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켄] 칵테일에 흠뻑 취하여

이벤트 夜更けのサヴァラン 1주년 기념

칵테일 잔을 닦던 손끝이 흔들렸다. 당황해 힘이 풀리려던 손에 간신히 힘을 준 탓일 테지. 그럴 만큼, 귀에 담은 그 말은 이제껏 상상도 못 했던 내용이었다.

 

カクテルに酔いしれて

 

손님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있던 미유키의 귀에 바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리하던 것을 내려놓고 문 쪽을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밴드 연습을 할 때는 물론, 셰어하우스에서도 질리도록 보는 그 얼굴. 한 번 이곳에 방문한 날 이후로 종종 찾아오곤 하는 밴드의 리더. 사토즈카 켄타의 모습이다.

“뭐야, 또 왔어? 바가 여기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훗, 아르바이트생이 그런 소리를 해도 되는 건가?”

“오면 맨날 내 앞에 앉으니까 이러는 거잖아. 네 얼굴을 보면서 일해야 하는 내 기분도 생각해보라고. 아니면 혹시, 내가 보고 싶어서 왔다거나?”

“흐응, 그랬으면 하는 건가?”

“하아? 무슨……!”

농담 반, 짜증 반의 말을 켄타는 그저 미소로 일관하며 맞받아쳤다. 그리고는 항상 앉던 카운터 석에 앉는 대신, 그 답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발을 계속 움직이며 바 한쪽에 설치된 무대 쪽으로 향했다.

“좀 치고 싶은 기분이라서 왔어. 어울려줘.”

“저기, 무대가 있다고는 해도 여긴 바거든? 게다가 스케줄을 잡아두지도 않고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치고 싶다고 해도 말이지……. 치고 싶은 거라면 스튜디오에서 혼자 치라고.”

“괜찮잖아, 사카이가와 군. 지금은 라이브 잡혀있는 시간도 아니고. 다녀와.”

미유키가 어이없다는 듯 말을 내뱉었지만, 켄타가 무대로 향하는 것을 눈에 담은 마스터는 이미 카운터 한쪽에 있던 드럼 스틱을 챙겨 미유키에게 내밀고 있었다. 마스터는 부담가지지 말라는 듯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미유키로서는 마냥 달갑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마스터는 그냥 손님 끄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잖아요…….”

“하핫, 알고 있으면 다녀오라고!”

농담조로 투덜대는 말에, 마스터는 마냥 호탕하게 웃으며 미유키의 등을 두드렸다. 미유키는 그 손길에 그저 한숨을 내쉴 뿐.

물론 드럼을 연주하는 상황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갑작스러운 상황의 흐름에 휩쓸리는 게 썩 내키지 않을 뿐이지. 그렇지만, 켄타의 말을 듣고 나니 저도 치고 싶은 기분이 들기는 했다. 뭐, 조금은 어울려줘도 괜찮으려나. 쯧, 짧게 혀를 찬 미유키는 마스터가 내민 드럼 스틱을 손에 들고 켄타가 서 있는 무대로 향했다.

이미 기타를 맨 켄타의 시선이 걸어오는 미유키에게 꽂혔다. 당당하고도 올곧은 시선.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이 시간에 라이브가 잡힌 밴드맨이라고 생각할 것만 같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바의 어슴푸레한 간접 조명 사이, 무대 위로 쏟아지는 핀포인트 조명이 그런 켄타를 더욱 당당하게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저 무대에 서는 게 이제 두 번째인 주제에, 어쩐지 바의 무대에 상당히 녹아든 것처럼 보였다. 물론 지금의 미유키에게는 그런 감상보다는, 갑자기 찾아와서 같이 연주해달라는 저 뻔뻔한 리더를 향한 어이없음이 앞섰지만.

무대 위에 선 미유키는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었던 고무줄에 손가락을 걸어 풀었다.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퍼지고, 그 순간부터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이제 바텐더 사카이가와 미유키가 아닌 드러머 사카이가와 미유키. 이 녀석에게 불평을 쏟아내는 건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지금은 우선 무대에 시선을 주고 있는 손님들의 갈망을 채워주도록 할까.

미유키는 켄타와 가볍게 신호를 주고받은 후 스틱을 맞부딪혔다. 짧은 게릴라 라이브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었다.

 

“하아……, 정말, 뭐냐고. 갑자기 쳐들어와선.”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꽤 기분 좋게 드럼 치던데.”

세션을 끝내고 카운터로 돌아온 미유키가 투덜대자, 그 앞에 앉은 켄타가 피식 웃으며 그 말을 받아쳤다. 뭐, 연주 자체는 즐거웠다. 켄타와의 세션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굳이 따지자면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드럼 소리 위에 실리는 켄타의 리듬은 개성적인 맛은 부족할지언정, 소리를 이끄는 보람이 있으니까. 드럼이 새기는 박자에 맞춰 정확한 멜로디로 소리를 얹는 그 연주를 들으면 강한 쾌감이 느껴지곤 했다. 다른 누군가의 기타보다도, 유독 가슴 깊이 꽂히는 것만 같은 소리라서.

바 안에 어수선하게 대화 소리와 잡음이 울리고 있는데도, 미유키의 귓가에는 아직도 켄타의 기타 소리가 중독성 있게 맴돌았다. 둘만의 연주였기에 밴드 연습을 할 때보다도 켄타의 연주가 인상에 깊이 남은 기분. 바의 조명 아래에서 연주하던 켄타의 뒷모습까지 떠올리면, 그 순간이 마치 영화의 멋진 한 장면이라도 되는 듯이 플래시백 되어버려서…….

……아아, 젠장,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일해야지, 일.

멍하니 켄타가 연주하던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리려던 미유키는 머릿속의 상념을 떨쳐내려는 듯 거친 손길로 제 머리카락을 다시 하나로 묶었다. 그 당사자가 지금 눈앞에 있는데 그런 생각에 잠겨버려선 분명 웃음거리가 될 테지. 미유키는 애써 화제를 돌리듯 말을 건넸다.

“그래서, …뭐로 할 건데.”

“음?”

“주문. 굳이 여기까지 왔으니, 기타만 치고 갈 생각은 아닐 거 아냐.”

“그렇네. 뭐로 할까. …음, 네 추천 메뉴로.”

“……하아? 정말…….”

상념을 떨쳐내려 꺼낸 말에 과제를 떠안아 버렸다. 추천 메뉴를 요청하는 손님은 자주 있다. 그렇지만 그 상대가 같은 밴드의 리더라면 보통 손님들과는 사정이 다르기에, 약간의 부담감이 미유키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종종 바에 찾아오기도 하고, 굳이 이 바가 아니더라도 함께 술을 마시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술 취향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야 하지만. 오히려 그런 자잘한 정보가 방해요소로 작용할 때도 종종 있으니까. 상대가 켄타인 만큼 저도 모르게 괜한 생각이 섞여버릴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머릿속을 달래가며 머리를 굴리려니 쉬이 켄타가 마음에 들어 할 칵테일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프렐류드 피즈, 입니다.”

캄파리가 섞인 다홍빛의 칵테일이 켄타 앞에 내밀어졌다. 흥미롭다는 듯한 켄타의 시선이 제게 닿자, 미유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전에 내줬던 캄파리 소다도 잘 마셨으니까. 이것도 뭐,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은 그런 이유보다는 순전히 칵테일의 의미 때문에 고른 거지만. 켄타의 취향보다는 차라리 제 기분에 맞춰버리자는 생각이었다. 프렐류드 피즈의 의미는 ‘진의를 알고 싶다.’ 사토즈카 켄타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특히 이 녀석이 오늘 여기에 온 이유를, 그 진의를 알고 싶었다. 사토즈카 켄타가 하는 행동이다. 절대 기타가 치고 싶어서, 술이 마시고 싶어서. 그저 그 정도 이유만은 아닐 게 분명하니까.

켄타는 그런 미유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가벼운 미소와 함께 앞에 놓인 술을 입에 머금었다. 마냥 달지만은 않은 알코올의 맛이 입술을 적시고, 머금은 것을 목 뒤로 넘긴 켄타의 입꼬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살짝 올라갔다. 그것을 눈에 담은 미유키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음에 내심 안도하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침묵한 채 칵테일을 음미하던 켄타는, 잔이 반쯤 빌 즈음 고개를 들어 미유키를 바라보았다.

“미유키. 네가 골라준 술의 답례를 하고 싶은데.”

술의 답례, 라. 아무래도 켄타 역시 프렐류드 피즈의 뜻은 알고 있는 모양이지. 술로 받은 질문에는 술로 답을 하겠다는 것인가. 녀석다운 방식이었다.

“……뭐어, 네가 사주는 거라면, 감사히 마시도록 할까.”

“그럼, 그랜드슬램을.”

미유키가 고개를 끄덕이자, 켄타의 입에서 술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랜드슬램. 그 의미가 ‘두 사람만의 비밀’이었던가. 칵테일에 담긴 뜻 때문에 커플로 온 손님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그것을 켄타의 주문으로 만들어서 직접 마시는 것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이것은 ‘진의를 알고 싶다,’는 미유키에게 켄타가 건넨 답. 이곳에 온 것을 둘만의 비밀로 하고 싶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 외의 무언가 비밀스럽게 할 말이 있다는 의미인 걸까. 답을 들어 속이 후련해지기는커녕 머릿속에 물음표만 늘어갈 뿐이었다. 그렇지만,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우선은 켄타가 말한 칵테일을 만들어볼까.

칵테일을 만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미유키의 손끝을 바라보는 켄타의 눈길은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하고 냉정했다. 도무지 그 심중을 읽을 수가 없었다.

“…잘 마실게.”

완성한 칵테일은 미유키의 머리칼을 닮은 눈부신 황금빛. 미유키는 잔을 손에 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볍게 윙크를 하고는 그것을 입에 털어 넣었다.

쇼트 드링크치고는 도수가 그렇게 높은 칵테일도 아닌데, 어쩐지 속에서 열이 오르고 찌르르하게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켄타와 가지는 이런 시간이, 영 어색했다. 이 녀석이 바에 온 게 처음인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어쩐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제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 미유키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클을 걸듯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둘만의 비밀이라기엔 사람이 많은데 말이지.”

“네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한다면, 둘만의 비밀이 될 수도 있을 테지.”

“글쎄. 안타깝게도 난 지금 일하는 중이거든.”

이 녀석,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말 나를 꼬시기라도 할 셈으로 온 건가? 그 사토즈카 켄타가? …그럴 리가.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미유키는 유혹이라도 하는 듯한 켄타의 말에 여유로운 척 웃으며 맞받아치고는 켄타에게서 등을 돌려 단숨에 비운 술잔을 싱크대에 가져갔다. 물론, 술을 얻어 마셔 놓고 이대로 켄타의 앞을 뜰 생각은 아니었지만. 우선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고작 한 잔 마셨을 뿐인데. 머리가 핑핑 도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드럼 연주를 한 직후라 아드레날린 때문에 술기운이 빨리 도는 것일 테지. 그래. 필시 그 탓일 거다. 미유키는 복잡해진 기분에 그럴싸한 핑계를 붙이고는 다시 켄타 앞으로 돌아갔다. 손에는 설거지가 끝난 칵테일 잔들을 엎어둔 트레이를 든 채로.

“얘기, 길어질 것 같으니까.”

“…뭐어, 마음대로 해.”

미유키는 트레이를 내려놓고는 잔 하나를 들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것을 닦기 시작했다. 그런 움직임에, 켄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으로 미유키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술까지 받아놓고 다른 일을 하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아무래도 불쾌한 모양이지. 하지만, 미유키로서는 켄타의 이야기에만 마냥 집중하기에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차라리 무언가 일이라도 하는 게 마음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켄타는 잠깐 미유키를 바라보다, 이내 불편한 기색을 숨기고 평소의 미소를 지으며 아직 반이 남은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미유키의 눈동자와도 닮은 은근한 붉은 기운이 어린 술. 마냥 쓰지도, 그렇다고 마냥 달지도 않은 이 술이 어쩐지 사카이가와 미유키와 제법 닮은 구석이 있다고, 그렇게 느껴졌다. 그 술의 뜻도, 맛도. 항상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알아내려 하는 그 시선을 그대로 삼키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이 술을 낸 본인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진 않았을 테지만,

켄타는 제 머릿속을 채운 상념에 피식 웃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유키가 짐작한 바와 같이, 켄타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저 연주가 하고 싶어서, 술이 마시고 싶어서,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바에 발을 들인 순간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달성하였으니. 굳이 입에 올릴 필요가 있을까. ‘두 사람만의 비밀’이라고 했지만, 조금만 더. 혼자만의 비밀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미유키의 반응을 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고.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났어. 여기서 같이 연주를 했던 날이.”

“허어…….”

미유키도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충분히 눈치를 챈 건지, 영 믿기 어렵다는 듯한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이곳에 오게 된 계기를 준 것은 그것이 맞았으니, 완전히 거짓말이라 할 수는 없을 테지.

그날 미유키와 주고받은 대화를 화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의 생각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둘의 관계는 이전보다는 발전했다. 적어도 켄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미유키와 나는 맞지 않는다. 나유타를 대하는 태도뿐만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길도, 삶에 대한 태도도, 무엇 하나 딱 맞게 맞물리는 것은 없을 테지. 앞으로도 그러할 테고. 그렇지만, 그날 서로의 다름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기로 하였으니. 쟈이로의 앞길은, 우리의 앞길은 분명 더욱 다채롭게 펼쳐질 것이다. 그날, 그리고 오늘 미유키와 함께 한 세션에서 맛본 것처럼.

그날도, 입실론을 무대에 세우는 일로 이야기했을 때도, ‘잘못됐다고 생각된다면 막겠다,’고 했던가. 잘못되기 ‘전에’ 막겠다, 가 아니라. 그것이 미유키 나름의 ‘이해’하는 방식일 테지. 항상 짜증 난다느니 어쩌느니 하고 시끄럽게 굴지만, 이런 은근한 부분에서 배어 나오는 녀석의 인간성이 마음에 들었다. 사토즈카 켄타가 가지지 못한 면모, 아마도, 이런 남자가 곁에 있다면, 분명 잘못된 길로 나아갈 일은 없으리라고. 켄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놀리는 건 이쯤 할까. 켄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유키를 올려다보았다.

“미유키, 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서 왔어.”

“무슨 그런 재미없는 농담을……, ………….”

“이런 말은, 역시 술기운에 기대는 편이 말하기 쉽네.”

픽 웃으며 중얼대던 미유키의 입이, 켄타의 얼굴을 눈에 담자 그대로 다물렸다. 칵테일 잔을 닦던 손끝이 흔들렸다. 당황해 힘이 풀리려던 손에 간신히 힘을 준 결과였다. 그럴 만큼, 귀에 담은 그 말은 이제껏 상상도 못 했던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켄타의 진지한 눈빛까지. 살짝 물든 양 볼은 술기운이 오른 건지, 방금 꺼낸 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켄타가 꺼낸 말의 설득력을 높여주기에는 충분했다.

미유키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칵테일 잔을 트레이에 되돌려놓고는 켄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는 적당히 소란스러웠고,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켄타가 건넨 이 말은, 자신과 켄타만이 알 둘만의 비밀. 미유키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이야.”

“글쎄, 답을 전부 가르쳐주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눈꼬리를 야살스럽게 휘며 말하는 켄타의 표정은, 평소라면 짜증이 날 만한 모습이었을 텐데도. 아까 들은 그 말 때문인지 짜증보다도 당혹스러움이 앞섰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기분. 고작 칵테일 한 잔 탓이라고 얼버무리기에는, 이 용솟음치는 기분은 격렬한 것이었다.

“그럼, 용건도 마쳤고, 할 말도 했으니까. 난 이만 가도록 할까.”

“잠까-…, ………….”

켄타를 붙잡으려던 미유키에게, 아직 칵테일이 남은 잔이 눈에 들어왔다. ‘진의를 알고 싶다.’ 그 물음에 응하기야 했지만, 모든 것을 털어놓지는 않겠다는 켄타의 의지가 그것에 담긴 것만 같았다.

미유키의 말이 이어지지 않음을 확인한 켄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끝마치고는 망설임 없이 바를 나섰다. 문을 닫히기 전 힐긋 돌아봐 짧게 마주친 눈은, 올곧게 미유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켄타의 저 시선을, 켄타가 한 말의 뜻을 알아내고 나면. 둘만의 비밀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걸까. 어쩐지, 머릿속이 알코올에 빠진 마냥 둥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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