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설원

[라하히카] 제목없음

라하네스 / 어린이날 기념인데 뭘 쓰고 싶었는지 모르겠는 의미불명글

  • 포스타입 글 재업로드 / 글 최초 작성일자: 23.05.06

  • FF14 그라하 티아 HL 연인드림 연성입니다.

  • 드림주는 달 여코테. 종족적인 특징은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상상하셔도 좋지만 드림주의 이름은 언급되어 있습니다.

  • 드림에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꾸욱!

  • 어린이날 기념으로 요정왕에 의해 하루만 몸도 마음도 어린애가 된 드림주의 이야기를 써본 것이지만, 사실 용두사미에 가깝고 이게 도대체 뭘 보고싶어서 쓴 글인지 스스로도 모르겠음

  • 사실 그냥 드림캐에게만 어리광부리는 드림주가 보고싶었는데 대차게 실패했음

  • 공백미포함 4,143자 

  • 쓰게된 계기의 썰은 이거.


copyright by. Mer

“……응.”

 

두 팔이 제 쪽으로 활짝 벌려지며 뻗어진 것을 본다. 누가 봐도 영락없이 안아달라는 모양새에 그라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안아들었다. 옆에서 부러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아렌이 이쪽을 보고 있었지만, 제 품에 안긴 이가 다른 이의 품으로, 하물며 아렌의 품으로 건너가는 일은 절대 없었다. 무슨 짓을 했기에 저 사람이 저렇게 어린애가 된 거야?! 저거 돌아올 수 있는 것 맞아?! 격분하는 알리제를 뜯어말리며 알피노는 진땀을 빼는 얼굴로 그라하를 바라봤다.

 

“티타니아인가?”

“응.”

 

요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요정왕 계약자가 원인이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는 모험가를 위하여 친히 하루만 지속되는 요정들의 장난 아닌 장난을 걸어준 모양이었다. 꿈에서 만났을 터인데 어째서 그게 현실에 적용이?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어제 1세계에 다녀왔었고 그때 걸어뒀던 마법이 꿈에서 페오가 나타나는 것을 기점으로 발현되었다나 뭐라나……?

 

“그럼 뭐하냐고. 정작 본인은 그 어린 시절을 전혀 기억 못하는 것은 똑같잖아!”

 

그렇다. 취지는 좋았다. 그런데 신체나이만 어려진 것이 아니라 정신나이도 함께 어려지는 바람에 새벽의 사람들과 그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어째서 저렇게 라하에게만큼은 저리도 잘 따르는 거야? 알리제가 시샘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도 안고 싶은데…….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답지 않게 침울해진 모습에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그라하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품안의 아이를 넘겨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가고 싶지 않아했다. 접착제를 바른 것 마냥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옷깃을 꼭 쥔 채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마치 저를 다른 이에게 넘기지 말아달라는 것 같은 모습에 다른 이들도 함부로 자기도 안아보겠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체엣, 오라비는 나인데…….”

“쓸데없이 질투하지 마.”

“아니, 에렌빌! 들어보라고! 저 녀석의 오라비는 난데, 나한테는 절대 안 오잖아!”

“……아니, 그거 진짜 어릴 때도 그랬다면서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오지 않는다고 질투하지 말라고.”

 

어이없다는 시선이 아렌에게 쏘아진다. 에렌빌의 말대로 모험가는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어린 시절에도 아렌에게는 결코 안아달라고 하거나 안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녀는 제 오라비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나저나…….”

 

알리제가 질린다는 얼굴로 아렌을 바라봤다. 당신, 잘도 저런 까칠한 얼음공주를 귀엽게 기억하고 있네? 매번 아렌을 통해 모험가의 어린 시절은 굉장히 귀여웠다는 둥 그만한 천사는 없었다는 둥, 조금 까칠하게 굴기는 해도 그만큼 착하고 예쁜 동생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둥 찬사만 가득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였다.

 

“귀여운 건 맞잖아?”

“당신 정말 콩깍지 제대로 뒤집어썼네.”

“뭐야, 내 여동생이 귀엽지 않다는 거냐?!”

“아니 귀엽지만! 그래도 첫인상에서 봤을 때는 귀엽다는 인상보단 새침한 공주님이라는 인상이 더 강한데?!”

 

두 사람 다 똑같아. 모험가 바보들 같으니라고……. 싸늘하게 식은 산크레드와 에렌빌의 시선이 옥신각신하는 둘에게 꽂혔으나, 둘은 인식하지 못한 듯 했다. 심지어 그라하의 품에 안겨있는 당사자조차도 한심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자기네들끼리 옥신각신하느라 바빠서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는 사실이 대단하다면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했다. 그보다 저거 어린애가 짓는 표정 맞아? 저 녀석 정말로 의식까지 어려진 게 맞아? 사실 본체가 어려진 척 하고 있는 것 아니고? 산크레드는 심각하게 의심스러운 얼굴로 아이를 바라봤다.

 

“……잘래.”

“들어갈까?”

“응.”

 

재미없다는 듯 크게 하품하던 아이가 잠투정을 부리듯, 저를 안고 있는 이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린다. 익숙하게 아이를 어르며 그라하는 난처하다는 얼굴로 웃고는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데시온 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에렌빌은 아직도 말다툼을 지속중인 제 파트너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앗, 잠깐! 야!”

“이제 일하러 갈 시간.”

 

저항 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코웃음 치며 일별한 알리제는 그제야 모험가가 자리에 없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그 사람은?”

“자러갔어.”

 

알리제 네가 쓸데없이 입씨름 하는 동안. 그럼 그 사람 자러 갈 때 말해줬어야지, 바보 같은 알피노! 아, 또 시작이네. 불같이 화를 내며 제 쌍둥이 오라비의 멱살을 잡는 광경을 보며 산크레드는 어깨를 으쓱하고 완전히 신경을 껐다. 여기서 그나마 상황을 말려줄 법한 이는 계약자의 장난으로 몸도 마음도 어려진 채 연인의 품에 안겨 자러갔다. 어차피 이 깜짝 소동도 내일이면 모험가가 원래대로 돌아오며 멈출 터이니 그가 여기서 더 신경 쓸 이유는 없었기도 했다.

 

* * *

 

발데시온 분관 휴게실. 모험가에게 배정된 방으로 들어온 그라하는 이미 반쯤 눈을 감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를 흘긋 곁눈질 하고는 한숨과 함께 곧장 침대로 향했다. 처음 이 모습이 되어있던 제 연인을 마주했을 때 놀랐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은 꽤나 침착해진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굉장히 여러 가지로 복잡한 심경으로 아이가 된 모험가를 돌보고 있었다. 제 연인인데 연인행세를 하자니 연인이 아이가 되어버려 범죄자가 된 기분이고, 차라리 몸만 어려진 것이라면 애초에 제 연인의 성격상 이런저런 장난을 치지 않을 리 없으니 그저 단발성 이벤트라고 치부하고 넘기기도 가능했을 터인데 아쉽게도 몸만 어려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혈육인 아렌이 아닌 저만을 유독 그렇게 따르고 있으니 이거 기억이 없는 척 연기하는 건가? 싶다가도 처음에는 꽤나 낯설어 하며 경계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렇지도 않다는 점. 아이는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치기에는 새벽의 다른 누구에게도 살갑게 먼저 다가가거나 하는 일도 일절 없이 오로지 그에게만 딱 달라붙어있다.

 

“네스, 제대로 침대에 누워서 자자.”

“……시러…….”

“네스.”

“으으응…….”

 

그렇게 남에게는 까칠하게 구는 얼음공주님인데, 제 앞에서는 영락없는 어리광쟁이다. 평소에도 그의 연인은 주변에 다정한 편이기는 했으나 어리광은 그에게만 피우던 경향이 있긴 했다. 근데 이렇게 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지금조차도 어리광을 피우는 상대는 그 한정으로 고정된 모양이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에게만 어리광을 피웠다고 했었지……. 조금은 아픈 얼굴을 지으며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의 뺨과 이마에 입을 맞췄다.

 

“……혼자 자기 싫어.”

“어디 안 갈 거야.”

“거짓말쟁이.”

“정말이래도.”

“……진짜?”

“당연히 네스 옆에 있지, 어딜 가겠어?”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짧은 꼬리를 휘적거리며 바라보던 그녀는 만족한 얼굴로 그라하의 품에서 내려와 제 발로 침대로 향했다. 그 만족한 얼굴도 그라하 정도나 알아볼 수 있을 뿐, 남이 봤을 땐 평범하게 차가운 무표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는 본래 그가 알고 있던 어른의 모험가보다 더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어서 그는 내심 소리 없이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꼬리에 감정이 드러나는 편인 것은 변하지 않은 부분인 것 같았다. 그것이 아이 때보다 조금 덜 드러나는 이유가 아무래도 영웅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그만큼 엄하게 다스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굉장히 아프지만……. 그는 그걸 내색하지 않고 침대에 올라가려고 끙끙거리는 작은 몸을 가볍게 들어 올려줬다. 아이는 자리를 잡고 제 옆자리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통통 두드렸다.

 

“응.”

“……같이 자자고?”

 

끄덕이는 작은 머리를 보며 그는 난감하게 웃었다. 재워놓고 잠시 일을 하다 오려했는데 같이 눕지 않으면 절대로 낮잠에 들지 않겠다는 완고한 태도다. 눈에 그렇게나 잠기운이 가득한데……. 어쩜 이런 부분마저도 그가 아는 모험가의 일면 그대로여서 그는 못 이기겠다는 듯 복잡한 얼굴로 웃으며 곁에 누웠다.

 

“잘 자.”

“……어디 가면 안 돼.”

“안 가.”

 

그녀는 몇 번이고 그에게서 다짐을 받아낸 뒤에야 의식을 놓고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에 들었다. 가만히 옆으로 누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라하는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작게 웃었다. 자는 모습에는 평소의 그 차가운 표정이 없고 평온해서 천사라고도 착각할 정도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투정부리듯 으응, 하며 품으로 파고드는 모습이 몸만 아이가 되었을 뿐, 영락없이 그의 연인이 하는 모양새 그 자체다.

 

“곤란하네…….”

 

아이를 상대로는 상대가 아무리 제 연인이 어려진 것이라고 해도 딱히 뭘 어떻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 본래의 그녀였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페오의 말에 따르면 하루만 지속되는 단발성이라고 했으니 내일이면 본래의, 그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모습도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역시 그가 잔뜩 사랑해줄 수 있고 그만큼 사랑받을 수 있는 본래의 모습이 더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이의 곁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이의 말처럼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서류를 가지러 다녀오는 사이에 아이가 깰 리는 없고, 그녀를 상대로 거짓말을 치는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니 그녀도 분명 불만을 표하더라도 이해해줄 거라고 그렇게 변명하며 그는 잠시 방을 나섰다.

 

*

 

“그러니까 네스, 내가 잘못했어. 응?”

“……거짓말쟁이.”

 

잔뜩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등을 돌린 아이에게 손을 싹싹 빌며 애원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저녁에 목격한 알리제는 뭐야, 이건? 하는 얼굴로 옆에서 피식피식 웃고 있는 산크레드에게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뭐야? 저긴 또 왜 싹싹 빌고 있어?”

“옆에 있어달라고 했는데 재워놓고 일하러 갔다가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잡혀서…….”

 

결과적으로 그 사람이 깰 때까지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바람에 잔뜩 화나게 만들었지. 아아, 자업자득이네. 그렇지. 알리제는 곧바로 관심을 끊었다. 이럴 때야말로 모험가의 관심을 끌어 환심을 사볼 수도 있었지만 상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이미 오전 중에 경험해봐서 굳이 의미 없는 짓을 했다가 스스로 상처받는 일은 면하고 싶었다.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내일이면 돌아오잖아. 그야 그렇지만…….

 

“네스, 내가 잘못 했다니까? 밤에는 같이 잘 테니까.”

“……거짓말쟁이의 말 안 믿어.”

“이번엔 정말로 거짓말 아니니까, 응?”

“…….”

 

그라하는 그날 함께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모험가의 앞에서 한참을 빌고 나서야 용서를 받을 수 있었고, 그 다음날 본래대로 돌아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그에게 아침인사를 건네는 연인의 얼굴을 마주하고는 잡아먹을 듯이 거친 키스를 그녀에게 퍼붓는 것으로 보복을 마쳤다. 전날의 기억이 전혀 없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대체 왜 이러는데? 싶었지만 새벽의 그 누구도 하물며 아렌과 에렌빌조차도 왜 그라하가 그러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왜 그러냐니까?”

“아무튼 네가 잘못 했으니까.”

“……그니까 대체 무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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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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