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야마타이 사냥꾼: 시험

조각조각 by 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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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은 살아있는 것들의 부정함이 뭉쳐서 생겨나고 짐승은 그로부터 태어난다. 부정에서 태어난 짐승의 발길이 닿는 곳은 다시 부정으로 오염되며 그것을 해치우고 씻어내는 것이 사냥꾼의 일이다. 사냥은 두 명 이상이 하는 것이 보통이며…….

“타이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어린 사냥꾼들의 수업을 보고 있던 타이치의 옆에 야마토가 다가와 섰다. 대답 대신 타이치가 힐끔 야마토를 쳐다봤고 야마토는 타이치가 바라보고 있던 어린 사냥꾼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협회에 다녀온다던 야마토는 단정한 코트를 입고 있었다.

“잘 어울린다.”

“너는 감기 들면 어쩌려고 아무것도 안 걸치고 나와 있어?”

“별로 안 추운데, 뭘. 어땠어?”

“항상 짜증 나지. 시험, 정말 할 거야?”

“응.”

“굳이 할 필요 없잖아. 다들 우려해.”

“증명하고 싶어.”

“그런 말들 하나하나 신경 쓰다가 제 명에 못 산다, 너.”

야마토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타이치를 둘러싼 말들을 야마토 역시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이치네 집안은 대대로 오염을 씻어내고 죽어가는 땅과 영혼을 소생시키는 힘이 있었고 전통적인 사냥을 하기보다 사후 처리에 투입되는 술사들을 배출하는 큰 가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타이치는 조금 남달랐다. 타이치는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죽어가는 것들을 소생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들을 위해 죽음을 내리는 사람이다. 야가미 가문에서 타이치의 존재는 돌연변이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타이치를 두고 주로 그의 탄생에 대해 말했다. 사냥꾼도, 주술사도 아닌 평범한 어머니를 둔 탓이기도 했고, 그의 동생이 가문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술사이기도 한 탓이기도 했다.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냥꾼과 결혼한 선조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모두 평범했다. 타이치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힘으로만 따지자면 가장 독보적인 사냥꾼이었다. 술사 집안에서 가장 강한 사냥꾼이 나온 것을 아마 모두가 인정하기 싫은 것이라고 야마토는 생각했다. 그냥 질투하는 거라고.

시험이라고 했지만 타이치의 표현일 뿐이었다. 타이치가 하려는 짓에 야마토가 명칭을 붙이자면 미친 짓이라고 했을 것이다. 가장 오염이 깊은 곳에서 태어난다는 악귀에 가까운 짐승을 길들이겠다는 것을 미친 짓이라는 말 외에 또 뭐라고 표현할 수 있는가? 개죽음? 그것을 길들이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했다. 사냥꾼으로서의 능력과 술사로서의 재능. 그것도 야가미 가문에서 태어나는 이들이 가진 그 특별한 재능이 말이다.

하지 말라는 말이 혀끝까지 달랑달랑 걸렸다가 잇새에 씹혀서 사라졌다. 말릴 수 없을 것이다. 녀석의 고집은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감기 들기 전에 들어가자.” 타이치의 차가운 팔을 잡아끌면서 야마토는 한숨을 삼켰다.


가장 오염이 깊은 곳은 야가미 가문이 봉인한 숲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다. 야마토는 장로들과 함께 숲의 바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비명이 새어 나오고 숲의 나무들이 하나씩 말라갈 때마다 곁에 있던 타이치의 여동생이 초조한 듯 발을 굴렀다.

“괜찮겠죠?”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눈이 되어 줄 수 있는 종이 새를 숲 안으로 띄울 수가 없었다. 숲은 너무 오염 됐고 술식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믿어야만 했다. 녀석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이 곱씹을수록 어쩐지 불안함을 더 증폭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지는 해가 능선에 걸렸고 숲의 경계까지 나무들이 마르기 시작했다. 검은 오염이 사람들을 향해 날아온 것은 그때였다. 야마토는 반사적으로 결정들을 불러냈지만 검은 오염은 숲의 나무를 녹이고도 투명한 벽에 막힌 듯 숲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새된 비명이 사람들을 찌르고 지나갔다. 귀를 틀어막을 틈도 없이 쓰러지는 타이치의 여동생을 받아낸 야마토가 숲을 봤을 때는 봉인에 금이 가고 있었다.

금이 가는 사이로 거대하고 육중한 검은 몸이 쿵, 하고 부딪쳤다. 금이 가던 곳부터 커다란 구멍이 나면서 경계를 넘어 짙은 오염이 퍼져 나왔다. “타이치!” 야마토는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크게 불렀고, 그 다음 일어난 것은 불길이었다. 커다란 화염이 내리꽂혀 짐승을 태웠다. 몸에 불이 붙은 짐승은 발버둥을 치며 경계 밖으로 나오려 손을 뻗었지만 그 팔은 야마토의 눈앞에서 녹아내렸다. 짐승에게 붙었던 불은 순식간에 주변의 마른 나무로 옮겨 붙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봉인이 깨졌다. 노란 빛이 경계를 넘어 온 검은 오염 위로 내려앉으며 따뜻하게 타올랐다가 오염과 함께 사라졌다. 버석한 땅을 밟는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야마토가 고개를 들자 땅에 꽂힌 검을 타이치가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염을 뒤집어쓴 녀석은 말 그대로 까맸다. 표정은 지쳐보였지만 검을 뽑아내는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다. 칠흑과도 같이 검은색의 검을 손에 쥔 녀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는 듯 그 끝을 자신의 손바닥에 대고 찔렀다. 야마토가 타이치를 말리기 위해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검은 손을 관통하는 대신 빛 무리가 되어 그대로 타이치에게 흡수됐다.

표정 없는 얼굴로 장로들을 바라보는 타이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쓰러진 여동생을 안고 있는 야마토에게 다가와서는, “내가 이겼어.”라고 한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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