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2편 나올지는 저도 모름
두 사람은 소꿉친구였다. 어릴 적 파티에서 만나 또래 아이가 으레 그렇듯 금방 친해졌고 왕래도 자주 하다보니 특히나 그러했다.
백작가의 딸이래지만 활발한 푸름은 늘 카지를 데리고 숲을 탐험하거나 하는 평민이었다면 골목대장과 같았을 사람이었다.
카지는 그런 푸름이 좋았다. 친구가 없는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서 친구가 되자는 말도 전부. 어린 소년의 마음이 그렇듯 푸름은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백작가의 사람이래지만 귀족의 허례허식 따위 없이 솔직한 모습의 푸름. 동경하는 푸름은 언제나 누군가와 잘 어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카지는 늘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친구도 금방 사귀어 부러워. 그런 동경심, 그리고 마음 속에는 잘 모르는 감정. 부러우면서도 질투하고 있었다.
그런 카지의 질투가 더 깊게 퍼진 것은 우연한 계기.
"카, 카지...! 어떡하지? 정원사 아저씨가... 심하게, 다쳤어!"
높은 나무를 가지치기 하다가 추락한 정원사의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어, 어쩌지... 세상에... 푸, 푸름아..."
어른을 불러야한다. 놀란 카지가 어떻게 할 지 모를때 푸름은 자기도 모르게 발현한 능력. 극 소수의 사람만 발현한다는 백마법의 능력. 누군가를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강한 사람에게 생긴다는 백마법은 카지에게 있어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정원사 아저씨, 상처가 멎었어..."
"푸름아... 그거는 뭐야?"
"아, 미안! 카지에게 내내 숨겼네... 나 그, 백마법의 계승자라고 해서."
부럽다. 그 생각과 함께, 푸름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카지는 망연자실하게 있었다.
부러움, 시기, 질투. 카지는 마법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었는데 푸름은 자기도 모르게 백마법을 발현해서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사실도 전부, 모든 사람들이 푸름을 칭찬하는 것도 부러웠다. 푸름을 좋아하면서도 싫었다.
'푸름이는... 비겁해.'
모두가 좋아하고 모두가 동경하고, 자신도 좋아하고 동경하고. 전부 다하려는 푸름이 미웠다.
"푸름이는... 주인공이고..."
"카, 카지!? 어디가!?"
푸름은 그 날을 뒤로 카지를 볼 수 없었다. 소꿉친구는 어디로 갔을까.
카지는 저택에 허둥지둥 돌아오자마자 한참 구역질 났다. 푸름에게 사과해야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제 자신이 미웠다.
"푸름이에게 사과해야하는데..."
으레 소년이 그렇듯. 어린 마음은 금방 누군가가 보채면 상처가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이미 상처가 생긴 소년은 집 어딘가 책장에서 소년의 부름에 응하듯 툭, 떨어진 책이 눈에 보였다.
책은 어딘가 수상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그렇듯 카지는 마치 자신에게 어떤 것이 속삭이는 느낌이었다.
이게 있다면, 푸름을 이길 수 있어.
책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카지는 책이 있는 곳으로 발을 조금씩 떼고 있었다. 푸름을 좋아하면서 점차 어딘가 싫어지는 제 마음과 함께. 그러면서도 푸름을 이기고 싶다. 주인공이고 싶다는 욕망이 카지를 뒤엎었다.
책은 흑마법이었다. 푸름을 이길 수 있다. 그런 욕망이 어린 소년을 뒤덮었다.
히죽.
소년은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이길 수 있을거다.
너를.
"...기다리고 있어. 푸름."
너덜너덜하고 조각난 마음의 상처는 더욱 벌어진 채 화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긴 세월이 지나기 시작했다.
벌써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가 된 푸름은 거울을 보면서 제 옷을 확인했다.
아카데미는 귀족과 평민이 혼합되어있고 그 중에서 마법에 능한 사람만 다니는 곳으로 신분, 성별, 나이, 국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푸름은 제 짐을 다시 챙겼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친구를 또 만나고 싶기도 했지만 여전히 신경쓰였다.
'카지, 잘 있을까...'
푸름이 백마법을 계승했다는 것을 숨겨서일까. 거짓말을 해서? 몇가지 생각을 하며 기차 역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보았다.
만약 카지를 한번 더 볼 수 있다면 또 다시 친구를 할 수 있을까? 불확실한 생각이 푸름을 스쳤고 어린 카지의 얼굴이 여전히 생각났다.
무엇보다 불편했다. 카지가 갑자기 망연자실한 얼굴과 함께 도망치듯 가서 그 뒤로 완전히 카지를 볼 수 없다는 것도.
그때가 푸름의 나이 일곱살이었으니까 지금의 카지는 열여덟일려나. 카지 또한 뛰어나다고 생각한 푸름은 혼자 계속 창밖을 보다가 이윽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역에 내려 도착한 푸름은 가방을 드르륵 끌고 목적지로 향했다. 온갖 학생들이 모이는 곳. 여기서라면 혹시 카지가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며 기웃거리던 푸름은 아차 싶어서 다시 안내서를 보며 걸었다. 이 학교는 상당히 크다. 아무래도 이 대륙의 모든 국가의 마법에 능한 학생이 모여서 그런 것도 있었다.
푸름은 지도를 한참 쳐다보며 걷다가 누군가랑 쿵, 부딪히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죄, 죄송 합... 니..."
그리고 그 위를 올려다 보자.
"......"
익숙한 모습이 있었다.
어릴 때는 머리를 내렸지만 지금은 위로 묶어 올린 사내.
"카... 지?"
"......"
길어서 얼굴을 많이 가릴 정도로 앞머리를 내린 모습도 그렇고 카지가 맞았지만 꽤나 달라진 분위기에 푸름은 눈을 크게 깜빡였다.
"카지, 오랜..."
"오랜만이야."
"아, 응... 우리 몇년 만이지? 한... 10년?"
"......"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다. 순수하게 웃던 카지의 모습과 다르게 지금의 카지는 어쩌면 불량아로 보일까 싶기도했다.
"나 강해졌어."
"응?"
"...죽도록 노력해서. 강해졌어."
순간 푸름은 갑자기 서늘한 감각과 함께 자신의 배가 뚫린 것 같은 착각이 크게 들었다. 배는 찔리지 않았다. 구멍도 없고 피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심이 갑자기 자신을 잡아먹고 있었다.
"카지, 아직... 화났어? 내가 숨겨서?"
카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푸름을 내리깔아 보다가 중얼일 뿐이었다.
"뭐가?"
오랜만의 재회가 최악이라는 듯이 푸름은 그대로 자리에서 멀어지는 카지를 보며 친구와 다시 가까이 할 수 없는 걸까 싶었다.
"하아... 하아..."
기쁨? 희열? 카지는 이윽고 제 강함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에 왔다는 것이 기뻤다.
"올거라 믿었어."
푸름이 정말 싫었다. 동시에 사랑했다. 아직도 카지는 푸름을 좋아했다.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불과 몇년전의 이야기였다.
푸름이 빛으로 나아갈 동안 카지는 끝없는 심연으로 빠졌다.
"맞이하러 갈게."
거울을 보던 카지의 모습은 완전히 어릴 때와 달라졌다. 짙은 다크서클, 머리를 묶었고 귀에는 피어싱을 여러개.
행운은 카지의 편인 것 같았다.
"너를 쓰러뜨리고."
내 강함을 증명할 것이다.
카지는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카지가 책을 연 그 날부터 가끔씩 들리는 말이 들렸다.
검은 뱀이 죽은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 그림자 밑에서는 모든 것들이 숨을 멈춘다.
마지막 모티브
여기서 모티브 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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