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소개팅

조각조각 by 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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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나간 소개팅에서 야마토를 마주친 건 예상 밖이었다. 당연한 일인데 이리 생각하는 이유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던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이치는 나쁜 일을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고 내내 무슨 정신인지 모를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울려대던 휴대 전화에 대해 여자가 묻자 별거 아니라면서 꺼버렸던 것은 그 내용을 보기가 두려웠음이다.

야마토의 싸늘한 표정이 내내 마음 속 한구석에 걸렸는데 이유를 몰랐다. 아마 그런 표정을 짓고 난 뒤에는 꼭 다툼이 따라붙어서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답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이치는 오늘 이 문제에 대해 정답을 찾을 만큼 충분히 생각하기에는 너무 피곤했다.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면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기억나는 거라고는 마지막에 다음에 다시 보자는 인사뿐이다. 「데이트?」라고 묻던 야마토의 목소리가 내내 귓가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베이스처럼 낮은 목소리가 오늘따라 단단하다 못해 딱딱했다.

다시 켠 휴대 전화에는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발신자는 대부분 야마토였고, 소개팅을 주선해 준 동기에게서 온 메시지도 있었지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야마토의 내용 대부분은 여자와 그 자리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같은 주제로 이렇게 많은 질문을 쏟아낼 수 있는 녀석이었나? 게다가 이렇게 많은 메시지를 한꺼번에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기능 사용에 익숙하지 않음을 아는 녀석이라 대부분의 용건은 어지간히 급하지 않은 이상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늦은 시간 즈음에 전화로 전하던 녀석이다. 가장 최근 메시지일수록 귀가를 재촉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기에 타이치는 집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고, 연결음이 채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야마토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섞였다.

“너 어디야?”

“이제 집인데 무슨 문자를 그렇게,”

“언제부터 사귄 거야?”

“사귀는 게 아니고 동기가 한 번 만나 보라고 해서 나간,”

“아, 소개팅?”

“응, 그래서 나간 거고 네가 생각하는,”

“사귈 거냐?”

“아니, 아직 모르,”

“아직?”

“모르는 일, 야, 근데 너 왜 자꾸 내 말 끊냐?”

쏘아대는 질문들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건너편의 야마토는 말이 없다. 타이치는 일순 피로감이 그의 감정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고 빈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야마토, 혹시―”

“생각 없으면 다시 만나지 마.”

“뭐?”

“끊는다.”

의문을 풀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긴다. 만나지 마. 종일 귓가를 맴돌던 야마토의 목소리가 이제는 다른 말이 되어서 귀를 잡아당겼다.


트위터에서 올 님이 풀었던 소개팅 썰. 소개팅 나간 타이치랑 거슬리는 야마토, 정도가 요약인데 이야기하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멋대로 내 식으로 써 봤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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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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