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엠 if] 인형

2024.03.08 작성

"이번에 카무이 언니를 닮은 인형을 구했어요."

벚꽃 그 자체가 변화한 듯한 분홍색 머리카락을 살랑이면서 사쿠라는 수줍게 웃었다. 이걸로 형제들이 다 모였다며 조금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한 것을 들으면서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그때 당시 어린 사쿠라가 드물게도 들뜬 모습으로 형제들에게 이런 식으로 인형의 존재를 알린 것을 떠올리며 히노카는 사쿠라에게 응하듯 좋겠다며 함께 웃었다.

다만 문득 눈을 인형 쪽으로 돌리니 인형의 개수는 5개. 이번에 장만했다는 카무이 인형을 포함한 개수이다. 카무이 인형이 없었을 때는 4개였으며 이는 백야 형제들과 아쿠아를 합한 것이었다. 히노카의 기억 상 아쿠아의 것을 뺀 3개는 사쿠라를 제외한 3명. 분명 가족 모두를 나타내는 것일 건데 단 한 명만이 빠져 있는 것이 어쩐지 신경 쓰였다.

"사쿠라, 저 인형들은 우리 형제를 나타내는 거였지?"
"네? 네."
"그런데 사쿠라가 없는 거 같아서..."
"아...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 그, 저는 여기에 있으니까요..."

혹시 제가 모르는 사이에 폐를 끼쳤나요? 뒤를 잇는 사쿠라의 질문에 히노카가 당황하며 변명을 준비하다 한숨을 쉬며 변명을 하는 대신 솔직한 감상을 꺼냈다.

"사쿠라가 어느 때여도 우리 형제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인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어느 때라도 형제는 전부 모였으면 해. 그러니까..."

그 말을 끝낸 히노카의 눈에 보인 것은 어쩐지 죄를 지은 아이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 동생 사쿠라의 모습이었다.




***

"사쿠라, 방에 있니?"

그런 조금 껄끄러운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히노카는 무언가가 담긴 종이 봉투를 한 팔로 안은 채 사쿠라의 방 문 앞에 섰다. 별 거 아닌 걸 건데 왜 이렇게나 긴장이 되는 것인지. 히노카는 스스로의 한심함을 마음속으로 한탄하면서도 사쿠라의 대답을 기다린다. 희미하게 들리는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을 때 히노카는 조금 당황한 모습의 사쿠라를 보고서 이유도 없이 땀을 흘리고 말았다.

"저, 히노카 언니? 무슨 용건이신지..."

문을 잡은 채 사쿠라가 더듬더듬 묻는다. 이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히노카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일단 들어가도 괜찮겠니?"
"아, 네..."

사쿠라의 어색한 대답에 히노카 또한 어색하게 사쿠라의 방에 들어가니 역시 5개의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반응하듯 한 팔로 안은 종이 봉투가 작게 떨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히노카는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격하게 흔든 후 사쿠라를 향해 몸을 돌려 종이 봉투를 두 손으로 고쳐 잡은 후 그대로 뻗었다.

"저..., 이건...?"
"받고서 열어봐."

사쿠라가 조심스럽게 종이 봉투를 받아 들고서 히노카의 얼굴을 힐끗 힐끗 보며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꺼낸다. 종이 봉투에 들어 있던 것은 분홍색 머리카락이 돋보이는 작은 인형이었다. 사쿠라가 인형을 보고서 무언가 말을 꺼내기 전에 히노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형제들의 인형과 함께 둬줘. 널 나타내는 인형이야."
"제, 인형...말인가요...?"
"그래. 저번에 말했잖아? 어느 때라도 형제는 모두 모였으면 한다고. 그 형제 안에는 사쿠라, 너도 있어. 이건 당연한 사실이야. 그러니까 형제들의 인형 사이에 네 인형도 있었으면 했어. 그래서 널 닮은 인형을 그, 찾아봤거든."

조용히 히노카의 설명을 듣던 사쿠라가 두 손에 들린 인형을 이런 저런 각도로 훑어본다. 자신과는 닮지 않아 보였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이 아닐까 싶은 착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언니가 자신을 위해, 자기 자신이라 할 수 있는 인형을 찾아서 준 것이 기뻤다.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사쿠라의 마음은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들썩이고 있었다. 결국 사쿠라는 자신의 기분을 참지 못하고서 그대로 인형을 바닥에 놓고서 있는 힘껏 히노카에게 가, 그대로 두 팔을 벌려 히노카를 안았다.

"사, 사쿠라?!"
"고마워요, ...고마워요, 히노카 언니...! 저 형제들과 언제나 함께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언니가 준 이 인형은 결코 형제들과 떨어트리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래, 우리들도 언제나 함께야."

히노카는 한 팔로 사쿠라를 안고, 다른 손으로 사쿠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잔잔하게 웃었다. 사쿠라도 따라하듯 두 팔에 힘을 넣으며 봄에 피어난 벚꽃이 자신이 품은 빛을 알리듯 아름답고 활짝 웃었다.

동시에 사쿠라 인형이 조금 흔들리다 그대로 바닥에 눕듯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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