략하려 합니다.
카느 에 센나: 우리 그리다니아가 제국의 위협으로부터 숲을 지키기 위해 총사령부 '쌍사당'을 결성하여 맞서 싸운 것을 여러분 또한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카느 에 센나: 숲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그리다니아는 언제나 침략자에 맞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싸웠습니다.
쌍사당은 그 전통에 따라 제국과도 대립한 것입니다.
카느 에 센나: 그리고 우리 그리다니아의 신념인 조화와 협력이 에오르제아 군사 동맹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워 '에오르제아 동맹군' 성립을 이룩했습니다.
카느 에 센나: 그러나…… 5년 전에 '카르테노 전투'가 일어났죠.
카느 에 센나: 이 싸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목숨이 덧없이 사라졌지요…….
카느 에 센나: 저는 쌍사당 최고사령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카느 에 센나: 제7재해로 인해 숲은 큰 상처를 입었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습니다.
카느 에 센나: 숲의 상처는 여러분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카느 에 센나: 지금 우리 곁에는 안타깝게도 빈곤과 궁핍을 이기지 못하고 도적이나 밀렵꾼이 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카느 에 센나: 또 우리의 오랜 원수인 이크살족이 여전히 숲에 침입해 자연의 은혜를 훔치며 정령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카느 에 센나: 제7재해 이후, 우리의 고향 그리다니아는 끊임없이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카느 에 센나: '카르테노 전투'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그때 목숨을 잃은 수많은 동포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알리제: '기억'도 제대로 못 하면서 누구한테 애도를 표한다는 건지…….
샤르자드: ……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애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카느 에 센나: 그러나 갈레말 제국과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카느 에 센나: 그들은 숲에 사악한 성채를 쌓고 우리를 노립니다. 허나 이렇게 국내가 불안정해서는 제국군을 쫓아낸다는 것 또한 헛된 꿈에 불과하겠지요.
카느 에 센나: 우리는 지금 다시! 총사령부 '쌍사당'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갈레말 제국과 싸워야만 합니다!
카느 에 센나: '카르테노 전투'로부터 5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리다니아의 이념을…… 조화와 협력을 떠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카느 에 센나: 그리고 다 함께 다시 한번 단결합시다!
아르네: …….
카느 에 센나: 이제 인내의 시간은 지났습니다. 유구한 바람이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카느 에 센나: 진실한 마음 앞에, 길은 반드시 열립니다!
아르네: 너무 귀담아듣지 마라. 어린아이의 말이다. (귓가에 속삭인다.)
카느 에 센나: 정령의 인도와 더불어, 이 숲에 평화를 되찾고 앞으로 500년 뒤의 후손들에게도 풍요로운 숲을 물려줍시다!
샤르자드: 하하…….
알피노: 여어, 또 만났군.
알피노: 여기 그리다니아를 위협하는 야만족 세력은 둘이라네.
알피노: 하나는 이크살족. 카느 에 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야만신 '가루다'를 숭배하고 있지.
알피노: 또 하나는 실프족. 원래는 그리다니아에 우호적인 종족이었지만 얼마 전 야만신 '라무'를 소환한 뒤로 관계가 경직되고 있어.
알피노: 그리다니아 사람들은 원래 평화주의자다.
알피노: 그래서 실프족과는 대화를 통해 협정을 맺었고 이크살족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내쫓는 정도로만 대처했다네.
알피노: 검은장막 숲의 힘을 되살려서 숲의 불가침성이 높아지기만 하면 그리다니아는 평화로울 것이라는 사고방식이지.
알피노: 하지만 이크살족은 호전적인 야만족이야. 게다가 그들의 야만신 '가루다'의 힘은 강대하고 무척 잔인한 성질을 가졌네.
알피노: 결국 다들 쌍사당과 이크살족은 언젠가는 반드시 크게 부딪칠 거라 보고 있어. 그리다니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말이야.
알피노: 그러니 자네 같은 모험가가 총사령부 '쌍사당'에 들어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겠지.
아르네: …….
아르네: 아가, 너 괜찮니.
샤르자드: …… 저는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중얼거린다.)
아르네: 그래.
아르네: 마음은 이미 굳힌 것 같으니, 예의상 바다에 들르기만 했다가 돌아오자꾸나.
샤르자드: 하하. 네.
샤르자드: 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르네: …… 그래.
흑와단 중사 잔트헤일: 멜위브 제독님의 연설을 들으러 왔나? 그렇다면 얼른 들어가라. 곧 시작이다.
멜위브: 들어라! 자랑스러운 바다의 백성들이여! 떠올려라! 영혼을 뒤흔드는 우리의 깃발을!
멜위브: 전설의 건국함 '갈라디온' 호가 떠내려와 림사 로민사의 초석이 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
멜위브: 해양과 항해의 신 리믈렌의 인도하에 우리는 바다의 민족으로 살아왔다!
알피노: 멜위브 제독님 뒤에 걸린…… 림사 로민사 국기를 봐.
알피노: '용선기'라고 불리는 문양이야. 붉은 바탕은 희생된 동료들의 피를, 검은 롱십은 해적선을 의미하지.
멜위브: 에오르제아에 쳐들어온 '갈레말 제국'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총사령부 '흑와단'을 결성했다!
멜위브: 5년 전에 있었던 '카르테노 전투'에서도 전투에 앞서 힐퓌어 등의 해적 세력들과 동맹을 구축하고 갈라디온 협정을 체결하여 함께 전장에 나섰다!
멜위브: 바닷사람의 저력을 똑똑히 보여주었지!
멜위브: 그러나 결과는 다들 아는 바와 같이…… 흑와단과 해적 세력 모두 카르테노에서 수많은 동지를 잃었다.
멜위브: 자유를 위해, 자신의 정의를 위해 싸우다 원통하게도 육지 위에서 죽어간 이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
알피노: 자유를 위해서라…… 그래,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지.
알피노: 하지만 야만족 또한 이기적인 것은 매한가지. 인간과 야만족은 근본적으로는 다를 게 없으니…….
멜위브: 지난 5년간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림사 로민사 부흥을 위해 노력했다.
멜위브: 제7재해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지만……
멜위브: 모두의 힘을 합쳐 우리 림사 로민사는 과거보다 더욱 빛나는, '리믈렌의 베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멜위브: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숭고한 노력을 짓밟고자 하는 놈들이 있다!
멜위브: 야만신 '리바이어선'을 신봉하는 사하긴족이 기어이 이 땅에 상륙한 것이다.
멜위브: 그뿐만 아니라 야만신 '타이탄'을 신봉하는 코볼드족 또한 오고모로 산을 벗어나 남하하고 있다.
멜위브: 이 야만족들은 장차 림사 로민사의 번영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이 될 것이 틀림없다.
멜위브: 그리고 저 갈레말 제국!
멜위브: 놈들이 우리 림사 로민사의 영토에 요새를 짓기 시작했다. 이제 전면전에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아르네: (짜증이 나도록 익숙한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린다. 갈레말…….)
멜위브: 림사 로민사는 지금 세 방향이 적으로 둘러싸인 것이다. 그럼에도 해적 문제로 인해 우리는 하나도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
멜위브: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폭풍우 속에 있다!
멜위브: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단 하나!
멜위브: 야만족과 제국을 몰아내고 림사 로민사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항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멜위브: 그러기 위해서는 제7재해 이후 분열한 해적 세력들과 흑와단이 다시 손을 잡고 모험가들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고난에 맞서야 할 것이다!
멜위브: 불가능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 바꿔 말하면, 가능 또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멜위브: 자랑스러운 바다의 백성들이여! 그대들의 힘을, 기술을, 지식을 다시 한번 여기에!
멜위브: 우리는 휘날리는 진홍색 깃발 아래 하나가 되어 생사를 함께하리라!
알피노: 여어, 또 만났군.
알피노: 이곳 림사 로민사에는 멜위브 제독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두 야만족이 살고 있다네.
알피노: 하나는 사하긴족. 야만신 '리바이어선'을 숭배하고 있지.
알피노: 또 하나는 코볼드족. 이쪽은 야만신 '타이탄'을 숭배한다네.
알피노: 림사 로민사는 정세가 무척 불안정한 나라야. 근방에 호전적인 야만족이 둘에다, 제국의 대규모 거점도 있지. 내적으로는 해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알피노: 수많은 위험 요소를 잔뜩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정책들은 하나같이 미봉책에 불과한 탓에 당장 내일이라도 그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일세.
알피노: 림사 로민사 입장에서는 제국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해적과 야만족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국내를 안정시켜야 하지.
알피노: 그러기 위해서 흑와단은 조만간 야만족과의 전면전에 들어갈 걸세. 가령 용선기의 붉은빛이 더 진해지게 되더라도 말이네.
알피노: 그러니 자네 같은 모험가가 총사령부 '흑와단'에 들어와 주기를 내심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거야.
민필리아: …… 들려요? 나예요, 민필리아예요.
민필리아: 지금쯤 각 나라의 연설을 다 들었을 것 같아서 연락했어요.
민필리아: 일단 '모래의 집'으로 와줄래요? 총사령부 장교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거든요. …… 나도 기다릴게요!
아르네: …… 자아. 어떻게 할까, 아가.
샤르자드: …… 음, 개인적인 호오를 차치하고서라도……
샤르자드: 그리다니아가 마음에 들어요.
아르네: 그래.
아르네: 일단 돌아가자. 돌아가서…… 천천히 하나씩 시작하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하지만 문제는…… 당신이 들어가도 괜찮냐는 건데.
아르네: …….
아르네: (고개를 젓는다. 더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
아르네: …… 하지만 네가 어딘가 하나에 들어가겠다면, 내가 옆에서 보며 도울 수는 있지.
아르네: 비록 같은 곳에 소속될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샤르자드: …… 으음.
샤르자드: 어차피 당신은 어디에도 적을 두실 수 없는 거잖아요- 이미 소속된 데가 있으니까…….
아르네: 그렇지.
샤르자드: (곰곰 생각한다.)
샤르자드: 음…… 앞으로 운신하려면, 그리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려면…… 총사령부에 연줄은 있는 게 좋고요.
아르네: …… 그러니 너는 적을 두겠다는 뜻이구나.
샤르자드: …… 솔직히 적을 두지 않고 싶긴 한데요.
샤르자드: 그렇지만…… 그러면…… 세 곳 모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예고했으니까…….
아르네: …….
샤르자드: 잡일이라도 도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르네: …… 그래.
아르네: 그러면 일단…… 모래의 집에 가서, 보고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 이미 시각이 야심하니.
샤르자드: …… 음, 좋아요.
민필리아: 어서 와요. 연설은 어땠나요?
민필리아: 각국이 저마다 심각한 문제를 끌어안고 있지만 당신이 있으면 분명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어디를 선택하고 무엇을 할지…… 모두 당신이 결정할 일이에요.
민필리아: 하지만 먼 길을 다녀오셔서 피곤하시죠? 조금 쉬면서 생각해봐요. 마음이 정해지면 장교들에게 말하면 되고요.
알피노: 후후후. 그 모험가가 어느 나라의 총사령부를 선택할지 궁금하군.
알피노: 결과가 어찌 되든 세계는 이제부터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알리제: 알피노. 정말 이래도 된다고 생각해?
알피노: 무슨 뜻이니? 알리제.
알리제: 연설 다 들었잖아? 다 자기 나라가 처한 문제와 허울 좋은 말만 늘어놓고 있어.
알리제: 원인을 조사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아! 제7재해 같은 건 이미 다 잊어버렸나봐…….
알피노: 그래. 허울 좋은 말들일지도 모르지.
알피노: 하지만 알리제, 넌 눈치 못 챘니? 각국 수장들은 '빛의 전사들'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알피노: '빛의 전사들'은 제7재해 당시 에오르제아를 구한 영웅들인데 말이야.
알피노: 그 영웅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각국이 이제 스스로 일어서려 한다는 뜻이지.
알피노: 에오르제아는 재해로 큰 상처를 입었지만 모든 나라가 각자의 미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
알피노: 야만족, 그리고 야만신……. 에오르제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많지.
알피노: 각국의 총사령부, 그리고 '새벽의 혈맹'. 그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야.
알피노: 알겠니? 알리제. 내일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7재해는 과거에 묻어야 하는 거란다.
알리제: 할아버지는 저런 인간들에게 미래를 맡기지 않았고 저런 조직을 남기지도 않았어!
알리제: 난…… 내 방식대로 이 세계의 미래를 찾아낼 거야.
알피노: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같아. 언젠가는 서로 이해할 날이 오겠지.
알리제: …… 그랬으면 좋겠네.
알피노: 우리는 억지로라도 서로를 이해해야 해. 그것이 우리 남매의 숙명이니까.
알피노: 게다가 '열쇠'는 문을 열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알피노: 과거를…… 알고 싶지도 않은 진상을 덮어버릴 때에도 '열쇠'는 필요한 법이야.
(두 사람, 그리다니아로 이동.)
아르네: 오래 기다렸니, 아가.
샤르자드: 아뇨, 별로 안 기다렸어요. 금방 오셨는걸요.
샤르자드: 연락은 마치신 거예요?
아르네: 그래. 생각보다 중요한 일은 아니었어…….
아르네: …… 자리를 비워서 미안하구나.
샤르자드: 그건 다행이에요. 괜찮아요, 숲에 있는 건 좋아하니까.
샤르자드: 그럼 들어가 볼까요?
아르네: 어깨 펴고.
샤르자드: 하압. (숨 들이키고 어깨를 편다.)
인사 담당관: 어서 오십시오, 모험가님. 이곳은 총사령부 '쌍사당'의 통합사령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인사 담당관: 아, 블라우 님이셨군요! 연락은 받았습니다. '쌍사당'에 당신을 맞이하게 되어 정말로 기쁩니다!
인사 담당관: 그럼 지금부터 각종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드린 후에 약식으로나마 입당식을 열도록 하죠!
쌍사당 이병: 보고드립니다!
인사 담당관: 무슨 일입니까? 소란스럽군요.
쌍사당 이병: 아마리세 감시초소에서 긴급 연락입니다! 동부삼림 상공에서 하이윈드 비공사 소속 소형 비공정이 제국군의 포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쌍사당 이병: 비공정은 그대로 동부삼림의 '아홉덩굴 숲' 남동쪽에 불시착했습니다!
인사 담당관: 뭐라고요!? …… 하필 이크살족을 견제하느라 주력 부대가 자리를 비운 이 상황에!
인사 담당관: 블라우 님! 정식으로 입당하기도 전이라 송구스럽지만 힘을 빌려주시겠습니까?
인사 담당관: 비공정에는 민간인이 타고 있을 겁니다! …… 그 주변은 제국군의 정찰 범위에 들어있으니 만약 제국군과 충돌한다면 참사를 면할 수 없을 겁니다!
인사 담당관: 긴급 사태이므로 당신을 특별임관합니다! 먼저 '아홉덩굴 숲' 남동 방면으로 가서 상황을 확인하십시오!
샤르자드: …… 민간인…… 제국군이요.
아르네: …… 뭔가 시작부터 일이 꼬인 것 같구나.
샤르자드: 아르네. 갑작스럽지만…… 어서 가야 할 것 같아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이런 일은 서둘러야지.
샤르자드: 동부삼림이에요…… 어서요!
샤르자드: (자기가 아는 샛길로 달린다. 길을 넘어서서 거의 전부 가로질러 가는 방향이다.)
아르네: (새삼 눈앞의 제자가 오랜 시간 떠돌았음을 깨닫는다.)
샤르자드: (때로는 바위에서 뛰어내리거나 돌부리 위를 디디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숨도 거의 가빠지지 않은 채로 내달렸다……)
샤르자드: 찾았다!
아르네: 잠깐…… 조용히.
아르네: 이런…….
아르네: 잘할 수 있지, 샤르자드.
비공정 승무원: 음? 그 차림새는…… 모험가인가……!? …… 여긴 위험해. 잠깐 이리로 와봐.
샤르자드: (머리 끄덕인다. 거의 발각될 뻔했을 땐 숨까지 참았지만……)
비공정 승무원: 쌍사당에서 보낸 거라고? 하지만 군복도 안 입고 있는데……. …… 혹시 날 속이려는 거 아냐!?
쌍사당 소위: 우리는 총사령부 '쌍사당'에서 온 사람들이다. '갈론드 아이언웍스' 기술자인가? 추락 보고를 받고 그대들을 구출하러 왔다.
쌍사당 소위: 자네가 블라우인가? 사전 정찰 하느라 수고가 많았네!
갈레말 제국 병사: 어느새 이런 신형 비공정을……. 시드 난 갈론드, 그놈은 끝까지 제국의 권위에 도전할 작정이로군.
아르네: …….
갈레말 제국 병사: 비공정은 원래 우리나라의 마도 기술로 만든 것이거늘……. 놈은 괘씸하게도 이를 무단으로 국외에 유출했다. 이걸 에오르제아에 내줄 순 없지!
갈레말 제국 병사: 이 신형 비공정은 우리 군에서 접수한다! 거기 있는 마도 기술자도 끌고 가! 철수 준비를 시작해라!
쌍사당 소위: …… 저놈들은 '카스트룸 오리엔스'의 정찰대로군. 비공정을 차지할 작정인 것 같은데.
비공정 승무원: 내 파트너…… 웨지를 제발 구해줘! 녀석은 도망치지 못하고 아직 '꼬마 야생마' 안에 숨어있어!
쌍사당 소위: 꼬마 야생마!? …… 그렇다면 저게 말로만 듣던 신형 비공정이란 말인가!
비공정 승무원: 맞아. 두목…… 우리 시드 회장님이 제7재해 때 실종된 이후로 에오르제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비공정이야.
아르네: 시드…… 시드, 갈론드.
비공정 승무원: 간신히 시험 비행 단계까지 와서 아무 문제없이 날고 있었는데…… 젠장!
쌍사당 소위: 에오르제아의 비공정 및 고립된 갈론드 아이언웍스 소속 기술자를 구출한다!
쌍사당 소위: 샤르자드! 물론 자네도 도와줄 거지?
쌍사당 소위: 좋아, 전원 돌격! 대지신 노피카 님의 가호 있으라!
갈레말 제국 병사: 빌어먹을, 적이다! 반격해!
아르네: …… 조심해라, 샤르자드.
샤르자드: …… 네!
쌍사당 검술사: 전 대원은 제국군을 섬멸하라!
제국 십인대장: 비공정에 접근 못 하게 막아!
샤르자드: (사람을 상대하면서는 분명히 낯빛이 창백하다.)
아르네: …… 정신 똑바로 차려!
제국 십인대장: 에오르제아 야만인 주제에 건방지게!
제국 십인대장: 야, 그걸 써야겠다!
제국 십인대장: 가랏, 마도 뱅가드! 마도 기술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웨지: 빅스으으!
빅스: 웨지! 다행이야, 무사했구나!
웨지: 무서웠슴다!
빅스: 다치진 않았구나. ……어때, 비공정은 뜰 것 같아?
웨지: 보조 추진날개 말고는 멀쩡함다. 동력을 전부 주 추진날개로 돌리면 당장에라도 날 수 있슴다!
빅스: 우리는 여기서 '꼬마 야생마'를 긴급 수리한 다음 곧바로 이륙하고 싶은데.
쌍사당 소위: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엄호하겠네. 방금 전 제국 병사는 정찰 부대였던 것 같으니 당분간은 지원군도 안 올 거야.
쌍사당 소위: 블라우! 자네는 그리다니아 쌍사당 본부로 돌아가서 정식으로 입당 절차를 마치게.
쌍사당 소위: 자네 같이 훌륭한 모험가는 한시라도 빨리 쌍사당의 일원으로 맞이하고 싶거든! 통합사령부에는 내가 연락해두겠네.
빅스: …… 아까는 의심해서 미안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빅스: 인사 안 해!?
웨지: 살려줘서 고맙슴다!!
샤르자드: 아니에요,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샤르자드: (인사하며 간신히 좀 낯빛이 돌아온다.)
아르네: …… 괜찮니?
샤르자드: 괜찮아요.
샤르자드: (그 대답은 그래도 단단하다.)
아르네: 다친 곳 좀 보자, 아가.
샤르자드: 다치진 않았어요. 다행히 당신과 검술사 분이 시선을 끌어 주셔서…….
아르네: …… 그래.
아르네: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뺨을 쓸어본다.)
샤르자드: (약간 창백한 뺨이다. 그 손에 머리를 기댄다.)
아르네: …….
아르네: 돌아가서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하자. 좀 피곤하구나.
샤르자드: 하하…… 네, 그래요.
샤르자드: 그래도, 일단 완수 보고는 하고……
아르네: 물론이지.
샤르자드: …… 신고식은 거하게 했네요.
인사 담당관: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지금 막 보고를 받았습니다.
인사 담당관: 유능한 모험가라고 듣긴 했지만 정식으로 배속도 되기 전에 임무를 완수하시다니 놀라운 일이군요.
인사 담당관: '갈론드 아이언웍스'의 기술자들은 그 후 무사히 귀환했다고 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인사 담당관: 그나저나 듣던 것보다 훨씬 유능하신 분이군요. 당신이 우리 '쌍사당'에 지원해주셔서 정말로 기쁩니다.
인사 담당관: …… 그럼 이제부터 중단되었던 입당식을 진행하도록 하죠.
아르네: 이 정도로 강하게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샤르자드: 하하. 잘 벼려지고 있다고 해 주세요.
인사 담당관: 그럼, 다시 한 번…… '쌍사당'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사 담당관: 블라우,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인사 담당관: …… 총사령부란 국가 규모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도시국가가 하나로 뭉치려고 결성한 조직입니다.
인사 담당관: 우리 '쌍사당'은 야만신과 갈레말 제국, 그리고 재해에 의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결성되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인사 담당관: 우리는 최고사령관이신 카느 에 님을 모시고 이 검은장막 숲을 지켜야 합니다.
인사 담당관: 국기에 그려진 두 마리의 흰 뱀처럼 그리다니아 백성과 이방인인 모험가가 서로 손을 잡고서…….
인사 담당관: "숲의 의지가 함께하기를"이라는 표어에 따라 숲과 함께하는 자로서 온 힘을 다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하여 주십시오.
인사 담당관: 블라우. 입당하는 데 있어 선서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인사 담당관: 숲에 사는 사람은 때로는 침묵으로써 대답하는 법! 당신이 품은 결의가 제게도 전해졌습니다.
인사 담당관: 쌍사당 이병 블라우. 당신의 쌍사당 입당을 승인합니다! 이 시간부로 당신은 쌍사당의 일원입니다.
아르네: …….
인사 담당관: 쌍사당을, 아니 그리다니아를 위해서 당신의 힘을 마음껏 발휘해주십시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르네: 검이 되는 게 싫지는 않니. (아주 조용히 묻는다.)
샤르자드: 기쁜걸요. (조용히 대답했다.)
민필리아: …… 들려요? 나예요, 민필리아예요.
민필리아: '쌍사당' 장교에게 연락받았어요. 무사히 총사령부에 입당했다고요! 축하해요.
민필리아: 그럼 일단 '모래의 집'으로 다시 와줄래요?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요! ……기다릴게요!
인사 담당관: 어디선가 부르나 보군요?
인사 담당관: 그 부름에 응하기 전에 쌍사당 대령 보르셀에게 말을 걸어 주십시오. 분명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르네: …… 그래.
쌍사당 대령 보르셀: 요즘 임무 수행에 열심인가 보군, 블라우 쌍사당 이병. 활약상이 우리 귀에까지 들어오고 있네. 실력이 제법 출중하다면서?
쌍사당 대령 보르셀: 그런데 혹시 자네는 임무 수행 중에 더 신속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생각 안 해봤나?
쌍사당 대령 보르셀: 그럴 때 발 빠른 초코보가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네. 보아하니 자네는 아직 '내 초코보'가 없는 모양인데, 자네같이 출중한 인원에게 지급하지 않으면 부대의 큰 손실이지.
쌍사당 대령 보르셀: 보급 담당관에게 가서 군표를 내고 초코보 지급권: 쌍사당을 받아 ‘싱구르'에게 가져가보게. 자네에게 딱 맞는 초코보를 마련해줄 걸세.
새벽의 혈맹원: 잘 왔다, 이슈타브, 블라우! 자, 자네들도 얼른 들어가게! 민필리아 님께서 기다리신다.
민필리아: 어서 와요! 벌써부터 활약이 대단했다면서요?
민필리아: 장교님이 흥분해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제 우리 총사령부는 승승장구할 게 틀림없다면서 말이죠.
민필리아: 나도 당신의 활약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기뻐요!
민필리아: 그리고 우리 '새벽의 혈맹'에도 좋은 일이 있었어요!
민필리아: 타타루 씨.
타타루: 이쪽이에용!
빅스: 나는 빅스라고 한다. 지난번에는 고마웠다! 네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빅스: 우린 당분간 여기 머물기로 했으니 잘 부탁해!
웨지: 웨, 웨, 웨지…… 라고 함다!
빅스: 제대로 인사해야지!
웨지: 아, 앞으로 잘 부탁함다!!
민필리아: 당신들이 구출한 '갈론드 아이언웍스'의 기술자들이에요. 이번에 '새벽의 혈맹'에서 보호하게 되었어요.
아르네: …….
민필리아: 비공정을 비롯한 마도 기술은 에오르제아의 어느 도시에서나 중요하니까요.
민필리아: 그래서 중립적인 입장인 우리가 보호하게 된 거죠. 기술자분들도 흔쾌히 협조해주기로 하셨어요.
민필리아: 이렇게 해서 또 '새벽의 혈맹'에 동료가 늘었답니다!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봐요!
아르네: 네게 좋은 동료들이 되어줬으면 좋겠구나.
샤르자드: 당신에게도요.
민필리아: 나는 에오르제아를 사랑해요. 물론 '새벽의 혈맹'도요.
민필리아: 이렇게 '새벽'의 동료가 늘어나면서 다 같이 힘을 모아 에오르제아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게 난 정말로 행복해요.
민필리아: 당신한테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고마워요.
아르네: 내게?
샤르자드: 네.
민필리아: 자, 이제 식구도 늘었으니…….
민필리아: 갑작스럽지만, 부탁을 하나 할게요!
민필리아: 위리앙제 씨. 발데시온 위원회에서 자료가 도착했나요?
위리앙제: 네, 여기…….
민필리아: 그리다니아의 총사령부 '쌍사당'에서 조사 의뢰가 들어왔어요.
민필리아: 이다, 파파리모. 설명해줄래요?
파파리모: 쌍사당의 요청은 그리다니아에 사는 실프족의 동향을 조사해달라는 거야.
이다: 실프족은 되게 희한하게 생긴 종족인데 말야. 하늘을 나는 '기살의 야채' 같달까……? 그리고 야만신 '라무'를 신봉하고 있다지?
파파리모: 야만족이라고 해도, 호전적인 이크살족과 다르게, 온순하고 대화가 통하는 상대야. 참 다행이지.
민필리아: 야만족에게 직접 야만신 문제를 물어볼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예요.
샤르자드: 야만족…… 온순한…….
파파리모: 야만신 '라무'의 존재는 전부터 확인되고는 있지만, 요 근래에는 실프족이 '강신 의식'…… 즉, 야만신을 소환한 낌새는 없어.
파파리모: 바꿔 말하면, 아직 소환하지 않았을 뿐, 소환할 가능성은 있다는 말이지.
이다: 그리다니아 입장에서는 이 야만신 '라무'에 어떻게 대처할까, 머리가 아픈 거지.
파파리모: 이크살족의 야만신 '가루다'는 현재까지 확인된 야만신 가운데 가장 포악하다고 알려진 존재야.
파파리모: 그리다니아는 이 '가루다'를 막는 것만도 버거울 테니까.
아르네: …….
민필리아: 그래서 가능하면 실프족과는 대화로 해결하고 싶은 거죠.
아르네: 여러모로 이상하게 들리는 단어들이구나.
민필리아: 이슈타브, 당신의 '초월하는 힘'은 상대와의 사이에 놓인 정신적인 벽, 언어와 마음의 벽마저 극복할 수 있어요.
민필리아: '야만신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당신들이 이번 조사에 함께해줬으면 해요.
민필리아: 고마워요!
아르네: 야만족…… 야만신……
산크레드: 아, 이번엔 내가 진짜 제대로 도와주고 싶은데 그리다니아는 지리를 잘 몰라서…….
산크레드: 민필리아. 이번에는 그리다니아 담당인 이다와 파파리모가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
민필리아: 그래요. 두 사람 다 괜찮을까요?
이다: 당연한 말을 해!
파파리모: 물론이죠.
샤르자드: ……. (뭔가 말하려다가 만다.)
아르네: (눈길을 준다.)
아르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좋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 일단 쌍사당으로 갈까요.
샤르자드: (머리 가볍게 저을 뿐이다.)
아르네: …….
아르네: 그런 말들을 쌓아두는 건 좋지 않아.
아르네: 자, 네가 한 일이니 멋지게 보고하고 와라.
샤르자드: …… 같이 가 주세요.
아르네: 하하……! 그래.
쌍사당 대령 보르셀: …… 실프족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로군. '새벽의 혈맹'에 조사를 부탁하는 수밖에…….
쌍사당 대령 보르셀: 아, 모험가로군. 미안하네.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 총사령부 '쌍사당'에 온 걸 환영한다!
쌍사당 대령 보르셀: 누군가 했더니 쌍사당 이병 블라우로군. 쌍사당 임무는 열심히 하고 있나?
이다: 안녕~? 미안하지만 오늘은 다른 일로 왔어.
쌍사당 대령 보르셀: 오, 이다와 파파리모 아닌가. 그렇다면 자네들은 '새벽의 혈맹'과 손잡고 일하는가 보군.
파파리모: 의뢰할 일이 있다며? …… 자세한 내용을 말해줘.
쌍사당 대령 보르셀: 그래.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몇 가지 조사해야 할 일이 있거든. 검은장막 숲에 살고 있는 실프족, …… 그리고 야만신 '라무'에 대해서.
쌍사당 대령 보르셀: 우리 그리다니아는 카느 에 님의 방침에 따라 가급적 전쟁을 피하려 하고 있네.
쌍사당 대령 보르셀: 그러다 보니 우리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그리다니아를 위협하는 요소가 자라나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
쌍사당 대령 보르셀: 현재 그리다니아와 실프족은 서로 우호적인 관계지만 ……그들도 엄연히 야만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쌍사당 대령 보르셀: 제7재해 이후의 불안정한 시국을 틈타 언제 그들이 야만신 '라무'를 소환하려 들지 모르는 일 아닌가.
파파리모: …… 좋아. 그리다니아의 입장은 알겠어.
쌍사당 대령 보르셀: …… 야만신 '라무'를 치는 것이 마땅한지 아닌지, 지금까지 그리다니아와 실프족이 맺어온 관계는 접어두고 중립적인 의견을 듣고 싶네.
쌍사당 대령 보르셀: 무엇보다 야만신 '라무'를 소환했던 당사자인 실프족의 입장이 궁금한데. 그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두고 싶거든.
쌍사당 대령 보르셀: 우리가 직접 대화에 나서면 아무래도 그리다니아 쪽으로 치우쳐 바라보지 않겠나? 그러니 너희들 '새벽'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해 줬으면 해.
쌍사당 대령 보르셀: 동부삼림에 있는 '실프 임시 주거지'에 사는 실프족들은 야만신 '라무'의 신도가 아니라 우리와 꾸준히 대화를 이어온 온건파야.
쌍사당 대령 보르셀: 하지만 그들은 야만족이고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사전 지식 없이 대화에 나섰다간 결례를 범할 수도 있어.
쌍사당 대령 보르셀: 실프 임시 주거지로 가는 길에 '호손 일가의 산장'이 있으니 거기서 먼저 실프족의 관습에 대해 알아보는 게 좋을 걸세. 현지에 있는 장교를 찾아가 보게. 그럼 건투를 빌겠네.
파파리모: 자, 의뢰 내용은 알았으니 먼저 그 장교라는 사람과 얘기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르네: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다. 말이 없다.)
파파리모: '호손 일가의 산장'에 들르려면 구시가지에 있는 동부 나루터에서 배를 타는 게 빠르겠어.
이다: 실프족이랑은 꼭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다, 그치?
샤르자드: (보르셀 앞에서 등을 돌린 후에야 아주 작게 속삭인다.) 야만족, 이라고 하면서 결례를 범할 수도 있다고 말하네요.
아르네: …….
아르네: …… 나는 아직도 이 땅이 낯설구나. (희미하게 웃는다.) 가자.
샤르자드: 말도 통하고, 문화가 있다는 것도 이해하면서……
샤르자드: 그러면 야만족과 다른 '종족'을 구분하는 범주가 뭔지.
아르네: (부드럽게 손을 뻗어 잡는다.)
샤르자드: 가요.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겠죠.
아르네: 계속 생각해도 된다.
아르네: 할 일을 미루지만 않는다면.
샤르자드: 하하.
샤르자드: …… 초코보.
싱구르: '내 초코보'가 필요하시다고요? 그럼 저한테 초코보 지급권: 쌍사당을 건네주세요.
싱구르: 네, 총사령부에서 발행한 초코보 지급권: 쌍사당이 맞네요.
싱구르: 그럼 손님하고 꼭 맞는 멋진 초코보를 데려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르네: …… 탈 수 있겠니?
샤르자드: …… 네!
싱구르: 손님이 오시기 조금 전부터 기분이 좋은지 계속 들떠있던 아이가 있거든요. 손님하고 만날 걸 예감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싱구르: 자, 그럼 손님! 어서 이 수컷 초코보한테 이름을 지어주세요.
초코보: 꾸엑!
샤르자드: 이…… 이름.
샤르자드: …… 엇, 이거 떨려요.
아르네: 이름을 잘 지어주는 게 생각보다 아주 중요해.
샤르자드: 당신이 제게 지어주신 것처럼요?
아르네: …….
아르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처음부터 지어 준 이름이 아니라서…….
샤르자드: 저에겐 '처음부터'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아르네: 조금쯤 고민이 되는구나. 역시 새 이름을 붙여주는 편이 좋았을까.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한참이나 초코보를 바라보면서 고민한다.) 내가 이름을 잘 지어 주려고 해도…… 아는 게 없으니까…….
아르네: 음.
아르네: 어떤 이들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의 이름을 붙이더구나.
샤르자드: 이 아이에게 아르네라고 이름을 붙일 순 없잖아요…….
아르네: …….
아르네: ……?
아르네: …….
아르네: ? …….
아르네: ? (귀를 의심하고 있다…….)
샤르자드: (너무 당연한 얘길 한 거라 아무 생각 없다……)
샤르자드: …… 음, 너 눈동자가 갈색이구나.
초코보: 꾸엑!
샤르자드: (초코보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엘더.
아르네: 엘더?
샤르자드: 네, 엘더 나무 같은 색이라서요.
아르네: 좋은 이름이구나.
싱구르: 초코보도 당신이 지어준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요.
싱구르: 자, 이 초코보 호루라기를 받으세요. 이걸 불면 '내 초코보'가 당신한테 달려올 거예요.
싱구르: 단, 사람이 많이 오가는 도시 안이나 마물이 사는 동굴처럼 초코보가 싫어하는 곳으로는 불러도 안 오니까 주의하시고요.
싱구르: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각 도시에서 발행하는 '초급 초코보 면허'도 드릴게요.
싱구르: 이제 수속은 다 마쳤어요. 어서 도시 밖으로 나가서 내 초코보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아르네: 음.
아르네: …… 타 본 적 있니.
샤르자드: …… 우리 초코보 빌려서 타고 달리지 않았어요, 저번에?
아르네: 그 초코보 말고, 네가 직접 길을 들인 초코보 말이다.
아르네: 아니면 말이나.
샤르자드: 어…….
샤르자드: 제가 아는 한은 없죠…….
아르네: …… 그렇구나.
아르네: 가자. 착한 아이를 하나 소개해 주마.
샤르자드: 아, 맞다.
아르네: 음?
아르네: 이건……?
샤르자드: 당신 연락 받으러 가신 사이에 사 왔어요.
샤르자드: 또 식사 안 하고 돌아다니시는 거 같아서.
아르네: …… 굳이 이렇게 챙기지 않아도 된다, 샤르자드. 네 몫만 잘 챙겨도…….
샤르자드: 제 몫 챙기는 김에 챙기는 거예요.
아르네: …….
샤르자드: 헤헤.
아르네: 어쩐지 역할이 뒤바뀐 것 같구나.
샤르자드: 싫으세요?
아르네: …… 아니.
샤르자드: 헤헤.
미테니: 검은장막 숲 동부 방면으로 가는 배는 이 언덕 아래 나루터에서 타면 된다.
미테니: …… 흐음. '호손 일가의 산장'으로 갈 거라고? 그렇다면 여기서 배를 타고, 내린 다음에는 동쪽으로 가도록.
선장 로마리크: 이 배는 동부삼림 '꽃꿀 나루'로 갑니다. 타실 건가요?
샤르자드: 저도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당신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아르네: 하하…….
아르네: 잠깐 멈춰 봐라.
샤르자드: 우와아, 큰 초코보.
샤르자드: …… 저도 탈 수 있어요?
아르네: 순한 아이야. 천천히 올라타면 밀어내지 않을 거다.
아르네: (오른손을 내민다.) 자.
샤르자드: 스흐으읍…… (숨 들이키고, 초코보 등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그의 손 잡고 올라타 본다.)
샤르자드: …… 우와아, 높다.
아르네: 잘 타는구나.
아르네: 자, 샤브디즈…… 오랜만이라고 화 내지 않을 거지. 가자.
샤르자드: 이 아이 이름은 샤브디즈예요?
아르네: 그래. 오래 전에 지은 이름이지.
샤르자드: 무슨 뜻이에요?
아르네: 어느 책에 나오는 말의 이름이었는데.
아르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않는구나.
샤르자드: 아하.
아르네: 자, 조심해서 내려야 한다.
샤르자드: 네……!
샤르자드: (조심조심 내려 본다……)
샤르자드: 후우우.
아르네: 착한 아이지?
샤르자드: 네!
아르네: 하하……
샤르자드: 제…… 초코보도…… 착한 아이겠죠?
아르네: 한 번 불러 볼 테냐? 말을 잘 들을 것 같았는데.
샤르자드: …… 네!
아르네: 옳지, 착하지…….
샤르자드: (불러서, 타더니, 슬슬슬 머리 뒤쪽 깃털 쓰다듬어 준다.)
샤르자드: 착하지……. 착하지.
샤르자드: …… 우아. 순해요.
아르네: 잘하는걸.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겠다.
샤르자드: 그래도 무서워요…… 조금.
아르네: 귀여운 아이구나. (부리 밑 살살 긁어준다.)
아르네: 네가 무서워하면 이 아이도 너를 믿지 못할 테니, 네가 먼저 마음을 놓는 게 중요해.
샤르자드: 아니야, 엘더. 네가 무서운 게 아니고, 내가 널 다치게 할까 봐 무서운 거야. (말 알아듣는 상대 대하듯 말하면서 머리 뒤쪽도 슬슬 쓸었다.)
아르네: 음.
샤르자드: 들어가, 엘더. 고마워.
아르네: 파트너가 하나 더 있는데…… 그 아이는 나중에 보여주마.
아르네: 가자. 소위가 기다리겠다.
샤르자드: 핫, 네!
쌍사당 소위 아믈랑: …… 그래, 내가 '쌍사당' 소위 아믈랑일세. '새벽' 사람들이군. 통합사령부로부터 사전에 연락받았네. 실프족에 대해 알고 싶다고?
쌍사당 소위 아믈랑: 실프족은 경계심이 무척 강해. 특히 검은장막 숲에 '갈레말 제국'이 침입한 이후로는 갑자기 냉담한 태도로 돌아섰어.
쌍사당 소위 아믈랑: 하지만 일단 경계심을 풀기만 하면 매우 우호적인 종족이 되지. 그들은 경계심만큼이나 호기심도 강하거든. 그런 점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
쌍사당 소위 아믈랑: 맞다, 롤프 어르신께 물어보는 게 어때? 오래전부터 이곳에 사신 분이니 그들의 관습에 대해선 어르신이 더 잘 아실 거야.
롤프 호손: 실프족의 관습에 대해 알고 싶다고? 좋아, 그럼 그들의 관습을 배워가도록 하게. 세상에 그들만한 별종이 없다니까.
롤프 호손: 이곳 사람들은 누구나 실프족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네. 그러니 길 가다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될 거야.
이자벨 호손: 실프족은 우리 인간과는 동떨어진 윤리관을 가졌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상식'이 그들에겐 전혀 통용되지 않죠.
이자벨 호손: 귀여운 외모에 현혹되어 방심하면 안 돼요. 잠깐만 한눈팔면 이미 얼굴이 낙서투성이일걸요.
아르네: …… 흐음.
샤르자드: …… 장난꾸러기들이라.
블레제트: 먹을 것으로 실프족을 길들이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들에게는 '햇볕을 쬐는 것'이 곧 식사나 마찬가지니까요.
몬: 실프족은 장난을 아주 좋아해요. 우리가 쓴 가면에 낙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순찰 중인 보초를 골짜기 아래로 밀어버리기까지 하죠.
몬: 위험한 장난은 하지 말아달라고 해봤자, 애초에 악의를 갖고 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게 왜 안 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아르네: …… 골짜기 아래로?
샤르자드: …… 음,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르네: 어쩐지…… 꼭 네 살배기 아이를 소개하는 것 같은 언사들이구나.
샤르자드: 그러게요…….
롤프 호손: 어때,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알 것 같지? 실프족은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 예를 들어 그들의 '인사'는…… 이거야.
롤프 호손: 실프족들은 춤을 추면서 인사를 주고받지. 그들과 만날 생각이라면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아르네: …….
아르네: ……?
롤프 호손: 실프족을 만나러 가려면 간단한 선물이라도 준비해가는 게 좋을 거야. 그런데 나는 실프족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으니…….
아르네: (눈을 의심한다…….)
롤프 호손: 아, '들꽃만발 양봉장'에 있는 우리 아내 '로사'에게 한번 물어보게.
롤프 호손: 실프족이 벌집에 장난치는 걸 막으려다 보니 그들의 생태에 대해 제법 자세히 알게 됐거든.
샤르자드: …… 당신이 실프족에게 인사하는 걸 꼭 보고 싶네요.
아르네: 조용히 해.
아르네: …….
샤르자드: 그래도 인사는 하실 거잖아요, 그렇죠?
아르네: …… 해야지…….
(마물 조우.)
샤르자드: …… 이상하게 생긴…….
아르네: …….
샤르자드: 기분이 이상해요…….
아르네: …… 눈 마주치지 마라. 가자.
로사 호손: 어머, 실프족이 뭘 좋아하는지 궁금하다고요? 그들은 인간과 달라서 벌꿀 같은 걸 받아도 시큰둥해요. 좀 더 색다른 걸 좋아하죠.
로사 호손: 실프족이 좋아하는 건 젖뿌리……. 초목강에 속하는 마물의 뿌리예요. 씹으면 하얀 액체가 나오는데, 실프족은 그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네요.
로사 호손: 젖뿌리를 찾으신다면…… 아까 오츄 한 마리가 근처 풀숲에 있었으니 이 황갈색 물약을 뿌리면 나타날 거예요.
샤르자드: …… 냄새…….
아르네: …… 어쩔 수 없지.
롤프 호손: 선물은 준비됐나? 실프족에게 줄 선물이라니, 얼마나 작고 깜찍할지 기대되는군.
롤프 호손: 우…… 우웩, 이건 젖뿌리잖아……!? 그, 그야 실프족한테는 술 같은 거긴 하지만…….
롤프 호손: 이 엽기적인 물건을 가져가겠다면, 내 상하지 않도록 포장지에 싸 주지. 아니, 제발 포장하게 해 주게…….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군.
아르네: …… 짜증이 나네, 갑자기…….
아르네: …… 시간이 늦었으니 하룻밤은 이 근처에서 묵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아, 네에. 전 좋아요.
아르네: 그래…… 오늘도 고생했다, 아가.
샤르자드: 네, 당신도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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