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야마타이 사냥꾼: 야마토 1

조각조각 by 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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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해, 야마토.

어머니에게 들은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자신이 감정적이라는 소리다. 다른 선생들에게서도, 아버지에게서도 지긋지긋하게 들었다. 손 위에서 일렁이던 불꽃이 삽시간에 꺼져버리는 것을 보고 야마토는 괜히 발밑을 세게 찼다. 바닷가의 모래가 먼지를 일으키며 공중을 부유한다.

짜증이 났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한 기운을 가지고서도 막힘이 없는데 자신은 누구보다 강한 기운을 가지고서도 몸이 굽어지는 곳마다 단단히 닫힌 것처럼 기운이 막혀 흐르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또 가끔은 흘러넘쳐 자신의 의도와 달리 주변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저께 타이치와 했던 대련에서는 타이치의 팔에 상처를 냈다. 날이 선 결정이 타이치의 살을 찢고 지나갔다. 미안하다고 했어야 하는데 피가 흐르는 팔을 부여잡고도 괜찮다고 하는 얼굴을 보는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녀석은 늘 그런 식이다. 한 번쯤 화를 내면 좋을 텐데 늘 속 좋게 웃어버린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무례하다는 것도 모르는 채 장난처럼 자신의 뿌리를 의심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놈들을 향해 별말 없이 그냥 웃고 만다. 화내서 뭐 하냐는 말은 야마토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처세술이라고 하더라도 웃어야 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지. 한 번은 야마토가 대신 한 방 먹이기 위해 달려들었더니 오히려 자신에게 화를 냈다. 그때도 그랬다. 감정적으로 굴지 말라고.

머리에 열이 오르다 못해 무언가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넘쳐흐르는 것을 손에 쥐고 바다를 향해 던졌다. 단숨에 바다를 얼리며 한참을 날아가던 것이 지평선 가까이에서 사라진다.

“산책은 잘 했어?”

“산책 안 했어.”

“어쨌든 나갔다 왔잖아. 사과 먹을래?”

야마토가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 타케루가 손에 덜 익은 사과를 들고 만지작거리면서 서 있었다. 야마토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 지나치려는데 잽싸게 따라와 살갑게 말을 건다. 야마토가 한숨을 쉬자 기어이 손에 든 사과를 내민다.

“네 건?”

“주방에 잔뜩 있어. 나나이 씨가 장에 다녀왔다며 가져다 주셨거든. 나나이 씨 기억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 그러지 마. 요즘은 안 그러셔.”

나나이는 어머니와 같은 마을에 사는 나이 든 여자였다. 어린 야마토와 타케루를 마주칠 때마다 인간 주제에,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인어다. 야마토는 사과를 베어 물며 마당으로 향했다. 자신이 이곳에 올 때마다 머무는 손님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자신이 완전한 이방인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만 같았다. 타케루가 따라와 마루에 앉았다. 야마토도 그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형도 여기 와서 사는 건 어때?”

“내가 왜.”

“더 편할 수도 있잖아. 지킬 사람들도 없고.”

“사람들 지키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럼?”

“해야 하니까.”

“그게 뭐야.”

타케루가 웃고 야마토가 인상을 찡그렸다. 사과가 시었다. 기운이 막힐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오고 있기는 했지만 야마토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가 있는 집에서는 인간이 아닌 대접을 받는 야마토와 타케루는 우습게도 이곳에서는 인간이다. 인어에 버금가는, 또는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인간이란 이유로 이곳의 인어들은 야마토와 타케루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어머니의 가족들, 그러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만이 어머니를 제외하고 이곳에서 둘에게 호의적인 유일한 인어였다. 야마토는 타케루가 왜 이곳에서 살기로 결정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어디에도 끼지 못 할 거라면 차라리 인간이 없는 쪽이 더 나았던 걸까?

야마토가 사냥꾼이 되기로 한 것은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서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단지 제 힘으로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힘을 다룰 줄 알아야 했고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그게 전부다.

“타이치 씨랑은 어때?”

“야가미?”

“응, 이번에도 싸우고 왔어?”

“싸운 적 없어.”

“하긴. 타이치 씨가 싸움은 안 받아 주지.”

타케루는 여전히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이 녀석이나 그 녀석이나 뭐가 좋다고 웃는지. 야마토는 사과를 씹으면서 타이치를 떠올렸다. 그 유명한 야가미 가문에서 태어났으면서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주술이라고는 다섯 손가락에 겨우 꼽는 특이한 사냥꾼. 야가미네 집안에서 녀석을 데리고 자신의 집에 방문했던 날이 기억난다. 어린 야마토가 보기에도 확실히 반사 신경과 힘, 모두가 타고났던 녀석이었다. 짜증 날 정도로 시끄럽기는 했지만 좋은 사냥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좋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했지. 지금도 부족한 수식어다. 자신과 달리 살가운 성격의 타이치를 아버지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고 기꺼이 가르치겠노라 하셨다. 중학생 때는 기어이 집으로 불러들여 야마토와 합을 맞추게 하기도 했다.

타케루의 말대로, 타이치는 싸움을 받아 주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몸에 상처를 내든 말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웃어넘기지. 마음에 안 드는 방식이다. 왜 참느냐는 물음에 타이치가 딱 한 번 대답해 준 적이 있다. 자신이 화를 내면 사람들이 다치지 않겠냐고. 야마토는 그 대답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그 녀석이라면 진심에 가깝겠지. 속 좋은 자식.

“언제 갈 거야?”

“어머니 오시면.”

“일찍 가는구나. 사과 가져가.”

귀찮게. 야마토가 투덜거리자 타케루가 소리 내서 웃었다. 형답다.


“이거 맛있다, 야마토.”

사과를 우물거리던 타이치가 눈을 빛냈다. 그 앞에 앉아 책을 읽던 야마토는 타이치를 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 대꾸하지 않았다. 타이치는 야마토가 상처를 냈던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좀 괜찮아졌어?”

“뭐가?”

“몸 안 좋을 때마다 가잖아.”

“어디를?”

“어머님께. 몸 안 좋아서 가는 거 아니야?”

“……. 그거나 먹어, 멍청아.”

아픈 건 자기면서. 야마토는 신경질적으로 책을 넘겼지만 더 이상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야마토, 아프지 마”

덤덤한 목소리가 내뱉는 걱정에 짜증이 치밀었다.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의 말이 불현 듯 떠오른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해, 야마토. 야마토가 속으로 되물었다. 무슨 마음을요? 타이치가 사과를 건넸고, 야마토는 말없이 자리를 떴다.


세계관 내에서 고등학생 시절 야마토. ㅁㅁ 님이 써 주신 망상글을 보고 능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던 시절과 자각 못하는 기분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생각나는 대로 한두 편 더 쓰지 않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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