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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by 은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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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 류스이는 좋은 사람이다.

동시에 좋은 형사이다. 정의로우며, 신념을 관철할 줄 아는 강인한 사람.

경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또한 뚜렷할 것 없이 대략 이랬다. 단순하게, 사람을 돕고 싶어서. 서너 살 유년 시절 적부터 장래희망을 묻는 용지에는 빠짐없이 경찰관이라고 적어 내곤 했다.

별 탈 없는 삶이었다. 바라던 경찰이 된 이래로도 그랬다. 꿈꾸고 그리던 것처럼의 생활. 사람을 돕고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 자꾸만 기우려고 하는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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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주한 시신의 얼굴을 아직 기억한다. 아는 얼굴. 자살이었다. 차갑고 원망스런 얼굴을 하고서, 이렇게. 그 얼굴이 지금껏 떠나가질 않는다. 가슴속에 응어리져서. 회의감이 들었다.

사람을 돕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살아 주세요, 라고. 그 아이의 따뜻한 손을 잡고 속삭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나는 사람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 못 하는 경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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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가타무라 야에는 내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다. 절망스런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녀의 세상을 바로잡아 줄 용기는 커녕 의욕조차 나지 않았다. 이 이상 그녀를 괴롭게 두고 싶지 않았어, 돕고 싶었어... ...

내 세상 또한 이미 기울어져 있었구나. 그런 사람이 뭘, 어떻게. 이렇게나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기적인 겁쟁이가.

불가능하다. 해피 엔딩 같은 건 없다. 세상은 이토록, 불가역성을 지니는가. 도무지 용서받을 수 없다. 나는 최악이야. 처음부터 경찰 같은 거 되지 말 것을 그랬어... ...

가타무라 야에를 바라보았다. 총을 건네어 주던 순간에 떠오른 건 아이러니한 해방감.

마사요시, 내가 틀렸다는 걸 보여 줘.

너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야에의 집 밖을 나서던 차, 총성이 귓전을 때렸다. 비뚤어진 아와 류스이의 세상부터 바로잡기 위한 방아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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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부디 원망해 줘. 용서하지 말아 줘. 이다음에는 마사요시 경부로서, 보란 듯이. 보십시오, 이것이 당신은 해내지 못 한 일입니다, 하고... ... 나를, 이 세상을 바로잡아 보이라고. 마사요시 리오는 그런 사람이니까.

*

찢긴 채 건네어진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엉성하게 끼적인 고양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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