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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2

아르네: 잘 잤니, 아가.

샤르자드: (얌전히 쓰다듬을 받는다.) 네에. 아르네는요?

아르네: 오랜만에 좀 잤다.

샤르자드: 다행이에요.

아르네: 제대로 잘 때까지 두고 보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해.

샤르자드: (대답 대신 빤히 본다.)

아르네: …….

아르네: …… 왜 그렇게 봐.

샤르자드: 제대로 못 주무셨으면 하룻밤 더 보내려고 했는데, 그나마 눈가가 덜 어두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르네: …….

아르네: …… 그 정도로 꼼짝 않고 있으면 오히려 몸이 못 버틴다. 움직이자.

아르네: 그래도 밤에는 날이 덥지 않아 다행이구나.

샤르자드: 그러게요.

샤르자드: …… 아, 저기 있네요, 산크레드 씨.

아르네: …….

산크레드: 어서 와.

산크레드: 아울슨 얘기는 들었어. 상처가 꽤 깊었다던데. 그렇게 아름다운 사제를 의심하다니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던 모양이야…….

아르네: …….

아르네: (한량…… 이라는 눈빛이다.)

산크레드: 실은 금 장터 부근에서 아울슨을 미행하던 중에 따로 수상한 아말쟈족을 발견했거든. 그래서 너희를 여기로 부른 거야.

산크레드: 그 녀석이 아말쟈군 진영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까진 봤어. 내가 여기서 망을 볼 테니까 안에 들어가서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와줄래?

아르네: …… 가자.

샤르자드: 네에…….

샤르자드: (영 믿지 못하겠단 눈으로 산크레드 힐끗 보고 따라간다.)

(샤르자드, 진영 안쪽에 잠입했다가 나오던 중 아말쟈족에게 발각된다.)

샤르자드: 죄- 죄송해요……!

아르네: 괜찮아.

아르네: 그럴 수 있다. 놀라지 마.

아르네: …… 우리가 영지에 숨어든 것인데, 마음은 안 좋군.

샤르자드: …… 그렇네요…….

아르네: 다친 곳은 없니?

샤르자드: 아, 괜찮아요.

아르네: 정말?

샤르자드: 네, 정말로……!

아르네: …… 그래, 믿으마. 돌아가자.

샤르자드: 헤헤…….

샤르자드: (그가 잠시 등 돌린 사이에 조금 찢어진 옷 툭툭 턴다.)

산크레드: 단서가 될만한 건 뭐라도 찾았어?

아르네: …….

산크레드: 이 전단은 뭐지……? "가난한 당신에게 날 신의 풍요를 나누어드립니다"라고? ……보아하니 빈민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기 위한 집회인가 본데.

산크레드: 그런데 글씨 되게 못 썼네……. 날달 신에 대한 지식도 미묘하게 잘못됐어. 진짜 성직자가 쓴 게 아닌 것 같은데…….

산크레드: '아울슨' 사제한테 '수상한 전단'을 보여줘 봐. 아울슨은 지금 마른뼈 야영지 여관에 있을 거야.

(두 사람, 마른뼈 야영지 여관으로 돌아온다.)

샤르자드: …….

샤르자드: …… 산크레드 씨가 먼저 달려와 있을 거면, 산크레드 씨가 전단을 보여 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울슨: 아, 전에 만났던 모험가님이시네요. 그때는 위험에서 구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르네: …….

아울슨: 이 전단은 대체 뭐죠……?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이네요. 사제가 쓴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아울슨: …… 그러고 보니 꽤 오래전에 사제복이 하나 없어져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누군가가 사제 행세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산크레드: 슬슬 수수께끼가 풀려가는 것 같은데? 아마 공범은 사제로 변장해서 빈민들을 속이고 있을 거야.

산크레드: 머리가 좀 돌아가는 녀석인가 본데……. 나는 그놈을 붙잡을 계획을 짤 테니까 너희는 아이셈바드한테 가서 조심하라고 전해줘.

아르네: 계획…… 잘 짤까……?

샤르자드: …… 신뢰가 없어지는데요…….

아르네: 불안한데…….

샤르자드: 다른 얘기지만…… 사제복을 훔쳐서 사제 노릇을 한다니.

샤르자드: 그건…… 참, 악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셈바드: …… 아하, 범인은 사제님 행세를 하며 빈민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던 거로군!

아이셈바드: 용케 알아냈군그래. 나도 수상한 자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겠네.

아르네: 무얼, 제국군도 달마스카 군복을 훔쳐서 달마스카군 흉내를 내는데.

아이셈바드: 가짜 사제가 대체 누구인지 전혀 짐작도 안 간다네.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러워지더군.

샤르자드: 참 싫네요.

산크레드: 아이셈바드 님. 가짜 사제를 붙잡기 위한 좋은 작전이 생각났어요. 그놈은 일자리가 없는 빈민들한테 전단을 나눠주고 다녔잖아요?

산크레드: 그렇다면 나랑 이 둘이 빈민으로 변장해서 반대로 가짜 사제를 속여버리는 게 어때요?

아이셈바드: 과연, 함정 수사를 하겠다는 건가. 위험한 도박이지만…… 자네들이라면 믿어도 될 것 같네.

아이셈바드: 빈민으로 변장하려면 허름한 옷이 필요하겠군. 이 낡은 양치기 튜닉과 낡은 양치기 일자바지를 입게나.

아르네: …… 빈민 흉내…… 가 될까?

산크레드: 고맙습니다, 아이셈바드 님.

아르네: 에오르제아에서…… 비에라가?

산크레드: 너희는 이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일자리를 구하러 온 빈민이라고 소문을 내줘.

산크레드: 그 소문이 가짜 사제의 귀에 들어가면 틀림없이 전단을 가지고 우리한테 접근할 테니까 그때 둘이서 확 붙잡아버리자.

아르네: 다날란에서? …….

샤르자드: …….

샤르자드: 그…… 아르네.

샤르자드: 저도…… 제법 잘…… 떠돌이로 지냈어요.

아르네: …….

아르네: 아니…… 귀가 워낙 눈에 띄니까.

샤르자드: 그래도…….

아르네: 변장의 의미가 있을까 하고…… …… 하아.

샤르자드: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샤르자드: (그의 귀를 눕히듯이 쓰다듬어 본다.)

아르네: (무너지는 억장을 묵묵히 붙잡는다…….)

아르네: (못 붙잡았다.) 너 뭐 하니?

샤르자드: …… 역시 당신 귀도 안 눕혀지네요.

샤르자드: 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아르네: 미코테야? 미코테냐고?

아르네: 되겠냐고?

샤르자드: 저는 잘 모르죠.

아르네: …… 아니…… 됐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해 보자.

샤르자드: 네에.

아르네: …… 화 낸 거 아니다.

샤르자드: 하하.

샤르자드: 음, 저한텐 익숙한 느낌의 옷이네요.

아르네: …….

샤르자드: 당신은 어때요?

아르네: 익숙하다, 여러모로.

샤르자드: 다행이네요.

아우릴디스: 일하는 중이니까 말 걸지 말아줘.

아우릴디스: 나 참, 당신 같은 빈민한테 신경 쓸 시간 없다니까! 당신 친구들은 마른뼈 황야 연못가에 모여있으니까 가서 같이 물이나 마시지그래!?

에르메가르드: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에르메가르드: ……여기 있는 물건들은 아주 비싼 거예요. 자, 마른뼈 황야 연못가에 모여있는 당신 친구들한테 돌아가세요.

샤르자드: …… 흐음.

아르네: …….

스베인휠트: 나는 떠돌이 종교인이라오……. 그대는 태양의 여신 '아제마' 님께 관심이 있는가?

스베인휠트: 빈민이여. 태양신 아제마 님께 과거에 지은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시오! 그리하면 빛의 인도가 그대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오!

아르네: 아제마…… 이쪽은 아니군.

불멸대 병장 널: …… 무슨 일이냐?

불멸대 병장 널: 빈민이 또 늘어났나 보군……. 물러가라. 불멸대에는 네가 할 일은 없다.

애들스탠: 아, 뭔데 그래? 마침 재밌게 얘기하던 참인데…….

애들스탠: 마을에 또 빈민이 왔나 보군……. 네가 할 일은 여기 없으니까 얼른 나가.

산크레드: 소문은 충분히 퍼진 것 같아. …… 게다가 마른뼈 황야 연못가에 빈민들이 모여있다는 정보까지 얻었고.

산크레드: 듣고 보니 그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서 가짜 사제가 빈민들을 납치하기 좋은 장소일지도 몰라.

산크레드: 준비됐으면 출발하자. 같이 가서 기다려보자고.

아르네: (가볍게 기지개 켠다.) 가자.

샤르자드: …… 뭐랄까…….

샤르자드: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가 참 많은 걸 나누니까…… 얄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르네: …….

아르네: 세상의 많은 것들은 생각보다 부조리해.

아르네: 합리적인 사고로는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많다.

아르네: 여린 심성으로는 더더욱 그렇고.

샤르자드: 하하…….

(이동 중, 샤르자드는 바위를 타고 간다.)

아르네: …….

아르네: ……. (산양 같다.)

샤르자드: (산양 짓을 한다.)

산크레드: 그럼 어디 가짜 사제한테 유인당해볼까? 아니,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유인하는 게 맞겠지.

산크레드: 완벽한 변장이야. 그럼 이제부터 여기서 가짜 사제를 기다려보자.

???: 가난한 자여, 저는 날달 교단에서 온 사제입니다. 당신은 혹시 일자리를 찾고 계시지 않습니까?

산크레드: 당신은 사제님……이세요?

???: 그렇습니다. 두려워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성 아다마 란다마 교회의 사제입니다…….

???: 이것을 보십시오. 날 신께서 현세에서 어떤 복을 내려주시는지 적혀있습니다. 저희에게 다 맡겨주시면 반드시 일자리를 구해드리지요.

산크레드: 사제님, 이건……. ……후훗, 그렇단 말이지.

산크레드: ……네가 바로 아말쟈족과 내통한 가짜 사제였군. 맞지? 질 나쁜 장사꾼…… 언거스트 씨.

언거스트: 어…… 어떻게 나를 알지!? 빈민인 척하고 날 속인 거냐……!

언거스트: 나, 나도 좋아서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냐! 금 장터를 지키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산크레드: 금 장터를? 설명해봐.

언거스트: 맞아……. ……나는 금 장터에 사는 상인이야.

언거스트: 실은 얼마 전부터 금 장터에 아말쟈족이 쳐들어와서 약탈을 일삼는 탓에 견딜 수가 없었어…….

언거스트: 그래서 장터 사람들을 지키려고 아말쟈족에게 거래를 제안해봤지.

아르네: …….

언거스트: 그랬더니 놈들은 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어.

산크레드: …… 그런 일이 있었군. 그래서 아말쟈족은 무슨 요구를 했는데?

언거스트: 놈들의 요구는 나나와 은광에서 크리스탈을 운반하는 일정을 자기들한테 귀띔해달라는 거였어……. 그래서 은광 일꾼들을 매수해 운반 일정을 알아냈지.

언거스트: 그러자 이번에는 사람을 모아오라는 거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사제로 변장해서 빈민들을 꾀어 아말쟈족한테 넘기는 방법을 생각한 거지.

산크레드: 하지만 아무리 금 장터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고는 해도 불멸대에 상의하거나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 왜 일개 상인이 혼자서 이런 짓을 한 거지?

언거스트: …… 가…… 후했단 말이야…….

산크레드: 뭐라고?

언거스트: 보수가 후했다고! 돈을 두둑이 찔러주더구만! 뒤쥐고기를 아무리 팔아봤자 이렇게는 못 벌어!

산크레드: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람을, 나라를 팔아넘겼단 말야……? 이 쓰레기 같은 놈!

언거스트: 날 원망하지 마라. 이것도 다 달 신의 뜻이니까! 잘 있어라!

언거스트: 으, 으아아아악! ……너, 넌 저번에 날 방해했던 놈이잖아!? 그냥 지나가던 모험가가 아니었단 말이야!?

아르네: 매국노 새끼…….

산크레드: 불멸대의 순찰 정보를 아말쟈족한테 유출한 것도 너냐?

언거스트: 아, 아니야! 그건 내가 안 했어! 정말이야!

산크레드: 뭐, 그렇다 치자. 네 신병은 불멸대에 넘길 테니까 그쪽에서 찬찬히 얘기해보자고.

언거스트: 제엔자아아앙…….

산크레드: 너희는 민필리아한테 가서 보고해줘.

산크레드: 난 이 쓰레기 같은 자식한테서 다음에 거래할 장소와 시간을 알아낼 테니까.

산크레드: 거래 장소에 매복하고 있다가 현장에 아말쟈족이 나타나면 납치된 사람들이 어디 갔는지 불 때까지 손을 봐주겠어.

아르네: (왼손을 반복해서 쥐었다 폈다 한다.) …… 가자.

샤르자드: (그가 하는 양을 걱정스럽게 본다. 그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쥐어 준다.) 네, 가요…….

아르네: …… 괜찮아.

아르네: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샤르자드: 왜요?

민필리아: 어서 와요! 산크레드랑 잘하고 있나 보네요.

(두 사람, 민필리아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민필리아: …… 그렇군요. 그동안 그런 일이……. 어떤 상황인지 알겠어요. 보고해줘서 고마워요.

민필리아: 그럼 이제 납치된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아말쟈족과 접촉하려는 거죠?

민필리아: 물론 순순히 가르쳐주진 않을 테니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그들을 상대할 준비를 해야겠네요.

민필리아: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비해서 당신한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은 '뮤타믹스'라는 고블린족 학자예요.

민필리아: 그는 무기와 방어구를 강화하는 데 있어 남다르면서도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그걸 모험가들한테도 널리 알리고 싶다네요.

민필리아: 고블린족에 대한 편견이 없고 학구열이 강한 사람한테 미래를 맡기고 싶다는 말을 평소에도 자주 한다더군요. 당신이 바란다면 틀림없이 도와줄 거예요.

민필리아: 검을 한 자루 맡길 테니 당신 눈으로 직접 그 기술을 보고 오세요.

민필리아: 뮤타믹스의 공방은 중부 다날란의 '봉화 언덕'에 있어요. 이상한 색을 띤 연기가 보이는 쪽으로 가면 될 거예요.

아르네: …… 음.

샤르자드: …… 이상한 색을 띤 연기…… 아, 본 적 있어요.

아르네: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너를 따라가야겠구나.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어디 제자의 길잡이 실력 좀 볼까.

샤르자드: 길잡이 실력이라고 하시니까 떨려요…….

아르네: 떨릴 게 뭐가 있어.

샤르자드: 모래먼지가 심해서……. 잘 안 보이네요.

샤르자드: …… 와아, 자동인형이다.

아르네: …….

아르네: 위험해 보인다.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마물에게 다가간다.)

샤르자드: 안녕? 네 친구는 어디 있어?

아르네: 아가?

샤르자드: 으-음.

아르네: 건드리지 말라니까.

샤르자드: 아, 말이 통할까 싶어서…….

아르네: …….

아르네: 말동무가 필요했어?

샤르자드: 그렇다기보다는…… 예쁜 인형이잖아요.

샤르자드: 길을 잃은 거면, 주인이 찾고 있겠다 싶어서요.

아르네: …….

아르네: 이렇게 예쁜 인형이니 곧 어련히 주인을 만나겠지. 마저 가자.

샤르자드: 헤헤. 네.

샤르자드: (눈 가늘게 뜨고 모래먼지 속에서 주변 두리번거리더니, 희미한 기억을 좇아 걸음을 옮긴다.)

샤르자드: 아마 이 즈음…….

샤르자드: 아, 여기 맞네요.

뮤타믹스: 갑작스레 왜 왔느냐 무슨 일이냐~?

???: 무기에 깃드는 사람의 마음~ 마테리아로 바뀌어 반짝반짝 빛난다~

???: 마테리아 가진 빛은 마음속 기억~ 새로운 장비에다 마테리아 장착하면~

???: 기억이 가진 힘 이어받는다~! 어떤 힘을 받을지 궁금하구나~?

뮤타믹스: 어서어서 시험하고 싶어졌구나~!

뮤타믹스: 슈우우…… 슈우우……. 바로 내가 과학자인 뮤타믹스다! 넌 누구냐 어디서 온 녀석인 거냐~?

뮤타믹스: 그래그래 민피가 널 보낸 거구나~? 맞아맞아 그런 연락 받기는 했다~!

뮤타믹스: 마테리아 가르쳐서 강해지도록~ 듣고 보니 그런 부탁 받기는 했다~! 그러니까 무기 얼른 이리로 줘봐~!

뮤타믹스: 이거 정말 볼품없는 단검이구나~! 마테리아 안 붙으면 쭉 볼품없어~!

스윈브뢰스: 스승님, 여기 있습니다.

뮤타믹스: 슈우우…… 슈우우……. 좋아좋아 자 모두들 여기를 봐라~! 마테리아 붙이면~ 반짝반짝 빛난다~

뮤타믹스: 이거 봐라 다 붙였다 잘 붙었구나~! 꾸리꾸리 무기가 반짝반짝 무기로~! 이 무기를 민피한테 갖다주어라~!

스윈브뢰스: 마테리아라는 건,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사람의 마음이 깃든 무기와 방어구에서 특수한 기술을 사용해 에테르를 정제한 결정이지…….

프호바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마테리아를 새로운 장비에 장착하면 마음의 힘을 이어받아서 성질을 강화할 수 있어.

코코사무: 아까 같은 낡은 무기도 그럭저럭 쓸만해지고, 강한 무기는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지.

뮤타믹스: 슈우우…… 슈우우……. 너는 혹시 좋은 지식 알고 싶으냐~?

뮤타믹스: 마테리아 알고 싶음 수련을 해라~ 제작자로 쌓은 지식 깊어진다면~ 너 스스로 마테리아 붙일 수 있다~!

뮤타믹스: 마테리아 관한 지식 파고든다면~ 네 장비는 세상에서 으뜸이라네~!

뮤타믹스: 관심 혹시 있는 거면 수련을 해라~ 거기 있는 제자한테 배워 보든가~!

샤르자드: (뭔가 깊은 눈으로 한참 마테리아를 바라본다.)

아르네: …… 아가?

샤르자드: …… (듣지 못한 듯 무슨 생각에 열중해 있다.)

아르네: 샤르자드.

아르네: (고개를 갸웃하다가, 왼손을 뻗어 뺨을 매만진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아. (깜짝 놀라며 머리를 든다.)

아르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샤르자드: 아……. 죄송해요. 별 건 아니에요…….

아르네: 음.

샤르자드: 마테리아는…… 마음을 계승하는 거니까.

샤르자드: 마음은 기억에 있고…… 기억은 존재에 있고…….

샤르자드: 그러면…… 혹시 제가 예전에 썼던 장비 같은 걸 발견하면……

샤르자드: '샤르자드'를, 이 세상에 데려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르네: …….

아르네: (뺨을 부드럽게 다시 쓸어본다.) 내가 그 이름으로 부르는 게 싫으냐.

아르네: 네 이름이 아닌 것만 같고 그러니.

샤르자드: 으응? 아…….

샤르자드: (눈 내리깐다.)

샤르자드: …… 아뇨, 그냥. 같은 이름이 두 사람인 거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샤르자드: (그런 거라고 하자, 라는 생각.)

아르네: …….

아르네: (아닐 텐데. 입안이 쓰다. 혀끝을 살짝 깨물다 놓는다.)

아르네: 미안하다. 내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구나.

샤르자드: 아니에요. 그런 말씀 마세요.

아르네: …… 예전 기억을 찾고 싶은 거니.

샤르자드: 음…….

샤르자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게 '제' 기억이란 느낌은 아니에요.

샤르자드: 그냥, 먼 옛날에 헤어진 친구에 대해서 알고 싶은…… 그런, 그런 느낌이에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그러면…… 그럴 때는 그냥 내게 물어봐라.

아르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선에서는 언제든 대답해 줄 테니까. …… 알았지.

샤르자드: 하하……. 네, 그럴게요.

아르네: …… 가자. 맹주가 기다리겠구나.

민필리아: 어서 와요! 뮤타믹스가 가진 기술을 가까이에서 본 느낌이 어때요? 뭔가 배울 점이 있던가요?

민필리아: ……역시 '마테리아'를 장착하니 다르군요. 이걸 다루려면 기술이 필요하다고 들었지만 당신이라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민필리아: 당신은 앞으로도 숱한 전투에 뛰어들겠죠. 이기려면…… 그리고 행여라도 지는 일이 없으려면 장비 강화는 필수예요.

민필리아: 그걸 깨달았다면, 이제 다음 작전에 대해 얘기해보죠. 마침 산크레드한테 보고가 들어왔어요.

민필리아: 당신들이 쫓던 크리스탈 강탈 사건과 빈민 납치 사건의 실마리가 잡혔어요.

민필리아: 사제 행세를 하던 언거스트라는 상인 아시죠? 사건의 흑막인 아말쟈족과…… 거래를 할 예정이었다고 그가 자백했어요.

민필리아: 아말쟈족은 아직 언거스트가 체포당한 걸 몰라요. 다음 거래가 절호의 기회가 되겠죠.

민필리아: '불멸대'는 그 현장을 덮칠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아르네: …….

민필리아: 그래서 말인데, 당신이 이 작전에 동참해주면 좋겠어요. '새벽의 혈맹' 대표로서 말이죠.

민필리아: 산크레드는 다른 일이 있어서 늦게 합류할 거예요. "내 몫도 남겨 둬"라고 하던데요. 후후…… 정말 신뢰가 두터운 모양이에요.

민필리아: 나도 당신을 믿기에 이 중요한 임무를 맡기는 거예요. 준비가 다 되면 '마른뼈 야영지'에서 대기 중인 불멸대와 합류해주겠어요?

민필리아: 호전적인 아말쟈족이니 아무리 기습이라도 맥없이 항복하진 않을 거예요…….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샤르자드: …….

아르네: (느낌이 계속해서 좋지 않다. 왼손을 까닥인다.)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구나.

샤르자드: …… 네…….

(두 사람, 마른뼈 야영지로 이동한다.)

불멸대 중사: '새벽의 혈맹'에서 온 사람인가? 기다렸다. 작전 개시가 얼마 남지 않았어.

불멸대 중사: 이번 작전의 목적은 아말쟈족을 사로잡아 납치된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행방을 캐내는 것이다.

불멸대 중사: 일전에 체포한 상인 '언거스트'를 미끼로 내세워 멋모르고 거래 장소에 나온 아말쟈족을 덮칠 예정이다. 거친 수단도 불사해야겠지.

불멸대 중사: 기습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들개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소수 정예뿐이다. 자신이 없다면 여기서 승전보를 기다리도록.

불멸대 중사: …… 그럴 마음은 없는 것 같군. 그렇다면 속히 '보이지 않는 도시'로 가서 대기하라.

불멸대 중사: 이번 작전을 성공시켜 아말쟈족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반드시 파헤치고 말 것이다!

샤르자드: ……. (자신 없는데요, 라고 하고 싶은 심정.)

아르네: …….

샤르자드: 갈……까요.

아르네: (손을 부드럽게 맞잡는다.) 가자, 아가.

샤르자드: (약간 떨면서 그를 쫓는다.)

아르네: …….

아르네: 몸조심해라.

샤르자드: 네…….

불멸대 중사: 미끼 역할인 상인은 어떻게 됐지?

불멸대 이병: 이미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불멸대 중사: 좋아. 아말쟈족과 접선하는 순간 단숨에 제압한다. 납치된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불도록 만들어주지.

불멸대 이병: 옛!

언거스트: 으아아악!

아르네: …….

아르네: (불길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함정 같은데.)

아말쟈족 전사: 무슨 일이오!?

불멸대 이병: 이, 이봐……. 어째 분위기가 이상한데…….

언거스트: 크크큭……! 캬캬캬캬캬캬!

배신한 불멸대원: 하하핫!

배신한 불멸대원: 이런이런, 자기 부하가 어떤 놈인지는 미리 잘 파악해두었어야지! 자, 제압당하는 건 바로 너희들이다!

언거스트: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불멸대의 경비를 뚫고 거래해왔는지 이제 알겠나?

배신한 불멸대원: 그야 우리 '라우반 국장님'께서 작전방침을 하달하는 자리에 항상 나도 있었으니까 말야! 병력이 어디를 어떻게 이동할지 꿰고 있으니 식은 죽 먹기더군! 하하핫!

언거스트: 정말 멍청한 놈들이라니까! 캬캬캬캬캬캬!

배신한 상인: 그럼 이제…….

배신한 불멸대원: 같이 가주셔야겠어. 뒤처리는 알아서 해 주쇼, 아말쟈족 양반들.

샤르자드: …… 아르네, 조심하세요!

아르네: ……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라, 샤르자드.

언거스트: 캬캬캬! 부탁합니다, 아말쟈족 여러분!

불멸대 중사: 빌어먹을! 싸울 수밖에!

언거스트: 하하핫!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불멸대 중사: 지원군이 오다니……. 이를 악물고 버텨라! 불멸대의 힘을 보여주자!

불멸대 중사: 또 지원군이라고!? 젠장, 이대로는 도저히……!

언거스트: 캬캬캬! 재밌는 구경거리구만!

샤르자드: 괘- 괜찮으세요……!

배신한 불멸대원: 헤헤헷! 얌전히 있어!

불멸대 이병: 위험해!

(두 사람, 포위당한다.)

샤르자드: (그리고 뒤에서 날아온 마법에 맥없이 먼저 쓰러진다.)

배신한 상인: 끌고 가.

배신한 불멸대원: 너희들도 빨리빨리 걸어.

불멸대 중사: 이런 매국노 같으니…….

(정신이 들면, 다른 곳이다.)

사로잡힌 불멸대 이병: 정신이 드십니까. …… 보시다시피 최악의 상황입니다.

사로잡힌 불멸대 이병: 아말쟈군 진영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준비하느라 부산스러운 것 같은데 그게 끝나면 우리는 아마…….

아르네: …….

사로잡힌 불멸대 일병: 노, 놈들은 우릴 본보기로 잔인하게 죽일 거야…… 그렇지!? 죽기 싫어…….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불멸대 중사: 빌어먹을……! 아무래도 우리를 '야만신 이프리트'에게 제물로 바치려는 것 같아. 어차피 죽는다면 싸우다 죽고 싶군…….

불멸대 중사: 크윽…… 불멸대에서 배신자가 나오다니. 우리의 긍지는 이미 땅에 떨어졌는가……!

불멸대 중사: 자네까지 끌어들여 미안하군. 다 내가 부하를 보는 눈이 없는 탓이야…….

(아르네, 불멸대 이병에게 나갈 수 있는 길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샤르자드: 아- 아르네, 도망가요…… 나가야 해요……

아르네: …….

아르네: 잘 들어라, 샤르자드.

아르네: 이 물가가 늪 지대와 이어져 있다고 하니, 먼저 나가 있어. 금방 따라가마.

아르네: 모래시계 가지고 있지.

샤르자드: …… 가, 가지고 있어요…….

샤르자드: (목에 건 모래시계 꽉 쥔 채 보여준다.)

아르네: 전에 약속한 대로 서른 번 뒤집히기 전에 반드시 돌아가마. 내기해도 좋아.

샤르자드: 진짜죠…… 진짜죠?

샤르자드: 정말이죠?

아르네: 그럼.

샤르자드: (거의 울기 직전이다. 입술 깨물고 파르르 떨다가 머리 끄덕였다.)

아르네: 정말이라니까. 약속하마. 음…….

샤르자드: 서른 번…… 전에 오셔야 해요, 꼭……. 저, 나가서, 도와 줄 사람을 찾아볼게요……!

아르네: (잠시 생각하다, 왼손 소지의 반지를 빼 샤르자드에게 건넨다.)

아르네: 갖고 있어. 서른 번 전에, 그걸 찾으러 꼭 돌아가마.

샤르자드: (반지를 꽉 쥔다. 이거, 늘 끼고 계셨지. 잡은 손이 덜덜 떨린다.)

아르네: …… 가!

샤르자드: (차마 돌아보지도 못하고, 반지와 모래시계를 으스러뜨릴 듯 꽉 쥔 채 달려나간다.)

아말쟈족: 신이시여, 우리의 맹세를 받으소서……. 신이시여, 우리의 기원을 이루소서……. 신이시여, 우리에게 자비를 내리소서…….

테무그 조: 창세의 업화를 두른 용맹한 신이시여! 우리 조상에게 '전사의 불꽃'을 내리신 지고하신 신이시여!

테무그 조: 화염신 이프리트여, 강림하소서……!

(이프리트, 강림.)

테무그 조: 신이시여……. 저들은 신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옵니다.

테무그 조: 성스러운 불꽃으로 삿된 마음을 불태워 새로이 '신도'로 삼으시옵소서!

불멸대 중사: 젠장…….

아말쟈족 전사: 저 자들도 끌어내라! 천하디 천한 인간 놈들!

배신한 상인: 아야야야…….

배신한 불멸대원: 이건 말이 다르잖아! 이 자식들! 제기랄……!

아말쟈족 전사: 우리의 비책이 드러난 것은 그대의 실책! 따라서 그대의 영혼 또한 불태워야 할 것이오!

배신한 상인: 사, 사람 살려!

이프리트: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내 성스러운 불꽃으로 그 혼을 불사르리라!

이프리트: 나를 섬기며 나에게 기도하라. 나를 갈구하라! 그 갈망이…… 영혼의 통곡이……. 내 불꽃을 더욱 용솟음치게 하리니!

(전체, 이프리트의 신도가 된다.)

불멸대 중사: 우리의 위대한 신…… 이프리트 님…….

불멸대 이병: 부디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배신한 불멸대원: 지고하신 이프리트 신이시여…….

테무그 조: 으음…… 기이하도다……. 어찌하여 그대의 영혼은 불꽃에 휩싸이고도 '신도'가 되지 않는 것이지!?

테무그 조: 설마…….

테무그 조: 네놈들은 설마 다른 신의 축복을 얻었는가!? 어리석은지고……! 조악한 신에게 영혼을 팔다니!

이프리트: 다른 신의 축복을 받은 자에게 이 몸의 축복이 닿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프리트: 그러나 그대의 영혼에 다른 신의 영향은 보이지 않는다…….

이프리트: 성가신 일이로고……. 신내림도 없이 어디서 축복을 얻었는가!

이프리트: '하늘사도'가 경고하던 '신 없는 축복'인가……. 좋다. 화근이 남지 않도록 말살해주마……. 잘 가거라, 신을 모르는 인간이여!

아르네: (신 같은 건 믿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 되었다.)

아르네: (무언가를 죽이는 일에는 익숙하다. 신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이프리트: 불구대천…… 이것은 설마…… 빛의 축복……!?

아르네: …….

산크레드: 괜찮아!?

산크레드: 미안해, 내가 늦게 왔지! 아말쟈 놈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이 걸렸어.

산크레드: 쳇!

아르네: (빨리도 오는군. 빠진 왼쪽 어깨를 끼워맞춘다.)

산크레드: 휴우.

산크레드: 인질은 무사히 구출했어. 역시 국장님 직속의 '블러드손 부대'는 강하더군.

샤르자드: (산크레드 뒤편에서 정신없이 뛰어온다.) 아- …… 이슈타브!

산크레드: 저놈들한테는 물어볼 말이 많은데. 적어도 손톱 대여섯 개는 각오해야 할 거야.

산크레드: 미안해. 첫 작전부터 이렇게 고생을 시키고…….

아르네: …… 블라우.

산크레드: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는데. 우리도 빨리 도망치자!

불멸대원: 이쪽입니다!

샤르자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의 품에 뛰어들듯이 매달렸다.) 다- 다친 곳은요? 괜찮으세요?

아르네: 괜찮아. 크게 다친 곳도 없고…… 멀쩡하다.

아르네: 서른 번 아직 안 지났지?

샤르자드: 서른 번이 문제예요?! (거의 역정이다.)

아르네: …….

아르네: …… 지났어?

샤르자드: 제가- 제가 나오자마자 등 뒤에서 싸움이 시작돼서……

샤르자드: …… 지났어요! 지났다고요! 서른 번 같은 거 세 보지도 못했어요! 그래도 아무튼 지났어요!

아르네: (안 지났군.)

아르네: 걱정하게 했구나. 미안하다.

아르네: 그래도 보다시피 멀쩡한데…….

샤르자드: (눈물 뚝뚝 듣는 눈을 마구잡이로 거칠게 비빈다.) 다음엔, 악착같이 당신 옆에 붙어 있을 거예요…….

샤르자드: 다시는 혼자 두고 안 가요…….

아르네: …….

샤르자드: (그의 손 잡아서 소지에 반지 끼워준다. 그 손은 거칠지 않다.)

샤르자드: 이거, 다음엔 안 받을 거예요. 받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

아르네: (하얀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끌어안는다.)

아르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 그래도 네가 구조 요청을 해 준 덕에 살았구나.

아르네: 다음에는 이런 위험한 일 맡기지 않으마. 고생했다.

샤르자드: (그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 다행이에요. 당신이 제 눈앞에 계셔서.

아르네: (오른손으로 아주 천천히, 자장가라도 부르듯 등을 토닥인다.) …… 그래.

아르네: 보고하고 오늘은 이만…… 쉬자. 많이 놀랐을 테니.

샤르자드: 그래요, 쉬어야 해요. 저 엄청 놀랐어요. 한 일주일은 쉬어도 된다고요.

샤르자드: (숫제 떼다.)

아르네: 하하……! 정말 일주일 정도 쉬어 볼까.

아르네: (일주일은커녕 하루만 쉬어도 뛰쳐나갈 주제에 농만 잘한다.)

산크레드: 대충 따돌린 것 같은데……. 믿었던 야만신이 쓰러졌으니 아말쟈족도 멀리까진 쫓아오지 않을 거야.

산크레드: …… 미안하다. 야만신 이프리트가 현신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결국 널 혼자 싸우게 하는 꼴이 돼버렸어.

산크레드: 인질도 구출은 했지만 신도화가 돼버렸으니 이제…….

산크레드: 아니…… 우선 네 활약부터 칭찬해야겠지. 야만신을 처치하다니. 웬만한 모험가는 할 수 없는 일이야.

산크레드: 넌 정말로 강해. 어쩌면 네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 넌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지가 될 거야.

산크레드: 네 활약을 민필리아에게도 전해줘야겠어! 전령 노릇이라도 하게 해줄래? 어차피 난 이번엔 손가락이나 빨고 있었으니까.

산크레드: 넌 조금 쉬었다가 모래의 집으로 와.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너도 설명을 들어야지.

샤르자드: 일주일이라고 했어요, 당신이?

샤르자드: 진짜 일주일 쉴 거예요?

아르네: …… 하루.

샤르자드: 일주일.

아르네: 하루.

샤르자드…….

샤르자드: …… 닷새.

아르네: …… 이틀?

샤르자드: 닷새.

아르네: …… 사흘.

샤르자드: 사흘.

샤르자드: (만족한 거래였다.)

아르네: (아무리 생각해도 속은 것 같은데.)

샤르자드: (생글생글.)

아르네: 그래…… 사흘.

새벽의 혈맹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잘 왔다!

새벽의 혈맹원: 방금 전에 산크레드 씨도 돌아왔어. 지금 안에서 민필리아 님과 이야기 중이야.

새벽의 혈맹원: 너희도 어서 들어가! 영웅의 귀환이잖아. 다들 기뻐할 거야.

산크레드: 미안해, 민필리아. 내가 있었는데도, 그 녀석을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어.

산크레드: 게다가 야만신 '이프리트'와 싸우게 만들다니…….

산크레드: 결국 이번 사건은 그 녀석이 다 해결한 거야. 나한테 맡기라고 큰소리를 쳐놓고. 부끄럽다, 진짜.

산크레드: 그 녀석을 위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민필리아: 산크레드…….

민필리아: 어서 와요!

산크레드: 고생이 많았어. 민필리아에게 간략하게 보고를 마친 참이야.

민필리아: 산크레드에게 들었어요. 역시 아말쟈족의 목적은 야만신 '이프리트' 소환이었군요…….

산크레드: 이번 의뢰는 크리스탈 강탈, 그리고 빈민 납치라는 두 가지 사건이었어.

산크레드: 사실 이런 사건은 울다하에만 국한된 일이 아냐. 공표되지 않았을 뿐이지, 림사 로민사나 그리다니아에서도 일어나고 있지.

민필리아: 이게 당신이 이해해주길 바랐던 '야만신 문제'의 일각이에요.

산크레드: 먼저 크리스탈 강탈 사건……. 상단을 습격해 크리스탈을 강탈한 이유.

산크레드: 야만신이 움직이려면 생명의 원천인 에테르가 필요해. 야만신의 힘이 강할수록 더 많은 양이 필요하지.

산크레드: 야만신 '이프리트'정도 되면 공기 중에 떠도는 에테르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크리스탈을 쓰는 거야.

산크레드: 크리스탈은 에테르가 결정화한 것이니 이걸 직접 삼키면 대량의 에테르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거든.

민필리아: 그래서 야만신이 얽힌 사건은 크리스탈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산크레드: 그리고 납치 사건……. 울다하 빈민굴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

산크레드: 야만신은 본디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 같은 존재. 즉 원래는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존재'지.

민필리아: 야만신은 본래 변경에 뿌리내린 야만족이 수호자로 숭배하는 전설 속 존재 같은 것이었어요.

민필리아: 하지만 세계의 이치가 흔들리면서 야만신을 신봉하는 자들이 '신내림'을 시작했고 땅 위에 실제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죠.

민필리아: 야만신은 사람들의 기도와 소원 속에서 탄생하고 성장해요. 기도하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야만신의 힘 또한 강해지죠.

산크레드: 야만신은 힘을 불리기 위해 사람들을 세뇌해서 '신도'로 만들지. 그렇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거야.

민필리아: 이슈타브 당신이 야만신의 신도가 되지 않았던 건 당신이 가진 힘 때문이에요.

민필리아: 나와 당신이 가진 능력, '초월하는 힘'. 이 힘을 가진 사람은 야만신의 세뇌가 통하지 않아요.

민필리아: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치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만 같다고 할까요…….

민필리아: '초월하는 힘'은 그만큼 특별한 힘이에요. 야만신에 맞설 비장의 무기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죠.

산크레드: 이번 사건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어. 제7재해 이후로 야만족의 움직임이 바뀌고 있는 거야. 안 좋은 예감이 드는군.

민필리아: 아무튼 당신들이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민필리아: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는 불멸대가 계속 수사를 할 거예요. 지금은 잠시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아요.

민필리아: 두 분 모두 고생이 많았어요! 푹 쉬세요.

민필리아: 그건 그렇고 야만신 '이프리트'를 쓰러뜨린 모험가라니……. 후후후. 곧 엄청난 소동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는데요?

산크레드: 민필리아는 일부러 말을 안 한 것 같은데…….

산크레드: 울다하는 야만신의 신도가 된 사람을 극비리에 '처분'하고 있어.

산크레드: 야만신 '이프리트'의 힘을 떨어뜨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괴로운 현실이지.

산크레드: 더는 희생자가 늘지 않도록 '새벽의 혈맹'은 계속해서 활동해야 해.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산크레드: 그나저나 라우반 국장님께도 상당히 민폐를 끼쳐버렸네. 한번 인사하러 가야겠다.

산크레드: 루이수아 영감님은 돌아가셨어.

산크레드: 그 대신 내가 더 열심히…… 아니, 더 강해져야 해.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아르네: (일이 끝나자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왔다.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

샤르자드: (슬그머니 그의 옆에 가서 붙어 선다.) 아르네.

아르네: 음.

아르네: …… 네 말이 맞다. 사흘…… 그래, 사흘.

아르네: (예전같지 않네, 하는 말을 삼킨다.) 자야겠어.

샤르자드: 네, 쉬어요. 울다하의 여관에 갈까요?

아르네: 그게 좋겠다. 가장 가까우니까…….

아르네: …… 오늘도 고생했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제가 아니라 당신이 고생하셨어요.

샤르자드: 우리 가요.

샤르자드: 사흘.

아르네: …… 사흘.

아르네: 그래. ……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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