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화련]홍복 洪福 紅服

천관사복 화성 X 사련

Written by. 이스터

2024.02.05 完

여느때처럼 천계와 귀계를 오가며 바쁘게 지내는 사련. 복을 내리시는 선락태자는 밀려드는 신도들의 기원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풍신과 모정도 남양전과 현진전을 찾는 제 신도들을 챙겨야 하니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태자의 신전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재물을 안겨줄 수도, 아이를 점지할 수도, 뭇 여성들의 소망을 들어줄 수도 없지만 화관무신의 신전은 언제나 인산인해였다.

그리하야 사련은 오늘도 제 허리를 감싸 안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화성을 어르고 달래 떼놓고 나선 참이었다.

"날이 많이 덥구나-"

계절이랄게 없는 귀계와 늘 화창한 선경. 그에 반해 사람이 사는 곳은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떨어졌다, 온통 하얗게 물들기도 하니. 강인한 생명력에 사련은 기분이 좋아졌다. 지나가는 아이들의 옷이 얇아졌고, 사내들은 웃통을 까고 아낙들은 치마를 걷어 올리며 다들 더위를 피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그때 아이들 몇몇이 까르르 소리를 내며 뒷산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의 보호자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뒤를 따라 나와 깊은 곳에 가면 안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계곡 안에서만 놀아야 해!! 해지기 전에 와야 한다!"

계곡? 바쁜 일을 끝낸 사련은 여인의 말에 쫑긋 귀가 섰다. 아이들은 더위를 물리치러 뒷산의 계곡으로 피서를 간 모양이었다.

'삼랑이 기다릴 텐데-'

날이 갈 수록 어리광이 늘어가는 귀왕께서는 정말 단 한 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했다. 사련은 잠시만, 정말 잠시만 들렸다 가야겠다며 아이들의 향한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물이 참 맑다."

아이들이 발장구를 치는 얕은 하류를 지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투명한 물 아래로 움직이는 송사리들과 표면에 부딪쳐 반짝이는 햇빛을 보다 보니 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푸른 녹음이 내뿜는 풀냄새와 물소리, 살랑이는 바람까지 사련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사련은 금세 성큼성큼 다리를 뻗어 강 위로 튀어나온 바위에 올라섰다. 그 위에 쪼그려 앉아 아래를 내려보자, 물 위로 상기된 얼굴의 준수한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손을 뻗어 그 위를 찰박이자 차가운 기운이 올라온다. 혼자 물장난을 치던 그때, 제 뒤로 그림자가 졌다.

"형."

"삼랑- 으앗!"

물위로 비친 연인의 모습이 너무 반가웠을까. 사련은 급하게 뒤를 돌다 바위를 뒤덮은 물이끼에 미끄러졌다. 첨벙. 물에 빠진 선락태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어버렸다.

"형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아, 응-"

사련은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꼴이 부끄러운지 후다닥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무신인 제가 겨우 물이끼에 미끄러지다니, 사련은 짐짓 괜찮은 체를 하며 얼른 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삼랑 날 찾아온 거야?"

"응, 형이 보고파서 참을 수가 없었어."

"금방 돌아가려고 했는데- 미안해."

"아니야, 형이 즐거웠다면 됐어."

화성은 긴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연광 아래 반짝이는 소년의 모습은 청량함 그 자체였다. 사련은 젖은 몸을 털어내는 약아를 달래며 화성에서 손을 뻗었다.

"옷을 말려야겠어. 삼랑 법력을 아주 조금만 빌릴 수 있을까?"

주가도 없는 사련에게 더 이상 법력은 걸림돌이 아니었다. 평소 같으면 이를 핑계로 진한 접문을 나누었을 터인데. 화성은 사련이 내민 손을 빤히 보면서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사련은 내민 손이 민망해지려 했다.

"왜 그래 삼랑?"

"형, 옷을 말리는데 법력을 쓸 필요가 있을까?"

"응?"

"삼랑에게 마침 여벌 옷이 있어."

흰 도복이 물에 젖어 사련의 몸 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과 긴 속눈썹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촉촉이 젖은 입술과 뺨은 탐스러웠다.

화성은 순식간에 사련을 품에 안더니 주사위를 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귀왕의 침실에 도착한 사련은 어느새 혈우탐화의 모습으로 돌아온 화성을 보며 그의 옷도 젖지 않을까 염려했다.

"삼랑, 이렇게 안고 있으면 네 옷도 젖을텐-"

"형, 얼른 옷을 갈아입자."

"삼랑?"

평소 제 중의를 벗기던 노련한 손길로 도포를 벗겨내더니 붉은 의복을 입힌다. 사련은 얼결에 화성의 손길을 얌전히 받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전하."

늘 입던 수수한 흰 도포가 아닌, 귀왕의 붉고 검은 옷을 입은 사련은 어색한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단풍보다 붉은 옷을 입고 눈보다 흰 살갗을 가진 미청년의 눈이 그를 응시했다.

"확실히 삼랑옷은 나에게 크네-"

손을 다 가리는 긴 소매와, 넉넉한 허리. 헐거운 가슴은 벌어져 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보였다. 사련은 홧홧한 얼굴을 애써 진정시키며 화성을 바라보았다. 화성은 제 앞의 사련을 찬찬히 훑어내리고 있었다.

"삼랑, 흐읏-"

사련의 부름이 종소리라도 되는 듯 화성이 그를 끌어안고 침대로 눕혔다.

"전하는 무엇을 입어도 아름다우세요."

"으응- 흣, 하지, 만- 나한테 아응, 큰, 걸-"

드러난 목덜미와 가슴을 쪽쪽 거리는 탓에 사련의 말이 뚝뚝 끊겼다. 화성은 평소처럼 그의 옷을 벗겨 침대 아래로 떨어뜨리는 대신, 넉넉한 품 사이를 파고들었다.

"붉은 해당화 옆에 서면 어느 쪽이 꽃인지 모를 것 같아요."

귓불과 턱선에 입 맞추며 속삭이는 목소리는 너무 달아 귓가에 끈적일 것 같았다. 화성이 손을 뻗어 아무것도 걸친 것 없는 아래를 쓰다듬자 사련이 익숙하게, 하지만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리를 벌렸다.

"삼랑- 흐으-"

집요한 구석이 있는 화성은 본 경기 전엔 사련이 애원할 때까지 녹이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면 사련의 입에서 형 소리가 나올 때까지 몰아붙였다. 잘 알고 있는 사련은 팔을 뻗어 너른 어깨를 감싸 안고 매달렸다.

"형, 사랑해, 사랑해요 전하."

아직 지워지지 않은 자국 위를 다시금 지나가며 손은 착실히 사련의 뒤를 풀고 있었다. 사련은 목 안에서 끓어오르는 소리를 삼키며 부드러운 화성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아윽, 삼, 라앙- 흐으-"

"참지 마세요 전하."

"아아! 하윽!"

화성이 좀 더 강하게 손가락을 휘저었다. 사련의 잘빠진 종아리와 탄탄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손가락을 빼내고 제 옷을 벗어던지자 흉흉하게 고개를 쳐든 물건이 보였다.

"으앗, 흐응- 하응!"

처음엔 제 목소리가 듣기 싫다며 억지로 입을 막고 숨을 참던 사련이 이제는 화성이 주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사련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의 위에서 허리 짓 하던 화성의 눈매는 더욱 오만하고 거침없다.

"삼, 랑- 하응! 하악, 아읏, 응!"

하지만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 다정하고 따스했다. 사련은 화성의 아래에 깔려 흔들리면서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하읏, 아아, 아!"

화성이 강하게 치받자 결국 빳빳하게 서 있던 사련의 앞에서 정액이 튀었다. 사련이 입고 있는 붉은 옷 여기저기에 반투명한 액체가 얼룩졌다.

"아아- 미안해 삼랑, 옷을, 흑, 버렸, 네에-"

"아뇨, 전하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사련이 애원할 때까지 그를 괴롭히던 화성은 가물가물한 눈꺼풀을 애써 들어 올리는 사련을 안고 욕조로 들어갔다.

"형이 내 옷을 입고 있으니까 정말 보기 좋아."

"으응-? 그래, 그렇구나..."

자연스럽게 화성의 허벅지 위에 앉힌 사련은 그의 어깨에 뺨을 기댔다.

"삼랑도 피부가 희어서 흰 옷도 잘 어울릴 거야. 흰 비단에 은사로 수를 놓으면 정말 예쁘겠다-"

화성은 제 별명을 까맣게 잊은 듯한 사련이 귀여워 쪽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나는 바느질을 못해서 옷을 지어줄 수는 없지만-"

"형은 그런 거 안 해도 돼."

"그래도 삼랑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든 옷을 입으면 좋을 것 같아."

따뜻하고 노곤한 몸에 사련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분명 뛰지 않을 심장이고 차가워야 할 본존이것만 화성의 품은 늘 따스했다.

화성은 조심스럽게 사련을 씻기며 흰 천에 붉은 띠로 장식한 예복을 입은 그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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