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자리

- by bam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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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시끄럽고 많이 바쁘냐는 물음을, 기대를 담아 건네는 너를 보면.

별을 향한 순례일까. 혹은 어쩌다 시작된 긴 산책이었을까. 우리는 어쩌다 지도를 따라 걷다가 별을 찾으러 떠나오게 되었을까? 하지만… 수많은 항해자와 순례자도 마찬가지일지도. 이왕 길잡이 별을 따라서 걷다보면, 의도와 시작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다만 첫번째 좌표가 놓인 무렵에 지도를 보며 말을 걸던 해맑은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그 얼굴이 마냥 해맑고 선선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반동일지도 모르겠다.

그 무렵의 나는 그저 지도 한 장에 무슨 마법이 걸렸는지 알고, 그걸 작동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 뿐이었고, 너는 어쩌면, 헤매는 일이 적을 일행을 찾는 중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혹은 너는, 그저 가까운 나라도 동행으로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모든 것이 지나고나면 마음대로 해석하고 제멋대로 읽고 마는 것은 괴팍한 성미에 가까울까. 그런데 혹시 기억해? 우리 목표 지점이었던 하얀색 건물로는 아직 같이 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거든. 갑자기 가장 친한 친구가 생긴 시점에, 어느 것도 계획처럼 되지 않을 것을 알아챘을까 생각하면. 아니. 조금도 몰랐던 게 맞는 것 같아.

그리고 돌이키면, 숲 너머의 전망대를 향하던 눈. 하필 네 동행인 나는 숲 너머를 힐끔거리는 사고뭉치 동생들에 익숙해, 네게도 비슷한 불안을 느낄 뿐이었지만.

그런데 거기에서 나를 불렀다면, 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면, 어쩌면 네 말처럼 나는 덜 돌아가는 길을 조금 일찍 떠올리려고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말하면 꼭 네 탓이라도 하는 것처럼 들리려나. 그런 건 전혀 아닌데도.

뜬금없다고 생각한 기숙사 얘기도 그러니, 너를 미심쩍은 듯 보는 나를 느꼈기 때문이겠지. 음…. 늦었지만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네가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곳을 찾아다니는지, 혹은 그런 것을 상상하는 것만을 좋아하거나, 위험한 곳에는 원래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애인지. 그런 건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거지. 그저, 거기 '전망대가 있다'는 것 외에는. 내가 사과하고 싶은 건 그거 때문이야.

만약 전망대에 도착하고도 절벽 근처에서 어슬렁거렸으면, 그때는 그때대로 목덜미 뒤를 잡아서 끌어갔을 게 뻔하지만. 정말이지, 너는 어쩌자고 나를 동행으로 골랐어? 내가 너라면, 번거롭고 우회하는 경로는, 잘못 골랐다는 걸 알아챈 순간 돌아섰을것 같은데.

이것 봐. 나는 여전히 너를 이해하지 못하지. 아마 너를 오해하고, 자의적으로 읽고 있겠지. 너는 그게 전혀 '너'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만… 그럼에도, 네 말과 눈에서 멋대로 네 상냥을 읽었으니, 나는 네게 얼마쯤 상냥하고 싶었어.

계곡을 따라 배로 거슬러 올라갔다면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될까. 하지만 그런 것 없이도 나는, 손 안에서 빛나는 별 하나를 오래 잊지 못할 걸 알아차린다. 마치 건네지는 신호처럼 늘 정보값이 많은 듯하던 네 말을, '너의 말'로 들을 때. 그래서 어쩌면 네게 알맞을까 싶었던 방식의 물음을 떠올릴 때.

수많은 물음을 건넬 때보다, 너를 알게되는 것 같다면 이것도 착각일까. 어디에서 기인해 얼마나 깊은지 알 길 없는 네 외로움을 나는, 벼랑 위에서 깊은 밤의 숲처럼 내려보는 것 같다면 그것도.

언제나 나의 자리를 지키고 오직 그 주위만을 돌보길 바라는 나는. 어디인지 모를 단 한 자리를 찾아 헤매는 너를 본다.

흰 색은 수상하다고. 그건 무엇을 향한 말이었는지 사실 내내 궁금했는데.

네 눈에 깃드는 나는 위화감이 없고, 별이 수놓인 하늘을 비추던 눈에 담길 때는 생각해.

혹시 알아? 별자리는 주위에 무슨 별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지. 혼자서는 정확한 위치에 있어도 별자리를 이룰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감히 말하는 것은.

"너는 이곳에서…."

이 절벽이 아니라 그 아래에 펼쳐진 저 학교 안에서, 이 플란타의 그늘과 양지, 모든 계절의 별자리를 전부 가진 신기한 하늘 아래에서.

네 양 옆에 놓여 선을 이을, 나란한 별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별이 수놓인 이 밤하늘 아래에서는 잠시 미뤄두자.

"네 별자리를 찾을 거야."

그러니까 부러워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그때는 알게 되겠지. 네가 이토록 먼 길을 건너 오도록 갈망하게 한, 별이 네게 건넨 위로와 별을 향한 네 마음을.

…헤매는 별이 아니라 별자리를 찾아갈 금빛으로 하얗게 빛나는 별. 어쩌면 그 무렵의 너를 나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꽤 오래, 같은 지도 안에서 살아갈 테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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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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