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아준 것들에 대하여

커뮤 로그,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

학기말의 호그와트는 소란스럽다. 어수선하다. 하나의 소리로 모이지 못하고 분산된다. 오후 네 시는 늘 그렇듯 적당히 졸리고 나른했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왈츠 변주의 바이올린 파트입니다. 제각기 다른 주제로 떠들며 걸어가던 아이들은 소년의 연주를 들으려 모여들었다. I는 연주를 달가워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렇잖아. 바이올린. 오래된 성은 소음이고 연주고 관계 없이 울리기만 한다니까. 그러나 D의 연주는 그런 소녀마저도 멈춰 세우곤 했다. 또 바이올린. 짧은 싫증에서 가던 길마저 잊고 앉아 구경하게 만드는 공연이 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음악. 그건 분명 눈부시게 빛나는 천재의 재능이었다.

그리고 I는 일찍이 천재를 부러워하지 않는 법을 배운 사람이었다. 하늘을 날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도 수색꾼은 다른 사람이었다. 빗자루를 쥐고 비행할 때는 몸이 더없이 가벼운 듯했어도 매번 승리를 거머쥐지는 못했다. 이 바닥에는 천재가 많아. 그런 애들이 스카우터 눈에 띄어서 프로로 데뷔하는 거야. I는 주장 선배의 말을 들으며 취미에 불과한 이 공놀이를 관둬야 할 날을 가늠했다. 시험을 봐야 하니까 5학년 이전에는 관둬야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니까 시험만 치고 관둬야지. 조금만 더. 조금만. 그렇게 6학년. 더는 이 종목에서 잘한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볼품 없이 졸업한 주장 선배로부터 편지가 도착하지 않으며, 신예들만 라임라이트를 받는 순간. I는 퀴디치를 놓아줬다.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골든 스니치처럼.

좋아는 했어. 아쉽기도 했을 거야.

확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돌아볼 때마다 자꾸 슬프기 때문이었다. 재능이 이쪽이 아닌 걸 아는데도 조금만 더 연습했다면 달라졌을까봐. 그만큼 좋아하던 취미를 두 번 다시는 찾지 못할까봐.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하면 정말 거기에 미친 것 같잖아. 난 그 정도는 아니라서. 사실은 많은 친구들이 말하듯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타협했을지도 몰라. 어떤 문제는 본인이 아닌 타인이 답을 찾아주기도 한다. I는 돌아보지 않는 감정이 그 자리에 깊게 고여 미동도 없는 박제된 호수 같다고 여겨왔다. 소년의 말대로 흐르게 놔두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데도. 그 문제는 우는 건 약한 모습을 내보이는 것 같아서 싫다고 말하는 소녀를 저도 모르게 울게 만들었다. I는 D의 길고 긴 이름도 정확하게 알지 못할 만큼 소년을 모른다. 소년이 버린 것. 피아노. 가족. 그리고 이제는 아마도 마법. 나랑 방 같이 썼던 애들 중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 3학년의 D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무도 소녀에게 울어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I의 뺨을 타고 오래 빛났었던 별이 추락한다. 두 볼에 궤도가 선명히 남는다. 알 수 없지만, 일찍 마음을 접고 현실을 바라봤기에 몰랐을지 알 수 없지만, 그건 소녀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위로의 목적으로 흐르는 선율을 따라 유년기가 흘러간다. D가 어린 시절 흘려 보낸 자리에 위치한 물길처럼 I의 호수에 샛길이 난다. 젖은 얼굴을 닦아낸 소녀가 입술 안쪽을 깨문다. 누구나 꿈을 품는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이유로 좌절될지언정 꿈은 그 자리에 한낮의 별처럼 빛난다. 밤이 찾아오면 반짝이면서 그 자리에 꿈이 있다고 알려줄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하늘만 보고는 살 수 없다. 넘어지지 않도록 땅도 보고, 걸어갈 길도 확인해야 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별의 애틋함에 눈이 멀어서는 한 발도 제대로 내딛을 수 없다. 학교 바깥으로 나가기 전, I는 그것을 깨달았다. D의 피아노가 바이올린이 되어 돌아오듯이 슬픔은 언젠가 제게 다른 방향으로 돌아올 테니까. 그건 어쩌면 하늘에서 그러했듯 땅 위에서도 소녀의 등을 밀어줄 바람이 될지도 모른다.

음악은 정말 하나도 몰라. '트로이메라이'가 꿈을 뜻하는 단어라는 것도 I는 모른다. 그러나 위로는 비단 능숙함 뿐만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영혼의 안식이어서. 소녀는 울지 않고도 슬픔을 보내는 법을 알게 된다. 낭만적이고 애달픈 연주가 호그와트의 복도를 채운다. 향기가 없어도 향기롭고, 색이 없어도 다채롭다. 꿈이란 잡히지 않는다 해도 그 자체로 무엇보다 아름다우니까. 서툰 위로는 충분히 형태를 갖추어 소녀를 감싼다. 삼 분이 되지 않아 곡이 끝난다. 어색하게 껴안았던 소년의 품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장기 없는 소녀의 입매가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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