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협백호 카페 글엽서 협력 🎐

데이트 장소로 괜찮은 곳은 어디가 있을까.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상영 중인 극장일 수도 있고, 눈이 즐거운 퍼레이드가 있는 놀이공원일 수도 있고, 잡지나 TV에 소개가 되는 유명한 레스토랑일 수도 있다. 

반대로 꼭 피해야 하는 곳이 있다면, 상대방의 집이 아닐까? 하며 대협은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을 수시로 느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설렘에 잠도 설치는데 어쩌자고 집으로 초대했을까? 이른 더위를 먹은 걸까? 먹을 거면 백호의 사랑을 먹어야지 왜 더위를 먹고 난리일까? 대협은 1m 정도 떨어진 자리에 앉아 마찬가지로 어색한 분위기에 괜히 큼큼거리는 달아오른 목덜미를 보았다.

…보지 말 걸 그랬다. 이어 대협의 헛기침이 추가된 거실은 소리만 들으면 초겨울 병원 접수처였다.

“아, 주스 다 마셨구나. 다른 맛도 있는데 마실래? 잠깐 TV 보고 있어.”

“어어. 알았어.”

대협이 비어있는 유리컵을 들고 일어나며 리모컨으로 전원을 켰다. 꼭 피해야 하는 데이트 장소로 상대방의 집이라는 걸 하늘도 크게 동의하는지, 마침 방송되는 영화에는 역경을 이겨내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거칠게 키스하는 연인이 나오고 있었다.

대협은 빠르게 전원을 다시 껐다. 생각해 보니 남자친구 초대해 놓고 TV를 틀어놓는 건 예의가 아닌듯 했다.

“쿠키도 줄게. 과일은 사과 괜찮아? 아니면 찹쌀떡도 있어.”

대협은 갑자기 명절을 맞이하여 손주들을 사육하는 할머니처럼 굴었고, 백호는 대충 주스면 괜찮다고 한 뒤 뜨거워진 목덜미를 문지르며 무릎으로 기어가 선풍기를 틀었다.

어젯밤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했는데,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둘만 있게 되니 괜히 부끄럽고, 이상하게 어색하고, 눈을 마주치기 무섭게 시선을 피하게 된다.

“백호야. 자.”

“아, 고마워.”

건네주는 유리컵을 받자, 대협은 백호 옆에 아까처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선풍기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매미가 우렁차게 우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 둘 사이는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었다.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있음에도 목이 타는 기분이 들어, 백호는 몰래 대협을 힐끗 보다가 마찬가지로 곁눈질하는 대협과 눈이 마주쳤다.

“…푸학-!”

“백호야!”

주스 방울이 공중에서 반짝반짝 흩뿌려짐과 동시에 격한 기침이 터졌다. 식겁한 대협이 다가와 백호의 등을 두드리고 휴지를 가져와 얼굴을 닦아주는 등 부산스럽게 굴었다. 한참의 기침이 멈추고 숨을 고르던 백호는 어쩐지 웃음이 나와 참지 않고 큭큭 거렸다.

“와, 진짜…. 윤대협. 지금 우리 너무 웃긴다.”

옅은 오렌지색으로 물든 휴지를 들고 있는 대협은 여전히 어리둥절해 보였다. 아까 유리컵 건네 줄 때 손가락 스치는 것에도 흠칫하더니, 정작 백호가 기침을 시작하자 등을 쓰다듬고 도닥인다. 알 수 없는 어색함은 백호의 기침 소리에 놀라 도망갔는지, 둘의 거리감은 바짝 가까워져 있었다. 웃음의 이유를 알아챈 대협도 백호를 뒤따라 작게 웃었다.

“그러게. 정말 바보 같네.”

“천재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마주한 채 한동안 실실 웃다가, 자연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웃음이 잦아들자, 백호의 손등 위로 대협의 손이 겹쳐, 백호는 약간의 의아함을 가지고 대협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내 조심스럽게 맞닿은 입술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의문은 빠르게 풀리면서, 겹친 손들이 사이사이 엇걸리기 까지는 금방이었다. 달짝지근한 오렌지주스 향기 사이로 백호의 얼굴이, 대협의 귓가가 같은 색으로 오랫동안 물들어 있었다.



2024 대협백호 카페 글엽서 협력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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