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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by 은젠

그새 몰려든 먹구름이 여름 장맛비를 토해낸다. 툭, 투둑... ... 바닥을 향해 곤두박치는 빗방울. '낙원고등학교' 촬영지는 소낙비를 동반했다. 가뜩이나 야외 현장, 예고 없는 소나기... ...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비를 피하기 바빴을 참이다. 촬영 철수로 스태프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한유원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 혼자 오도카니 섰다. 점차 굵어지는 빗줄기가 옷깃을 적시고 있었음에도.

형, 젖잖아.

그렇게 말을 붙여 온 것은 이형진이었다. 유난히 귀에 익은 목소리의 주인. 유원의 동료 배우. 어쩌면 그 이상 즈음. 마냥 비즈니스적 관계, 직장 동료라기에 사적인 친분이라고 없지는 않았으니까. 형진은 느물느물 웃었다. 하며 제 겉옷을 벗어 건넨다. 것도 퍽 능숙하게. 유원은 그리로 손을 뻗었다가도 도로 물렀다.

됐어, 형진이 너 입어.

에이, 그래도... ...

됐다니까.

가벼운 실갱이. 끝내 둘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못 한 겉옷은 형진의 허리춤에 둘러진다. 두 분 들어오세요! 그즈음 막내 카메라 감독이 소리친 것도 있었다. 유원은 말을 이었다. 괜찮습니다, 좀 더 여기 있을게요.

촬영 현장은 빠르게 정돈되어 갔다. 다만 내리는 빗줄기는 가늘어질 새 없었다.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선 둘도 제법 젖은 꼴을 했다. 곳곳에 어린 여름 향기가 물씬하다. 둘 사이 기류도 잔뜩 물기를 머금은 채였다.

아무래도 오늘 촬영은 힘들겠는데... ... 형, 밖에 계속 있을 거면 우산이라도 가져올게.

형진은 운을 뗌과 동시에 유원의 어깨에 겉옷을 둘렀다. 여기 있어, 하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조금 더 이러고 있어.

유원이 형진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사락, 곧내 거둔 손끝에 살갗이 스친다. 잠시간 갈마든 둘 시선은 얼마 못 가 흩어졌다.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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