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 사냥꾼 1-1
틈으로 들어간 사냥꾼 한 무리가 사흘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야마토는 타이치에게 주기 위해 사 왔던 스무디를 만지작거리면서 제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의 의도를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자신은 타이치의 훈련이 끝나면 영화를 보기로 한 약속 때문에 집안에서 사냥꾼들을 가르치는 이곳에 잠시 들렀을 뿐이었지, 일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야마토의 아버지 밑에서 사냥꾼을 훈련시키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돌아오지 않는 사냥꾼들은 이제 막 정식 사냥꾼이 된 신참이 한 명, 그리고 두 명도 경력이 그렇게 길지 않다고 했다. 그들이 사냥하던 짐승은 추측으로는 속도가 무척이나 빠른 것 같고, 야마토는 남자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허리를 끊으며 대꾸했다.
“싫어요.”
“하지만 야마토 님, 모두 가주님 밑에서 배우던 사냥꾼들이에요.”
“그럼 어련히 잘 살아 오겠죠. 사흘밖에 안 됐다면서요. 사냥이 늘어지는 모양인데, 한두 번 있는 경우 아니잖아요. 호들갑 떨지 맙시다.”
“가주님께서도 야마토 님이 상황을 파악해 주길 바라시고,”
“싫다고 하세요. 약속이 있어서 가 볼게요. 다른 사냥꾼한테 부탁하세요.”
때마침 타이치가 걸어오는 것이 보이기에 야마토는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떴다.
“뭐?”
“사흘이나 지났는데 못 돌아왔대.”
“……. 그래? 별일 아니겠지. 신경 쓰지 마.”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선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던 타이치의 말에 야마토가 속으로 욕을 삼키며 눈을 피했다. 틈에서 못 돌아온 사냥꾼들이 있대. 사흘이나 지났대. 어리다더라. 나도 본 적 있는 애들이야. 있지, 야마토……. 타이치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야마토는 타이치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았다. 그래서 인상을 찡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구하러 가자고?”
“응, 우리가 가는 게 확실하잖아.”
“그냥 사냥이 길어지는 걸 수도 있잖아.”
“그런 거면 다행이지만, 가 봐서 손해 볼 건 없잖아.”
타이치가 마침 지나가는 직원을 불러 세우고 메뉴판을 보여 주면서 이것저것 짚어 주문할 때까지도 야마토는 싫다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자신의 말처럼 사냥이 며칠이고 길어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과 타이치에게 부탁해 왔다는 것은 뭔가 걸리는 구석이 있다는 거겠지. 사냥과 구출은 다른 일이다. 야마토는 귀찮은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만약 그들이 살아 있지 않은 일이라면 더더욱. 컵에 반쯤 남아 있던 차가운 물을 야마토는 단번에 들이마셨다.
“갈 거지, 야마토.”
“다음부터는 데이트 할 때 일 이야기하지 말기로 하자.”
타이치가 개구지게 웃는 것을 보면서 야마토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 공기가 아직 쌀쌀했다. 옥상에 서서 왼손에 작게 푸른색 불꽃을 만들어내던 야마토는 제 몸에서 막힘없이 흐르는 기운을 느끼고 곧 손바닥을 털었다. 타이치는 그런 야마토 옆에 서서 옆에 서서 잠이 덜 깬 듯 기지개를 했다.
“갈까.”
야마토의 말에 타이치가 고개를 끄덕였고, 야마토는 양손 끝에 신경을 집중하고 허공에 세로로 직선을 하나 그렸다. 야마토가 손을 움직이는 모양대로 불꽃이 튀며 공간이 갈라지고, 그것을 손바닥으로 밀어젖히자 색을 잃은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타이치가 먼저 앞서 나가고 야마토가 따라 들어서며 처음과 반대로 손짓하며 문을 닫았다.
난간 쪽으로 다가간 타이치가 몸을 기대고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야마토를 돌아봤다. 야마토는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펴고 빛과 함께 종이로 접은 듯 한 새 모양의 것을 여러 마리 불러내고 있었고 곧 손을 뻗어 날렸다.
“다른 모양이어도 되잖아.”
“이게 제일 단순해서 편해.”
새 중 절반은 골목과 골목 사이를, 절반은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일일이 움직이면서 사냥꾼들을 찾는 것보다 식신을 부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야마토의 제안에 타이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야마토가 타이치의 옆에 와 섰고 타이치가 손바닥을 위로 한 채 한 손을 내밀었다. 야마토가 익숙하다는 듯 타이치의 손바닥 위로 제 손을 겹쳐 잡았다.
“야마토, 우리 사귀고 처음 싸웠을 때 기억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그래.”
“그냥 저것들 보니까 생각나서. 나 다쳤는데 네가 화내서 싸웠던 거잖아. 기억하지.”
“……. 어, 기억해. 잘못했다고 했었잖아.”
“하필이면 다친 곳이 다리라서 집에만 있었는데, 네가 그때 진짜 종이로 만든 걸 보냈었잖아. 미안하다고 구구절절 적어서. 나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다?”
야마토가 살풋 인상을 찡그리고 조용히 아래만 내려다보는 것을 본 타이치가 소리 내서 웃었다.
“부끄러워한다, 야마토.”
“아니거든.”
“아니기는.”
“그런 걸 왜 아직 가지고 있는 건데.”
“이제 내 거니까.”
야마토가 잡고 있는 손이 아프게 힘을 주었다가 풀면서 한숨처럼 웃는다.
그리고 둘이 한참을 기다렸다. 야마토는 가끔 집중하듯 눈을 감았고, 타이치는 그것을 보면서 야마토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야마토가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감고 있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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