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변하는 것

조각조각 by 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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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보기 드물게 푹 잤다. 잠에서 쉽게 깨지 못해 억지로 일으켜서 욕실로 밀어 넣어야 할 정도이니 푹 잤다라는 말보다는 잠에 취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야마토가 이렇게 된 지는 6 개월이 조금 넘었다. 원래 야마토는 잠에 드는 것도 한참 걸리고 겨우 잠에 든다고 하더라도 인기척이 들리면 귀신같이 깼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일도 없었는데 그나마 비가 내리는 날에 이렇게 잘 수 있게 된 것은 야마토의 손목에서 푸르게 빛나는 비늘을 발견한 뒤부터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던 그것을 본 야마토는 당황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처음 보는 것이 무언가 외부에서 붙은 줄 알고 떼어 내주려고 잡아당겼더니 야마토의 신음과 함께 떨어진 피부 위에서는 붉은 액체가 송글송글 맺혔다. 타이치는 당황했고, 또 놀랐다. 이것은 야마토의 피부에 단단히 붙어 있던 것이 아니라 피부와 같은 것이었던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야마토는 자신을 노려봤고 타이치는 손에 들린 얇고 버석거리는 물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더듬더듬 사과했다. 미, 미안……. 야마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어라고 했다. 타이치는 타케루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알아듣기는 했다. 격세유전으로 발현되는 것이 야마토에게 내려온 거라고도 했다. 보통은 어릴 때부터 인어의 태가 나는데 야마토는 나이가 들 때까지 인간과 다를 바 없어 어른들이 타케루를 의심했다는 것과 둘 모두에게 인어라고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아서 안심했다는 것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야마토는 수영을 잘했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타이치는 어쩌면 관련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쓸모없는 생각을 떠올렸다.

인어는 사람을 잡아먹는다던데. 타이치의 중얼거림에 야마토가 막 비늘이 돋아난 팔을 연신 긁으면서 헛소리라고 일갈했다. 너도 울면 막 진주고 그래? 비늘 근처 피부가 온통 붉어진 야마토가 한숨을 내쉬고 욕실로 자리를 떴다.

목에 드러난 비늘이 더 늘었다. 푸른색의 비늘을 하나둘 세어 보던 타이치는 확실히 저번보다 늘어난 수에 야마토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알고 있는 것과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다. 타이치는 야마토가 자신과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이 상상도 가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에 야마토는 비늘을 숨기는 것을 어려워했고 그럴 때면 타이치의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타이치는 야마토의 비늘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세어보거나 처음과 달리 퍼석하지 않고 매끄럽고 빛을 품은 비늘을 넋 놓고 바라보고는 했다. 평소에 야마토는 비늘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집에 있는 날이면 보통은 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야마토.”

“…… 응.” 이럴 때면 대답은 보통 한참 뒤에야 돌아온다.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아?”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터라 배가 고팠다.

“…….” 야마토는 인상을 찡그리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초밥 먹을래? 이제 이런 거 못 먹나?” 타이치는 얼굴로 날아오는 베개를 간신히 막았다.

다음 날은 날씨가 개었다. 창밖으로 햇볕이 쏟아졌고 야마토는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너무 많이 잔 탓이다. 비가 오고 난 다음 날이면 종종 이랬다. 타이치는 서랍에서 진통제를 꺼내 물과 함께 건넸다. 약은 야마토가 이렇게 된 이후에 넉넉하게 사 두었다.

목에 돋아난 비늘이 햇빛을 받아 말 그대로 반짝였다. 타이치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가져다 대려다가 야마토가 기분 나빠할까 걱정하며 황급히 거뒀다. 진통제를 두 알이나 삼킨 야마토는 컵에 가득 찼던 물을 모조리 마시고는 말했다. “만져도 돼.” 타이치는 다시 손을 뻗었고, 비늘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차가웠다.


과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마토가 자신의 집에 들르지 않은 지가 2 주일이나 지났다. 그 사이에 비가 두 번은 더 내렸고 야마토의 비늘을 걱정하는 타이치의 전화에 야마토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대답했다. 타이치는 그 말이 싫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도서관에서 인어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흔하지는 않더라도 괴담 같은 일은 아니었는지 관한 내용이 적힌 오래된 책이 두 권 정도 있었다. 타케루에게 들었던 것처럼 격세유전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와 비늘이 완전히 돋아날 때까지는 1 년 정도가 걸린다는 것, 완전히 변한 인어는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는 것이 보통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비늘이 고통스럽게 탈각되는 경우가 많다고도 적혀 있었다. 그 외에도 타이치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인어의 비늘은 인어의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어느 누군가는 남편을 열렬히 사랑해 피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도 모자라 비늘 위로도 또 다른 비늘이 자랐다는 이야기가 설화처럼 적혀 있었다. 타이치는 그 모습과 야마토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가 곧 그만 두었다.

“야마토, 오늘도 안 와?”

「응, 봐야 할 게 너무 많다. 미안.」

“미안할 건 없는데. 그냥 보고 싶어서.”

「나도.」

야마토가 전화 너머로 작게 속삭였다. 보고 싶어. 타이치가 소리 내어 웃기가 무섭게 야마토의 전화 너머 제법 가까이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야마토, 여자 친구?!」 그리고 야마토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높아진 목소리.

「나중에 전화할게.」 타이치가 알았다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가 끊겼다.


여름이 일찍 시작 됐다. 날이 더워지자 야마토는 새 비늘이 돋아나던 곳마다 긁어대던 것을 멈췄다. 비늘을 숨기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타케루는 아마 야마토의 변이가 완전히 끝이 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야마토는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있으면서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쉽게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타케루의 추측이 전부였다. 완전히 변했다는 말이 동화 속의 구절처럼 낯설었다. 변이가 끝났다면, 그러고 난다면, 그 뒤는? 야마토는 이대로 여전히 자신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책 속에 적혀 있던 말처럼 바다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타이치는 반쯤 녹아 말랑해진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며 바삭하게 말라 떨어질 야마토의 비늘을 생각했다.

바다에 가자는 말에 노트북을 바라보던 야마토는 복잡한 곳은 질색이라며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라면 마지못해 갔을 거면서. 타이치는 야마토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무언가 속을 콕콕 찔렀다.

“인어는 어디서 지내?”

“무슨 소리야, 또.”

“야마토, 꼭 바다에서 살아야 해?”

“이상한 생각 좀 그만해.”

“그럼 이제 어떡해?”

“뭘 어떡해.”

“변했잖아.”

“변한 거 없어.”

“없어?”

“어, 더우니까 기대지 마. 과제하잖아.”

야마토의 등 뒤로 자신의 등을 맞대고 있는 힘껏 기대던 타이치는 변한 건 없다는 그 말에 괜히 몸 속 깊은 곳이 간질거렸다. 이상하네. 엄청 변했는데. 등 뒤에 무게 덕에 허리를 반쯤 굽히고 노트북을 두드리던 야마토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손을 뒤로 뻗어 타이치의 뺨을 쓰다듬었다. “변한 거 없어, 타이치.” 그렇게 말하며 뺨을 쓰다듬는 손의 손목에는 푸른 비늘이 반짝인다. “응.” 타이치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단단하고 차가운 비늘 위로 짧게 입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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