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2

동사 by 은젠

스치는 칼바람에 코끝이 아린 겨울을 났던 것도 같다.

*

꿈을 꾸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꿈. 소복소복 쌓이기 시작한 눈송이가 어느새 내 키 만큼이 되는 꿈. 봄 햇살에 언제라도 녹아내릴지언정.

근래 들어 잦은 꿈이었다. 괜히 마음 한 켠이 저려 오는 꿈. 더불어, 종종 가타무라의 꿈을 꾸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도 한 번을 꾸지 못 한 네 꿈은 언제쯤 꿀 수 있을까.

*

지하철로 뛰어든 A양을 온몸을 던져 구해냈다... ...

화면 속 뉴스 앵커가 보도를 전했다. 가히 눈길을 끄는 소식이었다. 네 이름을 읽어낸 건 그 다음 순간이었다.

수사 1과에서 근무하는 마사요시 리오 경부.

*

그새 푸릇해진 잎사귀며 따스해진 햇살에 눈이 부시다. 잠시간, 걸음을 멈춘 채로 감회에 젖어 본다. 바쁜 평일의 도쿄 거리를 거니는 것은 간만의 일이다. 무엇보다도, 먼발치 굳건하게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시청본부가 눈에 띈다.

채 걸음할 용기가 나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쓰게 웃으며 건물을 등져 본다. 아직은 제 세상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의 반증일까.

얼음이 담긴 커피잔, 그리고... ... 덩그러니 반쪽짜리 고양이 그림. 마사요시 경부에게 전해 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경시청 건물을 나서는 반가운 얼굴에게 건네 주었다. 반가운 얼굴, 그러니까... ... 긍정의 답을 내놓은 모모 스모모가 네게 전할 커피잔을 받아든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저릿한 기분을 느낀다. 건물 입구에 기대어 서 수사 1과 쪽 창을 물끄럼 바라본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게 더 나은 법이라고.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