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 셜록 홈즈 소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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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 또한 무심코 캐스터의 홈즈와 룰러의 홈즈의 다른 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첫째. 그는 아무래도 내 셜록 홈즈가 아닌 다른 세계선의 시노하라의 셜록 홈즈인 것 같았다. 그의 세계에서는, 나는 죽은 것이 되어있었다.
둘째. 그는 신주쿠에서 영기에 금이 간 적이 없노라 증언했다. 내 쪽에서 셜록 홈즈가 캐스터가 아닌 룰러로 현계한 이유 중 하나가 없는 셈이다.
셋째. 성격이 다르다. 완전히. 물론 탐정으로서의 관찰안이나 추리력은 여전하지만, 상냥하고 다정했다. 아무래도 그의 세계에서는 나를 잃었기 때문이리라.
익숙해진 손등의 령주를 쓰다듬으며 강의를 준비했다. 마력이 일반인에 불과한 내가 소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홈즈가 말하기에는 자신은 어디까지나 이레귤러이고, 가장 강력한 인연의 힘이었던 내 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그의 말에 조금 의문을 가졌다.
물론 홈즈는 이레귤러가 맞다. 룰러 클래스의 홈즈라면. 하지만 캐스터 클래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였다. 게다가 인연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그 기반은 마력에 있기 때문에, 소환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홈즈가 나의 흔적을 따라 굳이 소환이 되었다는 것.일까.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도 " 불가능을 뺀 나머지가 아무리 말이 되지 않을지라도 그게 바로 진실일세. " 라고 자주 말하고는 했으니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다음 날, 나는 홈즈에게 *영체화를 시킨 뒤에 나를 따라오게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이 구경 거리가 된다는 것에 미간을 좁혔지만 설명을 하니 흔쾌히 들어주었다.
*영체화; 서번트가 실체화를 해제하고 다시 영체로 돌아가는 것을 영체화라 한다. 보통의 영체는 인간이 자각할 수 없다.
수업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하지만 아직 밝혀진 것이 많이 없는 만큼 많은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나 또한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나 스스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아래는 몇가지 질문들과 그 대답을 적어놓았다.
그를 어떻게 소환했나? > 그를 소환하는데 있어 가장 강한 성유물을 사용했다. 그것이 자세히 무엇인지는 섣불리 따라할 가능성이 있으니 함구하겠다.
왜 하필 그였나? > 캐스터 클래스 적성이 있음과 동시에 다른 클래스로 현계한 서번트는 적다. 그 중에서도 믿음직스러운 영령을 소환하려 했을 뿐이다.
더 많은 서번트를 보유중이라 하지 않았나? > 내 마력으로는 한 기 만으로도 힘들다. 그나마 캐스터여서 이만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냐? > 내 마력은 일반인 수준과 비슷하다. 뛰어난 것은 레이시프트 적성률 뿐. 그 때문에 칼데아의 마력과 내 마력을 섞어 서번트 소환에 유지했다. 더욱 자세한 예시를 들자면, 내 마력은 원액이며, 칼데아의 마력은 물이다. 농도가 짙긴 해도 수많은 서번트들을 유지하는 데에는 상당히 효율적이다.
셜록 홈즈는 어떤 영령인가? > 나는 이 대목에서 조금 놀랐다. 하긴, 이들에게 있어 일반인들의 삶은 그다지 인기 있지는 않다. 내가 맡고 있는 과목이 들어가기 전까지의 현대과는 거의 없다싶이 했으니. 물론 지금도 없긴 하지만. 아무튼,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세계 제일의 명탐정이라고. 그는 이 대목에서 얼굴을 붉혀 무슨 사이였냐며 학생들에게 질문 폭탄을 듣기도 했다. 나는 " 아직 말할 때가 아니라네. " 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는 아예 영체화까지 해버려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이젠 거의 보고서가 아닌 일기 형식이 되어가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애초에 성공할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그날 있었던 일을 적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측도 무엇도 통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충실해야 할 뿐.
아무튼. 그를 수육 할 생각은 없음을 미리 적어둔다. 나는 그저 그와 이별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뿐이다. 그와 이 연구가 끝나면, 분명 제대로 이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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