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협백호 카페 글엽서 협력 ⛱

한낮의 공원은 열기가 뜨겁다.

이마에 가볍게 맺힌 땀을 쓸어 넘긴 윤대협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푸른 물감이라도 칠한 것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눈에 담기만 해도 눈이 부신 태양이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하게 맑은 날씨다. 평소보다 덥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농구같이 활동성이 많은 운동을 하는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잠깐 순간적으로 혼자만의 감상에 젖어있던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그의 귀에 꽂힌 한 목소리였다.

“뭐야, 윤대협. 왜 이렇게 빨리 왔냐.”

이젠 들리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할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다. 자신에게 말을 건 대상이 누구인지 바로 안 대협은 가볍게 미소를 띠며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서 백호가 농구공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뜨겁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붉은 머리칼은 강백호, 그만의 아이덴티티였다. 경기 도중, 그 색에 시선을 빼앗겼던 순간이 여전히 생생했다. 기다리고 있던 상대가 등장하자 대협의 눈꼬리가 살짝 휘었다.

“방금 왔어.”

한 오 분 정도? 그는 대충 시간을 가늠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오래 기다렸던 걸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백호의 말에 대답하며 눈앞의 그를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제 말을 별로 믿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믿든 말든 대협에겐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강백호와 만난 지금이니.

“… 뭐 잘 못 먹기라도 했냐? 만나자고 하면 맨날 늦게 도착하던 녀석이.”

“하하, 글쎄. 일단 몸 상태는 최상인데.”

일찍 나와 있는 자신이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인지, 여전히 자길 미심쩍게 보는 백호의 모습에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자세로 대했다.

오늘따라 몸이 가벼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두루뭉술한 대답에 백호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농구공을 패스하듯 던졌다.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반사 신경으로 잡아낸 대협은 살짝 놀라서 눈을 둥글게 떴다.

“! 강백…”

“뭐, 멀쩡하면 됐다. 오늘도 한 수 가르쳐 주시지. 각오해라, 윤대협!”

공을 넘겨주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백호의 모습에 그는 이내 미소 지으며 통, 소리가 나게 공을 잡았다. 대협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여러 경기를 거치며 수많은 선수와 맞붙어본 윤대협이었지만, 강백호와 붙는 날의 윤대협은 평소보다 더 들뜬 기분이 되곤 했다. 자신에게 늘 기민해야 하는 운동선수답게, 윤대협은 자신이 느끼는 신호를 얼마 안 있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북산고와의 연습 시합이 잡히면 저도 모르게 기대하게 된다던가, 예전엔 신경도 안 쓰던 빨간색이 좋아졌다던가, 강백호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차오르는 기분이 된다던가, 강백호를 만나기 전날 밤에는 묘하게 잠이 잘 오지 않는다던가, 하는.

생각이 깊은 편에 속했던 윤대협은 자신이 가진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자신은 강백호와 같은 학교도 아닌, 그저 자주 보는 타교 선수일 뿐이었으므로.

그래서 그는 조금 더 시간을 들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강백호가 자신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릴 자신은 충분히 있었으니까.

자신의 공을 빼앗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백호를 보는 그의 머릿속은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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