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꿈 1

조각조각 by 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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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야마토는 무척이나 다정했다.

비 맞은 자신에게 하늘색 손수건을 건네주었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품에 안고 아이에게 장난을 치듯 웃으며 기우뚱거리기도 했다. 품이 따뜻해서 가슴 한켠이 간질거렸다. 당연하게 손을 잡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는 느낌은 남아 있었다.

잠에서 깬 타이치는 몽롱한 와중에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참을 누워 있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돌연 둥글게 몸을 말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두근거림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고 사랑스러웠던 느낌은 선명해졌다. 좋았다는 말보다 이 말이 더 맞았다. 사랑에 빠진 연인을 바라보듯 설레던 그 눈빛과 감정들……. 타이치는 제 얼굴을 세게 꼬집었다.

아침 연습에 늦었다. 새벽에 그렇게 깨는 바람에 아침부터 피로가 몰려와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로 늦은 거냐는 부원들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 이상한 꿈을 꿨다고 대답했다. 반은 맞는 말 아닌가. 운동장을 뛰던 타이치는 창살 너머에서 가만히 서 있는 야마토를 발견했다. 베이스를 어깨에 걸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껏 삼켰던 꿈이 뱃속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 달리다가 멈췄다. 그러자 야마토가 손을 흔들었고, 자신도 반사적으로 손을 흔들려고 했으나 뒤에서 달려오던 다른 부원에게 부딪혀 흙먼지를 일으키며 운동장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미안하다는 사과와 그러니까 갑자기 멈추면 어떡하냐는 타박과 함께 몸을 일으켰을 때, 야마토는 이미 없었다. 뭔가 아쉬웠다.

연습이 끝났을 때에야 다리가 다쳤다는 걸 알았다. 무릎부터 정강이까지가 온통 긁혀 있었다. 수업 전에 양호실에 들렀다. 처치를 마치고 양호실을 나오는데 야마토가 서 있었다. 타이치도 알고 있는 야마토와 같은 반 반 여학생과 함께였다. 좋은 아침, 타이치. 야마토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어서 인사를 건네는 여학생에게 타이치는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응, 좋은 아침. 야마토가 옆으로 물러서서 길을 터줬다.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는 여느 날처럼 축구나 할까 했는데 움직일 때마다 쓸린 상처가 아파 관두기로 했다. 대신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 교실에 앉아 있었다. “타이치.” 책상 위로 초코우유가 올려지면서 익숙한 목소리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타이치는 앞에 선 사람을 올렸다 봤고, 익숙한 파란 눈과 마주쳤다. 야마토였다.

“아침에 다친 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야마토가 건넨 초코우유 겉에 붙여진 빨대를 잡아 뜯었다. 야마토는 주인이 자리를 비운 앞자리 의자에 걸터앉았다. 책상에 몸을 기대고 있던 타이치는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붙이며 괜스레 몸을 바로 세웠다.

“왜 왔어?”

“오면 안 돼?”

“점심시간에 연습하잖아.”

“하루 정도는 안 해도 돼.”

타이치가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고 마시는 동안 야마토는 말이 없었다. 오늘따라 타이치는 그 침묵이 거슬렸다. 소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야마토는 소라가 없으면 용건 없이 교실을 건너오거나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뭔가 속을 긁어서 타이치는 빨대를 짓씹었다. 야마토는 옆으로 앉아 책상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야마토의 귓가와 어깨, 머리카락, 손끝들에서 산란했다. 타이치는 그림자 진 얼굴을 보면서 지난 밤 꿈을 떠올렸다. 부드럽던 눈은 꿈과 달리 무언가를 베기라도 할 듯 날카롭고 시렸다. 그 차이가 또 속에서 뭔가를 일으키는 것 같아서 타이치는 저도 모르게 초코우유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고, 빨대와 그 틈을 통해 남은 액체가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튀어나왔다. 야마토가 돌아봤다.

“뭐해, 멍청아.”

야마토는 작게 웃으며 주머니를 뒤져 흰 손수건을 건넸다. 타이치는 그것을 받아들고 꿈속의 손수건과 실제의 손수건에 대해 생각했다. 하늘색일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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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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