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카슈메이 썰

백업용

저장용 by 메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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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니와가 갑자기 어려졌다.

 

가장 먼저 이상을 알아챈 건 그 날 근시를 맡았던 코테기리였다. 주군의 곁에서 대기하며 그녀의 명령에 따라 보좌를 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몇 분 사이, 주군은 방에서 사라져있었다. 그럼에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자신을 만들어낸, 제 중심인 주군의 영력을 따라가면 그녀의 검은 누구라도 바로 그녀를 찾을 수 있으니까.

 

코테기리는 근시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근시 경험이 비교적 많은 이들에게서 그녀가 종종 변덕을 부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럼에도 업무시간에 자리를 이탈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을 차지하지 못한 자신이 확신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는 제 주군의 영력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가 장난을 치기 위해 숨었는지, 급한 용무가 있어서 자리를 떴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이상한 일이다. 주군은 보이지 않음에도 방 안에 있었다. 그리고 제 주군의 기척은 방 한쪽에 위치한 커다란 옷장 안에서 느껴졌다. 그건 주군의 외출을 위한 겉옷이나 여분 옷을 보관하는 용도의 것으로, 성인 여성인 그녀가 들어갈 수 있을만큼 크지 않다. 코테기리는 제 차례가 다가와 근시가 된 아침, 그녀의 옷시중을 들고 칭찬받을 것을 기대하며 그 안을 살폈기에 잘 알았다. 혹시 제 주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코테기리는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옷장 문에 손을 얹었다. 주군께 위험이 닥쳤다면 빠르게 이 안을 확인하고 모두에게 알려야해. 그는 숨을 참고 마음을 다잡고서 힘차게 옷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은 처음 보는 어린아이였다.

 

고코타이만큼이나 키가 아주 작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여자아이.

 

그 아이에게서 주인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주군?”

 

놀란 얼굴을 한 코테기리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부르니, 그녀는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아이는 옷장의 더 구석으로 제 몸을 구겨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겁에 질린 기색이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그러고는 그의 눈치를 보더니, 변명하듯 말을 잇는다.

 

“ㅈ,저, 일부러 들어온 거 아니에요. 죄송해요, 빨리 나갈게요. 이거는, 그, 어딘지 몰라서, 무서워서, 옷 어질러서 죄송해요.”

 

그녀는 그에게 실수로라도 닿지 않게 옷장 끄트머리에 찰싹 붙어서 기어나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문으로 무작정 걸어가려하는 것을, 코테기리가 다급히 막아세웠다. 지금 놓치면 큰 일이 날 거다. 현재의 주군을 생각하면 이 아이도 예상하기 쉬운 경로로 돌아다니지는 않을 터이니. 코테기리는 부드럽게 미소짓고, 어린 그녀의 눈높이에 맞추어 몸을 숙였다.

 

“길을 잃었..나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어린아이의 모습이어도 차마 제 주군에게 반말을 하긴 어렵다. 그녀는 자신보다 더 큰 사람이 제게 존댓말을 하는 걸 의아해하는 기색이었지만, 의심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테기리가 그녀를 잡아막던 손을 한번 풀고, 손바닥이 보이게 내보이니 조금 망설임이 있긴 했지만 얌전하게 잡아온다.

 

코테기리는 그녀에게 몇 살이에요? 라던가 뭐 하고 있다가 여기 왔어요? 같은 작은 질문들을 하며 그녀를 데리고 콘노스케나 카슈 키요미츠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이름은 들어서는 안 되기에 묻지 않았지만, 그 외의 정보들로라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딱히 소용은 없었다. 그녀는 벽이 두터운 사람이다. 그녀의 어릴적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없으리라. 코테기리는 복도 끝에서 주인의 집무실 방향으로 다가오는 콘노스케를 발견했다.

 

그 순간, 그녀가 그의 손을 놓고 그의 등 뒤로 숨었다. 그의 옷자락을 작은 손으로 쥐어잡고, 그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그를 발견한 콘노스케가 그들에게 다가올수록 그녀는 그를 더 강하게 잡는다.

 

“사니와님, 코테기리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콘노스케가 총총총 다가오며 언제나와 같이 밝게 말을 걸자 그녀가 놀란 것이 느껴진다. 그의 등에서 이마를 떼고서 슬쩍 고개를 내미는 것이, 어쩐지 조금 귀엽다. 냉정하게만 보이던 주군도 이런 귀여운 시절이 있었구나.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가 그녀를 귀여워하며 보는 사이에, 그녀는 몸을 숙이고 콘노스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것을 유인하듯 손가락을 까딱거리기도 한다. 콘노스케가 다가가니 다시 긴장으로 굳었지만, 그것의 털을 쓰다듬으며 수줍게 웃는다. 콘노스케는 그녀의 손길을 내버려두고 코테기리에게 말했다.

 

현재 다수의 혼마루에서 사니와 혹은 도검남사의 영력 오류로 어린아이가 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시간정부에서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조사중이며 아직 밝히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 것으로 보이니 걱정하지 않다고 된다고도 말한다. 콘노스케는 이 다수의 버그 사태때문에 바쁜 모양인지 코테기리에게 설명을 마치고서는 바로 제 일을 하러 사라졌다. 뒤돌아 달려가는 그것의 뒷모습을 그녀는 아쉬운듯 바라보지만 다행히도 따라가려고 하진 않았다.

 

코테기리는 주군에게 설명을 해야하는지 고민했지만, 우선 그녀를 그녀의 초기도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정했다. 이미 콘노스케를 찾기 위해 꽤 오래 걸었다. 코테기리는 그녀에게 안아드려도 될까요,라며 양해를 구했지만 그녀는 고집스레 고개를 젓는다. 그 모습에서 원래의 주군을 찾아볼 수 있어, 그는 또다시 웃어버렸다. 주군께 무리를 시킬 수는 없어서 우선 집무실로 돌아왔더니, 운 좋게도 문 앞에 카슈 키요미츠가 서 있었다. 돌아와서 다행이다. 그를 찾으러 돌아다녔다가는 한참 헛걸음을 할 뻔 했다.

 

"카슈! 당신에게 설명할 게 있어."

 

주군의 초기도의 시선이 주군께로 향했다가, 그에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시선이 그와 그녀의 맞잡은 손으로 다시 내려갔다가, 그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녀의 앞이라서 얼굴을 찌푸리진 않지만, 심기가 불편해보인다. 이럴 때는 굳이 들쑤시지 않는 편이 좋다. 이 혼마루의 대부분의 도검남사는 그걸 알고 있다. 코테기리는 우선 주군의 손을 놓고, 착하게 안에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그사이에 그에게 마음을 열기라도 했는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만, 설명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으로 들여보낸 후 문을 닫으니, 카슈 키요미츠의 얼굴이 곧바로 일그러진다.

 

“무슨 일이야, 이거.”

 

이 코테기리가 살갑게 구는 것은 같은 고우의 선배들이나 리더, 그리고 주군 뿐이라서, 코테기리는 짜증을 내는 카슈에게 굳이 친절하게 미소지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를 먼저 긁어댈 의향도 없지만. 괜히 건드리면 미묘하게 쪼잔하고 거슬리는 복수를 해 오니 레슨에 방해가 된다. 코테기리는 콘노스케에게 아까 들은 그대로 카슈에게 설명했다. 카슈는 여전히 불만스러운듯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하니 그의 얼굴에서 불안함은 사라졌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얼굴에 감정이 은근 솔직하게 드러나는 것이 주군과 쏙 빼닮았다.

 

코테기리는 그 깨달음과 함께 당혹스러운 불쾌함을 느꼈다. 나도 주군의 검인데, 왜 그만 그녀의 것 같은 거지. 나와 그가 무엇이 다르기에. 처음 느껴본 질투에 코테기리는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건 나답지 않아. 주군의 코테기리 고우는 이런 검이 아니야. 다음 레슨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하자. 춤 추고, 노래 부르고, 지칠때까지 연습하다보면, 원래대로 지낼 수 있을 거야. 코테기리는 카슈에게 뒤를 부탁하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방금의 부정과 회피는 그 또한 스스로도 모르게 그의 주군을 깊게 닮아있다는 증거였지만, 코테기리는 알지 못했다.

 

 

코테기리 고우가 떠나고, 카슈는 집무실의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갔다. 어려진 제 주인은 항상 쓰던 집무실의 책상 앞도, 잠시 휴식 할 때 애용하던 소파 위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구석에 쭈그려앉아있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시선을 올리고, 무언가를 찾듯 두리번거렸다.

 

카슈는 그녀가 찾는 것이 코테기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취임 초반에 저를 애타게 찾던 그 얼굴로 다른 이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카슈는 애써 미소를 지어 인상을 순하게 만들며 주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위압감을 주지 않기 위해 조그맣게 쪼그려 앉기도 하고.

 

“아까 그 오빠는 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한대. 바쁘다니까 이해해줄 수 있을까? 대신 내가 놀아줄게.”

 

그러나 주인은 제게 경계를 바로 풀어주진 않는다. 주인이 마음을 쉽게 여는 건 처음 한 사람에게만, 그건 마치 초회특전 같은 것이라서, 때문에 그 다음 도전하는 이는 꽤 고생해야 한다.

 

“오빠는 카슈 키요미츠라고 해. 편하게 카슈,라고 불러줘.“

”네 엄마랑 아빠는 바빠서, 여기서 네가 잘 놀고 있으면 데리러 온대. 걱정마.“

”주ㅇ, ..너는 무슨 색 좋아해? 오빠는 검정이랑 빨강. 오빠 손톱 봐, 귀엽지?“

”이거 맘에 들어? 너도 매니큐어 칠하고 싶어? 해줄까?“

 

주인은 낯을 많이 가리지만 친절에 약하다. 카슈는 주인이 손을 맞잡아주지 않은 것이나 대답을 돌려주지 않는 것에 신경쓰지 않도록 노력하며 꾸준하게 말을 걸었다. 흥미를 알맞게 캐치한 것일까, 아니면 노력이 보상받은 것일까. 주인은 카슈의 빨간 매니큐어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카슈는 주체하지 못하고 밝게 웃으며 집무실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주인은 언제나 카슈가 쓰는 매니큐어를 여기 넣어두고 그녀의 쉬는시간 동안 그가 손톱을 다시 바르는 걸 구경하길 좋아했다. 넣어둔 몇가지 색 중에서 어떤 색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으면, 구석에 틀어박혀있던 주인이 어느새 근처까지 와서 기웃거리고 있다. 호들갑을 떨면 분명 도망가버릴터이니, 카슈는 솔직하게 기뻐하는 대신에 차분하게 주인이 좋아할만한 색 몇가지를 골라 그것들을 주인에게 보여주었다.

 

“이 중에서는 어떤 색이 좋아?”

“……이거. …그리고 이것도. 그치만, 손톱 바르면 학교에서 혼나요.“

"그럼 학교 가기 전에 지우면 되지, 오빠가 지우는 것도 해 줄게."

 

카슈는 우물쭈물하는 주인의 손을 잡고 그 손에 주인이 좋다고 한 색의 매니큐어를 쥐여주었다.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내 주인. 자신만이 아는 주인의 여린 모습. 다른 자들은 지금의 주인을 보면 낯선 이를 보는 것처럼 당황하겠지만, 그에게는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나의 순진하고 멍청하고 귀여운 주인. 자기주장도 제대로 못 해서 조금만 강하게 밀어붙이면 그대로 따라버리는 쉬운 주인. 어린 주인을 눈 앞에 두니 그녀가 누군가에게 험한 일을 당하지 않고 무사히 자라서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는 일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카슈는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으면서도 흥미롭게 매니큐어를 매만지는 그녀의 손을 감싸쥔다.

 

작아진 몸에 따라 더 작아진 손은 앙증맞고, 손톱도 그에 맞게 아주 조그맣다. 손톱이 짧은 건 이때도 그랬구나. 주인은 여전히 손톱을 칠하고 싶다거나 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을 빼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카슈는 그것이 그녀 나름의 허락의 표현임을 알았다.

 

카슈는 매니큐어의 뚜껑을 돌려 열고, 어린 주인의 작은 손톱에 조심스레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가 가진 색 중에서는 그나마 밝고 옅은, 눈에 띄지 않는 색이다. 소녀같은 수줍은 분홍색. 주인의 행동을 보면 기억도 어릴적으로 돌아간 것 같은데, 취향만은 참으로도 한결같다. 카슈가 조용히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니, 아이가 그 작은 입으로 재잘대기 시작한다. 어제 학교에서 있었다는 일이나, 학원에 다녀온 일 등등을 말한다. 주인은 의외로 수다스럽지만, 신기할 정도로 과거에 대해 말하는 일이 적었다. 때문에 카슈가 그녀의 검들 중에서는 그녀를 가장 잘 안다고 자신 할 수 있음에도 지금 듣는 이야기는 모두 낯설었다.

 

카슈는 지금의 주인이라면 제가 무엇을 물어보아도 순순히 대답해줄 것을 눈치챘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처음 좋아한 사람이나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지.

 

...심지어 그녀의 진짜 이름마저도.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알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녀는 이미 제게 속해있는걸. 카슈는 순식간에 다 칠해버린 작은 손톱 열 개를 내려다본다. 주인도 제 손을 내려다보며 방긋방긋 예쁘게도 웃는다.

 

"이제 마를때까지 얌전히 있어야해, 알겠지?"

"몇 분 있어야 해요? 오래 걸려요?"

 

카슈는 그녀가 얌전히 기다릴 수 있게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녀의 어릴적 이야기를 더 듣기로 했다. 그녀가 손을 너무 움직이지 않게, 책상 위에 제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려두고 그녀가 따라하도록 유도한다. 그의 의도에 따라 아이의 손이 카슈의 손 앞쪽에 놓인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주인의 영력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더니 그 크기를 늘린다. 눈 한번 깜빡이고나니 그것은 다시 안정을 되찾고, 제 눈 앞에 있는 상대는 원래의 나잇대로 돌아와 있었다.

 

카슈는 당황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웃는다. 그녀의 시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슈를 따라온다.

 

"콘노스케랑 근시 불러올게. 상황설명은 그 둘에게 들으면 될 거야."

 

얼빠진 주인에게 예쁘게 미소지어주며 그녀의 손을 한 번 잡아준 카슈는 바로 집무실을 나온다. 좀 더 나중에 돌아와도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혼자 남은 그녀는 별 생각 없이 책상을 짚었다가, 제 손가락의 색이 평소와 다른 것을 발견한다. 매니큐어다. 밝은 분홍색. 꽤 좋아하는 색이긴한데, 그보다 이게 왜 칠해져있지. 게다가 마르기 전에 만져지기라도 했는지 지문이 찍혀있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카슈의 리무버를 빌리려다가, 허락 없이 빌리는 것은 무례임을 알아 멈춘다. 카슈가 돌아오면 리무버를 빌려달라고 해야겠어.

 

사니와는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곧 지워낼 제 손톱의 칠을 긁어내며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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