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시마

동사 by 은젠

언제부터였더라. 시마 카즈미는 기억을 되짚어 본다. 그러니까, 대략에 오 일 전부터... ...

*

귓전을 맴도는 희미한 파도 소리는 금방이라도 시마를 집어삼킬 듯 밀려들었다가도 도로 몸을 무르는 것이었다. 파도 소리는 멀어지며 입안에 비릿한 짠맛을 물린다.

시마 카즈미는 눈을 내리감았다. 무시하려 들면 더욱이 떨쳐낼 수 없도록 달라붙어 온다. 끈덕지게 싸고돈다. 먼발치 듣는 것처럼 까마득한 소리에 양 귀가 먹먹해질 즈음이면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최근 들어 부쩍 예민해진—이부키 아이의 지적이 있었다.— 이유였다.

*

이명¹ 耳鳴

1. 몸 밖에 음원(音源)이 없는데도 잡음이 들리는 병적인 상태.

시마 카즈미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 결과 창이 띄워진 휴대 전화 화면을 노려보았다. 병적인 상태, 하는 글자가 거슬리는 탓이었다.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고 나서, 그때 병원에... ... 기약 없는 이야기였다. 모르지 않았다.

*

도무지 잦아들 생각을 않는 파도 소리는 시퍼렇다 못 해 검푸른 빛의 바다를 선연히도 연상케했다. 아주 넓고, 검고, 깊은. 발이라도 담갔다간 영영 되돌아올 수 없을 만큼의 바다. 시마 카즈미는 종종 귓속으로부터 넘쳐흐르는 바닷물에 압도되곤 했다.

귓가에 이는 포말, 소금기가 가득 아릿하다. 꼭 바닷속에 잠겨 드는 것만 같은 파도 소리는 아득하니 뇌중을 절였다. 몸을 뉜 채 쉴 새 없이 파도 소리를 듣고 있자면, 익사체가 되어 떠오르는 상상에 잠겨서... ...

누워 있다가도 그만, 벌떡 몸을 일으키게 되는 일이었다. 시마 카즈미는 화장실로 향하는 걸음을 빨리했다.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져 나오는 수돗물은 소금기 없이 깨끗한데도.

*

일상의 한 부분이 된 파도 소리가 이제는 언제 들려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라 하면, 이부키 아이와 이명의 상관성 정도.

이부키 아이의 곁에선 파도 소리가 멎기는커녕 흉흉하니 세찼다. 점점 드높아지는 파도의 기세에 주변 소리가 묻힐 정도가 되면... ...

시마 쨩, 요새 멍하네. 괜찮은 거야?

현실로 이끌린다. 이부키가 턱을 괴고 앉아 시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괜찮아.

*

쿵!

시마 카즈미가 휘청하고 중심을 잃은 건 도주 중이던 현행범과의 대치에서였다.

분명 익사할 것만 같았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시마 카즈미를 삼키겠노라 몰아치는 파도 소리에 아뜩하니 몸을 지탱하고 서는 것조차 버거웠다.

시마?

이부키가 입을 뻐끔거린다. 이부키의 목소리가, 사나운 파도 소리에 떠내려간다. 다음 순간이었다. 범인에게 등을 보인 이부키가 그 일격에 퍽 쓰러져 버린 것은.

*

이부키! 날카로운 음성이 적막을 깬다.

그즈음의 시마 카즈미가 눈을 뜬 것은 한없는 바다였다. 자신 스스로가 아주, 아주 작아 보일 만큼의. 늘 파도 소리로만 하여금 그렸던 바다가 파도치고 있었다.

어이, 이부키!

시마는 걸었다. 곧 뛰었으며, 좀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토록 너른 백사장에 자신의 초라한 발자국이 가득해질 때까지, 이부키 아이의 이름을 부르짖으면서.

초조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바닷속에 뛰어든 시마 카즈미는 물살을 헤치며 걸었다. 자신의 파트너에게 돌아가야 한다. 시마 카즈미는 무거워지는 다리를 들었다. 젖어가는 소매를 걷었다. 곧내,

툭, 발에 채이는... ...

*

이부키?

시마 쨩, 요새 멍하네. 괜찮은 거야?

시마 카즈미가 헉하고 숨을 삼키며 고개를 쳐들었다. 또렷한 파트너의 목소리는 금세 또 파도 소리에 유실되어 버린다.

쏴아아.

거센 파도 소리는 어느새 가늘고 날카로워져서... ... 경종 소리로. 귓가에서 앵앵대는 사이렌 소리로. 이부키 아이를 싣고 가는 구급차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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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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