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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1

민필리아: '새벽의 혈맹'은 에오르제아를 구원하기 위해 야만신 문제에 힘을 쏟고 있어요.

민필리아: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당신도 얻는 게 있을 거예요. 부디 좋은 대답이 있기를 기대할게요.

아르네: 어디.

아르네: 암호가 분명 '들장미'였지.

민필리아: 후훗, 바로 그거예요. 우리를 도와주겠다는 뜻이죠?

민필리아: 와, 고마워요! 틀림없이 도와줄 거라고 믿었어요!

민필리아: 그럼 정식으로 '새벽의 혈맹' 식구들을 소개할게요.

민필리아: 샬레이안……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샤르자드: (샬레이안 소리에 눈 굴린다.)

민필리아: 에오르제아 6대 도시 중 하나로 알데나드 소대륙 북서쪽에 있는 도시국가예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있었던'이라고 해야겠죠.

민필리아: 샬레이안 사람들은 고대 지식에 정통했고, 에테르 연구나 마법 분야에서는 제국조차 능가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어요.

민필리아: 그런 샬레이안 사람 중에서 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모인 게 '구세시맹'이에요.

민필리아: 에오르제아가 멸망에서 벗어날 희망이 있다고 믿으며 이 땅에 남아 활동해준 모임이죠. 다른 주민들은 북해에 있는 본국으로 돌아갔는데도요.

민필리아: 이분들이 바로 샬레이안의 현인들이에요.

민필리아: 오른쪽이 '이다'. 그 옆이 '파파리모'. 두 사람은 숲의 도시 그리다니아의 조사를 맡고 있어요.

이다: 친하게 지내!

파파리모: 잘 부탁해!

이다: 다음은 산크레드 차례!

파파리모: 산크레드는 이곳 사막도시 울다하를 맡고 있어.

산크레드: 잘해보자고!

산크레드: 당연히 도와줄 줄 알았다니까!

산크레드: 이쪽은 '야슈톨라'야. 바다의 도시, 림사 로민사의 조사를 맡고 있지.

야슈톨라: 잘 부탁해요.

야슈톨라: 마지막으로 저 사람은 '위리앙제 오귀레'. 이곳 본부에서 사무장을 맡고 있지요. 어려운 일이 있거든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세요.

위리앙제: 달빛이 환하다 해도 반드시 새벽은 온다…….

위리앙제: 제 벗이 한 말입니다……. 고마운 만남이로군요.

야슈톨라: 우리는 5년 전 '카르테노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고 지도자를 잃었어요…….

야슈톨라: 그래서 우리와 뜻을 같이하던 민필리아 일행과 함께 새로이 '새벽의 혈맹'을 결성했지요.

아르네: (왜, 하고 속삭인다.)

민필리아: 이렇게 능력자와 샬레이안의 현인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혈맹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어요.

민필리아: 그리고 저기 저분이…… 접수와 사무 작업을 해주고 있는 타타루 씨예요.

타타루: 잘 부탁드립니당~!

민필리아: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봐요!

샤르자드: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죠, 하고 속삭여 묻기나 한다.)

민필리아: 자, 그러면……

민필리아: 갑작스럽지만, 부탁을 하나 할게요!

아르네: (그럴걸, 아마. 하고 짤막하게 웃는다.)

민필리아: 위리앙제 씨. 발데시온 위원회에서 자료가 도착했나요?

위리앙제: 네, 여기…….

민필리아: 울다하 총사령부 '불멸대'에서 어떤 사건에 협력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민필리아: 산크레드. 설명해줄래요?

산크레드: 대략 이런 내용이야.

산크레드: 나나와 은광에서 캐낸 크리스탈을 나르던 아마지나 광산회사 쪽 짐마차가 습격당했어.

산크레드: 그것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울다하 근처 빈민굴에서 사람이 몇 명이나 실종됐어.

민필리아: 크리스탈 강탈 사건과 납치 사건이로군요.

민필리아: 원래 이런 사건은 치안 유지를 맡고 있는 총사령부가 할 일이에요.

민필리아: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야만신이 연관됐을 거예요.

산크레드: 현장에 남은 흔적으로 봐서는 아마 아말쟈족이 꾸민 일인 것 같아.

산크레드: 아말쟈족한테는 크리스탈을 빼앗고 사람들을 납치할 만한 이유가 있어. 그 이유가 바로 야만신이라는 거지.

민필리아: '야만신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이 이 사건에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민필리아: 고마워요!

민필리아: 울다하 일은 담당자인 산크레드가 잘 알고 있으니까 둘이 같이 행동하도록 해요.

산크레드: 나한테 맡겨! 잘해보자고!

아르네: …….

아르네: (고개 한 번 갸웃 했다.)

민필리아: 갑자기 임무를 맡겨서 미안해요. 하지만 야만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요.

민필리아: 세계는 제7재해 피해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정말 그럴까요?

민필리아: 에오르제아의 현 상황을 이해하고 진실을 추구하세요. 당신한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니까요.

산크레드: 좋아, 곧바로 사건 조사를 시작하자. 잘 부탁한다, 이슈타브!

산크레드: 이번 '크리스탈 강탈 사건'과 '빈민 납치 사건'…… 이 두 사건은 분명 서로 관련이 있어.

산크레드: 한쪽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나머지 사건의 진상도 자연스럽게 밝혀질 거야.

산크레드: 크리스탈 강탈 사건은 아마지나 광산회사가 호위대를 늘려서 대처할 거라더군.

산크레드: 그러니 우리는 빈민 납치 사건을 조사하자.

산크레드: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동부 다날란에 있는 '마른뼈 야영지' 부근에서 실종자가 유독 많이 나왔다는 것뿐이야.

산크레드: 그렇다면 그곳에 직접 가서 정보를 모아야 하지 않겠어? 마른뼈 야영지 공동체 대표인 '아이셈바드'한테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지.

아르네: …… 너는 저렇게 크면 안 된다. (낮게 속삭인다.)

야슈톨라: 우리 '새벽의 혈맹'은 원래 두 개의 단체였어요. 그중 하나가 샬레이안 출신인 우리…… '구세시맹'.

야슈톨라: 다른 한쪽은 당신처럼 신비한 힘을 지닌 능력자 집단, '열두 기적 조사회'.

야슈톨라: 두 개의 단체가 5년 전 일어난 제7재해를 계기로 손을 잡은 조직…… 그게 바로 '새벽의 혈맹'이에요.

브레몽드: 아는 사람이 장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부탁받은 물건을 가지고 왔는데……. …… 어디에 있는 거지?

샤르자드: …… 어떤 부분에서요? (갸웃.)

우나 타윤: 왜 아무도 날 기억 못 하냐고! 난 옛날부터 모래의 집 일원…… 이었을 텐데!

우나 타윤: 어느새 이름이 '새벽의 혈맹'이 되어 있고! 게다가 나도 그때 기억은 애매하단 말이야…… 진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람!

아르네: 음…….

아르네: 여자 홀리고 다니는 한량 같아. (반쯤 사실이니……)

아렌발드: 그 꿈은 특별한 모험가만 꾸는 거래……. 열심히 노력하면 영웅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

아렌발드: 솔직히 믿기 어려워. 내가 특별하다니……. 부모는 날 버렸고, 먹을 것 때문에 사람을 덮친 적도 있어. ……그런 내가 영웅이라니, 말도 안 돼.

샤르자드: 아하.

아아바 티아: 이 꼬마, 갈레안인과 알라미고인의 혼혈이래. 그게 뭘 뜻하는지 모험가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아아바 티아: 사정은 좀 딱하지만 자연과 함께 산 녀석은 강한 전사가 되는 법이지. …… 난 이 꼬마의 장래가 기대되는걸.

올리: 울다하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사한다면서? 그럼 범인은 '부자'와 '아말쟈족' 중 하나야.

올리: '부자'가 아니면 좋겠네. 여간 까다로운 놈들이 아니거든.

아르네: 으음.

아르네: …… 위험한 일이 될 것 같은데…… 준비됐니, 아가.

샤르자드: 그건 감이에요?

아르네: 그래. 이런 것에 의존하고 싶진 않지만…….

아르네: …… 느낌이 별로 좋지 않구나.

(마른뼈 야영지로 이동.)

아이셈바드: 그래, 내가 아이셈바드다. 네가 납치 사건을 조사하는 모험가인가 보군.

아이셈바드: 민필리아 양에게 이야기는 전해 들었어. 민필리아하고는 좀 알고 지내는 사이거든.

아이셈바드: 아말쟈족을 조심하라는 말도 들었지. 그놈들이 납치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라지 뭔가.

아이셈바드: 나도 마른뼈 황야 대표로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있는 힘껏 도울 생각이네. 조사를 시작하려거든 나한테 얘기해주게.

샤르자드: 으음……. 네, 저는 준비됐어요.

아르네: …… 그래.

아이셈바드: 바로 조사에 들어가려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먼저 민필리아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이 부근의 아말쟈족에 대해 조사해보는 게 어떤가?

아이셈바드: 이 근방은 원래 아말쟈족에 의한 피해가 잦은 곳이라네. 불멸대가 경비를 서고 있지만, 비극을 막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

아이셈바드: 조금 전에도 성 아다마 란다마 교회에 성묘하러 온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네.

아이셈바드: 그들의 주검이 들개 먹이가 되기 전에 거두어주고 싶네만…… 근처에 아직 아말쟈족이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아이셈바드: 불멸대에 부탁해도 되겠지만, 자네도 실력이 좋은 듯하니 동쪽 도로에서 '끔찍한 시체'를 거둬와 주지 않겠나?

아이셈바드: 아말쟈족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면 사건에 대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일세.

아르네: …… 움직이자.

샤르자드: 네.

샤르자드: …… 아. 저기.

아르네: …… 그래.

아르네: 수습하러 가자.

샤르자드: (보이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르네: …….

아르네: 쉴래?

샤르자드: …… 아니에요.

아르네: 그래.

아르네: …….

아르네: 시체들이 어리구나. …… 돌아가자.

샤르자드: …….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기를.

아이셈바드: '끔찍한 시체'는 거둬왔나? 아이셈바드: ……이제 이들의 영혼도 편히 잠들 수 있겠지. 장례 준비는 내가 할 테니 걱정 말게.

아이셈바드: 그런데 자네도 아말쟈족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나? 어떻게 저런 눈에 띄는 모습을 하고서도 빈민들을 납치해갈 수 있었는지 말일세.

아이셈바드: 빈민들은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네. 이건 자네한테만 하는 얘긴데, 이 실종 사건에는…… '공범'이 따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네.

아르네: …… 공범이라.

아이셈바드: 이곳 마른뼈 야영지는 묘지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네.

아이셈바드: 대표인 나도 찾아온 사람들 얼굴을 다 기억하는 건 아니니 설령 아말쟈족에게 빈민들을 넘길 것 같은 자가 있다 해도 딱 집어 누구라고 하기는 어려울 걸세…….

아르네: 이런 일에 공범…… 이 있단 말이지.

샤르자드: …… 있겠죠.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의심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아이셈바드: 다음은 빈민에 대해 조사해보는 게 어떤가? 그들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이유를 조사하다 보면…… 공범과 연관된 단서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이셈바드: 빈민들의 동향에 대해선 '언거스트'라는 상인한테 물어보게. 언거스트는 마른뼈 황야에서 태어나고 금 장터에서 자라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네.

아이셈바드: 지금 이 시간이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걸세. 그 녀석한테 가서 얘기를 들어보겠다면 내 소개장을 써주지.

아르네: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왼손을 반 정도 접었다 편다.) 가자.

샤르자드: 네…….

언거스트: 으엑…… 울다하에 있던 망할 놈의 모험가잖아……! 내, 내 고향에는 뭐하러 왔어!

아르네: …… 이 놈은…….

언거스트: 쳇…… 아이셈바드 영감, 사람 귀찮게 하기는. 어디 보자, 빈민들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으니 가르쳐주라고……?

언거스트: 흥, 이 동네 빈민들은 경계심이 워낙 강해서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쫄아서 도망가기 바쁜데 무슨. 옛날에 나 같은 놈이 속임수를 써서 질리도록 부려 먹었거든.

언거스트: 지금은 납치 사건도 있고 해서 훨씬 더 경계하고 있을 걸. 내 말이 거짓말 같으면 네가 직접 빈민한테 말을 걸어보든가. 언거스트: 내 말이 거짓말 같으면 네가 직접 빈민한테 말을 걸어봐.

샤르자드: ……. (미묘한 눈으로 언거스트 빤히 바라본다.)

아르네: …….

아르네: 사람하고만 상종을 해야 하는 법이다. 가자.

아르네: 이따가 귀 씻어라.

샤르자드: 네에.

괴로워하는 빈민: 모, 모험가도 우릴 괴롭히려고 온 거지? 우리한테 상냥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사제님들밖에 없어…….

비굴한 빈민: 난 아무것도 할 말 없어. 사람을 잡아먹는 그딴 놈들은 달 신께서 계신 '저 세상'으로 가버리라지!

아르네: ……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을 텐데.

샤르자드: 마찬가지겠죠.

아르네: 에오르제아는 타 종족 배척이 심하군.

겁먹은 빈민: 히익! …… 사, 살려줘! 난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제발 납치하지 말아줘!

아르네: …… 으음.

샤르자드: ……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쉬우니까요, 외적인 차이란 건.

아르네: 어려운 일이구나. 나는 반가족의 동지들이 라라펠족보다는 내게 더 가까운 종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샤르자드: 반가족이 어떤 사람들이에요?

아르네: 달마스카에 많이들 살고 있는…… 으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언거스트: 어때, 빈민들 경계심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았지? 녀석들은 신한테만 마음을 연다니까.

샤르자드: (옷소매로 귀 안쪽 문질문질 닦고 있다.)

아르네: 화려한 색의 비늘을 가진 종족이지. 아우라족과는 좀 다른데.

언거스트: 아니, 애당초 빈민 납치 사건이란 게 진짜 벌어지긴 했나 몰라. 알고 봤더니 다른 마을로 이동해서 잘 먹고 잘사는 거 아냐?

아르네: …….

아르네: (수상한데. 목을 비스듬하게 꺾는다.)

아르네: …… 갈까.

샤르자드: (얘기 듣고 나선 또 문질문질 닦는다.)

샤르자드: 네에.

아이셈바드: 조사는 잘돼가고 있나? …… 그래, 언거스트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

아이셈바드: 빈민들이 오직 신만을 믿는다면 사제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아이셈바드: 사제님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으면 '성 아다마 란다마 교회'로 가보게. 마을 서쪽에 있는 작은 교회일세.

아이셈바드: 아, 그리고 가는 김에 '염을 마친 시신'을 옮겨주지 않겠나? 마침 매장 의뢰가 한 건 있다네.

아이셈바드: 교회에서 묘지기 일을 하는 '마르케스'에게 물어보면 어디에 매장해야 할지 알려줄 걸세.

아르네: …….

아르네: 매장이라…….

샤르자드: …… 여기도 일손이 많이 부족하군요.

아르네: 그래 보이는구나.

아르네: …….

아르네: (묻히지 못한 얼굴들을 헤아려 보려다 그만둔다.) 가자.

아르네: …….

샤르자드: …… 파리떼가 많네요.

아르네: …… 네가 안겠니.

샤르자드: 네, 그럴게요.

아르네: (조심스럽게 시체를 품에 넘긴다.)

아르네: …… 가자.

아르네: 무거우면 이야기해라.

샤르자드: (연인을 안듯 양팔에 걸쳐 안는다. 염해서 보이지 않는 얼굴을 내려다본다.)

샤르자드: 네, 괜찮을 거예요.

아르네: …… 그래.

마르케스: …… 내가 마르케스다. 빈민에 대해 물어보러 오는 김에 '염을 마친 시신'을 가져왔다고?

마르케스: …… 그렇다면 시신부터 먼저 묻고 와라. 빈 묏자리는 왼편 언덕길 위에 있다. 자리에 옮긴 다음 정성을 담아 흙을 덮어라.

샤르자드: (말없이 매장 장소까지 간다. 시신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르네: (묵묵히 검으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아르네: 앞으로 많은 사람이 묻힐 거다.

아르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샤르자드: (땅이 메마르고 딱딱해서, 아무리 애써도 흙을 제대로 덮기 힘들었다. 시신이 파리 떼에 덮이지 않길 바라며 큰 돌이라도 주워와 간신히 덮은 흙 위에 올려놓았다.)

샤르자드: …… 네, 그렇겠죠.

아르네: …….

아르네: 네가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샤르자드: …… 이겨내야죠.

아르네: 그래.

아르네: (어깨를 무게 없이 두드린다.) 가자.

샤르자드: (끄덕이기만 했다.)

마르케스: 잘 묻어주고 왔나 보군. 고맙다. …… 빈민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고 있다고 했나?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마르케스: …… 하지만 빈민들과 사이가 좋으신 '아울슨' 사제님이라면 뭔가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마르케스: 그분은 교회 안에 계시니 들어가서 말을 걸면 된다. …… 나는 어차피 아무것도 도와줄 게 없으니 어서 가라.

아울슨: 시신을 묻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분을 위해 기도를 올리겠다고 '마른뼈 야영지'에 계신 '아이셈바드' 님께 전해주세요.

아울슨: …… 마르케스의 말대로 저는 빈민 여러분이 하시는 말씀을 자주 들어드리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신을 섬기는 이에게는 여전히 마음을 열어주시더군요.

아울슨: 그나저나 혹 마르케스가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습니까? 그는 제7재해로 인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거든요……. 무뚝뚝한 것 같지만, 단지 사람들을 대하는 게 두려운 거랍니다.

아울슨: 방금 전에도 산크레드라는 분께 실례되는 말을 했지만……. 나중에 제가 잘 타일러두겠습니다.

아울슨: 그분을 위해 기도를 올리겠다고 '마른뼈 야영지'에 계신 '아이셈바드' 님께 전해주십시오.

아르네: …….

샤르자드: (그를 바라본다.)

아르네: (고개를 들어 잠시 천장을 노려다보다가 금방 시선을 뗀다.)

샤르자드: 왜 그러세요?

아르네: …… 가자.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아르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셈바드: 시신을 묻어주고 와서 고맙네. 그래, 원하는 정보는 얻었나?

산크레드: 안녕, 이슈타브. 열심히 하고 있나 본데.

산크레드: 반갑습니다, 아이셈바드 씨. 저는 산크레드라고 합니다. 이슈타브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요.

산크레드: 나도 상인 언거스트에게 확인차 다시 물어봤는데, 빈민들은 '신을 섬기는 자'한테만 마음을 연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아.

산크레드: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빈민을 유인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으로선 아울슨 사제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

아이셈바드: 뭣, 아울슨 사제님이!? 그렇게 상냥하신 분이…… 말도 안 되네.

산크레드: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는 법이죠. 그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눈여겨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산크레드: …… 그나저나 아까 그 '마르케스'라는 묘지기는 내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르네: …… 음.

아르네: …… 그래. 나도 어쩐지 낯이 익는데…….

아이셈바드: 아울슨 사제님이라……. 그러고 보니 그분은 곧잘 혼자 '금 장터'에 가서 빈민 아이들과 뭔가 대화를 나누시던데, 설마…….

아이셈바드: …… 어쩌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 그분이 거기 가서 대체 뭘 하시는지 '꾀죄죄한 소년'에게 한번 물어보는 게 어떻겠나?

샤르자드: ? (갸웃.)

샤르자드: …… 어, 뭔가 고글을 쓰고 계시긴 했는데.

아르네: 아니, 그 마르케스라는 사제…… 아니, 부제인가. 그가 좀 익숙해서.

아르네: 가자. 초코보를 탈 수 없으니 또 걸어야겠구나.

샤르자드: 네, 가요.

아르네: 덥거나 목마르면 이야기하고.

샤르자드: (덥고 목마르지만 참을 만하기에 머리만 끄덕였다.)

아르네: …….

아르네: 너 지금 참고 있구나.

샤르자드: …… 저 소리내서 말했어요?

아르네: 아니…… 하하.

아르네: (찬물이 든 수통을 건넨다.) 자.

샤르자드: (받아서 한 모금만 마신다.) 아직 괜찮아요.

아르네: 마시면서 조금만 더 걷자. 장터에서 새로운 것 사 주마.

샤르자드: 네에.

꾀죄죄한 소년: …… 다, 당신 모험가 맞죠? 저 좀 도와주세요! 아울슨 누나가 혼자 밖에 나갔는데 한참 지나도 안 오고 있어요!

꾀죄죄한 소년: 누나는 평소엔 여기서 이야기책을 읽어주시는데 오늘은 제가 잃어버린 보물을 찾으러 가는 바람에……. 누나가 마물한테 잡아먹히기 전에 빨리 찾아주세요!

아르네: …… 이런.

샤르자드: …… 서둘러야겠어요!

아르네: 서둘러야겠는데, 샤르자드. 뛴다.

(전투.)

아울슨: 다, 당신은 전에 뵈었던 모험가님이시죠……?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 다치기는 했지만 괜찮아요.

아울슨: 다행히 아이의 보물도 찾았답니다! 어머님이 남겨주신 반지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걸 아이에게 가져다주러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샤르자드: ……. (아울슨이 간 후에야 속삭인다.) 아닌 거 같죠?

아르네: ……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한 쪽은 이쪽이 아니라…….

아르네: …… 계속 느낌이 안 좋은데.

아르네: 돌아가자.

아르네: 쉬었다 갈래?

샤르자드: 네, 조금만요.

아르네: 그래.

(두 사람, 주점으로 들어간다.)

샤르자드: (자기 몫의 물을 얌전히 꼴깍꼴깍 마신다…….)

아르네: …….

아르네: 지치면 이야기해야 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는 잘 모른다.

샤르자드: 응, 괜찮아요. 버틸 만해서 버티는 거니까…….

아르네: (자기 몫의 물도 밀어준다.) 자.

아르네: …… 앞으로는 버틸 만해도 버티지 마.

샤르자드: 으응?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르네: 마셔.

샤르자드: (눈치 쪼금 보고 마신다.)

아르네: 먹을 것도 시켜줄까. 배고프지 않니.

샤르자드: 음…… 당신은요?

아르네: (배고픈데 버틸 만한 정도인가 본데.) 뭘 먹기는 해야겠는데.

아르네: 시키면 같이 먹을 테냐.

샤르자드: 네에, 당신이 드시면 같이 먹을게요.

아르네: 그래, 그러면…….

아르네: (오이와 피토마토가 들어간 샐러드를 주문했다. 자세를 고쳐 앉는다.)

아르네: (음식이 나오면 접시를 그대로 옆에 밀어준다.)

샤르자드: (갸웃, 하더니 포크로 큰 조각 찍어서 그의 입에 댄다.)

아르네: (고개를 젓고 턱을 괸다.) 잠깐 눈 붙일 거다. 깨우지 말고 천천히 먹어.

샤르자드: 그대로 주무시게요?

아르네: 응.

샤르자드: 그럼 일어나셔서 드셔야 해요?

아르네: (정말로 눈이 조금씩 감겨오기 시작했다. …… 자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일 났다. 천천히 눈 감고 깊은 숨 내쉰다.)

아르네: …… 다 먹기 전까지 안 일어날 거니까 너 다 먹어…….

샤르자드: (정말로 피로해 보이는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 뻗어서 등 쓴다.) 주무세요.

아르네: (…… 진짜로 잔다. 적어도 30분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샤르자드: (오이 한 입 먹으니 새삼 배고픈 게 느껴져서, 오독, 오독 하면서 정말로 샐러드 한 그릇 다 먹었다. 밖엔 비도 오고 약간 나른해지기에 덩달아 조금 졸렸다.)

아르네: (비가 오니 몸 가누기가 어렵다. …… 떨어지는 고개가 어깨에 닿는다.)

샤르자드: (조금 졸린 눈 끔벅거리다가 그걸 본다. 조심스럽게 옆에 가더니 그의 고개를 팔로 받친다. 공격적이거나 파괴적이거나, 하여튼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태도라곤 조금도 없는 순진한 손길이다.)

아르네: (…… 그렇게 조금 더 있고 나서야 기척을 냈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린다.)

샤르자드: (그의 고개 받친 채로 서서 조금 졸고 있다.)

아르네: (……? 상황 파악이 덜 됐다. 깊이 숨 들이마시며 눈 비비고 나서야 정신이 든다.) … 샤르자드?

샤르자드: 으응? (반개한 눈으로 본다. 씩 웃는다.) 일어나셨어요?

아르네: ……. (눈 두어 번 다시 비빈다.) …… 너 왜 이러고 있니.

샤르자드: 으응? 목 아프실 거 같아서.

아르네: …….

아르네: 너 다리 아팠겠다. 내가 오래 잔 모양이구나.

샤르자드: 아니에요. 얼마 안 주무셨어요.

아르네: …… 그런 것치고는 밖에 비도 내리는 것 같은데……? 잠깐 내린 비가 아니구나.

샤르자드: 아, 덕분에 시원하지 않나요?

아르네: …….

아르네: (시린 왼쪽 어깨며 팔을 모른 척했다.) 그렇구나.

아르네: 샐러드는 다 먹었고?

샤르자드: 네, 다 먹었어요.

아르네: 그래…… 그러면 이만 일어나자.

아르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고.

샤르자드: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르네: …… 응?

아르네: 아…… 눈이 오는 날씨가 아니면 견딜 만하다.

샤르자드: …… 눈이요?

아르네: 그래, 눈.

샤르자드: 비는요?

아르네: 견딜 만해.

샤르자드: …… 견딜 만한 게 어떤 거예요?

아르네: 응?

아르네: 견딜 만한 게 견딜 만한 거지…….

샤르자드: (부루퉁.)

아르네: …… 왜.

샤르자드: 견딜 만한 게 어느 정도인데요?

아르네: …… 어느 정도……?

샤르자드: 어느 정도가 어떤 건데요?

아르네: 아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부루퉁.) 됐어요.

아르네: …… 왜 토라졌니, 또.

아이셈바드: 아울슨 사제님이 어린애 보물을 찾으러 갔다가 다치셨다고!? 혹시 모르니 여관에 방을 하나 확보해두겠네.

아이셈바드: ……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아이가 잃어버린 보물을 지켜낸 걸 보니 역시 그분은 공범일 것 같지가 않네.

샤르자드: 당신은 왼손이 욱신거려도 견딜 만하다고 하시는 분이잖아요.

아르네: (그거야 항상 그러니까, 란 말은 삼킨다.) 음…….

아르네: …… 일상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샤르자드: 일상에 문제가 있을 정도면 보통 어디 침대에 누워서 치료를 받고 있죠.

아르네: …….

샤르자드: …… 됐어요.

아르네: 아가.

아르네: 아가, 나 좀 봐라. 응?

샤르자드: 아가라서 말 안 해 주시는 거면 아가라는 말 안 좋아할래요.

아르네: 그런 게 아니라…….

아르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뺨 콕 찔러 본다. 말랑한가?)

샤르자드: (잘 웃는 아이의 뺨은 단단한 편이다.)

아르네: (아가군.)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아픈 건 아니라서 그렇다.

아르네: 정말 괜찮아.

아르네: 아가, 선생님 정말 안 볼 테냐?

샤르자드: ……. (볼 부풀린다.)

아르네: …….

아르네: …… 알았다, 알았어. 오늘은 이만 쉬자.

샤르자드: 아프시긴 한 거였잖아요.

아르네: …… 조금?

샤르자드: 속상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비 올 때마다 좋아했는데. 당신 마음을 전혀 몰랐던 것 같아서.

아르네: 비가 올 때마다 아픈 것도 아니고…… 날씨가 시원해지는 건 나도 좋다.

샤르자드: …….

샤르자드: 앞으로 비 오고 눈 오면 무조건 어디 실내에서 눕혀 놓을 거예요.

아르네: …… 그렇게까지?

아르네: 그건 싫은데…….

샤르자드: (눈 가늘어진다.)

아르네: …….

아르네: 알았다, 알았어. 대신 밝고 넓은 곳으로 하자. 되었지.

샤르자드: 정말이죠?

아르네: (내가 속은 것 같은데.)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거짓말이면 저 앞으로 맨날 오십 발자국 뒤에서만 따라갈 거예요.

아르네: 오십 발자국 뒤는 또 뭐야?

샤르자드: 그럼 안 따라다녀요?

아르네: …… 알았다, 알았어. 네 하자는 대로 하마.

아르네: (아주 예전에나 사용하던 언어로 중얼거린다. 마스터, 육아는 몇 번 해도 힘드네요…….)

샤르자드: …… 헤헤.

아르네: …… 나 참.

아르네: 그러면 오늘은 이만 들어가자. 쉬기는 해야겠다.

샤르자드: 네, 이 앞에 여관이 있었어요.

아르네: 그래. ……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샤르자드: 당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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