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나유타에 대해서_미소노 레온

*쟈이로악시아 밴드스토리, FAR AWAY, EGOIST 악곡스토리, 소설 스포일러 주의

아사히 나유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미소노 레온은 새삼 그 사실을 절감하며 사색에 잠겼다. 라이브 로열 페스를 위해 상경한 후 일어난 사건. 그 이후에야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유타 본인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 타입의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레온 역시 굳이 나유타 개인에 대해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레온이 나유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학교에서의 모습, 밴드에서의 모습. 그리고 상경해 같은 셰어하우스에서 지내게 된 후에야 알게 된 집에서의 모습. 그런, 눈에 들어오는 태도 따위가 전부였다. 더구나 학교에서도, 밴드 활동에서도, 셰어하우스에서도 나유타의 태도는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고, 결국 레온이 이제껏 나유타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대부분이 야트막한 관계라도 얼마든지 알 수 있을 만한 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마, 쟈이로악시아를 짧게 스쳐 갔던 이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만한, 그런.

그런 만큼, 새로 알게 된 정보는 그 정보가 담은 내용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유타의 아버지, 그리고, 천식. 둘 다 나유타라면 제 입으로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게 뻔한 정보였다. 나유타가 그런 녀석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껏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은 것이 분했다.

나유타의 아버지가 유명 밴드의 보컬이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는 놀라기야 했지만, 배신감이라던가 분함 같은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나유타의 아버지가 누구이든, 아사히 나유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아사히 나유타니까.

그렇지만, 그 이후 나유타가 천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에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천식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그걸, 이제껏 같은 밴드 멤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 화나고 분했다.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유타 본인의 입에서 들은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고. 화가 치솟아 저도 모르게 밴드를 나가겠다고 외쳐버렸더랬다.

밴드 탈퇴 선언은 결국 어영부영 없던 일이 되었지만. 레온에게는 여전히 조금의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유우토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유타와 함께 정점을 보겠다고 결심한 시점에서, 쟈이로악시아가 화기애애한 밴드가 되리라는 생각은 일찍이 접었다. 이해, 협력, 상부상조. 그런 건 쟈이로악시아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터였다.

그렇지만. 같은 밴드에서 2년을 함께 해 왔으니. 어느 정도는 알려줘도 좋았을 텐데. 이름이나 알고 있는 정도의 소원한 사이도 아니고, 누구 한 명이 쟈이로악시아를 탈퇴하거나 밴드가 해체하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고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갈 운명공동체인 이상. 밴드의 존속과 행보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러한 문제는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소동이 있었으니 이제는 켄타가 귀띔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는 있지만. 역시 레온은 나유타가 본인 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길 바랐다. 나유타에게 같은 밴드의 멤버로, 동료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나유타는 음악만을 생각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괜한 패배감을 안겨주어 견디기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감정의 근원은 경쟁심. 나유타를 향한 경쟁심이 있기에, 나유타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었다.

…아사히 나유타. 그는 신화 속의 세이렌과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려 섬에 다가가려다 난파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들처럼, 그의 목소리에 홀려 밴드에 흘러들어왔다가 나유타의 험한 말에 상처 입고 쟈이로악시아를 나간 이는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쟈이로악시아에 남은 것은 나유타의 날카로운 말에 난파해버리더라도 결국은 제힘으로 헤엄쳐 섬에 도착한 이들.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이들이었다.

물론 나유타가 정말 섬에서 노래 부르며 선원들을 꾀어내는 세이렌인 것도 아니고, 멤버들이 정말 난파해 바다에 빠졌던 것도 아니었다. 쟈이로악시아에서 나온다고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것도 아니니, 굳이 나유타의 제 멋대로인 말을 들으며 죽을힘을 다해 나유타의 곁에 남지 않더라도 살길은 있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나유타에게, 나유타의 노래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저 성격까지 참아가면서.

물론 그 의문의 답은 어렵지 않았다. 나유타라면, 나유타의 노래라면 정점에 설 수 있을 테니까. 나유타의 노래는 천재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재능도, 센스도 갖춘 녀석이,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더욱 나아가려 하고 있다. 나유타라면 틀림없이 세계를 손에 넣을 것이다. 그런 남자를, 레온은. 이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앞서 달려가고 있는 그에게, 닿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만 혼자 내버려 둔 채 아득히 앞을 달려가는 나유타의 등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런 경쟁심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경쟁심 때문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이전의 근본적인 답이 있었다. ‘나유타의 노래가 좋아서.’ 단순히 그것이었다. 아무리 나유타에게 혼나더라도, 나유타가 노래는, 그가 노래 부르는 옆에서 치는 기타 소리는, 환상적이었다. 나유타의 노래는 기타를 연주하고 싶게 만드는 노래였다. 나유타에게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미친 듯이 손을 움직여 전력으로 부딪히고 싶은 노래였다. 나유타의 노랫소리가 제 기타의 음에 부딪히고, 불꽃 튀듯 서로의 소리가 고양되는 것이 좋았다.

그렇기에, 그날의 쿠데타도 그렇게 어영부영 막을 내렸다. 료는 지구인이 복잡하다느니 어쩌느니 중얼거렸지만,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유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보다, 그의 곁에 남고 싶다는, 그의 노래에 맞춰 연주하고 싶다는 욕구가 앞섰을 뿐이었다.

쿠데타를 관두고 연주를 시작했던 그때의 감각은 아직도 생생했다. 약간의 패배감, 그리고 그 이상의 경쟁심, 그리고. 나유타의 보컬에 맞춰 기타를 연주하는 희열. 그 희열을, 흥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아, 역시 못 참겠어.”

나유타를, 나유타의 노래를 생각할수록 손이 근질거렸다. 짧게 한숨을 내쉰 레온은, 기타를 집어 들고는 현을 튕기기 시작했다. EGOIST. 나유타가 받아들여 준, 레온이 어레인지한 쟈이로악시아의 곡. 그다음은 나유타에게 내쫓겼던 레온이 돌아와서 연주했던 그 곡, 그리고, 그리고. 나유타에게 조금이라도 닿았던, 나유타가 저를 돌아보았던 곡들, 그 연주.

아직은, 여전히 나유타에게 잔뜩 혼나고 미스도 종종 있지만. 감정이 앞서 애드리브을 넣었다가 한 소리 듣기도 하지만. 이 흥분은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이었다. 역시, 이곳을. 쟈이로악시아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설령 나유타의 목소리가 저를 수렁으로 빠뜨릴 소리라 하더라도.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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