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게이트3

[미리보기] 게일 데카리오스는 연애가 하고 싶어!

9월 22일(일)에 개최 예정인 제27회 디페스타에서 발행할 소설 미리보기 및 안내

연성창고 by 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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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블로그에서 발행한 게일 데카리오스는 연애가 하고 싶어!를 바탕으로 한 수정본 입니다.

기존에 발행한 글과 제목과 기반만 같지 많이 달라질 예정입니다.

책 사이즈는 A5로 소량만 현장판매 할 예정이며, 행사 종료 후 당일 본 블로그에서 유료 웹발행 예정입니다.

이하 미리보기


셀렌 서머필드에게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슬슬 가족들을 볼 때가 된 거 같아 고향인 발더스게이트로 귀향길에 오르자는 마음을 먹던 즈음이었다. 발더스게이트의 옆 도시인 엘터렐이 갑작스럽게 지옥으로 떨어졌다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 아닌가? 거기다 절대자의 교단이라는 수수께끼의 사이비 교단까지 판친다는 소리가 들려오니, 불안해진 셀렌은 서둘러 자신의 애마를 재촉하며 귀향길에 올랐다.

그렇게 간신히 발더스게이트의 외곽도시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엘터렐에서 피난 온 다수의 난민 행렬과 더불어 갑작스레 생긴 까다로운 출입 심사에 며칠을 씨름했다. 간신히 그녀의 신원이 증명되어 출입이 허가가 되자마자, 일이 터졌다. 웬 거대한 뇌 덩어리가 상부 도시 밑을 뚫고 나왔다.

그 뒤는 셀렌 본인도 대체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사람들의 비명, 아이들의 울음소리, 드래곤의 포효, 어디선가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마인드 플레이어들……. 몇 시간동안 정신없는 지옥이 눈앞에 펼쳐졌고, 갑작스레 끝났다.

그리고 셀렌은 한순간에 가족을 잃어버렸다.

상부도시는 재앙을 잊기 위해 빠르게 그 모습을 되찾아갔지만 죽은 사람까지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셀렌의 가족들처럼. 그녀는 장례를 치르고, 유산을 정리하고, 저택 부지를 경매에 넘겼다.

발더스게이트는 그녀의 출신지이기는 했지만 뼛속 깊이까지 고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바드로서 공부하기 위해 수학했던 실버리문을 고향으로 여기고는 했다. 그녀가 정기적으로 발더스게이트로 발걸음을 했던 것은 오직 가족들을 위해서였으나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녀는 미련 없이 가족을 잃은 슬픔만을 가지고 발더스게이트를 떠났다.

지친 몸과 정신으로 실버리문에 도착하니, 모교인 해럴드 대학 교수로 일하는 동창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워터딥의 뉴올램 대학에서 기간제 강사를 구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셀렌을 추천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발더스게이트에서 실버리문까지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인한 우울한 마음으로 여행을 이어온 그녀는 요양 차원에서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하여 방문한 워터딥은 정말 정신없었다. 사람 많지, 도로는 마차와 말들로 꽉 찼지, 공용 화폐를 안 써서 환전해야 되지, 거기다 장기 체류를 위해 작성해야할 서류는 뭐 그렇게 많은지.

정신없는 정착 밑준비를 끝내고 나니 이번에는 기간제 강사의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보기보다 쉬운일이 아니었고, 셀렌은 하루하루를 소화해내는데 벅참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퇴근을 하던 어느 날, 지나가던 길에 가게에서 나온 남자와 서로 부딪치고 말았다. 서로 재빠르게 사과하고 지친 발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남자가 저를 불렀다.

“저기요!”

불려 세워진 셀렌은 의아하게 뒤를 돌아보았고, 남자는 허겁지겁 다가와 자신에게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셀렌이 망가진 저택 부지에서 챙긴 몇 안 되는 가족의 유품이 든 주머니였다.

“떨어뜨리신 것 같습니다.”

“아, 고마워, 요……. 읏.”

감사 인사와 함께 주머니를 받아드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미, 미안해요. 이럴, 려던게 아니라……. 흑…….”

서둘러 눈물을 닦아냈지만 창피하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남자는 당황한 듯 서둘러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어 근처 벤치로 가 앉히고는 난데없이 눈물을 터뜨린 자신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 손수건을 받자 셀렌의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듯이 터져버렸다. 그녀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남자는 그런 자신의 등을 말없이 두드려주며 달래주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던 그녀는 자신의 눈물과 콧물로 잔뜩 젖은 손수건을 보고 나서야 현실감이 들어 정신을 차릴 수야 있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미안함을 담아 말했다.

“……저, 손수건은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냥 가지세요.”

하긴 남의 눈물 콧물로 더럽혀진 손수건을 세탁한다 해도 찜찜하긴 할 거다. 문득 든 부끄러움에 셀렌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셀렌은 이제는 몰려오는 창피함에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터뜨린 자신에 대한 창피함에 몸을 비틀고 싶었다. 결국 먼저 어색한 침묵을 머뭇머뭇 먼저 깬 것은 셀렌이었다.

“저어, 정말로 미안해요. 최근에 가족을 한번에 잃어서 요양 차 워터딥에 온 건데 여전히 잘 적응을 못해서……. 그것 때문에 갑자기 터졌나봐요. 정말로 미안해요.”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워터딥에서 생활이 많이 힘드신가요?”

횡설수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그대로 입에 담자 남자는 그저 다정하게 받아주었다. 그 다정함이 고마워 셀렌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고는 안 물어본 이야기까지 대답했다.

“힘든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영 낯설어서요. 교사를 하고 있는데 처음이라서 더더욱 그런가 봐요.”

“교사가 된지 얼마 안됐나요?”

“기간제 강사이기는 하지만 아직 3개월차에요……. 누구를 가르치는 건 어려운 일이어서 더욱 그랬나봐요.”

조금 창피하면서도 후련한 기분으로 멋쩍게 웃어보이며 대답하자 남자는 무엇이 그리도 반가운지 갑자기 제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우연이네요. 저도 아직 교수가 된지 3개월 차입니다. 아, 게일 데카리오스라고 합니다. 저기 블랙스태프 아카데미에서 환영학을 가르치고 있죠. 혹시 괜찮다면 함께 식사하시지 않겠습니까? 늦게까지 영업하는 데를 알고 있거든요.”

셀렌은 잠시 그를 멀뚱멀뚱 보며 그가 제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잠시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윽고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데이트 신청이에요?”

“어, 음, 그렇게 들렸나요?”

“이 시간에 같이 식사하자고 하면 보통 그렇게 들리죠?”

자신의 대답에 남자는 조금 머쓱해진지 손을 거두려고 했지만 셀렌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셀렌 서머필드에요. 저기 뉴올램 대학에서 기간제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실은 아직 이 근처 지리를 잘 몰라서 그런데, 괜찮은 가게를 소개시켜주신다면 저야 좋죠.”

맞잡은 손의 온기가 전해져왔고, 셀렌은 그에게 수줍게 미소지어보였다.

게일과 셀렌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아무래도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 선생님들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 엇비슷했었고, 그걸 시작으로 서로에 대해서 점점 허물없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매 휴일마다 만남을 가졌다. 아직 워터딥의 지리가 영 익숙치 않은 셀렌을 위해 게일은 그녀를 데리고 워터딥 곳곳을 알려주었다.

떠돌이 바드였던 그녀를 위해 게일은 캐슬 구에 위치한 오그마의 신전인 지식의 서체를 소개시켜주기도 했고, 어느 날은 게일이 단골로 다니는 서점에서 서로에게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어느 날은 트레이드 구에서 맘껏 쇼핑을 즐겨보기도 했으며, 어느 날은 사우턴 구의 맛집들을 소개받았다. 또 어느 날은 노스 구에 위치한 카페의 야외 테라스 석에서 하염없이 수다를 떨기도 했고, 어느 날은 게일이 피크닉을 즐기자며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는 씨(Sea)구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영웅의 정원에서 느긋하게 피크닉을 즐겨보기도 했다.

게일의 도움을 받아 셀렌이 워터딥에 천천히 적응해 나갈 때 즈음, 그녀는 뒤늦게야 게일에 대한 유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워터딥을 대표하는 유명한 대마법사이자, 발더스 게이트에서 일어난 일리시드 사태를 해결한 영웅 중 하나라는 사실 말이다.

후자의 사실을 알았을 때는 복잡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셀렌은 그저 말없이 흘려보내기로 했다. 재난 속에서 사람은 죽거나 다칠 수밖에 없으며, 영웅이 재난 속에서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게일을 무작정 미워하거나 탓하기에는 그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좋은 사람이었다.

게일 데카리오스라는 남자는 참 기묘한 남자였다. 매 휴일마다 데이트나 다름없는 시간을 몇 번이나 보냈는데, 그는 아직 저에게 키스 한번 하지 않았으니까. 셀렌은 종종 그와의 관계를 자신만이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그의 눈동자를 보면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고, 입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간혹 그가 자신과 같은 기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노을 지는 항구를 따라 걷는 귀갓길. 셀렌은 잘 모르는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즐겁게 떠드는 게일을 바라보다가 그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까치발을 들어 그에게 키스를 했다. 입술 너머로 그가 굳어버린 것이 느껴져 무심코 귀엽다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짧은 입맞춤을 끝내자 게일은 당황한 듯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드물게 말을 더듬었다.

“어, 그러니까, 이건, 많이……당황스럽네. 아, 싫다는 건 아니야! 싫은 건 아닌데 그러니까…….”

“……불쾌했어?”

“아니야! 절대! 절대 그런건 아니지만……. 나는, 그러니까…….”

혼란스러워하는 그 모습을 보며, 셀렌은 조용히 자신의 착각을 곱게 접어 버렸다. 너무 힘든 일이 있다가 그와의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저도 모르게 착각을 해버린 것이다. 그도 저에게 마음이 있을 거라고. 셀렌은 혼란스러워 하는 그를 두고 말했다.

“혼란스럽게 해서 미안해. 나는 우리가 같은 기분인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나봐. 너만 불편하지 않다면 친구로 지내도 될까?”

막 고백했다가 차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태도에 게일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와중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셀렌은 애써 씁쓸함을 감추며 그를 이끌고 말없이 귀갓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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