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진실
“진실 게임 하자. 대답 못하겠으면 마시기.”
야마토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화학 공학을 전공한다는 한 학번 아래의 여학생이 일주일 전에 자신에게 고백한 것에 대해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지 않았나? 성적도, 태도도 좋아서 그쪽 교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눈 여겨 보고 있는 학생이라는 것부터 원래 짧은 줄 알았던 머리가 저번 학기만 해도 허리 아래까지 올 정도로 길었다는 관심 없던 정보까지 어쩌라고, 하고 대답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의미 없이 맞장구를 쳐주고 있던 참이었다. 그 사이에 술병은 하나를 넘게 비웠고 야마토는 그 게임에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원래는 동전을 가지고 하던 게임이 아닌가? 하지만 동기들은 야마토의 싫어, 라는 말을 무참히 무시하고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 있지?” 야마토는 당연히 없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야마토가 자주 만나는 그 친구지?” 야마토는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야가미 씨 맞지?” 그리고 한 잔 더 잇따라 마시면서 이건 게임이 아니라고 소리 치고 싶었다.
마른 입술이 조금 퍼석거리기는 해도 부드러웠다. 옷에 배인 담배 냄새가 코끝을 찔렀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 되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고 빨아들일 때마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말들이 움찔거리며 삼켜진다. 야마토는 그 말들이 무슨 형태를 가지려고 했는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야마토, 가끔 야가미 씨 이야기 할 때마다 다정해지는걸.
그런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지, 역시?
그렇지?
―그리고 이어지는 자기들끼리 깔깔 웃던 목소리.
야마토는 그 말에도 마셨다. 어디서 티가 났는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 않았다. 몇 년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몇 명이나 알까, 하는 것보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왜 모르는가라는 것부터 떠올랐다.
입 안쪽 점막까지 침입하고 싶었지만 이런 와중에도 더 허락 없이 굴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열린 현관문 너머로 들어오는 어슴푸레하게 들어오는 빛이 표정까지 보여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감히 손을 올려 얼굴을 매만져 보는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열 오른 귓가와 손가락이 닿자 그제야 감겨지는 것이 느껴지는 미세한 근육뿐이다. 그 기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밀어내지 않는 것이 허락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술에 취한 와중에도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이 꾸짖었다. 그렇다면 물어보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입술을 뗀 찰나에 녀석이 손을 쳐냈고, 급하게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갔다. 쾅 하는 세찬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망했다고 생각한 짧은 순간이 지나가고 문이 다시 열렸고 녀석이 다시 들어왔다. 야마토는 타이치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었는데 순간 사과를 하고 싶던 것인지 다시 입을 맞추려고 했던 것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뺨을 강타한 얼얼한 통증과 다시 문이 쾅 하고 닫히던 소리뿐이다.
아, 그리고 한참 뒤에는 입에서 느껴지던 비린 맛도.
주취 바로 직후, 선언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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