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사냥꾼: 꿈
※ 타케루 편과 ㅁㅁ 님의 망상글에서 이어집니다.
조악한 주술일수록 형태가 명확하지 않다. 그럴수록 술법이 어떻게 발동할지는 술자에게 달려있는 법인데, 야마토가 주문서를 태우면서 생각한 것은 단지 불에 타 흩어지는 모습이었으므로, 폭 넓게 생각하자면 주문서에 담겨 있던 마력이 야마토의 마력과 섞여 공기 중으로 흩어졌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했다. 자신의 실수였다. 다행스럽게도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한다면 기억을 한 가닥 꺼내어 볼 수도 있었다. 주문서가 남아 있었더라면 그것을 흔적 삼아 술자가 가져왔던 꿈들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주문서는 이제 없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타이치의 기억을 건드려야 했고 그것만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신경 쓰인다는 이유로 연인의 머릿속까지 헤집을 정도로 상식 없이 굴고 싶지는 않다. 평소와 달리 타이치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잠에 들었고 야마토는 그것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찝찝했다. 뭘 본 걸까? 웬만한 일에는 쉽게 겁에 질리지 않을 만큼 짐승이든 악귀든 숱하게 봤을 사냥꾼을 어린아이처럼 울게 할 만큼의 꿈의 주인은 또 누구고?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주인과 동화된다는 것은 자신과 같은 사냥꾼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꿈은 틈과 비슷한 곳이고 사냥꾼은 그런 곳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또 어떻게 쥐고 흔드는지에 대해 아주 오랜 시간을 걸쳐 배운다. 꿈의 주인이 아주 마력이 강한 게 아니라면 타이치가 무너졌다는 뜻인데……. 어느 쪽이든 야마토에게는 좋게 들리지 않았다.
「보통 고등학생이었어.」
「친구들끼리 장난을 쳤구나 싶었지.」
「주문서에서 특별히 위험한 건 못 느꼈거든. 형도 그랬잖아.」
결국 야마토는 이 밤중에 주문서의 의뢰인에 대해 타케루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법을 선택했다. 타케루는 깨어있었는지, 아니면 야마토가 타이치를 언급해서인지 금방 답을 해 왔고 또 순순히 불었다. 확실히 타케루의 말대로 그랬다. 주문서에 특별히 위험한 건 느끼지 못했고 술자의 마력 역시 강하지 않았다. 다른 상대에게 주술을 걸려면 그 상대보다 더 강한 마력이 있어야 하거나 그만큼의 대가를 받쳤어야 할 텐데 그랬다면 자신이 느꼈을 것이다. 소득 없는 정보다. 타이치 씨는 괜찮냐는 메시지에 별일 없다고 회신한 야마토가 휴대 전화를 도로 협탁 위로 내려놨다.
그때였다. 유난히 몸을 동그랗게 말던 타이치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타이치?” 놀란 야마토가 따라 몸을 일으켰다. 타이치는 여전히 잠이 덕지덕지 붙은 눈을 하고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꿈꿨구나. 뺏어왔던 잠이 흘러넘쳤던 술법을 풀었을 뿐이지, 한 번 꾸었던 꿈은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제 야마토의 영역이 아니었다. 야마토가 손바닥으로 조용히 타이치의 등을 쓸어내렸다. 타이치가 다시 꾸물거리며 이번에는 야마토를 바라보고 누웠다.
“나쁜 꿈 꿨어?”
“응…….”
“아까 꾼 거랑 똑같은 꿈?”
“……. 응.”
“말해 줘.”
야마토가 조용히 속삭이자 타이치가 끄응, 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엄마가 쫓겨나는 꿈.”
타이치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느릿느릿 대답한다. 야마토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고 타이치가 말을 이었다.
“소학생도 안 된 것 같았는데…….”
“……. 네 꿈 아니야, 타이치.”
“응……. 나도 알아.”
야마토가 한 박자 늦게 타이치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엉망이 된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야마토는 타이치가 다시 잠에 들 때까지 기억을 지울까 고민했지만 결국 건드리지 못하고 옆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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