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

세나메이

1차 by RE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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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일을 그닥 달가워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 본인의 생일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그는 아이돌이 되기 전까지 한 번도 생일을 챙겨받은 적이 없다. 없는 이의 탄생을 축하할 사람은 없는 법이다. 아이돌이 되고 난 이후엔 팬들에게 제법 사랑받아 왔지만, 그는 그것에 고마워하면서도 한번도 직접적으로 와닿지 못했다.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감각.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 그러니 다른 사람의 생일을 챙기는 데에서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교환하는 행위. 상대의 의미를 구태여 입밖으로 말하고 답례를 표하는 것.

그러니 그는 제 연인의 생일을 준비하면서도 생각에 빠졌다.

아이돌의 생일은 그조차 일종의 물성을 지닌다. 컨텐츠로써 활용되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연스러운 축하와 언어들 사이에 카메라가 끼어들어 그 모든 일들을 기록하고, 팬들은 그를 보며 환호하거나 기뻐한다. 그가 태어난 이래 그에게 있어 생일은 항상 그러한 가치를 지녔다. 팬들을 위한 상황설정, 인터넷에 업로드되는 이야기. 상대나 그 본인을 고려할 무언가는 아니다. 그는 선물을 섬세하게 고르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상대를 생각하며 물건에 손을 뻗는가?

단지 팬을 위한 거라면 이미지에 맞춰 주면 될 법한 일이다. 적당히, 허당이고 작곡을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이라던가, 작곡에 필요한 노트북 정도면 괜찮겠지. 상대도 좋아할 법 하다. 상대는 음악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이를 아꼈다. 구태여 다른 것을 고를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 곳에 왔다. 온갖 달콤한 것, 디저트와 휴식에 필요한 허브 따위를 들고. 그는 제 자신조차 이해하질 못해서 눈을 깜빡인다. 그야 싫어하진 않겠지. 그러나 기존에 떠올린 그것들보다 좋아할까? 아니, 싫어하진 않을 것이다. 팬들도, 예상과는 다르겠지만 이것조차 어떤 다정함의 편린으로 받아들여 줄 터다. ⋯변명이다. 굳이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갈 이유가 없다. 그는 명징한 갈래를 두고 혼자 오랫동안 고민한 끝의 끝에서야, 날 다 지나기 직전에 선물을 손에 들었지 않은가.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터덜터덜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이미 한바탕 생일파티가 지나가고, 남은 건 생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대와 한밤 중까지 불 켜진 방 안이다. 그는 아무런 꾸밈도 없이 들고 온 선물을 상대 앞에 턱 내려놓았다.

상대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가 찰나, 기쁨으로 펼쳐진다. 환히 웃는 얼굴이 꽃처럼 피어난다. 휘어진 눈매, 진심으로 기꺼워 하는 마음, 그런 것들이 흘러 넘친다. 그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축하의 말을 덧붙여야 할 텐데 그조차 없이 그저 눈을 크게 뜬 채, 홀린 것 마냥 현재에 집중하고 있었다. 꼭 압도당한 것 처럼,

카미키 세츠나가 말했다. “정말 고마워, 메이.”

그는 그 순간에야 어쩐지, 생일의 의미를 알아차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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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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