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

카지푸름 번외편 이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푸름은 제 품에 있던 것을 뒤로 숨겼다. 의리 초콜릿이라기보단 조금 다른 의미의 초콜릿이라서 더욱 부끄러웠다.

모처럼 직접 만들어 본 것이라 잘 되었을 지 모르겠고 선물을 줄 대상을 초대하고 부실에서 기다리며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좋아, 카지가 들어왔다고 생각하자. 카지가 들어오면 안녕? 그렇게 말하고 초콜릿은 카지랑... 음, 배틀 끝나고...? 언제 주는게 맞지...'

으레 청소년기가 그렇듯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신경 쓰이기 마련이라 황급히 푸름은 거울을 보았다. 옆머리를 한쪽을 항상 땋다보니 혹시 이게 이상할까 싶어 만지작이고 있었다.

"우음..."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까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걸지도 모른다.

푸름은 포장지에 들어있는 초콜릿을 보았고 이걸 만들때 고생했던 자신을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근거리는 마음. 그리고 이윽고 상대방이 부실에 들어왔다.

"저기, 푸름아! 무슨 일이야? 이렇게 부르고."

불려온 소년은 제 머리 한가닥을 잡곤 매만지고 있었다. 금빛 눈동자는 의아하단 표정과 함께 무슨 일인가 싶었고 단 둘이 있는 상황에 잠깐의 침묵과 함께 푸름은 품에 두었던 것을 소년의 품에 주었다.

"카, 카지! 이거... 줄게!"

"이건 뭐야? 초콜릿?"

카지는 제 품에 잡힌 초콜릿을 보고 멀뚱멀뚱 서 있다가 푸름을 한번 보고 초콜릿을 보았다.

"나 주는거야?"

"아, 응! 그럼 카지 먹으라고 주는 거지 뭐, 뭐겠어!"

카지는 그걸 받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무엇보다 푸름이 이렇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대로 의자에 앉더니 제 볼을 긁적이다가 그 자리에서 받은 초콜릿의 포장을 까기 시작했다.

"이런거 받는 건 처음이라서... 니헤헤..."

푸름은 얼굴을 똑바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푸름이 조금 이상해... 마치 나 처럼 그러고 있고 어디 아파?"

"아, 아니야! 그냥... 조금..."

"니헤헤... 그럼 나 지금 먹어도 돼?"

"아, 응!"

푸름은 제 눈앞에서 초콜릿을 똑, 부러뜨리곤 입에 넣곤 맛있다고 하는 카지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 싶었다.

"그, 그럼 나는 가볼게!"

"잠깐만. 푸름아."

카지는 푸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방긋 웃더니 양손을 꼭 잡기 시작했고 이윽고 앉아있는 자신에게 당기더니 이마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으... 응? 아, 우... 뭐, 뭐가...?"

"초콜릿... 이거 누나가 그랬는 걸. 푸름이는 그럼 내가 시골에서 자랐다고 다 모를 거라 생각한거야? 발렌타인에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준다고 했어."

"아, 나는... 그게, 카지..."

"니헤헤, 그럼 나도 푸름이에게 다음 달에 갚아야겠네?"

"다음 달?"

"응... 다음 달은 화이트 데이라고 누나가 그랬어.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사탕을..."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에 푸름은 얼굴이 귀까지 빨갛게 변하고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나, 푸름이를 정말 소중히 생각하니까... 이렇게 소중한걸 받아서 정말 기뻐."

이걸 카지는 별다른 것도 없이 말했고 푸름은 이게 무슨 뜻인가 싶어 새빨갛게 되어있었다. 도시 사람인 자신보다 시골 소년인 카지가 더 선수 같았다.

"초콜릿. 잘 먹을게."

바로 똑, 초콜릿을 부러뜨리곤 카지가 푸름의 입 근처에 두었다.

"아~"

"어?"

"푸름이도 같이 먹자."

"카, 카지... 그게, 아, 알았어..."

그리고는 마침 리그부에 오려던 제빈은 멀찍이 그걸 보고 있었다.

"휘유~ 카지, 둘만 있고 싶다고 그렇게 부탁하더니 이거였나?"

그리고는 다시 되돌아 갔다.

"맞아, 푸름아. 저번에 준 과사삭벌레 말야."

"응?"

"잘 지내?"

"응! 매일마다 같이 하고 있어. 그건 왜?"

"응... 좋아서."

카지는 그렇게 말하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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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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