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사냥꾼 1-2
야마토는 오염된 시신이 더 상하지 않도록 하는 술식을 미간에 적어 넣고 기운을 불어넣었다. 시신 두 구에 사람 하나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해야 할까. 몸 어딘가를 관통당한 자국들이 지저분했다. 날카롭지는 않다는 뜻이겠지. 야마토가 구역질을 참으며 시신을 살펴보는 동안 살아남은 사냥꾼이 말하기를 그것은 마치 새처럼 생겼다고 했다. 매처럼 날아와 까마귀처럼 쪼아 먹었다는 말에 쉽게 상상이 갔다.
타이치가 살아남은 사냥꾼의 어깨를 두드리며 틈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본 야마토는 더러워진 손을 씻어내고 그 옆에 다가와 서더니 타이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안 돼.” 그 말에 타이치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비죽인다.
“왜?”
“들었잖아, 날아다닌다고. 너 날 수 있냐?”
“한 번만 올라탈 수 있으면 돼. 크다고 했어.”
“꼭 네가 생각하는 새처럼 생겼을 거라는 보장 없다. 알지.”
“여긴 높은 곳 많잖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말은 이 근처를 못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뜻이거든. 별다른 준비도 없이 내 힘으로만 이 근방을 전부 봉인해야 하면 나는 못 움직여.”
“근처에 못 가게 할게.”
“그게 네 마음대로 되는 거면…….”
야마토가 한숨을 쉬며 타이치를 바라봤다. 타이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집스럽게 야마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러날 표정이 없는 얼굴. 잘 아는 얼굴이었다. 얘는 꼭 이럴 때 고집을 부리더라.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이 뭐 어떻다고. 못마땅한 표정의 야마토가 손을 들어 타이치의 머리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갑자기 뚝, 머리칼을 뽑았다.
“아! 아파!”
타이치가 그러거나 말거나 야마토는 금세 그것으로 화살을 두 개 만들어 냈고 별다른 설명 없이 타이치에게 건넸다.
“날개를 노려. 머리 말고.”
화살을 받아든 타이치가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났다. 타이치가 다시 조심히 시위를 놓자 야마토가 이번에는 타이치의 관자놀이 부근에 손을 댄다. 야마토의 손끝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눈까지 흘러들어오는 감각에 타이치가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눈앞에 고도가 다른 풍경이 겹친다. 야마토가 다루는 식신의 시야일 것이다. 깜박, 깜박. 눈을 두어 번 감았다 뜨자 불투명하게 겹쳐 있던 시야가 이제는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낯설지는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다. 야마토는 이런 느낌을 어떻게 다루는 걸까. 처음 야마토가 시야를 공유해 줬을 때, 너무 어지러워 헛구역질을 했던 기억이 났다.
“가자. 근처야.” 야마토가 손을 내밀었다.
짐승은 패널로 가려진 공사장에 앉아 있었고 타이치는 그곳이 겨우 내려다보이는 근처 건물의 옥상의 난간에 발을 올리고 섰다.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야마토가 근방을 봉인하는 주술을 시작한 듯 푸른빛이 허공을 향해 퍼졌다가 다시 땅에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야마토가 준 화살 하나를 손에 쥔 타이치가 시위를 당겼다. 땅과 하늘에서 일순 빛이 번쩍이자 잠들어 있던 짐승이 눈을 뜨는 것이 다른 것의 시야를 통해 보였다. 짐승이 기지개를 펴듯 날개를 퍼덕이고 서늘한 땅 위에서 날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타이치가 당기고 있던 시위를 손에서 놨다.
화살 두 개를 양 날개에 하나씩 박아 넣었을 때 타이치는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끌려가는 것을 느꼈다. 강한 바람에 등을 떠밀리듯, 보이지 않는 줄에 당겨지듯 공중에 뜬 타이치는 곧 자신의 몸이 어떻게 어디로 향하는 건지 알았다. 아, 이런 거구나. 급하게 검을 꺼낸 타이치가 짐승의 등허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착지하면서 목덜미 위로 검을 박아 넣었다. 까마귀와 같은 울음소리가 주변을 울리고 짐승이 몸을 비틀며 날아오른다.
날아오르던 짐승이 갑자기 허공에서 무언가에 부딪치는 바람에 타이치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몸에 박아 넣은 검을 제대로 붙들고 있지 않았다면 떨어졌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검을 잡아 빼면 떨어질 것 같았고 그렇다고 이렇게 매달려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지면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그 사이에 어떻게든 날개 하나는 자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데 야마토의 식신이 자신이 날개에 박아 넣었던 화살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바람이 제 발목을 붙잡듯이 맴돌고 있는 것이 그제야 느껴졌다. 설마. 타이치는 짐승의 등허리 위에서 납작하게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키며 박아 넣었던 검을 빼냈다. 중심을 잡기 어려웠지만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내려가면 고맙다고부터 해야지. 타이치가 검을 크게 휘둘러 오른 날개를 몸통에서 갈라냈다.
“…… 치……. 타이치!”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타이치가 감긴 눈을 떴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흙먼지를 들이마신 입이 텁텁했다. 야마토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채로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날카로운 결정들이 야마토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야마토의 손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 남은 날개로 어떻게든 날아보려는 짐승은 번번이 몸을 기울어지며 실패했지만 그러고 나면 곧 멀쩡한 두 다리로 둘을 향해 달려왔다. 야마토는 날카롭게 벼린 결정으로 발목을 베어내거나 자신들을 향해 빗발치는 날카로운 깃털을 투명한 장막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안 일어나?!”
윽……. 신경질적인 외침에 타이치가 억눌린 신음을 내뱉으면서 추락한 몸을 일으켰다. 맞다. 떨어졌지. 손을 두어 번 쥐었다 펴자 검이 다시 손안에 들어왔다.
“……. 못 움직일 거라더니.”
“너 때문에 어쩔 수 없던 거잖아! 일어나. 저거 재생하니까.”
그 말에 타이치가 다시 달려드는 짐승의 모습을 살폈을 때, 타이치가 베어냈던 곳에서는 마땅히 흘러야 하는 오염 대신 깃털이 박힌 작은 무언가가 돋아나고 있었다. 타이치가 일어나는 것을 본 야마토가 이번에는 날카로운 결정들을 바늘처럼 짐승의 발목과 다리에 박아 넣었다.
“처음부터 목을 쳤어야지, 날개를 치면 어떡해?”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거든, 야마토. 이번에는 목부터 칠 테니까 발 좀 묶어 줘.”
“알아. 가.”
타이치가 발을 떼는 것을 본 야마토가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발목에 박혀 있던 결정들이 발목을 얼리는 게 보였고 타이치가 검을 높게 치켜들며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타이치를 향해 짐승이 하나 남은 날개를 휘둘렀다. 깃털이 일어서는 것들이 보였지만 타이치는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곧 짐승의 날갯죽지에 커다란 얼음 결정들이 박히더니 강한 냉기와 함께 순식간에 얼어버린다. 측면에서 다시 무언가 박히듯 퍽, 하는 소리가 났고 쩌적거리며 얼어버린 날개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타이치는 비명을 지르는 열린 부리에 검을 박아 넣고 발로 차 넣었다.
타이치의 얼굴에 묻은 검은 것들을 손으로 닦아내 털어내던 야마토가 주변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염이 깊지 않아도 범위가 너무 컸다. 보고한다면 처리반이 올 테지만 그들이 와도 이런 범위 오염이면 열댓 명의 술사가 필요하거나 이틀 이상은 걸릴 것이었다. 아무리 틈이라고 해도 오염을 그냥 두었다가는 다른 짐승이 태어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야마토가 결국 팔을 걷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끝으로 땅 위에 무언가 써내려갔고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야마토가 적은 무언가를 중심으로 찰랑거리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틈을 닫은 야마토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타이치도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기운을 많이 쓰기는 했지.
“저녁 먹고 갈까?”
“씻기부터 하고 싶어.”
“업어 줄까, 야마토.”
“시끄러워.”
야마토가 팔을 들어 타이치를 타박하듯 밀었다. 잠시 휘청했지만 다시 중심을 잡은 타이치가 웃으며 일어나 야마토에게 손을 내밀었고, 곧 야마토가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자고 가, 야마토.”
“그럴 거야.”
“피자 먹을까?”
“그럴까?”
“맥주랑.”
“그러지, 뭐.”
타이치가 야마토의 팔짱을 꼈다.
전투씬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