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자칼] 삼시세끼
한 번만 찍어주라
* 보쿠토 성격, 아츠무 사투리, 사쿠사 캐해석이 부족합니다.
* 삼시세끼 예능을 몇 번 본 적 없습니다.
* 이을 예정 없음
1.
블랙자칼 막내라인 네 명이 삼시세끼 촬영하는 거 보고 싶다.
예능에 종종 나오던 블랙자칼 막내 라인 중 보쿠토가 이야기를 하다가 ‘아~ 그래도 시골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기는 해~’ 같은 이야기를 해서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블랙자칼 막내들의 자급자족 생활기~!’ 해서 ‘삼시세끼 스페셜 방송, 블랙자칼 편’ 으로 출연하게 되었으면.
일단 다들 방송 잡힌 거 모르고 사전 인터뷰에서 한 명씩 불러낸 다음 여러 시간 때우기 용 질문을 하다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급자족으로 살게 된다면 어떨 거 같나요?” 물어보는데 보쿠토는 완전 반짝이는 눈으로 “앗, 그거 재미있을 거 같아~ 그러면 거기서 물놀이도 해보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같이 초등학생이나 생각할법한 일들만 잔뜩 말하고, 아츠무는 “힘들긴 하것지만 내 알아서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예?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인교.” 같은 말 하면서 완전 자신만만하게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말할 듯. 다음으로 들어온 게 사쿠사인데, 사쿠사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자급자족’ 소리만 듣고 인상 찡그렸으면 좋겠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졌다.’ = ‘도시를 벗어난다.’ = ‘산’ = ‘벌레’ 같은 도식이 머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딱히 생각하기도 싫은데요.’ 같이 말해서 좀 어색하게 인터뷰가 끝남.
다음으로 마지막 막내인 히나타가 들어왔는데 싸한 분위기에 ‘?? 무슨 진지한 이야기인가??’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경직됐을 듯. 그러다가 질응답 받으면서 점점 굳었던 분위기도 풀어지고 드디어 마지막 질문을 하는데, 질문하기 전에 제작진들 히나타 반응도 보쿠토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깊게 고민하는 히나타 보고 싶다.
“음, 힘들지 않을까요?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게 없이 오로지 자급자족으로 산다면 적응하기도 힘들 거 같고….” 그렇게 자기 생각을 줄줄 말하는데, 앞에 앉아 있는 제작진들은 히나타가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를 할 줄 몰라서 조금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을 듯. 히나타가 이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브라질에서 생활했을 때 적응하기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외국이랑 국외에서 느끼는 느낌은 천차만별이라지만, 자급자족한다?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으면. 그러다가 제작진 시선을 느끼고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같이 손사래 치면서 다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감.
그렇게 인터뷰를 한 지 며칠이 지나고 예능 잡혔다고, 나흘, 닷새 정도 필요한 옷가지와 여분의 옷, 몇 가지의 생필품 챙기라는 소리 듣고 우리 어디 가는 건가? 싶은 블랙자칼 막내들. 촬영 직전까지 삼시세끼 찍으러 가는 거라고 말을 안 해줘서 다들 촬영인 건 알고 있는데 무슨 촬영인지는 모르고 그냥 두근거리는 마음 반, 궁금한 마음 반으로 봉고차에 올라탔으면 좋겠다. 봉고차 뒷좌석에는 보쿠토하고 아츠무가 타고 중간에는 히나타하고 사쿠사가 올라타서 마냥 좋은 보쿠토는 아츠무나 히나타하고 이야기하면서 들떴으면 좋겠다.
“츠무츠무, 우리 어디 가는 걸까? 뭐 들은 거 없어?”
“내는 읎다. 봇군이야말로 뭐 들은 거 읎나?”
“에, 나도 없는데? 히나타는 어때? 뭐 들은 거 있어?”
“엣, 저요? 으음… 아뇨! 저도 이야기 들은 거 없어요! 촬영이라는 건 듣긴 했는데….”
“오미오미는?!”
“……없어.”
“뭔 대답이 이리 성의가 읎노”
뒤에 앉아 있는 아츠무가 고개 내밀고 수면안대 끼고 있는 사쿠사 안대 잡아당기면서 말했을 듯. 사쿠사 앞자리에 히나타랑 같이 앉은 이유는 보쿠토나 아츠무에 비해 비교적 눈치도 잘 보고 어느 정도 조용해서인데, 바로 뒷좌석이라 피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인상만 잔뜩 구기고 있다가 대충 구겨 앉아있을 거 같다. 그래도 히나타는 히나타인지라 뒤에서 보쿠토가 쉴 틈 없이 말 걸면 자신도 즐겁다는 듯이 말하고, 바로 옆에서 두 사람 말 들은 사쿠사는 귀가 아파서 귀마개 끼고 다시 눕고, 아츠무는 그런 히나타가 귀여운 듯이 바라보면서 사쿠사 제외 셋이서 같이 즐겁게 이야기할 듯.
그렇게 이야기에 빠져서 밖에 신경도 안 쓰던 아츠무가 잠깐 목이 아파서 고개를 돌렸는데… 창밖에 나무밖에 안 보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아츠무가 히나타하고 보쿠토 어깨 흔들면서 “야, 야, 밖에 함 봐라. 여기, 여기 산 아이가? 우리 지금 어데 가노?” 그렇게 말하니까 보쿠토하고 히나타도 창밖을 보는데 정신없이 그냥 풍경에 빠져있는 보쿠토하고 갑자기 든 기시감에 창문에 손 올려서 곰곰이 생각하는 히나타를 뒤로, 아직 잠들어 있는 사쿠사를 아츠무가 장난 아니게 흔들어서 깨웠음. 아, 뭔데. 진짜. 짜증 내면서 수면안대랑 귀마개 빼서 고개 돌리려는데 익숙한 도심이 아닌 여섯 시 내 고향 같은 채널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니까 그대로 굳은 사쿠사. 그러거나 말거나 타이밍 좋게 무언가 떠오른 히나타가 손뼉 치면서 아! 하고 외침.
“그러고 보니 저번에 인터뷰했었죠?”
“무신 인터뷰?”
“도심에서 벗어나 자급자족을 하게 된다면 어떻겠냐는 질문….”
“여기서 내린다.”
사흘, 닷새 정도 필요한 물품만 챙기라고 해서 소독제 같은 것을 적당하게 챙겼는데 산이라면 진짜 다르지. 사쿠사는 질겁한 표정으로 자신이 청결제 같은 것을 대체 어느 정도 챙겼더라… 생각하면서 말하는데 보쿠토는 그런 사쿠사의 마음도 모르고 “어, 그거?! 진짜 하는 거야?” 같은 기대하는 눈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음. 히나타는 약간 걱정되긴 하는데, 무언가 재밌을 거 같아서 보쿠토하고 같이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아츠무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지만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앞, 옆에 있으니까 그거에 감화되어서 자기도 차에서는 기대하고 있을 듯. 사쿠사 혼자서 칠색 팔색한 얼굴로 차에 타고는 있지만 이미 시선은 창밖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커다랗고 앞이 뚫려있는, 거실 한 개, 양 날개로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방 두 개, 그리고 구석에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 화장실과 그 근처에 있는 수도꼭지? 막 삼시세끼 고창편처럼 되어 있으면 좋을 듯. 그리고 닭이 서너 마리 들어가 있는 닭장이랑 텃밭, 그리고 트럭이 한 대 있음. 봉고차 타고 뒤에서 짐 내려서 돌돌 집으로 걸어가는데, 걸어가는 동안 삼대 일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어야 함. 이게… 이게… 지금 여기서 지내는 거라고…? 화장실도 잘 안 보이고 여름이라 그런지 조금만 걸었는데 자기 근처에 날아다니는 벌레도 있어. 이미 반쯤 기절하고 싶은 사쿠사를 뒤로 보쿠토와 히나타, 아츠무는 새로운 환경? 같은 의미로 좀 신났으면 좋겠다.
“우리 인자 여서 생활하는 기가?”
“앗, 닭장 있어요!”
“오옷, 츠무츠무! 닭장에 달걀 있다~! 이거 키울 수 있어?”
“…하아.”
그렇게 다들 자신이 가져온 짐 같은 거 다 자신이 지낼 방에다가 넣어두고 편한 옷 입고 오라는 PD의 말에 자기가 더 큰 방이나 더 좋은 방으로 가겠다고 우당탕 싸우면서 들어가면 좋겠다. 근데 방 배정을 해도 보쿠토-아츠무, 사쿠사-히나타로 되어서 방에 들어갈 듯. 그렇게 보쿠토와 히나타는 반팔 반바지, 아츠무와 사쿠사는 반팔 긴바지 입고 나와서 주위 둘러본다고 자리에 서긴 했지만 제작진 말 진짜 1도 안 듣고 있을 듯. 그러다가 제작진이 “…해서, 여기서 지낼 때 마을의 농사를 도와주고 그에 따른 일당을 지급할 예정이니까 그 일당으로 마지막 날까지 지내야 합니다.” 소리 듣고 다들 굳었을 듯.
“네??”
“예??”
“음??”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여기서 지내는 동안 여러분은 마을 이장님을 따라서 마을 농사를 도와드리고, 그에 맞는 일당을 받을 예정이에요. 그 일당에 맞게 여러분들이 읍내로 나가서 식자재를 사고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어야 해요. 우리 프로그램 이름이 뭐다?”
“삼시세끼!”
처음이니까 제작진 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외쳤을 듯. 삼시세끼고 나발이고 일단 여름에다가 여름휴가 때나 찾아갈 수 있는 곳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노동? 농사? 일당? 이게 다 무슨 소리야?? 같이 된 네 명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웃고 있는 제작진 보거나 서로 얼굴을 보고 있음. 제작진 말을 다 아직 안 끝났고. 안을 보면 냉장고나 싱크대 수납장에 기본적인 것들은 다 있고 나머지는 알아서 만들어 먹거나 직접 사 오거나 구해야 한다고 말함. 그러다가 아츠무가 손들면서 “그라믄 밥은 우예 해먹는교?” 했다가 제작진이 한쪽을 가리킴. 그 손을 따라 애들이 시선 돌리니까 아궁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고, 다시 제작진이 다른 곳으로 손을 돌리니까 그쪽에는 두 개의 솥이 보임. “아니, 아니, 아니, 아니지예?? 내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지예???” 히나타도 살짝 굳은 얼굴로 일말의 희망이라도 붙잡는 것처럼 고개 저으면서 아츠무 옷깃 잡고 있는데, 제작진은 그냥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임.
아무것도 모르는 보쿠토는 “와, 우리 이걸로 밥 해 먹는 거야?” 같은 소리 하고 있고 사쿠사는 그냥 정신을 놓아버리기로 함. 이건 꿈이다. 이건 꿈이다. 예능으로만 재미있게 봤지, 실제로 자기가 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우당탕 블랙자칼 삼시세끼 보고 싶다.
2.
그렇게 PD가 여기서 지내는 동안 해야 하는 일을 말해줌. 감자랑 옥수수, 콩 등 여름에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인데 당연하게도 무지하게 많은 수확량을 듣고 다들 귀를 후비거나 잘못 들었다는 시선으로 다시 PD를 바라봄. PD는 말로 하기보다는 ‘블랙자칼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옆에 블자 마스코트 같이 그려두고 커다란 표로 만들어서 애들이 지내면서 잘 보이는 곳에다가 세워둠. 허어어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패널을 바라보다가 히나타가 조심스럽게 물어봄.
“그, 그런데 저희가 수확하는 농작물은 모두 판매되는 거잖아요. 그럼 수확하는 과정에서 농작물이 망가지면 어떻게 해요?”
“오오, 맞다! 맞다! 쇼요 군, 말 잘했다. 다 사람들 먹고살고자 하는 일인데, 이, 이 생초짜들 끼고 우째 일한다는교!”
아츠무가 히나타의 등을 두드리면서 말했음. 보쿠토는 ‘나는 잘할 수 있는데….’ 같은 소리 하다가 조용히 하라고 히나타한테 손가락으로 옆구리 찔렸고, 사쿠사는 알게 모르게 아츠무의 말에 동의한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방송은 방송이다. PD는 당연히 생초짜가 하는 일이니까 마을 이장이나 밭 주인 분이 와서 도와주실 예정이라고, 히나타의 말처럼 수확하다가 망가진 농작물은 전부 그날 일한 일당에서 까거나 일당이 없는 경우에는 각자 출연료에서 깎는다고 말함. 다들 입 꾹 닫고 있는데 PD가 말을 덧붙임.
“참고로 일당은 시간당 만 원으로 일한 인원수대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PD는 이제 너희들 알아서 하라는 듯이 구경만 하고 있고 갑자기 닥쳐온 현실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아츠무임. 일단 시간이 열두 시가 다 되어서 처음에 말한 것처럼 점심을 먹어야 함. 아침 일찍부터 출발한다고 아침도 못 먹고 빨리 가야 한다고 휴게소도 들리지 않아서 급히 다가온 현실에 각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함. 일단 밥부터 묵을까? 아츠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긴 하는데, 여기서 누가 밥을 해봤겠어… 기숙사 식당에서도 밥 잘 나오는데 누가 직접 밥을 지어 먹는단 말이냐고. 그렇게 망연자실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볼 무렵 히나타가 말함.
“아, 저… 저는 밥할 줄 알아요.”
“?? 진짜가??”
“히나타, 언제 그런 거 배웠어??”
“브라질에 있을 때 집밥이 그리워져서 따로 해 먹었어요! 거기서도 먹을 수는 있는데 일단 그 맛이 그 맛이 아니니까….”
“와, 그라믄 요리는 쇼요 군이 해주면 되긋다!”
“네! 열심히 할게요!”
히나타는 요리를 할 줄 안다. 기본적인 밑반찬이나 어느 정도 집밥을 해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할 줄 아는데 그게 이제 기본적인 식자재와 기본적인 도구를 가지고 있었을 때야 가능한 말이지, 재료도 없고 아궁이와 솥으로 갑자기 밥을 짓는다? 무진장 어렵지 않겠어? 점점 스불재가 되어가는 네 명은 그것도 모르고 일단 냉장고와 수납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러 같이 감. 냉장고에는 기본적인 물, 된장, 고추장이 있고 수납장에도 기본적인 조미료만 있음. 소금, 설탕, 간장, 깨… 그거 보면서 아츠무가 “허어, 진짜 징하다….” 이러고 있음. 그러던 중 보쿠토가 먼저 구석에 놓여 있는 쌀을 발견하였고, 히나타는 보쿠토하고 같이 폴짝폴짝 뛰면서 대단해요! 하고 있음. 그래서 이제 보쿠토가 찾은 쌀을 바가지에 붓고 씻으려고 하는데 사쿠사가 히나타 손목을 잡음.
“너 이거 안 씻었잖아. 이것부터 씻고 해.”
사쿠사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밖에 방치되어 있던 그릇과 컵, 기타 등등이었음. 제작진 쪽에서 세척을 다 했다고는 하지만 방치되어 있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것이 사쿠사의 마음에 들지 않았음. 걍 아무렇게나 묵으면 뭐 어떠노. 그렇게 말하는 아츠무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면서 사쿠사는 히나타 손목을 이끌면서 히나타가 들고 있는 바가지를 시작으로 그릇들 다 가지고 오라고 함. 히나타는 가만히 있다가 사쿠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서 네, 사쿠사 선배! 하면서 들고 있던 쌀 포대 다시 바닥에 내려두고 그릇이란 그릇은 전부 다 꺼내옴.
빨간 고무장갑 끼고 사쿠사가 퐁퐁으로 비누칠을 하면 옆에서 히나타가 물로 헹구는 것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보쿠토와 아츠무는 마룻바닥에 앉거나 반쯤 기대어서 그 둘을 바라보고 있음. 츠무츠무, 우리는 뭐 할까? 봇군,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게 진짜 도와주는 기다. 그렇게 말하면서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자 시선을 느낀 사쿠사가 그렇게 방구석에 처 앉아있지 말고 쌀이나 씻고 있으라고 잔소리를 함. 보쿠토가 그건 자신 있다고, 자기가 하겠다고 자신 있게 나서서 히나타가 가장 먼저 씻은 바가지를 들고 가서 쌀 포대 앞으로 감.
“근데 쌀은 어느 정도 퍼야 해? 많이 먹을 거니까 여기 가득 넣으면 돼?”
“봇군, 그 바가지 그득 채우면 우리 방송 끝나고도 계속 묵는다. 절반만 해라.”
그래~! 하면서 쌀을 절만 담은 보쿠토가 이제 쌀을 씻으려고 사쿠사와 히나타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감.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던 아츠무는 쟈가 와 저길 들어가노. 같은 생각으로 보고 있다가 갑자기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감. 아니, 아니, 아니. 봇군이 설마 그럴 리가. 그렇게 동공지진한 눈으로 보쿠토를 바라보는데 사쿠사가 먼저 보쿠토한테 왜 여길 들어 오냐고 물어봄. 쌀을 씻으려면 밖에 있는 곳에서 씻거나 히나타 옆으로 가면 씻을 수 있는데 굳이 불편하게 여기 올 이유가 있나? 그렇게 바라보다가 보쿠토의 다음 말에 놀라서 들고 있던 플라스틱 접시를 떨어트리고 말았음.
“쌀 씻으려면 세제 필요하지 않아?”
“봇군!! 내가 한다!! 내가 쌀 씻고 오께! 봇군은 가만히 있으라!!”
이런 애가 있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볼 줄은 몰랐기에 세제가 들어간 밥은 먹고 싶지 않은 아츠무가 다급하게 바가지를 뺏어들면서 대충 운동화 구겨 신고 허겁지겁 나감. 사쿠사하고 히나타나는 자신이 들은 게 실환가 싶었지만, 보쿠토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사쿠사는 다시 남은 그릇들 비누칠하기 바쁘고 히나타는 쌀을 씻을 때는 세제가 아니라 물로만 씻는 거라고 말하면서 보투토가 하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주고 있음. 그렇게 아츠무가 쌀을 다 씻고 사쿠사와 히타카가 설거지를 다 끝내서 밥을 솥에다가 넣으면 되는데, 사쿠사는 뭔가 기시감을 느낌. 사쿠사가 그 기시감이 뭔지 알아차리기 전에 보쿠토 혼자서 솥 하나를 두 개의 아궁이 중 하나의 아궁이 위에 올렸고, 히나타는 아츠무 따라서 쫑쫑쫑 곁에서 아궁이 구경하고 있음. 이제 는다? 그렇게 말하고 솥에다가 쌀을 넣으려고 하자 사쿠사가 외쳤음.
“그 솥은 씻었어??”
“…….”
“…….”
씻었을 리가. 아슬아슬하게 붓지 않아서 쌀은 아츠무의 손에 그대로 있고, 옆에서 구경하던 히나타가 고개만 빼꼼 내밀어서 솥 안을 봤음. 히익. 안에 먼지인지 뭔지 모를 검댕이가 솥 안쪽에 그득그득 들어찬 것이 눈에 보였음. 그도 그럴 게, 방송한다고 안 쓰던 솥을 꺼내놓았으니 그게 깨끗할 리가. 히나타를 따라 솥을 본 아츠무도 식겁한 표정으로 바가지를 두 손으로 소중하게 안았고, 보쿠토 역시 심각한 얼굴로 솥을 보았음. 사쿠사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당장 솥부터 씻으라고 해서 아츠무랑 보쿠토가 둘이서 솥을 들고 수돗가로 감. 쌀은 히나타에게 줘서 마루에 올려 뒀고, 보쿠토는 혼자서 솥을 수돗가로 옮기는데 아츠무는 중간에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함.
그거 보면서 사쿠사는 고개 젓고 히나타는 작게 웃으니까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나서 “저건 봇군이 이상한 기다. 이걸 우째 혼자 들고 가노?!” 하면서 한 명씩 들어보라고 함. 당연히 들고 갈 수 있을 리가. 일단 사쿠사는 더러워서 만지기 싫어했고 히나타는 파워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보쿠토 만큼은 아님. 그래서 들고 두, 세 발자국만 갔다가 힘들어서 헉헉거림. 그거 보면서 아츠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맞제?? 했다가 츠무츠무… 지금 히나타한테 그거 이겼다고 기뻐하는 거야…? 소리 듣고 격침당함.
겨우 수돗가로 옮겼는데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음. 설거지는 깨끗함에서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사쿠사와 솥을 힘들이지 않고 들 수 있는 보쿠토가 함께하기로 함. 그걸 이제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히나타와 아츠무는 서로 배 잡고 배고프다고 말하는데, 그걸 보고 있던 PD가 불 피울 준비는 안 하는 거냐고. 지금부터 준비 안 하면 힘들 거라고 말하는데 겨우 불 피우는 일로 힘들긴 무신. 그런 마음으로 살짝 웃는 아츠무.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내 이깟 불 금방 피워준다. 같은 소리 해서 옆에서 히나타가 물개박수 치면서 우와아아~ 하고 있음. 장작을 미리 모아둔 곳이 있어서 그쪽에서 정작 가져오고, 그 근처에 있는 폐지 모아다가 라이터로 불붙여서 던졌는데… 폐지만 타면서 타오르라는 불은 안 보이고 연기만 뭉게뭉게 피어오름.
“이, 이게 아닌디…??”
“아츠무 상……?”
“쇼, 쇼요 군. 기다리 바라, 내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점점 들고 온 폐지만 줄어들고 회색빛 연기만 피어오름. 근처 수돗가에서 솥을 씻고 있던 사쿠사와 솥을 씻기 편하라고 반쯤 뒤집어주고 있던 보쿠토가 마당 한가운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보면서 뭐하냐고, 화생방 훈련하냐고, 그게 최선이냐는 듯이 꼽을 주기 시작함. 심지어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가지고 있던 폐지를 다 쓴 아츠무는 내가, 내가 꼭 피우고 만다는 결의에 찬 눈으로 씩씩거리며 다시 폐지 가지러 감.
그 가지러 간 사이에 PD가 히나타를 잠깐 불러서 불붙일 때 이거 사용하라고 말하면서 부채를 쥐여줌.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마침 아츠무가 폐지를 한 아름 들고 다시 돌아왔음. 그렇게 폐지를 1/3 정도 사용했지만, 연기만 나오지 불이 붙지는 않았음. 아츠무는 이거 물 먹은 거 아니냐고, 다 젖어서 그런 거라고 끝까지 외치는데 사쿠사는 으; 하면서 바라보고 그 보쿠토 마저도 멋쩍은 얼굴을 하면서 아츠무를 봄. 그것에 더 열 받아서 내가 진짜 피우고 만다! 하는데 부채질을 솔솔 하고 있던 히나타가 먼저 불을 피워버림.
“??? 쇼요 군???”
“??? 네???”
“니 이거 우째 한 기가??”
“아까 PD님이 부채 주면서 한 번 사용해 보래서 부채질했는데 붙었어요!”
해맑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히나타가 부채 들면서 말하니까 맥 빠진 얼굴로 “글나…….” 하면서 쓸쓸하게 웃었음. 대꾸할 힘도 없어서 하얗게 불태웠다는 포즈로 투명의자 자세로 피어오르는 불 보고 있는데, 뒤에서 사쿠사가 아츠무 발로 밀며 비키라고 함. 보쿠토는 두 손으로 솥을 들고 있어서 밀수가 없어서 사쿠사가 대신해 준거. 평소 아츠무라면 이게 무슨 짓이냐며 노발대발하는데 이미 기운이 다 빠져서 그냥 스르륵 밀림. 보쿠토가 솥을 아궁이에다가 올려두니까 히나타가 마루에 있는 쌀을 가져와서 솥에다가 부었음. 깔끔한 사쿠사 답게 솥뚜껑도 미리 다 닦아놓아서 잊어버리지 않고 뚜껑을 꼭 닫음. 밥은 이제 됐다는 생각으로 이제 반찬으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봄.
“아, 닭장에 달걀도 있던데 그거 가져와서 계란 프라이할까?”
“저는 간장 계란밥이 좋아요!”
“앞에 텃밭도 있으니까 거기도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아츠무만 말이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음. 히나타는 풀죽은 아츠무를 보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부채를 손에 꼭 쥐여줌. 이걸 왜 자신에게 주느냐는 눈으로 히나타를 바라보자, 히나타가 아츠무한테 아궁이로 밥 지으려면 불 조절이 필수래요! 불 조절을 하려면 가장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 해야 하니까 아츠무 상이 제일 잘할 거 같아서요! 이 땡볕 아래에서 불을 보고 있으라는 말은 일단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지만, 밥이 제대로 되려면 일단 불 조절은 필수니까. 히나타의 반짝거리는 말에 아츠무는 그대로 기운을 차렸고 맞제? 역시 이런 일에는 아츠무 상 밖에 읎제~?? 같은 말을 하면서 작은 의자 가지고 와서 아궁이 앞에서 부채질만 열심히 하기 시작함. 사쿠사야 당연히 그 모습 보면서 저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고.
달걀은 보쿠토가 가져오기로 했고, 히나타랑 사쿠사는 앞에 있는 텃밭에서 반찬거리를 가져오기로 함. 보쿠토가 닭장 문 열어서 안으로 불쑥 들어가니까 안에 있던 닭 서너 마리가 화들짝 놀라서 푸드덕거리니까 그 바로 앞에 있던 보쿠토도 놀라서 고개 들다가 닭장 천장에 머리 막고 아파서 앞으로 숙이니까 날아오르는 닭과 머리를 부딪침. 이 부분을 촬영하는 카메라맨이 그 장면 보면서 이게…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이구나… 싶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음. 사쿠사-히나타 조는 텃밭에 가니까 상추도 있고 오이도 있고, 가지랑 고추… 그렇게 좀 많은 종류가 열려 있었음.
“지금 당장 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야 하니까… 상추하고 오이 가지고 갈까요? 오이는 오이무침 해 먹을 수 있는데. 아, 가지 조림도 맛있겠다.”
히나타가 콧노래를 부르며 텃밭 구경하고 있으니까 사쿠사도 히나타 옆으로 가서 그럼 지금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골라 가자면서 조심스럽게 오이랑 가지를 따기 시작함. 이게 다 익은 거 같아요. 이거 아니야? 으음… 그건 좀 애매한데…. 그럼 이건? 아, 딱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서로 하하 호호(??) 하면서 텃밭에 있으니까 딱 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아츠무가 고갤 내밀고 저, 저저, 지금 무신 짓을 하는 기고; 거리고 있고, 보쿠토는 머리에 달린 닭털 털면서 따끈따끈한 달걀 네 개를 가지고 돌아옴.
사쿠사와 히나타는 오이 서너 개, 가지 서너 개를 따가지고 돌아옴. 아츠무가 땀 뻘뻘 흘리면서 아직도 밥 다 안 된기가? 하면서 물어보니까 히나타가 두 손으로 솥뚜껑 잡아 올리고 안을 보는데 이제 막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함. 히나타는 멋쩍게 웃으면서 아직 안 된다고, 이제 막 물이 끓기 시작했다고 함. 아츠무는 절망하는 얼굴로 아직이가! 외치는데 사쿠사가 히나타 등 밀어주면서 빨리 가서 밑반찬이나 만들고 있자고 함. 보쿠토는 아픈 이마를 만지면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자, 들고 있던 소쿠리를 내려놓은 히나타가 왜 그러느냐고 물어봄.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하자 히나타가 마치 자신이 박은 것처럼 이마를 가리면서 울상을 지음. 사쿠사는 어휴; 하면서 먼저 자기 짐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소독약이랑 바르는 약을 가져옴.
“오미오미~!”
보쿠토가 감동한 얼굴로 말하니까 사쿠사는 더는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밀에서 보쿠토 막고 히나타도 신발 벗어서 마루로 들어옴. 보쿠토는 근처에 보이는 손거울을 마루에다가 놓아두고 약 바르고 있고, 히나타는 아까 씻어둔 볼이랑 도마, 칼 등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와서 카메라가 잘 보일 수 있는 마루 한가운데에 앉았음. 옆에서는 이제 사쿠사가 보조해주는 것처럼 앉아 있고.
“원래는 양파도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 물로 씻은 오이와 가지를 들고 와서 도마 위에서 자르기 시작함. 의외로 칼질 잘하는 모습에 불 피우던 아츠무, 약 바르던 보쿠토, 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사쿠사가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을 듯. 프로 정도는 아니고 어느 정도 정갈하게 자른 오이를 보면서 가져온 볼에 넣어두고 히나타가 위에 소금을 뿌림. 이제 이대로 10분 정도 절여두고 물로 씻어서 물기를 없애주면 돼요! 그러면 끝이야? 약을 다 바른 보쿠토가 약과 소독약을 사쿠사한테 쥐여주면서 말함. 네! 그러면 이제 양념장을 만들고 버무려주기만 하면 돼요!
그렇게 말하면서 두 무릎을 세워서 부엌 수납장으로 다가가 양념장에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옴. 도와줄까? 사쿠사가 말하니까 히나타가 고개를 저었음. 괜찮아요! 아, 대신에 사쿠사 선배가 오이 헹구고 물기 좀 제거해 주시겠어요? 그래. 그렇게 자리로 돌아온 히나타는 뭔가 전문가처럼 느껴지는 손놀림으로 양념장을 뚝딱 만들어냄. 히나타, 이거 맛있어 보여. 신발을 벗지 않은 탓에 마루에 반쯤 누워서 히나타를 올려다보던 보쿠토의 말에 히나타는 그렇죠? 하면서 새끼손가락 조금 양념장 묻혀서 보쿠토 입에 넣어줌.
“어때요?”
“음, 맛있다!”
“내도! 내도 한 입만 주라!”
부채 따위 뒤로 하고 흰색 반팔을 민소매로 만들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아츠무가 득달같이 달려옴. 히나타는 아츠무 땀 보면서 꽤 더웠겠구나 싶어서 옆에 있던 휴지 뜯어서 아츠무 땀 닦아주고는 보쿠토처럼 입에 넣어줌. 맛있네?! 이거 마이 묵어본 맛이다! 감탄하고 있기 무섭게 물기 제거를 다 한 사쿠사가 손가락도 아니고 도구로 아츠무 밀면서 마루에 땀 떨어진다고 말함. 아츠무는 이 정도로 뭘 그리 까탈스럽게 구냐고 대꾸하지만, 그 둘이 싸우든 말든 히나타는 사쿠사한테 오이를 받아 들고 만든 양념장을 넣어서 비닐장갑을 끼고 열심히 버무림. 보쿠토는 완전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고 싸우고 있던 사쿠사와 아츠무 마져도 올라오는 냄새에 침을 삼키면서 바라봄.
다 됐다! 한번 먹어볼래요? 히나타가 그렇게 말하니까 다들 자기 먼저 먹겠다고 말하기 시작하고, 히나타는 사쿠사부터 한 입 주었음. 남들 입댄 비닐장갑으로 먹는 건 죽어도 싫어하니까 합리적인 선택이었음. 다음으로는 고생하고 있는 아츠무고 마지막으로는 가장 먼저 주든 가장 늦게 주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보쿠토였음. 다들 한 입씩 먹고 가장 반응이 좋은 사람은 보쿠토고 그다음은 아츠무였음. 사쿠사는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살짝 눈 커지면서 우물거리고는 가만히 히나타가 만든 오이무침만 바라보고 있음.
“이거 아까 설거지한 반찬통에다가 넣어두고 두고두고 먹으면 될 거 같아요.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가지고 올게.”
사쿠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반찬통 가지러 가고 아츠무는 빨리 밥이랑 먹고 싶어서 분노의 부채질을 하기 시작함. 보쿠토는 히나타 눈치 보면서 하나 더 먹으려고 했지만 딱 걸려서 실패로 돌아갔고, 만든 오이무침을 반찬통에다가 담고 냉장고에 넣은 히나타는 이제 가져온 가지로 가지조림을 해보려고 함. 불은 가스버너를 줘서 사쿠사가 깔끔하게 씻은 프라이팬이랑 같이 옆에다가 둔 다음 도마를 물로 헹군 뒤 가지를 예쁘게 자르기 시작함. 보쿠토는 그걸 두 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바라보고 있고 사쿠사는 또 자신이 뭐 도와줄 거 없느냐는 듯이 바라보고 있음. 히나타는 자른 가지를 사쿠사한테 약불에 가지를 구워달라고 함. 사쿠사는 아무 말 없이 히나타가 하라는 대로 가지를 굽기 시작하고 그 옆에서 또 양념장을 만들기 시작함. 다 만들고 사쿠사 기다리는 동안 히나타는 보쿠토가 가지고 온 달걀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밥 먹으려고 시작한 지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음.
밥은 다 되어가고 있다고 아츠무의 눈물 젖은 외침이 들려오고 있고 마침 사쿠사도 히나타가 자른 가지를 다 구워내서 이제 불에다가 구운 가지하고 양념장을 같이 섞기 시작함. 다 섞여서 히나타가 먼저 맛을 보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달라고, 밥 보고 있던 아츠무도 쪼르르 달려와서 히나타 올려다보고 있음. 히나타는 그거 보면서 웃으면서 아까랑 똑같이 사쿠사부터 한 입씩 주었고, 이제 대충 밥 먹을 준비가 끝나자 사쿠사가 큰 접시 하나를 히나타에게 주고, 네 개의 밥그릇을 가지고 쟁반 위에 올려서 주걱이랑 같이 들고 감. 히나타랑 이야기하던 보쿠토도 데리고 반쯤 기절할 거 같은 아츠무 옆으로 가서 솥뚜껑 열라고 함. 대충 실패를 예상하였으나 처음치고는 잘한 밥에 나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고, 그 시선을 눈치챈 아츠무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불 피운다고 그 난리를 피웠다고 작게 말하니까 다시 쪼그라듬. 보쿠토는 중간에 서서 쟁반을 들고 있고, 사쿠사는 각각의 밥그릇에 적당량을 밥을 퍼서 쟁반 위에 올려 두고, 보쿠토는 마루에서 상을 펼쳐서 아까 만든 반찬이랑 보쿠토가 고생하면서 가지고 온 달걀로 만든 계란 프라이를 상 위에 올려놓고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음.
고작 밥 한번 먹는데 고생했다고, 신발 대충 벗어 던지고 자리에 앉자마자 물부터 마시는 아츠무와 숟가락 가득 밥을 올리는 보쿠토, 싱크대에서 손 씻는 사쿠사와 모두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히나타. 그렇게 모두가 모여서 상에서 밥을 먹는데 밥이 원래 이렇게 맛있던 거였나. 기숙사에서 먹었던 밥보다 못한 밥인데도 무척이나 달게 느껴지고 히나타가 만든 반찬이랑 같이 먹으니까 너무 맛있는 거야. 진짜, 진짜 맛있다……. 아츠무는 감격했다는 얼굴로 입안 가득 밥이랑 반찬 넣고 중얼거리고, 보쿠토는 그런 말도 아깝다는 듯이 이미 한 그릇 후딱 해치워서 두 그릇째 먹는 중이고 사쿠사는 평소랑 다름없이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빠르게 더 많이 먹고 있음. 히나타는 그냥 다 같이 함께 먹는다는 게 좋아서 햇살 웃음 머금고 와구와구 먹을 듯.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난 뒤에 배가 부르니까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함. 치울 게 완전 많은데도 누구 하나 먼저 일어나서 치우자는 말을 안 함. 그 와중에 아츠무는 내는 불 앞에서 밥 했는디, 내는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 를 시전함. 근데 그게 먹힐 리 없음. 그렇게 치면 나는 달걀 가져온다고 머리 박았는데?! 그건 봇군이 잘못한 기라. 저는 반찬 만들었는데… 나는 솥단지 설거지 이미 했다. 그렇게 신경전이 시작되고 그렇다면 공평하게 가위바위보 어떠노?! 라고 아츠무가 말하자 당연하게도 아츠무가 졌음.
“이, 이게 뭐꼬… 이게 뭐꼬….”
자기 혼자만 바위를 내고 좌절하는 아츠무를 뒤로 보쿠토는 츠무츠무, 힘내~ 하는 소리를 하며 마루에 벌러덩 누워버림. 사쿠사는 이미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안 보이고, 혼자 남은 히나타가 눈치 보면서 저, 아츠무 상, 제가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봄. 아츠무는 처음에는 됐다, 내는 내가 한 말은 지킨다. 했다가 가득 들어찬 설거짓거리 보면서 …쇼요 군, 내가 한 말은 잊어뿌라. 하면서 도와달라고 함. 히나타는 웃으면서 아츠무를 도와주는데, 뒷정리만 한 40분이 걸림. 밥 먹는다고 준비하고 먹고 뒷정리까지 했는데 어느덧 4시 반을 지나서 5시가 되고 있음.
이제 좀 쉬겠다 싶어서 수돗가에서 대충 세수한 아츠무가 마루에 누워서 쉬려고 하니까 PD가 이제 저녁은 안 먹냐고 함. 그 소리를 들은 아츠무나 히나타, 마루에 있던 보쿠토가 벌떡 일어나서 ‘????’하는 표정을 지음.
“우리 인자 밥 다 묵고 정리 끝냈는디?”
“아니, 이제 곧 저녁 시간이잖아. 아까처럼 밥 준비하고 뒷정리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걸?”
이제 슬슬 PD가 반말하기 시작함. 사쿠사도 PD의 말에 자기 방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어 어이없어하는 얼굴을 함. 그러거나 말거나 어서 빨리 밥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밤 11시에나 뒷정리 끝나겠다는 말에 아츠무는 크게 비명을 질렀고, 또 밥 준비하고 반찬 준비하고 또 가위바위보에서 진 아츠무와 아츠무를 도와준 히나타가 설거지를 마치니까 딱 밤 10시였음. 그렇게 하루 만에 기진맥진이 된 아츠무는 비적비적 방에 걸어가지도 못하고 마루에 쓰러져 버리고, 그런 아츠무를 보쿠토가 번쩍 들어서 방으로 같이 데리고 감.
히나타는 사쿠사의 철저한 검사 아래 청결하게 씻고 나서야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이제 오늘치 촬영이 끝나서 네 명이 머무는 방 불이 다 꺼졌는데, 히나타가 자기 방에서 고개만 내밀어 아직 꺼지지 않는 카메라와 짐 정리하는 촬영진들에게 활짝 웃고는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방에 쏙 들어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삼시세끼 스페셜, 블랙자칼!’ 1화가 끝남.
3.
다음날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히나타 아닐까? 매일 러닝 한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생활화된 히나타가 새집 된 머리 긁적이며 덜 뜬 눈으로 주위 둘러보고. 옆에는 반듯하지만, 살짝 새우등 하는 사쿠사가 옆에서 자고 있음. 아, 맞다. 여기 기숙사 아니지.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문까지 기어가면서 고개만 내밀고 밖을 바라봄. 촬영 준비를 다 끝내고 애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촬영진들이 보이고 히나타는 흠칫 하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지만, 그 잠깐 사이에 잠에서 깬 사쿠사가 반듯하게 앉아서 히나타 보고 있음. 뭐해. 아, 밖에 카메라랑 사람이 많이 있어서요. 안에도 있는데. 사쿠사가 근처 카메라를 손으로 툭 쳐서 말함. 그렇네요. 머쓱하게 웃으면서 머리 긁적이니까 일어난 김에 씻으러 가자고 두 사람 다 이불을 정리하기 시작함.
그 와중에 다른 방에서 자는 보쿠토와 아츠무. 아츠무는 어제 (거의) 혼자 뒷정리한다고 고생해서 아직 자고 있는데, 보쿠토의 다리가 아츠무의 배 위에 올라가 있고 아츠무의 팔은 보쿠토의 얼굴 위에 올라가 있어서 서로 인상 찡그리면서 자고 있음. 절대 둘 다 일어나지 않고 계속 그렇게 자고 있는데, 다 씻고 나온 히나타하고 사쿠사가 그걸 보면서 웃거나 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음. 깨울까요? 히나타의 소곤거림에 사쿠사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턱짓을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감. 히나타는 어떻게 깨울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헤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부엌으로 가서 국자하고 프라이팬을 가져와 깡깡 소리를 내고는 일어나라고 함.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놀란 보쿠토하고 아츠무가 작게 비명을 지르면서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잠에 취한 눈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보고 있는데, 슬슬 정신을 차려가니까 문 앞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히나타를 발견하고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 손을 올려두면서 쇼요 군… 그거 하지 말그래이. 아침부터 아츠무 상 심장 떨굴 뻔했다… 보쿠토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채로 아츠무 다리 위에 제 다리 올려둔 채로 주위만 돌아보니까 아츠무가 보쿠토의 다리를 치우고는 정신 차리라고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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