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

코코노에와 타사긴과 계절의 끝

아아, 거친 대초원의 소녀들이여!

"교교교..! 그 녀석들은 틈만나면 싸움을 해서 쟁취한담메... 기싸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담메...!"

명망있는 무사가문의 차녀 코코노에는 며칠 전부터 고민에 빠져있다. 재회시장에 몇 번 가보았다는 교타로가 전해준 아짐 대초원은 무로 시작해서 무로 끝나는 그야말로 전사의 땅. 그 중 오직 무예만으로 드넓은 대초원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전율의 계절 끝 합전 이야기는 코코노에의 불안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런 전쟁터에서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고의 무사들을 배출해 역사책에 수도없이 기록을 남긴 야츠루기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는것은 아닐까. 오직 무예만을 인정하는 땅에서 온 타사간이 나의 약함에 실망해 떠나게 되는것은 아닐까.

불안감이 신경을 옥죄어 올 때마다 코코노에의 화살은 더 과녁의 중심에서 점점 더 멀어졌고, 여든 다섯번째 질문이 머리를 스쳤을 때, 화살은 결국 과녁을 피해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니까 싸움 질 거 같아서 삼일동안 밥도 잘 못 먹고 있었단말야?"

"먹으면 구토를 하더군. 구토같은 꼴 사나운 행위는 무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걱정하느라 굶는게 더 꼴 사납지 않을까...?"

삼녀 야츠루기 코하루가 궁도장에 쓰러져있던 언니를 간호하며 물었다. 찬 물에 적셨다 물기를 뺀 수건을 이마에 올리자 코코노에가 읏 하는 소리와 함께 인상을 찡그렸다. 어렸을 적 숲속에서 코하루를 해치려 한 곰을 막아서며 자신도 무서웠던 주제에 검을 휘둘렀던 언니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조금은 한심하기도, 조금은 귀엽기도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큰 일이 나는 건 당연했다. 하긴,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깊던 걱정이 더 깊어질테니 화제를 돌려 조금이라도 덜 신경쓰게 하는 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 코하루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예비언약자는 어떤 사람이야?"

"아아, 타사간은 말이지 경박하고 정말 못 말린다니까!"

라고 묻자마자 그렇게 시무룩하고 퀭했던 얼굴에 화색이 돋는 코코노에. 역정을 내는 듯 하더니 이내 칭찬을 하는 모습은 마치 아버지를 쏙 빼어닮지 않았나 하고 동생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분이 결투에서 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언니를 버릴 사람이야?"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괜찮지 않나? 지면 그 다음에 이기면 되잖아?"

"그렇지만..."

"어머니도 말이지, 어제도 내기에서 졌다고 그렇게 침울해하더니 오늘은 기필코 따내고 말겠다며 아침부터 뛰어나가셨다구?"

"어머니도 참, 매번 잃으시면서...!"

"그러니까 벌써부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넘어져도 털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언니보다 센 사람은 쿠가네에 없단 말이야.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그러니까 조금은 자신을 가져. "

"그... 그런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던 코코노에의 머릿속에 조금씩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줄 테니, 나도 역시 기운 내서 부딪혀 보는게 정답이겠지. 내가 오만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나의 동생은 항상 나보다 현명하구나... 언니로써 이런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지. 이제는 무사의 모습을 쫓을 때가 아닌, 무사가 되야하는 때로구나!

"좋다. 나는 이런 걱정따위로 지지 않아!"

"언니, 그런 말은 누워서 이불 덮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는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타사간을 위해서, 그리고 야츠루기 가문을 위해서!"

"그래 그래..."

"고맙다. 역시 코하루는 항상 의지가 되는구나."

방심한 틈을 타 심장에 적중한 햇살이 스며든 언니의 미소. 거기에 언니의 낯 부끄러운 말까지 들어 얼굴이 빨개진 코하루는 행여 들킬까봐 재빨리 뒤로 돌아 창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일단 밥부터 먹어야지! 힘이 없으면 어떻게 싸울꺼야?"

그래, 역시 내가 없으면 우왕좌왕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 오늘은 조금 기합을 넣고 언니가 좋아하는 점심을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

"으음... 먹으면 또 올라올 것 같은데..."

라는 말을 들은 동생은 챙그랑 하고 지금까지 언니에게 가졌던 기대와 존경심, 그리고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산산조각 나는것을 느꼈다.

선착장 위의 사람들이 조금씩 작은 점으로 사라져갔다. 쿠가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지붕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코하루가 해주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가끔은 넘어져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뻗어준다면 몇 번이고 일어날 수 있을테니까. 언니보다 나은 동생을 떠올리며 코코노에는 작게 미소지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하하, 아니다. 그대와 함께 새로운 곳에 가는것이 기대가 되니 말이지."

"뭐 그런걸 가지고. 아, 그건 그렇고 도착하면 좀 바빠질거야."

"바빠지다니, 선약이라도 있는 것인가?"

"어, 족장이 너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부족사람들 다 모아서 잔치한다는데?"

"하하, 그런... 뭐라고! 그것은 어떤 시련인가! 비겁하게 일 대 다수로 나를 시험 할 생각인가!"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모두 각오하라고 전해주게! 나는 어떤 시련이든 받아보일테니까!!"

코코노에의 계절 끝 언약은 지금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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