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사냥꾼: 야마토 2
“어, 귀 뚫었네?”
학교에 가던 중에 야마토의 변화를 눈치 챈 타이치가 아는 척을 해 왔다. 술사들 중에서는 액세서리와 같은 금속을 이용해 기운의 운용을 돕는 경우가 많다고 했으니 특이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얼마 전 야마토는 제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귀걸이가 짜증 난다며 모두 빼지 않았던가. 귓바퀴에 새로 걸려 있는 작은 피어싱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야마토는 예의 그 귀찮다는 얼굴로 타이치를 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야마토와 타이치는 반이 달랐다. 중학생 때는 3 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갈라졌다. 야마토는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 귀찮은 얼굴에게서 잠깐이라도 해방되고 싶었다. 수업 중에 창가를 내려다보는데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던 타이치가 눈에 들어왔다. 체육 수업인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발로 공을 통통 튕기고 있는 모습이 능숙했다. 그러다 곧 주변에 있던 누군가 웃긴 이야기라도 했는지 크게 웃는다. 야마토는 펜을 빙글빙글 굴리던 손을 멈췄다. 간질간질, 배가 아팠다.
오후에는 의뢰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수업을 빠졌다. 야마토에게는 허드렛일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작은 사냥이었는데 술사에게는 첫 사냥이었기 때문에 야마토가 그 뒤를 봐주게 된 것이다. 오늘은 기운이 막히지 않아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야마토 님은 혼혈이시죠?” 술사가 말을 걸었다.
“야마토 님이 사냥하시는 걸 본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야마토 님이 인간이 아니라서 그럴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저도 언젠가는 야마토 님처럼 될 수 있겠죠?”
들뜬 목소리가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에 악의라고는 없다. 야마토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입술을 씹었다. 상대는 자신보다 한두 살은 어리고 이제 막 실전에 나온 사냥꾼이다. 처음부터 나쁜 기억을 심어 주지 말자고 속으로 새기지만 순식간에 짜증이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감정적으로 굴지 말라고 속삭이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은 야마토가 이를 악물었다.
야마토는 산산이 깨져 사방에 널브러진 짐승의 사체를 바라봤다.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는 순간 움직임을 막기 위해 손을 뻗었더니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꽝꽝 얼어서는 갑자기 부서져 버렸다. 힘이 넘치는 느낌 같은 건 없었는데……. 야마토가 당황하던 사이에 달려온 어린 술사가 감탄으로 눈을 빛냈다. 부서진 피어싱이 귓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팔이 시렸다.
“피어싱은?”
야마토의 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한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던 팔을 주무르던 야마토가 대답을 고르듯 고개를 작게 기울였다.
“부서졌어.”
“또?”
“응, 별거 아니야. 신경 꺼.”
“팔은?”
“신경 끄랬다.”
야마토의 대답에 타이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가,
“야!”
야마토의 팔을 잡아챘다. 야마토가 인상을 찡그리고 손 위로 물방울들을 만들어 내려고 했지만 결정이 되는 것을 보고 급하게 거두었다.
“왜 이렇게 차가워?”
“뭐가.”
“어제 무슨 일 있었어?”
“팔이 얼음장인데.”
“인간이 아니라 그런가 보지.”
“야, 야마토…….”
귀찮다는 듯이 대꾸하며 팔을 빼는 야마토를 보면서 타이치가 타박하듯 이름을 불렀다. 어쩐지 언짢은 듯한 타이치의 표정을 가만 바라보던 야마토가 이내 먼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야마토의 발차기를 가볍게 피한 타이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마토, 왜 이렇게 싸워?”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다리를 향해 발길질이 날아오고 타이치는 폴짝 뒤로 몸을 피하며 가만히 바라 봤다. 주먹을 풀고 몸에 힘을 뺀 채 무방비하게 서 있는 타이치를 본 야마토가 허리에 손을 올리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뭐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뭘.”
“왜 이렇게 싸우냐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얼음이나 물 같은 거 날리고……. 그게 네 방식이잖아.”
“네 방식에 맞춰 주는 거잖아. 불만 있냐?”
타이치는 대답 없이 야마토를 바라본다. 야마토는 타이치의 눈빛이 꼭 저를 낱낱이 훑어보려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속 할 거야, 말 거야?” 야마토가 묻자 타이치가 야마토를 지나쳐가며 대답했다. “오늘은 안 할래.”
그날 저녁에는 타이치가 없었다. 아버지 말로는 잠시 외출을 하겠다고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야마토는 타이치의 행선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친구라도 만나러 갔나 보지. 수더분한 성격이니 어울리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태생을 둘러싼 소문을 차치하고 녀석은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에 속했다. 웃는 얼굴이 떠오르고, 팔이 시렸다. 어머니에게 다녀오는 편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준비를 하는데 타이치가 돌아왔다. 타이치는 노크를 꼭 세 번 했다. “야마토, 자?” 문을 열어 주자 타이치가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뭐야?” 야마토가 묻자 불쑥 내민다. 야마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것을 받아들고 열어 봤다. 피어싱이었다. 그것도 야마토가 뚫었던 개수에 맞는.
“잘 몰라서 아무거나 사 왔어. 우선 이거라도 해.”
“무슨…….”
“힘 조절 안 되는 거잖아.”
“…….”
“다음에는 제대로 된 걸로 선물해 줄게. 잘 자.”
타이치가 문을 닫고 돌아갔고 야마토는 온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부끄러웠다. 팔이 더 이상 시리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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