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야마타이 사냥꾼: 비밀의 끝 2

조각조각 by 노테
35
1
0

“생각해 봤니?”

야마토는 어머니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어렵지 않게 눈치 챘다. 이전에 받았던 서신은 혼담이 들어왔다는 내용이었고 그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도 제게 넌지시 말한 적이 있었다. 야마토가 지난번보다 일찍 어머니가 지내고 있는 마을에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혼담이 들어온 곳은 야마토도 익히 들어 아는 가문이었다. 공격적인 술법을 사용하는 술사들을 배출하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능력만 좋다면 인간이든 인간이 아니든 상관하지 않고 연을 맺었다. 유능한 가문이고 혼인의 상대로 나온 이 역시 그랬다. 야마토도 그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고 협회를 오고가며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상대였다.

“저는…….” 야마토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였다. 하고 싶지 않다 대답하러 온 것이었는데 그 하고 싶지 않은 이유 때문에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혼기가 찼잖니.”

“…….”

“일찍 방문한 것을 보니 거절하러 온 것 같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게,”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야마토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길게 내쉬었다. “저 타이치 좋아해요.”


집안이 뒤집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스승님이든, 자신의 부모님이든 당장 누구라도 달려와 뭐라고 할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조용했고, 타이치도 평소와 같이 야마토와 사냥에 나가거나 다른 사냥꾼들의 훈련을 도왔다. 그래서 불안했다.

야마토가 처음으로 좋아한다 말해 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지만 그 전에, 처음으로 감정을 내보인 날은 타이치도 선명하게 기억했다. 고등학교 2 학년 어느 날이었다. 자신이 놓친 짐승이 야마토를 공격하려고 하는 것을 보자마자 무작정 그 앞을 막아들었었다. 야마토가 짐승의 눈에 단검을 박아 넣어 터트리며 끝이 났고, 물린 팔이 오염되기 시작해 집으로 돌아갔었다. 히카리가 치료해 줬다. 완전히 낫기까지 사흘이 걸렸고 다시 학교에서 만났을 때는 멍청한 짓 하지 말라든가 같은 말로 혼이 날 줄 알았는데 단지 아팠냐고만 물었다. 그래서 대답했다. 아팠다고. 그리고 야마토가 그랬다. 걱정했다고.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부터 야마토는 타인에게 관심 없는 척하는 일에 능숙했고 ―실제로 관심 없을 때도 많았지만― 훈련 중에 자신의 몸에 생채기를 내놓고도 한 번도 미안하다거나 하는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덧붙였다. 신경 쓰이게 하지 말라고. 그게 야마토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방식이라는 걸 안 것은, 사실 한참 뒤이다.

졸업식이 늘 그렇듯 마지막이라는 핑계로 3 년 내내 제대로 이야기 해 본 적 없었던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졸업 앨범마다 한마디씩 적어 주는데 야마토가 다가왔다. 제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 한마디 없이 제 앞에 있던 여자아이 둘이 황급히 돌아갈 때까지 빤히 쳐다봤다. 너도 내 앨범에 한마디 써 줘. 그리고 제가 졸업 앨범을 내밀자 받아든 야마토가 페이지를 넘기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짧게 무어라 적고는 앨범을 돌려주며 집에 가서 보라고 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본 앨범의 제 사진 밑에는 야마토의 필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직설적인 말이 적혀 있었다. ‘좋아해‘라고.

야마토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제 어머니에게 고백했다 말한 뒤로 일주일이 지났을 때, 훈련 중에 야마토가 들어와 타이치를 찾았다. 다소 굳은 얼굴로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잠깐 보자고 하셔.”


야마토의 어머니는 타이치와 둘이 이야기 하고 싶어 했다. 야마토는 내키지 않는 눈치였지만 어서, 하고 재촉하는 어머니의 말에 결국 자리를 떴다.

“너는 어떠니?”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야마토 말이야. 야마토가 잘 해 주니?”

“…… 네, 엄청요.”

“혼담을 넣어 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떤가 싶어서.”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말에 타이치가 되물었다. “예?” 무슨 혼담을 말하는 건지, 거기에 자신의 생각은 왜 중요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야마토의 혼담을 말하는 것인가? 야마토의 어머니이니 그 편이 가장 가능성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묻는 것은…… 아무래도 역시……. 타이치가 조용히 입술 안쪽 살을 짓씹었다.

“응할 생각 있니?”

타이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마토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웃고 있었고, 타이치는 그 얼굴이 야마토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비밀 (연애) 끝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