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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사스타샤 침식 동굴 진입.)

샤르자드: …… 저 떨려요. (속삭인다.)

아르네: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샤르자드: 네…… 네!

샤르자드: 산호가 예뻐요……

아르네: …… 집중!

샤르자드: 헉, 허억…….

범고래이빨 덴: 쉬잇……. 감히 우리 해역에 쳐들어오다니!

아르네: …… 너 괜찮니?

샤르자드: (겁에 질려 손이 덜덜 떨린다. 주문을 외는 목소리가 심상찮게 흔들리고 있었다.)

범고래이빨 덴: 쉬잇……. 해신님의 조류를 거스르는 어리석은 '무지느러미'여!

범고래이빨 덴: 이 몸의 강한 턱으로 으깨어 물고기밥으로 만들어주마!!

(클리어.)

아르네: 어디 보자. 다친 곳은?

샤르자드: 저- 저는 괜찮아요…… 당신은요?

아르네: 멀쩡하다.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샤르자드: (거의 울기 직전인, 그러나 어쩐지 건조하게 버석거리는 눈으로 웃어보인다.) 다행이에요.

아르네: …….

아르네: …… 샤르자드.

샤르자드: 괜찮아요.

아르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맞잡는다.)

아르네: 정말 괜찮아. 저번처럼 쓰러지지 않을 거다.

아르네: 그러니까 긴장 좀 풀어.

샤르자드: …… 노력해 볼게요.

아르네: …….

아르네: 그래…… 돌아가자.

샤르자드: (의뢰인에게 돌아가다가 중얼거린다.) 제가 어물거려서 당신을 놓치거든……

아르네: …… 응?

샤르자드: 뺨이라도 올려붙여 주세요. 정신 차리라고.

아르네: …….

바데론: …… 그래, 일을 맡기려고 하긴 했지. 그런데 아무래도 한발 늦은 것 같군.

슬픔에 잠긴 곰: 혹시 모험가 길드 일을 받아서 '사스타샤 침식 동굴'을 조사하고 왔나?

슬픔에 잠긴 곰: ……보아하니, 잘 해결했나 보군. 하하하, 이거 아쉬운데그래. 선수를 빼앗기다니.

에마나파: 근데 뭐 어때. 모험하다 보면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

슬픔에 잠긴 곰: 암, 그렇고말고. 그렇지만 우리가 세운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까진 결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어!

키키나: 당연히 그래야지!

슬픔에 잠긴 곰: 우리는 에오르제아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여행하고 있어. 위대한 업적을 남겨서 에오르제아를 여행하는 모험가들한테 우리 이름을 떨치는 게 목표지.

슬픔에 잠긴 곰: 네 목표는 뭐냐? ……뭐라도 좋으니 꼭 목표를 가져라.

슬픔에 잠긴 곰: 목표는 마음속 버팀목이 되어주지. 그리고 네가 먼저 등 돌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목표는 항상 그 자리에 남아있을 거야.

슬픔에 잠긴 곰: 그 목표는 모험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틀림없이 네 마음속 무기이자 방어구가 되어줄 거다. 우리 서로 잘해 보자고!

바데론: 어, 잘 다녀왔나! 그래, 가보니 좀 어떻던가?

바데론: 그렇군, 이번에도 또 사하긴족 짓이었나. 당연히 해적 놈들 짓일 줄 알았는데 말이야……. …… 앞으로도 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잘 지켜봐야겠어.

아르네: 그럴 일 없을 거다, 샤르자드. (속삭인다.)

바데론: 그건 그렇고, 사하긴족을 물리치다니 대단하군! 놈들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좀 얌전해지겠어.

바데론: 조사는 별일 없이 잘 마쳤나 보군! 역시 소문난 모험가다워. 도와줘서 고맙네.

바데론: 자네한테 부탁할 게 있어. 지금 막 모험가 길드 연락망으로 정보가 하나 들어왔어.

바데론: 아무래도 그리다니아 모험가 길드에서 모험가를 구하는 모양이야.

아르네: 손을 붙잡고 데려갈 테니 걱정하지 마라. 알겠지.

바데론: 꽤 까다로운 일 같긴 한데……. 자네는 '사스타샤 침식 동굴' 조사도 잘해줬으니 이번 일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네.

바데론: 혹시 관심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주게나.

샤르자드: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대신 머리 끄덕인다.)

바데론: 호오, 새로운 일거리가 어떤 건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군. 좋아, 지금부터 알려줄 테니 잘 들어.

바데론: 의뢰인은 그리다니아 모험가 길드다. 그리다니아 '칼라인 카페'에 있는 '뮨'한테 가서 얘기를 들어봐.

바데론: 자네는 '사스타샤 침식 동굴' 조사도 무사히 해냈으니 거기 가서도 분명히 잘하고 올 거다. 열심히 해봐.

아르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좋은데.

샤르자드: …… 아니에요, 나중에.

뮨: 안녕, 어서 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 어? 이런, 내가 착각했네.

뮨: 바데론 씨가 말했던 모험가가 바로 너인가 보구나?

뮨: 내가 뮨이야. 이 찻집 '칼라인 카페' 주인이지. 와줘서 정말 고마워.

뮨: 너한테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 준비가 됐으면 나한테 얘기해줄래?

아르네: …….

뮨: 부탁하고 싶은 게 뭐냐면 말이지. 사실은…….

르윈: 뮨, 일을 맡아줄 모험가는 찾았나?

뮨: 오셨군요, 르윈 대장님. ……지금 막 그 모험가가 온 참이에요.

르윈: 그래, 잘 와줬어. 나는 그리다니아 국방을 책임지는 신궁부대 대장 르윈이다. 이번 일은 내가 부탁했지.

르윈: 자네한테 맡기려는 일은 소탕 작전이야.

뮨: 검은장막 숲 중부삼림에는 '탐타라 묘소'라는 지하 무덤이 있어.

뮨: 먼 옛날, 지하도시 '겔모라' 시대에 만들어진 유적이지. 그리다니아가 세워진 뒤에도 그리다니아 사람들이 묘지로 줄곧 써 왔는데 말이야…….

르윈: 요즘 들어 이 '탐타라 묘소'에 수상한 녀석들이 드나든다는 정보가 들어왔네.

르윈: 게다가 그걸 본 사람이 말하기로는 사교도 집단 '마지막 백성' 놈들처럼 보였다더군.

르윈: 놈들은 종말 사상을 부르짖는 위험한 집단이야……. 가만히 놔뒀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어.

르윈: 이런 일은 원래 우리 신궁부대가 맡아야 하지만 지난 재해 때 솜씨 좋은 대원들이 많이 줄었거든…….

르윈: 게다가 그리다니아 주변에 숨어있는 '이크살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느라 인원이 모자란 상황이야.

르윈: 요즘 들어 이 땅을 노리는 야만족인 이크살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거든……. 머지않아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경계하는 중이지.

르윈: 가능하다면 솜씨 좋다고 소문난 자네가 도와줬으면 하네.

르윈: 정말 고맙군.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

르윈: 자세한 내용은 담당자한테 물어보도록 해. '탐타라 묘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럼 잘 부탁하네.

뮨: 조심해서 다녀와. 자네에게 크리스탈의 인도가 있기를!

아르네: …… 음.

아르네: 뭐든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아가.

아르네: …… 아가?

샤르자드: …… 아니에요.

아르네: …… 그래.

샤르자드: 갈까요?

아르네: 가자.

(수송 초코보로 이동.)

샤르자드: 초코보 냄새 나요.

샤르자드: ……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아르네: 잠시만…….

아르네: 음, 초코보 냄새는, 초코보 목장이니까.

아르네: 가자.

샤르자드: 탐타라……묘소면. 무덤이죠?

아르네: 아마 그렇겠지…….

아르네: 아주 오래된 무덤이라고 들었다.

슬픔에 잠긴 곰: 이게 누구야, 또 만났군그래! 보아하니 여기 '탐타라 묘소'에 볼일이 있는 모양인데.

슬픔에 잠긴 곰: 저번엔 선수를 빼앗겼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안 될 거야! 하하하, 서로 잘해보자고!

에마나파: 무덤이라니…… 무섭네. 그래도 목표를 이루려면 힘내야지!

키키나: 당연하지! 우리는 언젠가 꼭 역사에 이름을 남겨야 하니까!

이질도르: 허억…… 허억……. 탐구심보다…… 당장 허기를 채우는 게 급할 듯싶네……. 욕심내서 마구 달렸더니…… 이 꼴이지 뭔가…….

이질도르: 만약 오다가 알리안이 과일을 못 찾았으면 우리 모험도 여기서 끝날 뻔했구먼…….

이질도르: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말이야……. 뱃가죽이 들러붙으니 이런 말도 다 생각이 안 나더군. 우선 좀 쉬고 나서 다시 모험을 시작하겠네!

알리안: 할아버지도 정말 못 말린다니까. 뭐든 적당히 하시는 법이 없어!

알리안: 여기 오다가 나무에 달린 열매를 봤거든. 그걸 챙겨오길 잘한 것 같아. 할아버지는 앞만 보고 달리는 분이니까!

알리안: 역시 우리는 느긋하게 모험하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천천히 이 세상을 둘러보자구요, 할아버지.

우게몽: 이 앞에 있는 '탐타라 묘소'는 그리다니아 귀곡부대 제2창병조가 관할하는 구역이다. 자격이 없는 자를 들여보낼 순 없다.

신궁부대 위병: 이슈타브 님 맞으십니까? 이렇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궁부대 위병: 그럼 이번 일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모험가님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마지막 백성'이라는 사교도 집단을 소탕하는 일입니다.

신궁부대 위병: '마지막 백성'은 제6성력 후반에 생긴 종말 사상을 내세우는 집단입니다.

신궁부대 위병: 그자들은 제7재해를 일으킨 위성…… '달라가브'를 구세신으로 받들며 위성이 강림해야 세상이 구원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신궁부대 위병: 하지만 카르테노 전투 도중에 '달라가브'는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습니다…….

신궁부대 위병: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지막 백성'은 어이없게도, 사람들이 구세신 강림을 방해했다며 그 일을 복수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신궁부대 위병: 이 묘소에 함부로 드나드는 자들도 뭔가 나쁜 짓을 꾸미는 게 틀림없습니다.

신궁부대 위병: '탐타라 묘소' 안을 샅샅이 수색하여 '마지막 백성'이 품은 야망을 꺾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르네: …… 준비됐니?

샤르자드: …… 마지막 백성…….

샤르자드: 이번엔……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 거군요.

아르네: …….

아르네: 이 시대에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샤르자드. 마음이 내키지 않는 건 알겠지만…….

샤르자드: (눈 한 번 질끈 감았다 뜬다.) 괜찮아요. 준비됐어요.

아르네: …… 그래. 가자.

(탐타라 묘소 진입. 여러 차례의 전투.)

샤르자드: (가던 중, 벽 짚고 잠시 헛구역질했다.)

아르네: …… 샤르자드?

샤르자드: 아…… 아니에요…….

아르네: …….

샤르자드: (눈앞에서 사람이 대충 세도 스물 정도 쓰러지자, 결국 속에 있는 걸 다 게워냈다.)

샤르자드: 제발 도망쳐 주세요……. (닿지 않는 중얼거림.)

아르네: …… 샤르자드.

샤르자드: (핏발 선 눈으로 본다.)

아르네: …….

절대왕 갈반스: 네놈이 고대 왕의 유골을 사용하여 보이드의 심연으로부터 나를 불러내었는가?

절대왕 갈반스: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위해 '문'을 연 어리석은 자는 네놈이 아닌 모양이군…….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절대왕 갈반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네놈의 정신은 어떤 맛인지 뇌수를 빨면서 음미해보자꾸나!

(전투 종료.)

아르네: …… 이리 와.

샤르자드: (잠시, 자신이 많은 이들을 쓰러뜨린 현장을 돌아본다. 한참 침묵하다가, 그에게로 간다.)

아르네: (한참, 아주 오래 조용히 있다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끌어안는다.)

아르네: 내가 네게 너무…… 어려운 일을 시켰구나.

샤르자드: (그 손길을 거부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덜덜 떨리다 못해 이제 차갑게 식은 손끝으로 그를 마주 끌어안았다.)

샤르자드: …… 저는 아직 더 강해져야 해요, 그렇죠?

샤르자드: 이 정도는 아직 아무것도 아닌데…… 그렇죠?

아르네: (떨리는 몸을 그대로 느끼다가, 위로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는다.)

아르네: 아냐. …… 아니야.

아르네: 고생했다. 내가 너를 너무…….

아르네: …….

샤르자드: (그 말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낀 듯, 머리를 든다. 그를 내려다본다.)

샤르자드: …… 저 버리시면 안 돼요.

샤르자드: 저 더 열심히 할게요, 네?……

아르네: …… 안 그럴 거야.

아르네: 그럴 일 없을 거야, 샤르자드. 그런 생각 마라.

아르네: (좀 더 힘주어 끌어안는다.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도록…….)

샤르자드: (그의 어깨에 머리 푹 묻었다.) …… 저 더 열심히 할게요…….

아르네: …….

아르네: (제 어깨에 묻힌 머리의 무게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머뭇거리다가 아주 천천히 쓰다듬는다.)

아르네: 울어도 돼.

샤르자드: …… 그러면 너무 물러질 텐데요.

아르네: …….

아르네: 오늘은 조금 물러지는 날인 걸로 하자.

샤르자드: …… 안 돼요.

아르네: …… 응?

샤르자드: 당신은…… 이런 걸 계속 겪으신 거잖아요.

샤르자드: 전…… 도망쳤고. 그래서 겪지 않은 것 뿐이고.

아르네: …….

샤르자드: 그러니까…… 이제라도…… 이제라도 제 몫을 해야만 해요……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조금 다급하게 몸을 떼어 붙잡는다.)

아르네: ……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네가 강박을 가질 일이 아니다.

샤르자드: (그의 눈을 바라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번뇌에 휩싸였던 눈은 이제 눈물 자욱 없이 건조하다- 불그스름하게 물들었을 뿐.)

샤르자드: …… 아르네, 저는 약하죠?

아르네: …….

아르네: (대답이 살짝 늦었다. …… 거짓말을 한다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닌다. 드물게도 입을 떼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본다.)

샤르자드: (그 대답의 지연에서 이미 답을 얻었다. 희미하게 웃는다.)

샤르자드: 전 괜찮아요. 이건 제 약함의 산물일 뿐이에요…… 전 괜찮아요. 괜찮아야 해요.

샤르자드: …… 제가 힘들다고 하면, 한 번만 안아 주세요. 전 그거면 괜찮아요…….

아르네: …….

아르네: (조용히 있다가 다시 팔을 뻗어 안는다. 오른팔에 힘이 가득 들어간다.)

아르네: 그래. …… 가자. 돌아가자.

샤르자드: 응……. 돌아가요.

뮨: 어, 다녀왔구나. 맡은 일을 무사히 마쳤다면서?

뮨: 역시 소문난 모험가답군. 바데론 씨가 왜 너희를 추천했는지 알겠어!

뮨: 르윈 대장님도 고맙다고 전해달래. 정말 고생 많았어!

뮨: 지금 모험가 길드에 너희 소문이 자자해. 솜씨 좋은 모험가들이 나타났다고 말야!

뮨: 사실 요즘 들어 모험가 길드에 일을 부탁하는 사례가 갑자기 늘었거든.

뮨: 그러면서 모험가가 사고를 당하는 일도 늘고 있어. …… 저길 봐.

리아빈: 에이비어는…… 대장은 죽었다고! 에다, 네가 회복마법을 늦게 건 탓이야!

에다: 아, 아니야! 갑자기 나타난 마물 떼를 보고 에이비어가 뛰쳐나가서…….

에다: 에이비어는 항상 마음이 급했잖아……. 맨날 입버릇처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파이요 레이요: 이젠 지긋지긋해! 난 여기서 빠지겠어! 서로 두 번 다시 볼 일 없도록 하자고.

리아빈: 나도야. 예전부터 너한테는 진저리가 났어! 맨날 에이비어한테 찰싹 달라붙어 다니기만 하고!

리아빈: 그리고 말이야, 네가 기를 쓰고 챙겨온 에이비어의 머리……. 빨리 묻어버리든가 해. 구역질 나니까!

아르네: …… 저 모험가들은…….

에다: 얘, 얘들아……. 너무해…….

에다: …… 미안, 미안해. 에이비어…… 나는…….

뮨: …… 저런 일을 당한 사람들을 요 며칠 사이 몇 번이나 봤는지 몰라.

뮨: 앞으로 너희처럼 솜씨 좋은 모험가가 더 많이 나타나서 희생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랄 뿐이야.

샤르자드: …….

뮨: 그러니 너희한테 부탁할 게 있어. 조금 전 모험가 길드 연락망으로 정보가 하나 들어왔는데 말이야.

뮨: 이번에는 울다하 모험가 길드에서 모험가를 구하는 모양이야. …… 너희라면, 아니 너희라서 소개해도 될 것 같아.

뮨: 꼭 이 일을 맡아서 해줬으면 좋겠어. 잘 부탁할게.

샤르자드: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참이나, 한참이나 그들이 떠난 자리에 시선이 못박혀 있었다.)

뮨: 일을 맡아주려고? 정말 고마워.

뮨: 의뢰인은 울다하 모험가 길드야. '모래늪'에 있는 '모모디' 씨한테 가서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들어봐.

뮨: 위험한 임무일 수도 있지만…… 너희라면 해낼 거라고 믿어. 잘 부탁해.

아르네: …….

샤르자드: …….

아르네: (조용히 손을 맞잡는다.) 가자.

샤르자드: …… 하하. 제 머리는 안 챙겨 오셔도 된다고 먼저 알려 드리는 게 좋겠죠?

아르네: 샤르자드.

샤르자드: 살아서 당신 옆에 있을 거니까 챙길 필요 없다는 거예요.

아르네: (목소리에 찬바람이 들었다. …… 금방 목을 가다듬는다.) …… 그래.

아르네: …… 가자. 다시 더운 곳으로 가게 되겠구나.

샤르자드: 그렇네요. 옷을 좀 풀어야겠어요…….

모모디: 어서 와요. 미안한데 지금 좀 바쁘니까 적당히 아무데나 앉아주…… 어머.

모모디: 이슈타브! 블라우! 와줬구나!

모모디: 모험가 길드 연락망에 당신들 이름이 나와 있었거든.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모험가가 당신들이란 거 알아? 뮨이 흥분할 만하다니까!

모모디: 거두절미하고 부탁할게. 준비됐으면 나한테 말을 걸어줘.

모모디: …… 슬슬 일을 맡긴 사람이 올 때가 됐는데.

파파샨: 아이고야, 오늘도 덥구먼. 늘 마시던 걸로 한 잔 주게나.

모모디: 아, 파파샨 소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저번에 부탁하신 일을 맡아줄 모험가가 와줬어요.

파파샨: 어허, 당신은 이슈타브 님 아니십니까!

파파샨: 허허허, 설마 당신이 와 주실 줄은 몰랐군요. 이 파파샨은 참으로 기쁩니다그려.

모모디: 자, 그럼 소장님께서 이번 일에 대해 설명해주실래요?

파파샨: …… 어험. 이번 일은 '아마지나 광산회사'에 있는 지인이 부탁한 건데 실은 쬐끔 위험한 일이라서 말이죠.

파파샨: 울다하와 가까운 '구리종 광산'에서 한창 재개발 중이던 맨 아래층에 거인족이 나타나서는 날뛰고 있다지 뭡니까.

파파샨: 그 거인족은 먼 옛날 손씨 왕조 울다하 시대에 봉인당한 '헤카톤케이레스족'일 겝니다.

파파샨: 아마 맨 아래층에 있던 거인족을 봉인한 바위에 구멍이 뚫린 것 같더군요……. 다들 이대로는 개발을 못 하겠다며 어떻게 좀 해달랍니다.

모모디: 손씨 왕조 울다하 시대라면 벌써 300년도 더 된 옛날 일이잖아요?

파파샨: 그렇지…….

파파샨: 손씨 왕조 시대의 울다하인은 주술을 건 금속 투구를 '헤카톤케이레스족'에게 씌워서, 그들을 조종하며 힘센 광부로 부려 먹었다고 합니다.

파파샨: 헌데, 주술에 문제가 있었는지 나중에 그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에 당시 울다하 사람들은 맨 아래층 바닥을 무너뜨려서 그들을 가두는 식으로 반란을 진압했다더군요.

모모디: 그러고 보니, 재해 복구에 필요한 물량을 맞추려고 아마지나 광산회사가 지하 깊은 곳을 파내기로 했다는…… 그런 기사를 전에 '미스릴 아이'에서 읽은 것 같아요.

모모디: 아, 알았다……. 그렇게 깊이 파내다가 맨 아래층에 있던 봉인을 실수로 뻥 뚫어버린 거구나.

모모디: 거인족들한테는 300년 만에 다시 일으킨 반란인 셈이네요. 세월을 뛰어넘은 반란이라…… 왠지 신기하네요!

파파샨: 이슈타브 님! '헤카톤케이레스족'의 반란을 꼭 좀 진압해 주십시오!

파파샨: 물론 위험한 일이라는 건 잘 압니다만 부디 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르네: …… 봉인? 반란? …….

파파샨: 오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모디: '구리종 광산'은 서부 다날란에 있어. 조심해서 다녀와!

파파샨: 광산 앞에 아마지나 광산회사 사람이 와있을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 사람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아르네: (놀고 있네…… 저도 모르게 비웃듯이 중얼거린다. 이번에도 이방의 언어다.)

샤르자드: …….

샤르자드: (가까이 다가서서, 귀에 속삭인다.) 사실상…… 노예 같은, 그런 거겠죠?

아르네: …….

아르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다.)

아르네: …… 가자. 일은 해야지.

아르네: 일은…… 해야지…….

치장한 탁상지: 나는 '치장한 탁상지'라고 한다. '아마지나 광산회사'에서 일하고 있지.

치장한 탁상지: '구리종 광산'에 나타난 '헤카톤케이레스족'을 진압하는 일을 맡아주었다는 모험가인가? …… 음, 이거 고맙군.

치장한 탁상지: 원래 '구리종 광산' 재개발은 제7재해 복구에 필요한 물량을 맞추려고 시작한 일이다.

치장한 탁상지: 하지만 지금은 거인족 반란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개발에서 손을 놓고 있어.

치장한 탁상지: 이대로 개발이 계속 늦어지다가는 울다하 복구 계획 자체에 차질이 생길 거다. 어떻게든 그런 사태만은 피해야 해!

치장한 탁상지: 지금 '구리종 광산'은 아마지나 광산회사 자체 조직인 '쇠등불단'이 경비하고 있다. 광산 안으로 들어가려면 쇠등불단 사람한테 허가를 받으면 돼.

치장한 탁상지: 그대들의 활약을 기대하겠다. 울다하의 미래가 그 어깨에 달려있다는 걸 명심하게.

샤르자드: ……해야 하겠죠…….

아르네: …….

아르네: 네게 못할 짓을 시키는구나.

샤르자드: 괜찮아요. 아르네가 혼자 가게 두는 것보다는 나아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보일 듯 말 듯 웃는다.) 가자.

아르네: 비가 많이 오는구나.

샤르자드: 시원해서 좋네요.

아르네: …… 경갑주가 필요하겠어.

쇠등불단 위병: 여기는 아마지나 광산회사가 소유한 '구리종 광산'이다. 너희 같은 모험가가 기웃거릴 데가 아냐.

쇠등불단 위병: …… 뭐? 파파샨 소장님 부탁으로 '헤카톤케이레스족'을 진압하러 온 거라고?

쇠등불단 위병: 오오, 이렇게 빨리 와주다니! 고맙네, 어서 그들을 진압해주게.

쇠등불단 위병: 바깥 경비는 우리 '쇠등불단'한테 맡겨. 아무것도 모르고 기웃거리는 자들이 실수로 못 들어가게 단단히 지키고 있을 테니 말이야!

샤르자드: 경갑주요?

아르네: 음. …… 아무것도 아니다.

아르네: 준비됐니.

샤르자드: 아무것도 아닐 거 같지 않은데…….

샤르자드: 준비는 됐어요.

아르네: 그래…… 가자.

(진입.)

힘센팔뚝 귀게스: …… 으으으으…… 머리가 아프다……. 누구냐…… 나를 부르는 자가…….

힘센팔뚝 귀게스: 우릴 여기 가둔 나쁜 놈한테…… 나쁜 놈한테…… 복수할 거다아아…….

힘센팔뚝 귀게스: 너네들…… 나쁜 놈들 없애버린다……. 일족의 자유를 위해애애!!!

샤르자드: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버텼다.)

아르네: …… 괜찮니?

샤르자드: …… 네.

아르네: 그래.

샤르자드: 괜찮아요. 그냥…… 광부들도 구했고.

샤르자드: (그의 얼굴 살핀다.) 창백해요.

아르네: (등 뒤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 떨리는 손끝을 감춘다.) 괜찮아.

아르네: 돌아가자. 가서…… 음, 가자.

치장한 탁상지: 오오, 모험가여. 소식은 이미 들었네!

샤르자드: …… 바로 쉬실래요? (걱정스럽게 묻는다.)

치장한 탁상지: '구리종 광산'을 반란에서 벗어나게 했다면서? 정말 잘했어, 덕분에 살았네! 이제야 개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군.

치장한 탁상지: 파파샨 소장님한테는 내가 말씀드려놓지. 그대들은 모모디 님께 보고하러 가게.

???: 꺄아아아아!

질 나쁜 장사꾼: 네 이 년! 네년이 우리 가게에서 음식을 훔쳤다는 건 다 알고 있어!

꾀죄죄한 여자: 아, 아니에요! 저는 그런 짓 한 적 없어요……!

꾀죄죄한 여자: 이건 제대로 돈 주고 산 거라고요!

질 나쁜 장사꾼: 닥쳐! 너처럼 가난한 난민한테 고기 살 돈이 대체 어디 있다고!

질 나쁜 장사꾼: 훔친 뒤쥐고기 당장 내놔!

질 나쁜 장사꾼: 아니면…… 돈 말고 다른 걸로 값을 지불해도 상관없는데 말이지. …… 어때?

아르네: …… 아니, 괜찮아.

꾀죄죄한 여자: 누, 누가 좀 도와주세요!

아르네: 쓰레기 정리는 해야지.

꾀죄죄한 여자: 제, 제발, 부탁이에요 모험가님! 저를 도와주세요!

꾀죄죄한 여자: 저는 아무 짓 안 했어요! 정말로 돈을 주고 산 거라고요!

질 나쁜 장사꾼: 뭐야? 너희, 그 여자랑 한패냐!?

질 나쁜 장사꾼: 어떻든 상관없어. 얘들아, 쓴맛 좀 보여줘라!

샤르자드: …… 전부 이런 사람들이면 좋을 텐데.

샤르자드: (무언가 중얼거린다.)

아르네: …….

지저분한 경호원: 모험가 따위…… 나 혼자서도 충분해. 한 주먹에 눕혀 주지!

지저분한 경호원: 제, 제법 하는데그래!

지저분한 경호원: 어, 어라? 오늘 몸 상태가 좀 별론가…….

지저분한 경호원: 제, 젠장! 이 자식 도대체 뭐야!?

건방진 경호원: 뭐, 뭐야! 이 자식 왜 이렇게 강해!? 제길, 튀자!

질 나쁜 장사꾼: 야 이놈들아, 거기 서! 이런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

꾀죄죄한 여자: 고, 고맙습니다……. 모험가님 덕분에 살았어요…….

(초월하는 힘. 아르네, 비틀거린다.)

젊은 울다하 시민: 난민이 또 늘어난 것 같지 않아?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그래, 보나 마나 '재해 난민'이겠지.

샤르자드: (그가 어지러워하자, 흠칫 놀란다.) 아르네?

젊은 울다하 시민: 제7재해, 그리고 지난번 전쟁으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거군…….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그냥 몇몇 사람만 그런 게 아니야. 재해 때문에 물자의 유통이 여기저기 끊긴 탓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난민화되는 일도 흔하다는군.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하긴 목숨이라도 붙어있으면 그나마 다행인지도 몰라. 먹을 게 없어서 주민이 모조리 굶어 죽은 마을도 많다니까…….

아르네: ……. (답이 없다.)

샤르자드: 아르네? (목소리에 당혹이 실리기 시작했다.)

젊은 울다하 시민: 난민들이 변두리에서 도시 쪽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젊은 울다하 시민: 울다하에서만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건가?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군.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하지만 그중에서도 울다하는 물자가 풍부한 '상업 도시'니까, 입에 풀칠할 길은 있을 거라 짐작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다른 데보다는 좀 많을지도 모르겠어.

젊은 울다하 시민: 치안이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그거야 '불멸대'를 경비로 돌리든가 하겠지.

젊은 울다하 시민: 총사령부까지 나서서 말인가?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라우반 님이 어떻게든 해주실 거야.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뭐, 무엇보다 나는 저 난민들이 자칫 폭동이라도 일으키진 않을까 두렵군. 난민 중에는 집도 없고 일거리도 없는 사람이 태반이니까 말이야.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금전제일주의가 판치는 울다하에서 저런 상황이 계속되면 무슨 생각을 품게 될지…….

젊은 울다하 시민: 이거 불안해서 어디 살겠나…….

초조해하는 울다하 시민: 물론 난민이라고 해서 다 나쁜 놈들인 건 아니야. 운 좋게 일거리를 찾은 녀석들은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으니까.

목소리 큰 상인: 뒤쥐고기가 오늘만 특별 할인! 거기 가는 사모님 하나 어떠세요, 싸게 드릴게!

목소리 큰 상인: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십쇼!

젊은 울다하 시민: …… 화려하게 복구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난민들이 늘어만 가니 이거 원.

젊은 울다하 시민: 에오르제아의 빛과 어둠이군…….

꾀죄죄한 여자: 저기요……?

질 나쁜 장사꾼: 뭐야! 해, 해 보자는 거냐!?

질 나쁜 장사꾼: ……뭐? 이 여자가 돈을 내고 사는 걸 봤다고!?

???: 맞아, 나도 똑똑히 봤어! 괜한 트집 잡지 말라고!

질 나쁜 장사꾼: 어, 어느 놈이야!?

아르네: 괜찮아.

아르네: …… 잠깐 어지러웠다. 괜찮아.

질 나쁜 장사꾼: 쳇! 두고 보자!

꾀죄죄한 여자: 덕분에 살았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샤르자드: (걱정스러운 눈으로 살폈다.)

???: 또 한 건 해결했군그래!

산크레드: 안녕! 오랜만이네!

산크레드: 네가 울다하를 떠난 뒤로 뭘 하는지 한동안 지켜보고 있었어.

산크레드: 한 나라를 대신해서 간 사절로서 보여준 겸손한 태도. 위험을 무릅쓰고 고난에 도전하는 용기.

산크레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희생정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정의로운 마음까지.

산크레드: 모험가로서 갖추어야 할 소질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아.

산크레드: 뭐, 아까 그건 굳이 말하자면 어쩌다 휘말린 거지만 말이야.

산크레드: 그리고 네가 가진 능력인…… '초월하는 힘'. 네가 지금껏 봤던 '환상'의 정체가 대체 뭔지 궁금하지 않아?

샤르자드: (산크레드가 줄줄 늘어놓는 칭찬에 힐끗거리면서 본다. 머리 끄덕끄덕끄덕…… 한다.)

산크레드: 나는 너하고 같은 힘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어. 그 사람하고 함께 어떤 계획을 추진하고 있거든. 그 계획을 위해 네 힘을 빌리고 싶어.

산크레드: 네가 힘을 빌려준다면 대신 우리는 네가 모험가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도 있어.

산크레드: 지금부터 모험가 길드에 보고하러 갈 거지? 모래늪에 있는 모모디 씨한테는 얘기해뒀어. 관심 있으면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

산크레드: 나는 비밀조직 '새벽의 혈맹' 사람이야. 정의의 사도 비슷한 거라고나 할까.

아르네: (조금 멍하니 있느라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샤르자드: 아르네?

아르네: 응?

아르네: 아…….

샤르자드: ……. (살짝 부루퉁.)

아르네: …… 미안하다. 조금 피곤했나.

샤르자드: …… 겸손한 태도. 고난에 도전하는 용기. 최선을 다하는 희생정신. 정의로운 마음.

아르네: 뭐?

샤르자드: (그의 귀에 속삭인다. 크게.)

샤르자드: 그렇다잖아요-!

아르네: 조용히 해……!

모모디: 어머…… 또 다툼이 있었나 보네. 하지만 여기선 늘 있는 일이야. 울다하에서 잘 지내려면 넌 저렇게 되면 안 된다?

모모디: 앞으로도 열심히 해.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얘기를 들어줄게.

모모디: …… 인생 상담만 빼고 말이야. 연애 상담이라면 생각해볼게. 우후후.

모모디: 어머, 어서 와! 새내기 모험가가 등록하러 왔었거든. 혹시 오래 기다렸어?

모모디: 맞다, 아마지나 광산회사에서 연락이 왔더라! 정말 잘했어!

모모디: 역시 이슈타브라니까. 너라면 잘 해결해줄 줄 알았어! 파파샨 소장님도 기뻐하시더라.

모모디: 너한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이쪽으로 오렴.

에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에다라고 해요. 당신하고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에다: 저는 예전에 새내기 모험가들하고 모험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중 대장이었던 에이비어는 그리다니아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죠…….

에다: 에이비어는 당신을 처음 보고 나서부터 줄곧 당신 이야기만 해댔어요. …… 그 모험가 녀석은 틀림없이 크게 될 거라면서요.

에다: 사실 에이비어는 저랑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어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저는 모험가를 그만두려고 했죠.

아르네: …… 이 마도사는…….

샤르자드: …… 어……. 머리.

에다: …… 하지만 그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당신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언젠가 당신 같은 모험가가 되어보고 싶더군요.

에다: 그래서 일단 고향으로 돌아간 다음 모험가 수련을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다짐했어요.

에다: 헤어지기 전에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에다: 이슈타브. 멋진 이름이네요……. 고맙습니다.

에다: 제 이야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모모디: …… 처음에는 모험가 길드 대표 역할 같은 건 귀찮아서 싫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하기를 잘한 것 같아.

모모디: 새내기 모험가와 베테랑 모험가……. 새로운 얼굴과 사라진 얼굴……. 그 사이에서 다양한 인생을 엿볼 수 있거든.

모모디: 그리고 이슈타브. 이렇게 너랑 만나기도 했으니까!

모모디: …… 응? '새벽의 혈맹'?

모모디: 그래.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구나…….

모모디: 관심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줄래? 그들이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알려줄게.

아르네: …….

아르네: …… 골치 아프게 됐는데.

샤르자드: (약간 불안한 눈으로 떠나는 이의 가방 즈음을 살피다가, 그 쪽으로 눈 돌린다.) 관심 있어요? 새벽의 혈맹.

아르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마른세수를 하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음.

아르네: …… 글쎄, 반제국단체가 아니라면 그다지…… 아니, 잠깐.

아르네: 새벽의 혈맹…….

아르네: …… 생각이 바뀌었어. 가야겠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네, 가요.

모모디: '새벽의 혈맹'에 대해 궁금한가 보구나. 모험가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모모디: 그들은 에오르제아가 안고 있는 중대한 문제와 맞서려 하고 있어……. 그러려면 소질이 있는 동료가 필요해.

모모디: 나는 너처럼 소질이 있는 사람을 그들 본부가 있는 '모래의 집'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모모디: '모래의 집'은 서부 다날란 '저녁별 만'에 있어. 접수원한테 네 이름을 말하면 될 거야.

모모디: 솜씨 좋은 모험가한테는 그에 걸맞은 일이 들어오는 법이야. 앞으로 바빠지겠지만, 가끔 잘 지내는지 보여주러 와!

(두 사람, 지평선 관문으로 이동해 걷는다.)

샤르자드: 아르네, 새벽의 혈맹이 뭐예요?

아르네: 에오르제아에서 활동하는…… 일종의 비밀 결사 단체다.

샤르자드: …… 아하?

아르네: 야만신 토벌과 일종의 반제국주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듣…….

아르네: …… 너 철길 안 걷니.

샤르자드: …… 괜찮아요.

아르네: …… 그래.

아르네: …… 내가 가진 정보로는 그렇다. 가까이 해서 손해를 볼 단체는 아니야.

샤르자드: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 쪽에서 당신을 원해서…….

아르네: …….

아르네: 너와 함께하게 되는 게 아니라면 가지 않을 거야.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농담 같니.

샤르자드: 거기도 잡역부 하나 정도는 필요할지도 모르죠.

아르네: 그렇게 생각 마라.

샤르자드: 뭘 하든, 열심히 해야겠죠……. 그뿐이에요. 그러기로 했으니까…….

아르네: …….

아르네: 샤르자드, 잠깐 나 좀 보자.

샤르자드: 네?

아르네: (조용히 손을 붙잡는다.)

아르네: 너는 내 제자고,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뒤로 미루지는 않을 거야.

아르네: 네가 설령 느리고 서투르거나, 혹은 만에 하나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르네: 내가 너를 떠나보내는 일은 없을 거다.

아르네: 그러니까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라. 그 작은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샤르자드: (작은 머리 대신 눈은 굴러간다.)

아르네: (눈을 굴리는 것을 보고 조금 웃는다.)

샤르자드: 저는 당신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아르네: 그런 뜻이 아니야.

아르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게 너라는 이야기다, 샤르자드.

샤르자드: …….

아르네: 그러니 혹시 네가 짐이 될까 걱정하고 있거든, 그런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약간의 전율. 몸을 떨었다.)

샤르자드: 그래도 돼요? 제가……. 아니. 제게 당신이 소중하듯이?

샤르자드: (당신도 저를, 이라는 질문을 이어 하진 않는다. 그가 이미 한 말이었으니까- 믿을 수 없게도.)

아르네: (응? 하고 되묻듯, 마냥 다정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아주 예전에 그가 자주 그랬던 것처럼.)

아르네: 당연하지.

샤르자드: …… 네!

샤르자드: (얼굴에 분명하게 화색이 돌았다. 여태 창백하던 얼굴이었다. 눈을 살짝 접어 웃는다.)

아르네: (화색이 도는 얼굴을 조심스레 쓸다가 웃는다.) 자, 이제 가자.

아르네: (걸음마하는 아이를 기다리듯 팔을 벌린다.) 얼른.

샤르자드: (쪼르르 오더니 품에 한 번 폭 안겼다가 놓는다.)

타타루: 랄라 랄라 라~ 모~래로 된 작은~ 집에 꽃~님이 피었습니다~

타타루: 랄라 랄라 라라라 랄라~ 아~름다운 꽃~님은 사~랑을 싹~틔우고~ 내~마음도 두~근두근 터~질 것~ 같아~

타타루: 와직! 두근! 꽈광! 뚜쉬! 퍼벅! 우당탕!

타타루: 으앗!

타타루: 크, 크흠…….

타타루: '모래의 집'에 무슨 일로 오셨나용?

타타루: 죄송하지만 여긴 일반인이 출입하시는 건 금지되어 있어서용. 어서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어용!

아르네: …… 노래 가사가……?

타타루: 뭐시라고라! 산크레드 님 소개로 오셨단 말인가용!?

타타루: 이, 이거 실례했사와용……. 그럼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용?

타타루: 아, 여기 적혀있었네용.

타타루: 으, 으흠…… 그럼 다시 정식으로…… '새벽의 혈맹' 본부인 모래의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당!

타타루: 저는 접수원 타타루예용.

타타루: 안쪽에 있는 새벽의 방에서 우리 맹주님이 기다리셔용. 어서 안으로 들어가보시어용.

샤르자드: …… 우와아.

아르네: 퇴물이라고 쫓겨나지나 않을지 모르겠는데.

아렌발드: 얼마 전에 이상한 꿈을 꿨거든……. 여행지에서 그 꿈 이야기를 했더니 여기에 가보라고 해서.

아아바 티아: 민필리아라는 여자가 날 고용했지. 여기 들어오면 야만족이나 제국과 싸울 수 있다더군.

아아바 티아: 총사령부에 들어오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난 자유롭게 싸우는 게 좋거든. 아말쟈족은 물론 이크살족하고도!

올리: 접수처 아가씨 말이야, 모험가 정보는 다 꿰고 있나 봐. 수첩 한가득 이름이 적혀 있더라니까. 정말 놀랐어.

올리: 검은솔 들판에서 네가 나한테 말을 걸었을 때는 굶어 죽어가는 모험가까지 죄다 끌어모으는 건가 했는데…… 막상 와보니 점점 재미있어. 오길 잘한 것 같아!

샤르자드: (어느새 노래 작게 흥얼거린다. 아름다운 곡조로.) 내 마음도 두근두근 터질 것 같아~ 와직~ 두근~ 꽈광~ 뚜쉬~ 퍼벅~ 우당탕~

아르네: (…….)

새벽의 혈맹원: '새벽의 방'에 볼일이 있다고? 아, 자네가 그 유명한 이슈타브로군!

새벽의 혈맹원: 우리 맹주님이 기다리고 계시네. 자네만 괜찮다면 바로 말씀드리지.

아르네: …… 그 노래 마음에 들었니? (속삭인다.)

???: 당신이 소문으로 듣던 그 모험가로군요.

민필리아: 나는 민필리아예요. '새벽의 혈맹'을 이끌고 있죠.

민필리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샤르자드: 아. 네!

민필리아: 이쪽으로 오세요. 나쁜 짓은 안 할 테니까 안심하고요.

민필리아: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아르네: …… 그래, 마음에 들었으면 됐다.

민필리아: 먼저 우리 '새벽의 혈맹'에 대해 설명하는 게 좋겠죠?

민필리아: 우리 '새벽의 혈맹'은 국가 간 장벽을 뛰어넘어 에오르제아 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예요.

민필리아: 목적은 단 하나. 신들에게 사랑받은 땅, 이 에오르제아를 구원하는 것이죠.

샤르자드: (아르네가 민필리아와 대화하는 사이 뒤에서 부외자처럼 쳐다보고 있다.)

샤르자드: …… 에오르제아 구원……? (아주 작게 중얼거린다.)

민필리아: 이를 위해 에오르제아, 아니 세계 전체를 위협하는 '야만신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어요.

민필리아: '새벽의 혈맹'에는 당신처럼 신비로운 힘을 지닌 사람이 몇 명 있어요.

민필리아: 이 신비로운 힘은 몇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민필리아: 혹시 당신은 지금까지 이런 경험을 한 적 없나요?

민필리아: 의식에 잡음이 낀 듯한 느낌……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마치 '신기루'처럼 눈앞에 풍경이 펼쳐지는 거죠.

아르네: …….

민필리아: 그게 바로 당신이 가진 능력……. 정신의 벽을 뛰어넘어 상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초월 하는 힘'이에요.

민필리아: '초월하는 힘'은 '언어의 벽'을 초월하고, '마음의 벽'을 초월하는 힘이죠.

아르네: (초월하는 힘?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민필리아: 그리고 신기루처럼 펼쳐지는 과거를 볼 수 있는, '시간의 벽'도 초월하는 힘이에요.

민필리아: 물론 과거를 볼 수 있을 뿐, 과거의 사람과 대화하거나 이미 일어난 일을 바꾸는 일은 할 수 없어요.

민필리아: 다양한 능력 중에서도 이 '초월하는 힘'은 아주 특별해요. 당신은 그중에서도 특히 강한 힘을 가졌죠…….

민필리아: 다만 이 힘은 '발동'되는 것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예요.

민필리아: 사실 나도 당신하고 똑같은 힘…… '초월하는 힘'을 지닌 능력자예요.

민필리아: 자,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리 목적인 에오르제아 구원을 위해서는 야만신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해요…….

민필리아: 그러려면 국가, 조직, 종족, 언어, 또 이념과 사상까지……. 온갖 '벽'을 초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해요.

민필리아: 그래서 당신이 지닌 힘이 필요한 거예요. 당신이 우리 '새벽의 혈맹'을 도와주면 좋겠어요.

아르네: …… 흐음.

민필리아: 당신이 가진 '초월하는 힘'은…… 야만신을 상대할 비장의 무기가 될 거예요. 그건 야만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필요한 힘이에요.

민필리아: 당신이 에오르제아를 누비는 모험가로서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나는 몰라요.

민필리아: 하지만 앞으로도 모험가로 살아가려면 에오르제아에 대해 좀 더 잘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민필리아: 그리고 그 에오르제아에는 야만신 문제가 있죠.

민필리아: 우리와 함께하며 야만신 문제를 쫓는 것이 에오르제아를 알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일 거예요.

민필리아: 우리는 각국 총사령부에도 아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모험가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죠.

민필리아: 예를 들자면…… '집사'라고 해서 모험가의 활동을 돕는 전속 '자산 관리인'이 있는데요.

타타루: 말씀 나누시는 중에 죄송합니당.

민필리아: 고마워요, 타타루 씨.

타타루: 별말씀을요.

민필리아: 당신이 언제든지 집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 놓았어요.

민필리아: 틀림없이 모험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담당자에게 물어보시구요.

민필리아: 당신이 우리 '새벽의 혈맹'을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민필리아: 야만신하고 관련해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현지에서 정보를 모으거나 조사해주면 돼요.

민필리아: 상부상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신이나 우리 모두 얻는 게 있을 거예요.

민필리아: 어때요? 한번 잘 생각해봐요. 그러고 나서 혹시 도울 마음이 들면 나한테 말해줘요.

민필리아: 아, 참! 당신이 관계자와 연락할 수 있도록 '새벽의 혈맹'에서 쓰는 암구호를 알려드릴게요.

민필리아: 우리 암구호는 '들장미'예요. 잊지 마세요!

아르네: …… 이건 생각지도 못한 수확인데.

파파리모: 네 '힘'은 다른 능력자에 비해 상당히 강력한 편이라고 하더군. 네게 거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어.

샤르자드: …… (눈치 본다.)

이다: 요새 다들 네 이야기로 난리야~! 물론 이 '모래의 집'에서도 그렇고!

이다: 아, 원래 '모래의 집'은 다른 건물이었거든? 근데 이것저것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흠, 이 이야긴 됐고. 여기가 우리 아지트라고!

위리앙제: "일곱째 달이 지고 일곱째 해 떠오를 때 하늘의 섭리가 흐트러지고 땅에 묻힌 주검이 일어나리라"

위리앙제: 고대의 예언서…… '신력기'에 쓰인 기록입니다. 우리는 이를 제7재해 이후…… 즉 현시대를 가리키는 예언이라 해석하지요…….

위리앙제: 예언대로 세계는 변모하여…… 여명은 여전히 암흑 속……. 그렇기에…… 우리는 손꼽아 기다립니다. 어둠을 밝힐 새 시대의 씨앗을…….

야슈톨라: 우리 '새벽의 혈맹'은 원래 두 개의 단체였어요. 그중 하나가 샬레이안 출신인 우리…… '구세시맹'. 야슈톨라: 다른 한쪽은 당신처럼 신비한 힘을 지닌 능력자 집단, '열두 기적 조사회'.

야슈톨라: 두 개의 단체가 5년 전 일어난 제7재해를 계기로 손을 잡은 조직…… 그게 바로 '새벽의 혈맹'이에요.

산크레드: 야만신 소환은 생명의 근원인 에테르를 고갈시키지. 땅이 황폐해지고 물은 마르며 공기가 탁해져.

산크레드: 사실 에오르제아 각국 입장에서는 야만족이 야만신이라는 강대한 전력을 보유했다는 사실 역시 문제고.

산크레드: 게다가 야만신은 자아가 있어……. 불러낸 야만족들도 제어할 수 없을 힘인 거지.

아르네: …… 그래…….

아르네: 뭐…… 일단 이들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구나. 네가 싫지 않다면.

샤르자드: 싫지 않아요. 전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아르네: 응?

샤르자드: …… 자랑스럽다? 멋지다? 좋다?

샤르자드: 아무튼요…….

아르네: …….

아르네: …… 싫지 않다니 됐다. 일단 오늘은 이만 쉬자.

아르네: 좀…… 쉬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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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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